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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Green Life

행복한 추석 보내기 프로젝트

삼척산골 아낙네가 보내온 편지

기획·한여진 기자 글&요리&제작·김희진 사진·박정용

2011. 09. 01

행복한 추석 보내기 프로젝트


구름을 가득 품은 하늘은 한 달여 동안 햇빛 한 번 안 비치고 비만 뿌렸습니다. 밭의 작물들이 예년 같지 않다는 동네 어르신들이 한숨 섞인 말씀을 합니다. “하루이틀이라도 햇볕을 잘 쬐면 옥수수가 제법 클 텐데” 하시며 말입니다. 그래도 8월 초순이 지나면서 매미 소리도 제법 들리고 눈부신 햇살이 비치는 무더운 여름 날씨가 돌아왔습니다. 벼에 이삭이 패고 집 옆 밤나무와 감나무에는 아이 주먹만 한 밤송이와 감이 줄줄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곧 추석인데, 그래도 추석에는 먹을거리가 풍성하겠죠. 추석이면 부모님은 한 해 동안 땀 흘려 키운 벼를 베어 말린 햅쌀로 밥을 짓고 떡을 빚으며 추석을 맞으십니다. 저도 시골로 와서 직접 벼를 심고 수확을 해보니 추석의 느낌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어린 시절 제가 기억하는 추석은 참 신나는 날이었습니다. 제 고향은 친척들이 함께 모여 사는 집성촌이라 명절이 되면 마을 전체가 북적거렸죠. 제일 큰집에서 제사를 먼저 지내고 마지막으로 할머니네에서 제사를 지냈는데 좁은 시골집에 사람들이 다 들어가지 못해 마당에 멍석까지 깔고 제사를 지냈답니다. 50명이 넘는 친척들이 아침 식사를 함께 하고 성묘도 갔답니다. 한 시간도 더 걸어야 했지만 코스모스 만발한 시골길을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 걷다 보면 콧노래가 절로 났습니다. 게다가 선산에는 밤나무가 가득해 성묘는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밤 줍기에 연신 정신을 팔았죠.
무엇보다 추석에는 송편 빚는 것이 재미있죠. ‘예쁘게 빚는다’는 할머니의 칭찬을 듣고 싶어 온 신경을 집중해 송편을 빚곤 했답니다. 제게는 신나던 추석, 어머니는 어땠을까요? 어쩌면 며느리로서 맞이했던 어머니의 명절은 저와는 다른 명절이었을지 모른다는 것을 제가 며느리가 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바느질할 때 라디오를 즐겨 듣는데 설이든 추석이든 명절을 전후해 빠지는 않는 이야기가 명절 증후군입니다. 이 땅의 며느리들의 고충은 너나 할 것 없고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옛 여인들은 물레질을 하면서 ‘고초 당초 맵다 해도 시집살이만 못하더라’며 시집살이의 힘듦을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오곡백과 풍성한 추석이라 한들,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들이 모여 애틋한 정을 나누는 명절이라 한들, 가족 간의 신경전이 오가고 손 끝에 물 마를 새 없이 일해야 한다면 차라리 어디라도 아파서 혼자 조용히 지내고 싶지 않을까요? 그러나 어쩝니까? 명절이 어느 한 해 건너뛰고 오는 것도 아니고 현명하게 즐기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요. 시댁에 가기 싫다, 명절 음식 하다 죽겠다 투정 부리기 전에 나에게 맞는 ‘행복한 명절 보내기 프로젝트’를 한번 구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저는 추석에 찾아오는 조카를 위해 절편옥수수피자를 만들고,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들에게 예쁜 수를 놓은 행주를 선물할 계획입니다. 제 작은 선물이 받는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길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행복한 추석 보내기 프로젝트


★ 해피 추석 프로젝트 01
절편옥수수피자 만들기
저희 부부는 떡을 좋아하지 않아서 명절이 지나면 항상 냉동실에 떡이 가득합니다. 엉망진창이긴 하지만 집 앞 밭에는 옥수수, 감자가 둘이 먹고 남을 만큼 충분하고, 텃밭에는 토마토와 피망도 탐스럽게 영글고 있네요. 이 재료들로 뭘 만들어볼까 고민하다가 ‘절편옥수수피자’에 도전해봤어요. 쫀득한 절편을 피자 도우 삼아 밭에서 바로 딴 옥수수와 감자, 토마토 등을 올리니 그럴싸한 피자가 완성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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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재료
옥수수, 절편, 감자, 피망, 토마토, 피자소스나 토마토케첩, 피자치즈

1 냄비에 옥수수가 완전히 잠길 정도의 물을 붓고 금방 딴 옥수수는 30분, 하루 이상 지난 것은 1시간 정도 찐다.
2 절편은 사방 5cm 크기로 자르고 두꺼우면 절반으로 가른다.
3 절편 위에 감자를 얇게 저며 썰어 올린다.
4 감자 위에 피망과 토마토를 잘게 썰어 올린다.
5 피자소스나 토마토케첩을 뿌리고 찐 옥수수 알을 하나씩 뜯어서 올린다.
6 피자치즈를 듬뿍 올리고 오븐이나 전자레인지에 익히면 절편옥수수피자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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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피 추석 프로젝트 02
화사한 꽃 주방 밸런스 만들기
주방이 화사하면 명절 음식을 만들 때도 기분이 좋겠죠? 부엌 창의 오래된 밸런스를 떼어내고 천연염색한 천으로 예쁜 밸런스를 만들어 달기로 했어요. 하얀색 옥사 천 아래에 천연염색한 천을 잇고 꽃수를 놓으면 돼요. 명절 요리하다 지치고 힘들 때 한 번씩 보면 기운이 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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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재료 흰색 옥사 36×150cm, 색깔 있는 옥사, 펜, 자, 가위, 면실, 바늘

1 흰색 옥사는 36×30cm 크기 세 장으로 자른다.
2 색깔 있는 옥사는 원하는 길이로 잘라 ①의 아랫단에 곱솔(솔기를 두세 번 곱게 박는 것)로 조각을 잇는다.
3 ②의 테두리 네 면은 두 번 접어 박는다.
4 나머지 옥사로 12×20cm 크기의 끈 9개를 만든다. 반으로 두 번 접어 끝 부분을 박은 뒤 밸런스 위에 박는다.
5 ④의 원하는 부분에 꽃을 수놓는다. 줄기는 면실로 홈질하고 꽃은 분홍색 옥사를 꽃 모양으로 잘라 프렌치노트 스티치로 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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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피 추석 프로젝트 03
꽃 행주 만들기

행복한 추석 보내기 프로젝트


오가닉 거즈 천에 레이스를 단 뒤 꽃수를 놓아 예쁜 행주를 만들었어요. 명절에 찾아오는 친척과 지인들에게 하나씩 선물하려고요. 주방 일을 하면서 사용하면 기분이 절로 좋아질 것 같죠? 얇은 거즈 천에는 커다란 수보다 작고 앙증맞은 수가 잘 어울려요.

준비재료 2겹의 거즈 천, 레이스, 펜, 자, 가위, 실, 바늘

1 거즈 천은 사방 35cm 크기로 잘라 테두리를 오버로크한다.
2 레이스를 행주 테두리에 길이로 잘라 박는다.
3 꽃을 수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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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씨(40)는…
강원도 삼척 산골로 귀농해 남편은 천연염색을 하고, 그는 규방공예를 하며 살고 있다. 초보 시골 생활의 즐거움과 규방공예의 아름다움을 블로그(http://blog.naver.com/meokmul)를 통해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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