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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그날 이후

오세훈 궁금한 근황 아내 송현옥 교수에게 직접 들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후 시장직 사퇴

글·김유림 기자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동아일보 출판사진팀

2011. 09. 28

2011년 8월24일, 올 초부터 서울 시정의 발목을 잡고 있던 무상급식 찬반 논란이 결국 주민투표에 부쳐졌다. 투표 3일 전 눈물을 훔치며 ‘주민투표 실패 시 시장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친 오세훈은 결국 투표 이틀 만에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오 전 시장의 심경과 근황을 아내 송현옥 교수에게 들었다.

오세훈 궁금한 근황 아내 송현옥 교수에게 직접 들었다


올여름 서울시를 뜨겁게 달궜던 ‘무상급식 찬반 논란’이 결국 투표에 붙여진 날, 오세훈 전 시장(50)과 그의 아내 송현옥 세종대 교수(50)는 이른 아침 혜화동 주민센터에 모습을 드러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오 전 시장은 “투표율 33.3%에서 단 1%라도 부족해 개함을 하지 못하면 대한민국 미래 복지의 향방을 판단해볼 기회를 상실하고 만다”며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날”이라며 읍소하듯 말했다. 하지만 이날 투표함은 끝내 열리지 못했고, 오세훈은 이틀 뒤 주민투표 패배의 책임을 지고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오 전 시장은 지난해 6·2 지방 선거 때 한명숙 민주당 후보를 0.6% 차이로 제치고 재선에 성공했지만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한 시의회와 대립하면서 시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지난해 12월 민주당이 전면 무상급식 조례안을 일방 처리하자 주민투표를 제의하고 대선 불출마와 시장 직 사퇴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일각에서는 그가 서울시 예산의 0.3%밖에 안 되는 무상급식 비용을 두고 시장직 사퇴라는 무리수를 띄우자 ‘그럴 필요까지 있나.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오세훈은 하루아침에 야인이 됐다. 8월24일 그날 이후, 그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오히려 속상해하는 아내 위로한 오 전 시장
추석 연휴가 끝난 바로 다음 날, 누구보다 그의 심정을 잘 헤아리고 있을 부인 송현옥씨를 만나러 송씨가 출강하고 있는 세종대 영화예술학과로 찾아갔다. 그는 갑작스런 기자의 방문에 다소 당황해했지만, 잠깐의 대화를 수락하며 기자를 자신의 방으로 안내했다. 물론 정식 인터뷰가 아니라는 단서를 달았다.
7년째 사용 중인 교수실은 모던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였다. 특히 방 가운데 놓인 카키색 패브릭 소파는 세련된 이미지의 송 교수와 잘 어울렸다. 송 교수는 방금 내린 진한 커피 한 잔을 건네며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는데 어떡하냐”며 미소를 지었다. 아직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때라 섣불리 얘기하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마침 이날 신문에는 오세훈 전 시장이 5년 임기 동안 서울시 빚을 3배로 불려놨다는 기사가 보도된 참이었다.

오세훈 궁금한 근황 아내 송현옥 교수에게 직접 들었다


▼ 투표일 마음이 많이 착잡하셨을 것 같습니다. 이후 오세훈 전 시장님께서는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 궁금한데요.
“잘 지내고 있어요. 다들 염려해주신 덕분에요(웃음). 근데, 아직은 말씀을 많이 못 드릴 것 같은데….”
▼ 추석은 잘 보내셨나요? 아무래도 올해는 분위기가 예전과는 조금 달랐을 것 같네요.
“아니에요. 부모님도 계시니까, 저희 집에서 차례 모시고 평소와 같이 편하게 잘 지냈어요.”
▼ 추석 때 교수님은 카자흐스탄에서 공연을 하셨죠(송현옥 교수는 현재 극단 물결 대표를 맡고 있다). 공연은 잘 마치셨나요.
“네. ‘5분간의 청혼’이라는 작품인데, 안톤 체호프의 ‘벚꽃동산’의 한 장면을 1시간으로 각색했어요. 주인공 로파힌이 바랴에서 청혼을 하려다가 정작 하고 싶은 말은 꺼내지도 못한 채 시간만 보낸다는 내용이에요. 원작에서는 5분밖에 안 되는 상황이지만 저는 그 사이에 심리적인 시간을 추가했어요.”
▼ 오 전 시장께서 투표일 앞두고 많이 야위셨던데 요즘 건강은 어떠신가요?
“남편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건강한 사람이고 또 워낙 자기 관리가 철저해서 걱정 안 해요. 지금은 어쨌든 일하라고 뽑아주신 시민들께 죄송한 마음이 크죠.”



오세훈 궁금한 근황 아내 송현옥 교수에게 직접 들었다

무상급식 논란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선택한 주민투표. 하지만 이로 인해 오세훈은 시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나야 했다.



▼ 투표율을 채우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크실 것 같은데요.
“누군가가 희생해서라도 한 번쯤은 국민들에게 정책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했다는 것에 만족해요. 앞으로 정치권에서 복지든 정책이든 문제 제기를 할 때 국민들이 그냥 수수방관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이 문제를 사회적으로 환기시켜야 한다는 의무감에 주민투표를 선택한 것인데, 그것 말고는 다른 이유가 없는데 자꾸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니까 속상한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제가 옆에서 끙끙 앓으면 오히려 남편이 위로해줘요. 지금은 의연하게 있자. 당장은 아니더라도 나중에는 다 알게 될 거다. 일희일비하지 말자고요.”
▼ 그동안 남편의 선거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정치 문제에서 늘 한 발 물러서 있었던 걸로 아는데, 그래도 이번 일은 꽤나 속상하셨던 모양입니다.
“남편 일에 관여하지 않는 건 지금도 같아요(웃음). 하지만 오해를 받으니까 가족으로서 속상하지 않을 수 없죠. 제가 감정적으로 치우칠까봐 남편은 괜히 어디 가서 이런저런 얘기하지 말라고 해요(웃음). 나중에 인터뷰를 정식으로 할 때 긴 보따리를 풀어놓을게요.”

강북에 전셋집 구하고 새 출발
▼ 사퇴와 동시에 어디로 이사를 가실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아직은 혜화동 공관에서 지내시나요?
“네. 아직 그곳에 있고요. 며칠 전 새집을 구했어요. 광진구 자양동으로 오기로 했어요. 아파트고, 전세로 가야죠 뭐.”
▼ 학교와 가까워서 교수님 출퇴근이 편하시겠네요. 언제 이사하시나요.
“현재 그쪽에 살고 계신 분들이 있어서, 10월 초나 돼야 할 것 같아요.”
▼ 사실 정치인에게 집은 단순히 물리적 주거 공간이 아니잖아요. 재기의 터전을 다지는 공간으로도 볼 수 있는데요. 앞으로 정치는 계속하실 건가요?
“남편이나 저나 내일 일은 아무도 장담 못 한다는 생각이에요. 섣불리 말씀드리기 힘들어요. 그냥 오늘을 열심히 살게요(웃음).”
유능하고 잘생긴 법조인이자 방송인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오세훈은 2000년 한나라당에 입당하면서 정치 인생을 시작했다. 평소 애처가로 소문난 그는 아내의 사회 활동도 적극 지지해왔다. 오세훈은 과거 ‘여성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아내가 자신이 연출한 연극을 무대에 올리느라 선거운동을 돕지 못한 것에 대해 서운해하기는커녕, 아내의 연극 연습에 가보지 못한 것을 미안해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아내에게 연극 연출은 천직인 것 같다. 어릴 때부터 봐왔지만 아내는 예술적·문학적 직관력이 뛰어나다. 이런 사람의 재주를 사장시켜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내를 치켜세웠다.
오세훈·송현옥 부부는 고등학생 시절 함께 과외를 받으며 친구가 됐고 이후 고려대 캠퍼스 커플로 발전, 스물네 살 이른 나이에 결혼했다. 슬하에 두 딸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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