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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스텔라 박, 세 개의 삶

글 | 구희언 기자 사진 | 지호영 기자, 별과 바람 커뮤니케이션즈 제공

입력 2011.11.16 10:51:00

스텔라(Stella). 라틴어로 별이라는 뜻이다. 이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여자가 있다.
치과의사와 팝페라 가수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직함을 가지고 인생을 항해 중인 스텔라 박이 그 주인공. 가수로, 의사로, 그리고 한 아이의 엄마로 바쁘게 사는 그의 삶을 들여다봤다.
반짝반짝 빛나는 스텔라 박, 세 개의 삶


“내 꿈은 치과의사다. 그래서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에 가기를 희망한다. 꿈과 관련된 인물 중에 ‘박소연’이라는 인물을 알게 되었다….”
이는 한 입시 준비생이 자신의 블로그에 스텔라 박(43·본명 박소연)에 대해 쓴 글이다. 블로그 위쪽에는 치과 원장 박소연의 얼굴이, 아래쪽에는 팝페라 가수 스텔라 박의 사진이 실려 있다. 그는 부러움을 담은 글을 마무리하며 이렇게 썼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치과의사로 살면서 재능 있고 원하던 일인 가수 활동도 하는 모습 말이다. 앞으로 이분을 롤 모델 삼아 내 꿈에 도전하고 싶다.”
이렇게 그는 누군가가 꿈꾸는 별이 됐다. 연세대 치대 교수 출신의 팝페라 가수라는 비현실적인 이력에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타고난 ‘엄친딸’이 아니냐고. 하지만 그는 학창 시절 공부와는 거리가 먼 ‘평범한 학생’이었다고 손사래 쳤다.

첫 번째 삶·치과의사 ‘박소연’
박소연은 공부보다는 음악을 좋아하고 잘하던 학생이었다. 음악에서라면 1등을 한 적도 있었지만 내신은 평범했다. 내신을 10등급으로 나눴을 때 4등급 정도. 아무도 그에게 공부하라고 강요하지 않았고, 그도 그런 생활이 좋았다. 예원학교를 나와 서울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한 어린 아티스트는 삶에 만족했다. 실기에 뛰어났기에 음대 입시에서 떨어질 거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다.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것은 입시 비리 문제였다.
대입 시험을 앞두고 돈 봉투를 돌리라는 제의가 있었다. 거절했다. 그렇게 본 시험에서 모든 교수가 90점 이상을 줬지만 한 교수가 50점대 점수를 줬다. 결과는 불합격. 처음으로 세상에 대한 분노를 느꼈다. 결과를 받아들이고 내년에 입시를 다시 치르기에는 모멸감이 들었다. 2,3일을 어두운 방에 처박혀 고민하던 그의 머릿속에 ‘다른 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의 어머니는 딸이 어릴 적부터 “여자라도 직업이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해왔다. 그랬기에 그는 고심 끝에 대학에 들어가 주어진 과정을 밟아 나가면 전문직이 되는 ‘치과의사’의 길을 택했다.

반짝반짝 빛나는 스텔라 박, 세 개의 삶


세상에 대한 분노의 에너지를 모두 공부하는 데 돌렸다. 그렇게 연세대 치과대학에 입학한 그는 석사·박사 과정을 마치고 치과의사가 됐다. 현재 연세대 치과대학 교정과 외래교수로 있으면서 서울의 한 치과 원장이기도 하다. 그만큼 치의학계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없으면 의사라는 직업을 잘 해낼 수 없다고 여긴다. 치아 치료를 통해 그 사람에게 다가가고, 진료하면서 온종일 환자의 마음을 위로할 때도 있다고 했다. 가수 생활을 병행하며 쉬는 날이 부족해졌지만, 두 가지 일을 다 해야 하는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여기고 있다고. 평소 명상하기를 즐긴다는 박 원장은 인생에서 여백의 시간을 늘리고 심플한 삶을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었다.



두 번째 삶·팝페라 가수 ‘스텔라 박’

반짝반짝 빛나는 스텔라 박, 세 개의 삶


어릴 적 그는 집에 손님이 찾아오면 기저귀를 찬 채 노래를 불렀다. 유치원을 다니기 전부터 피아노 학원에서 동요를 배웠다. 치과의사가 직업이라면, 노래하고 음악 하는 건 그냥 스텔라 박 자신이다. ‘스텔라’라는 이름은 세례명이다. 2집까지 본명인 박소연을 쓰던 그는 치과의사와 노래하는 자신을 분리하고 싶어 3집부터 예명을 쓰고 있다.
스텔라 박이 음악을 다시 시작한 계기는 2008년 초 세상을 떠난 고 이영훈 작곡가와의 만남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에 스텔라 박은 그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가수 이문세의 명곡을 만든 사람, ‘아름다운 음악을 만드는 사람’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사적인 자리에서 이영훈 작곡가를 만난 그는 1년 반 동안 수십 차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친분을 쌓았다.
이메일의 내용은 선문답 같았다. 왜 음악을 하고 싶나요. 음악은 당신의 인생에서 무엇인가요. 기본적이지만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 이영훈 작곡가는 끊임없이 질문했다. 때로는 보냈던 질문을 다시 보내기도 했다. 그때마다 그는 답장에 진심을 담으려 노력했다. 질문에 답하며 자신을 다시 돌아보고 정리할 수 있었다고 그는 당시를 회상했다.
어느 날, 작곡가는 ‘당신의 음악 하는 태도가 훌륭해 보인다’며 ‘노래를 들어보자’고 했다. 즉석 오디션이었다. 그는 뮤지컬 ‘캣츠’ OST에 나온 ‘메모리’를 불렀다. 이영훈은 저명한 성악가와의 작업도 거절한 적이 있는 작곡가였다. 아름다운 고음을 내는 스텔라 박의 목소리에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가능성을 본 작곡가는 그에게 자신의 곡을 줬다. 1집에 수록된 ‘나 꿈 속에 꼬마 비둘기 타고’ ‘공원 길’ 등은 작곡가 자신도 아끼던 곡. 그가 열아홉 살 때 작곡한 노래도 스텔라 박의 앨범에 담겼다. 작곡가는 떠났지만 세상에 남긴 13곡은 스텔라 박의 목소리를 빌려 환생하고 있다.
2007년 데뷔 앨범명은 ‘별과 바람의 노래’. 2집과 3집도 같은 앨범명을 썼다. 작곡가 이영훈의 노래는 왠지 그런 이름을 붙여야 할 것만 같다고 했다. 그는 작곡가가 준 노래를 부르며 운명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의 음악은 내면에 잔재한 슬픔을 끄집어낸다. 작곡가의 유작은 11월 발매되는 3집 앨범에 담겼다. 스텔라 박은 마치 ‘신고식’ 같다며 작곡가 이영훈이 준 노래를 다 불러내고 나면, 가수 스텔라 박이 좀 더 커 있을 것 같다고 들뜬 표정이었다.
그가 보기에 ‘가수 스텔라 박’은 냉정하게 판단하면 아직 어린 사람이다. 치과의사 박소연은 성인이지만 또 다른 자아인 가수 스텔라 박은 딸 같은 느낌이라고. 성인으로 살아가며 딸 하나는 키울 수 있다는 마음으로 음악을 시작했고 실제로도 성장하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음악은 그에게 가장 솔직한 표현이다. 영혼이 진화하고, 좋은 에너지를 갖게 되면 그것이 노래를 통해 그대로 전달될 거라고 믿고 있었다.
스텔라 박은 원하는 일이 있을 때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당부했다. 그게 진짜 나인지, 진심으로 그 일을 원하는지 말이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기면 그만큼 확고한 에너지가 나오고 길이 보일 거라고 했다. 길이 희미해도 한 발 한 발 빛을 향해 다가가면 조금 더 선명한 불빛이 돼서 이끌어주고 좋은 인연을 만나게 해주더라는 것은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다. 노년의 스텔라 박은 목소리가 허락하는 한 계속해서 노래를 부를 것 같다고 했다. 연말에는 콘서트를 통해 좀 더 가까이에서 대중의 마음을 흔들 예정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스텔라 박, 세 개의 삶

스텔라 박은 지난 9월 자신의 세 번째 단독 콘서트 ‘메모리 씬 #1’에서 이영훈 작곡가의 유작을 선보였다. 그는 콘서트 수익 전액을 난치병 아이들을 위해 기부했다.



세 번째 삶·좋은 아내이자 중학생 아들을 둔 ‘성민이 엄마’
중학생 아들을 둔 엄마 스텔라 박은 스스로 좋은 엄마 같다며 아이와의 관계가 삶에서 큰 행복이라고 했다. 그가 아이와 잘 지내게 된 계기가 있다. 아이가 아주 어릴 적 자신의 삶이 더는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 그는, 고민하다 정신분석 상담을 받았다. 그러면서 진짜 나는 누구인가를 알게 되고 제일 먼저 바꾼 것이 아이를 대하는 태도였다. 그 전에는 일이 먼저였던 일벌레 엄마는 아이에게 사랑을 많이 주기로 했다. 엄마가 떼어놓고 출근해도 운 적이 없던 아들은 그제야 울음으로 엄마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일명 자유방임형 엄마. 아들 역시 또래처럼 컴퓨터 게임을 즐기지만 말리지는 않는다. 성인이 됐을 때 무리 사이에서 게임을 잘 몰라 소외될 수도 있고, 게임으로 ‘아트’를 할 가능성도 있으니 하고 싶은 대로 놔두는 관대한 엄마다. 무엇보다 게임할 때 너무나 행복해하는 아들 표정을 보면 차마 그 행복을 뺏고 싶지 않다고.
치과의사인 남편과는 주말 부부. 매주 차를 몰고 강릉에 내려가 2~3일씩 시간을 보낸다. 남편은 그가 처음 노래하겠다고 했을 때 ‘하고 싶으면 해야지, 하지만 할 수 있을까?’ 하고 걱정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음악을 하는 햇수가 길어지고 성장하는 것을 보며 그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남편과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사이’다. 남편의 취미는 골프, 그의 취미는 노래. 각자의 생활이 너무 행복해서 서로의 취미를 배우기보다 각자 하고픈 걸 하는 주의다. 그는 서로 가족이라는 영역 안에 묶여 있다는 안정감과 근본적인 믿음이 있어서 아무 문제 없다며 웃었다.
어떤 틀에 매이기보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비어 있는 마음을 갖는 것이 진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는 스텔라 박. 남편에게도, 아들에게도 그는 여백이 있는 아내이자 엄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도 행복하고, 그 자신도 가장 간구하던 삶을 살아내고 있다.

여성동아 2011년 11월 5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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