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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아름다운 부부

네 아이 키우며 큰 꿈 향해 한발 한발 내딛는 정몽준 김영명 부부

“남편은 나라를 위해 일하고 싶어하는 남자예요”

글·이혜민 기자 사진·조영철 기자, 김영사 제공

입력 2011.10.18 09:20:00

목욕탕 이발소를 좋아하는 국회의원, 가족들이 모이면 별말 없이 국수만 후루룩 먹고 돌아가는 아들, 결혼 30주년 기념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소주 약속을 잡는 남편, 엄마를 대신해 입시 정보를 알아보는 아빠. 이처럼 여러 가지 모습으로 기억되는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과 부인 김영명씨를 만나 인생살이를 들었다.
네 아이 키우며 큰 꿈 향해 한발 한발 내딛는 정몽준 김영명 부부


세련된 중년여성에게 경상도 어투가 묻어나니 이 또한 기품 있게 들린다.
“아빠~ 청바지 가져왔는데 청바지 입지 그래요?” “아이들 아빠가 잘 웃지 못해요. 주변에서 재밌는 말씀을 해주셔야 웃으세요.” “아빠~ 빨리 오세요. 다들 기다리시잖아요.”
정몽준 의원(60)의 아내 김영명씨(55). 아름드리 나무처럼 큰 키를 자랑하는 그가 웃음 짓자 분위기가 한결 밝아진다. 외교관인 친정아버지(김동조 전 외무부장관)의 영향 덕분인지 남편이 현대중공업 회장, 국제축구연맹 부회장,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대선 후보 등으로 직함을 바꿀 때마다 ‘맞춤형 내조’를 완수해내는 그는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는 재주를 가졌다.
정 의원이 ‘나의 도전 나의 열정(김영사)’이란 자서전을 펴낸 기념으로 마련한 기자간담회 자리. 부인은 남편이 견해를 피력할 때면 경청하고, 자신에게 질문이 돌아오면 열심히 답하면서 곁에 있는 남편을 빛나게 했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분위기 환기 차원에서 부인에게 추석은 어떻게 보냈는지 묻자 느릿한 ‘해요체’ 말투가 돌아왔다.
“가족들과 선산이 있는 경기도 하남에 가서 성묘하고 왔어요. 추석 전날에는 친척들이 저희 집에 모여서 산소에 가져갈 차례 음식을 준비하고 송편도 빚었죠. 저희는 둥그렇게 앉아서 송편을 빚는데 사람들이 많이 모일 때면 원이 자꾸 넓어지지만 이번에는 다른 때보다 적게 모였어요. 예전에는 다 같이 모였는데 이제는 송편을 집에서 각각 따로 만드시거든요.”

아버지 돌아가신 지 10년 만에 재단 세운 이유
좌중이 집중하자 얘기는 자연스럽게 최근 화제가 된 아산나눔재단으로 옮겨갔다. 정 의원은 3월 가족들, 현대중공업 그룹과 함께 5천억원을 출연해 재단을 설립했다. 그 사실을 충분히 과시할 만한데도 특유의 담담한 어조로 재단의 의미를 이렇게 해석했다.
“아버지(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는 77년 당신이 갖고 있던 현대건설 주식의 절반인 5백억원을 출연해서 아산재단을 만드셨어요. 가난과 병고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였는데 재단을 설립한 이듬해부터 인제, 정읍, 보성, 보령 등에 병원을 세우셨죠. 금년이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10주기 되는 해인데요. 가족들이 아버지를 추모하기 위해서 사진전도 열고 음악회도 했지만, 아버지 뜻을 받들기 위해 이런 재단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 또한 많았습니다. 아버지의 시절이 가난과 질병의 고리를 끊어야 했던 때라면 지금은 교육과 소득의 불균형으로 양극화 현상이 벌어져 걱정이 많은 시기이기 때문에 그 문제를 해소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말하던 도중 아버지가 그리워졌는지 정 의원은 시선을 아래에 둔 채 “아버지가 설립한 회사들이 독립해서 잘 운영될 때, 가족 관계가 예전 같지 않을 때 아버님 생각이 많이 난다”며 말을 흐렸다. 남편이 말을 잇지 못하자 부인이 “제가 보충해도 될까요?”라면서 “아버님은 6남2녀의 맏이로서 가족들을 잘 챙기셨는데, 집안에 큰 어른이 안 계시니까 빈자리가 그만큼 크게 느껴진다”고 하자 그사이 마음을 고른 정 의원이 말을 이었다.
“저희 아버님은 강원도 시골에서 아버님 형제들뿐 아니라 할아버님 형제분들과 같이 논밭 만들면서 사셨대요. 잠결에 아버님이 할아버님과 할머님 말씀을 들었는데, 할머님이 ‘우리 자식들한테 새로 만든 논, 밭 줘야 하는데 왜 형제들한테 주느냐’고 하면 할아버님이 ‘다 같이 잘살아야 하는데 무슨 소리냐’고 역정을 내셨대요. 아버님이 그런 얘기를 두어 번 하신 걸 보면 집안을 잘 챙겨야 한다는 뜻이겠죠. 그리고 아버님은 아내가 기억하는 것처럼 청운동 길에서 내려오실 때 낙엽 밟고 싶다면서 낙엽 치우지 말라고 하실 정도로 감수성이 예민한 분이셨어요. 건설 현장에 ‘시인의 학교’ 등을 열어서 구상 선생님 같은 작가분을 모시면 그렇게 좋아하실 수가 없었죠. 작가들과 교류하는 것도 좋아하셨고요.”
그 역시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대한민국의 여느 평범한 아들이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한국의 경제를 일으킨 사람이기에 존재감이 더 크게 다가올 듯하다. 그런 아버지가 대권 도전에 실패했으니 아들로서 그 꿈을 대신 이루고 싶지는 않을까.

네 아이 키우며 큰 꿈 향해 한발 한발 내딛는 정몽준 김영명 부부


“아버님은 서당에서 3년, 초등학교에서 4학년까지 교육받은 게 전부인데도 서구적 합리적인 개인주의 사상을 많이 갖고 계셨어요. 저희 아버님의 캐치프레이즈가 ‘시련이 있을 뿐 실패는 없다’였는데 당시 대선에서는 실패하셨죠. 하지만 아버님이 대통령에 당선되려고 경쟁 후보와 싸웠다기보다 기업인은 정치인이 될 수 없다는 고정관념에 도전하신 거라고 봐요. 아버님이 그 꿈을 이루지 못하셨기 때문에 도전하는 건 아니고, 기회가 되면 저도 대권에 도전하고 싶어요. 국가에는 중요한 부분이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중심은 정치고, 제가 이 분야에서 일하는 걸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아내 대신 신문 교육 면 열심히 봐
아버지에 대한 상념이 많은 건 그만큼 아버지의 사랑을 많이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선지 정 의원은 기선(29) 남이(28) 선이(25) 예선(15) 2남2녀에게 좋은 아버지가 되려고 노력한다. 그는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려면 본인의 체력과 아버지의 무관심과 엄마의 정보력이 필요하다는데 그런 면에서 보면 나는 잘하는 것 같다”며 빙긋이 웃었다.
“장인이 외교관이셔서 이 사람(아내)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미국에서 마쳐 서울에 동창생이 거의 없어요. 엄마의 정보는 동창에게서 나오기 마련이니까, 사실상 저희는 거의 정보가 없는 셈이죠. 그래서 제 나름대로는 신문에 대학입시 관련 기사가 나오면 아이들한테 일러주려고 열심히 읽어봐요.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복잡해서 무관심할 수밖에 없어요. 그나마 다행인 건 부모가 세상 물정에 아주 어두운데도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간다는 거예요(웃음).”
부부는 자녀의 입시를 끝낸 뒤 여유를 즐길 나이지만 아직 고등학생인 막내아들이 있어서 여전히 입시전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시작해 성적이 좋아졌다는 막내는 이들에게 큰 기쁨인 듯했다. 키도 이미 정 의원을 넘어설 만큼 훌쩍 자랐다. 키 얘기가 나오자 김영명씨는 자신을 닮아 키가 큰 둘째(큰딸)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는데, 이에 질세라 정 의원이 조금은 들뜬 목소리로 딸 자랑을 이어갔다.
“큰딸이 어려서 피켜 스케이팅을 했는데, 아마 계속했더라면 김연아 선수만큼은 됐을 거예요. 그런데 겨울 시즌이 시작될 때 스케이팅 연습장에서 난로가 터지는 사건이 발생해 스케이트를 배우러 같이 간 사촌 재수가 죽었어요. 그 일로 피겨 스케이팅을 그만두고 피아노에 빠졌죠. 재즈 피아노에 빠져서 대학 못 갈 줄 알았는데 무난히 대학에 입학해서 철학을 공부하더니 어느 날 재즈를 공부하겠다고 미국에 가더라고요. 음대에 아트 매니지먼트라는 분야가 있어서 로스쿨 아니면 매니지먼트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가만히 정 의원의 말을 경청하던 김영명씨가 처음으로 말허리를 자른다. 다른 얘기할 때는 그러는 일이 없더니 아이 교육에 관해서만큼은 입김이 더 세 보였다. 정 의원이 멋쩍은 듯 웃으며 뒷머리를 매만지자 아내가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양반 말이 다 틀린 건 아니고, 아트 매니지먼트에 대해 얘기한 것까지는 맞아요(웃음). 큰아이가 워낙 음악을 좋아하는데, 음악이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니 법대에 가서 음악 저작권 문제를 다루면 어떨까 했는데 법대는 싫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경영대에서 음악 컨설팅을 공부하고 있죠.”
정 의원은 “딸아이가 예술의전당에서 인턴을 하는 동안 커튼을 올리고 내리는 일만 하고도 그다음 해에도 또 하겠다고 했다”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푹 빠진 딸 자랑을 계속했다. 그러나 정 의원이 자식들에게 권하는 직업은 뜻밖에도 기자. 세상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단다. 정 의원의 바람대로 큰아들과 큰딸은 짧게나마 기자 생활을 경험했다.
아이들이 성장한 만큼 이들 부부는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관심이 많은 듯했다. 경영 일선에서 빠져 있긴 하지만 정 의원 역시 현대가의 일원이므로 경영권 승계 문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실제로 이를 고심하고 있었다.
“대기업은 많게는 수십만 명을 고용하기 때문에 대기업 하나가 잘못되면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죠. 단지 혈연 관계라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에게 경영권을 맡기는 건 무책임한 일이에요. 본인들이 ‘내가 좋은 사람이다, 착한 사람이다, 최소한 중간 이상의 능력은 있다’를 증명해내야 경영권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네 아이 키우며 큰 꿈 향해 한발 한발 내딛는 정몽준 김영명 부부


혼사도 중요하게 여기는 문제. 김영명씨는 힐러리 클린턴의 출신 대학으로 유명한 웰즐리여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하다 정 의원의 넷째 형수인 이행자씨 소개로 정 의원과 만나 1년간 연애 끝에 결혼했다. 김씨는 “혼사는 부모가 바라는 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평생 함께 잘 살 수 있는 사람을 찾으면 좋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아이들은 이런 부모의 마음을 알까. 선거 운동하랴, 지역구 챙기랴 외부 활동에 바쁜 부모를 둔 덕분에 아이들도 덩달아 ‘공인’으로 살아야 했기에 불만이 있을 법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부모를 이해해준다고 한다. 자신들의 길을 아버지가 막지 않는 것처럼, 자신들도 정치하는 아버지를 이해하면서 아버지가 가는 길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야기 주제는 다시 정 의원으로 돌아왔다.

사랑을 전파하는 정치인 되고 싶어
자서전을 쓰면서 자신의 인생을 중간 점검했다고 말하는 정 의원. 그는 책을 쓰면서 생모에 대한 논란과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예인과의 스캔들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굳이 이 부분을 넣어야 할까 싶었지만 상대방에게 흠집을 내려고 조직적으로 유언비어를 만들어내는 세력들이 있는 것 같아서 이번에 큰 결심을 했고, 막상 쓰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무엇보다 책을 쓰면서 ‘사랑을 전파하는 정치인이 되겠다’는 인생의 지향점을 찾았다고 한다.
“아버지께서 사람이 살면서 두세 번 바뀐다고 하셨어요.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이 될 수 있다고요. 저는 제 자신이 좀 바뀌었으면 해요. 재미가 없는 편이라 재미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죠. 정치인이 불행하면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분노로 가득 찬 사람은 일을 시작할 수는 있어도 결과적으로 사회를 불행하게 만들거든요. 그래서 제 자신부터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인간관계도 잘 맺고 싶고요. 남들은 제가 자신감이 있다고 볼지 모르지만 제가 보기에 저는 소심하거든요. 제가 머리가 좋으면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겠는데 그게 쉽지 않아서 인간관계를 잘 맺는 편은 아니에요. 사람은 어떤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람을 볼 줄 아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을 보지 못하고 거꾸로 그 사람에게 반영된 자신을 보는 사람이 있다고 하잖아요. 가능한 한 자기 중심적이지 않게 사람을 보려고 노력해야죠.”
김영명씨는 “사람들은 아이들 아빠가 부잣집 아들이고, 정치인이어서 특별한 줄 알지만 실제로 만나보면 까탈스럽지 않고 소탈하다”면서 “그 오해를 깨기 위해서라도 남편에게 사람을 많이 만나라고 권한다”고 말하며 마지막까지 남편을 위한 내조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 사람을 알려면 그 사람의 친구를 보라고 하는데, 이런 부인을 보니 정 의원이 다시 보인다.
“정몽준이란 사람은 근본이 착해요. 무뚝뚝해 보이지만 장에 계신 할머니만 봐도 눈물을 흘려요. 남편은 나라를 위해 일하고 싶어하는 남자예요. 사실 저는 말리는 쪽이었는데 말린다고 말려지는 게 아니더라고요. 힘들더라도 자기 갈 길이 있다면, 나라를 위해서라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이 양반이 정치 일정을 먼저 생각했다면 월드컵을 위해 그처럼 열심히 뛰기가 어려웠을 거예요. 출판기념회 자리에서 이홍구 총리님이 ‘정몽준이란 사람은 정치가답지 않은 솔직함이 있기 때문에 정치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는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우리나라에 그런 정치인이 필요해서 그런 말씀을 하신 게 아닐까 싶어요.”

여성동아 2011년 10월 5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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