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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from Beijing | 한석준의 유학 에세이

광활한 중국, 자동차로 어디까지 가봤니?

글&사진 | 한석준(KBS 아나운서)

2011. 11. 08

광활한 중국, 자동차로 어디까지 가봤니?

1 드라이브 중 중국 줘저우에서. 2 도로 변 풍경. 옥수수를 말리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3 중국에서는 물이 있는 곳에 항상 탑이 세워져 있다.



한국 운전면허로는 중국에서 운전을 할 수 없다. 국제 면허도 소용없다. 국가 간 상호 면허 협정이 체결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운전하려면 반드시 중국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대신 한국 운전면허가 있으면 실기 시험을 면제해준다. 한국 면허를 중국어로 번역해서 공증을 받고, 중국 공안이 지정한 병원에서 신체검사를 받은 뒤 필기시험에 통과하면 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이 필기시험이 간단치 않다는 것. 1백 문항 중 90개 이상 맞아야 합격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글로 된 시험지도 준비돼 있다는 사실. 모의 문제집을 구했더니 거의 책 한 권 분량이다. 중국 운전면허 시험에 도전할지 여부는 고민 중이다.
베이징의 가을 날씨는 눈부시게 아름답다. 사실 가을이 안 좋은 곳이 어디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베이징의 여름은 너무 덥고 겨울은 혹독하게 추워서 그런지 요즘의 선선한 가을 날씨가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이 가을, 베이징 시내를 벗어나 교외로 나가보고 싶은데 운전면허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 칭화대 환경관리학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지인이 기꺼이 동행해주었다.

고속도로를 보면 중국 경제가 보인다!
렌터카 비용은 예상 밖으로 적다. 준 중형차를 하루 동안 빌리는 데 70위안(한화 약 1만3천원) 정도. 물론 이는 230km까지고, 그 이후엔 1km에 1위안씩 올라간다. 보증금 4백 위안을 내고 차 키를 받았다. 칭화대에서 출발해 남쪽으로 방향을 잡으니 징강고속도로가 나온다. 베이징과 홍콩을 연결하는 도로다. 오르자마자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홍콩 2253km, 마카오 2292km. 다시 한 번 중국은 정말 넓은 나라라는 걸 실감했다. 도로에 2000km가 넘는 거리를 무엇 때문에 표시하는지 모르겠다. 자동차로 갈 수 있으면 가보라는 얘긴가?
중국은 경제 개발을 하면서 사회간접자본 시설을 먼저 건설한다. 그러다 보니 고속도로가 잘 정비돼 있고, 그 도로를 따라 엄청난 숫자의 화물차가 이동하며 물자를 실어 나른다. 징강고속도로에도 유난히 화물차가 많이 지나다닌다. 그만큼 경제가 잘 돌아간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처음 들른 휴게소에는 화장실 하나만 달랑 있었다. 그 옆에 천막을 치고 전과 꼬치 등 음식을 파는 노점상이 있긴 했지만 매끈하게 잘 건설된 도로나 이곳을 오가는 차량의 수에 비하면 초라했다. 예전에 버스를 타고 가다 들렀던, 우리나라와 비슷한 풍경의 휴게소와는 또다른 모습이었다.

광활한 중국, 자동차로 어디까지 가봤니?


이런저런 풍경을 보고 있노라니 중국 면허를 취득해서 자동차로 중국을 한 바퀴 돌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구석구석 숨어 있는 대자연의 보물은 물론, 나날이 발전해가는 중국의 모습과 그 이면에서 생기는 일도 좀 더 가까이 면밀하게 살펴보고 싶다. 생각만으로도 온몸이 짜릿짜릿하다. ‘아, 돈도 시간도 많이 들겠구나’ ‘그렇게 긴 휴가는 어려울 텐데…’. 일단은 그냥 상상만 하자. 꼭 한번 기회가 오길 기도하면서.



한석준 아나운서는… 2003년 KBS에 입사. 2008 베이징 올림픽 당시 현지 경기 중계를 하며 중국에 관심을 가진 후 기회를 엿보다 올 2월 중국 칭화대로 연수를 떠났다. 직장인에서 학생으로 돌아간 그는 중국에서의 유학 생활 중 느낀 점을 매달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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