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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with Specialist | 박훈희의 섹스 코치

내 남자에게 비아그라를 건네자

사진제공·REX

2011. 08. 31

성기능 장애를 겪고 있는 남자는 여자에게 공격적이다. “너는 왜 그렇게 밝히냐?”라고 따진다. 그런 그에게 오늘 밤 비아그라를 선물하면 어떨까? 비아그라를 나눠 먹고 이 세상 최고의 섹스를 경험한다면 그가 오히려 섹스 밝히는 남자로 돌변할지도 모른다.

내 남자에게 비아그라를 건네자


내 직업에 섹스 칼럼니스트라는 꼬리표를 달면서 재미있는 일이 많아졌다. “패션지 기자예요”라고 소개할 때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던 남자들도 “섹스 칼럼을 써요”라고 부연 설명을 하면 갑자기 의자에서 등을 떼고 몸을 테이블 앞으로 붙이면서 “좀, 상담할 게 있는데”라며 말을 붙인다. 내게 연애 고민을 털어놓는 남자도 있고, 술을 청하며 내 반응을 살피는 남자도 많다. 섹스 칼럼니스트와의 대화 혹은 섹스를 기대하는 것이다. 물론 음담패설을 길게 늘어놓는 남자도 있고, 심지어 연하의 남성들에게서는 “누나, 저 잘 못해요. 가르쳐주세요”라며 섹스 제안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남자가 아닌 기업 홍보업체에서 재미있는 정보를 받았다. 입에서 녹는 발기부전 치료제가 출시됐다나? 물을 마시지 않아도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는 발기부전 치료제를 만들었단다. 그걸 섹스 칼럼니스트인 내게 알리기 위해 그들은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왔다. “리서치를 해보니 남자들이 여자 앞에서 발기부전 치료제 먹는 걸 부끄러워한대요. 그래서 몰래 먹고 싶어도 물이 필요하니 그게 쉽지 않았던 모양이더라고요. 그래서 약 자체를 포기한대요. 그런데 이 제품은 섹스 15분 전에 입에 넣으면 바로 녹으니, 남자들에게 심리적인 안정까지 주는 셈이죠”라는 말을 전하기 위해서 말이다.
의아했다. 남자가 발기부전 약 먹는 걸 부끄러워한다고? 그래서 몰래 먹는다고? 하하. 남자들이 그런 시도를 해왔다니, 그 노력이 가상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가 내 안으로 들어온 지 2분도 채 안 돼 사정을 한 순간 ‘아, 이 남자, 참! 비아그라라도 먹지!’라고 생각한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남자들이 여자 앞에서 약을 먹는 데 수치심을 느낀다는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그렇다면 그 남자도 내 앞에서 약 먹는 타이밍을 놓친 것일까? 비아그라 먹는 것보다 2분도 안 돼 사정하는 게 여자에게 더 아쉬운 일이라는 걸 그는 몰랐던 걸까? 그러자 ‘그를 다시 만나면 새로 나온 발기부전 약을 몰래 먹여볼까?’ 하고 상상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아쉽게도 나는 아직 이런 일로 약을 먹어본 경험이 없다. 하지만 ‘한번 먹어볼까?’ 생각해본 적은 있다. 질의 흥분도를 높여주는 여성용 비아그라도 있다고 하지 않나. 때로는 남자용 비아그라가 여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상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고의 섹스를 위해 비아그라를 먹는다는 사실 자체에 수치감이 동반될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간 나는 성기능 약한 남자들의 자격지심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비아그라를 먹어서라도 여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 남자는 ‘고마운 남자’일 것이다. 그러나 어디 현실이 그런가. 대부분의 남자는 섹스를 서둘러 끝내곤 “미안해”라고 사과하는가 하면 “넌 왜 느끼지를 못하냐? 널 만족시킬 때까지 피스톤 운동을 하는 건 힘들어!”라고 적반하장의 태도를 취한다. 발기부전이면서도 “이상하게 널 보면 흥분이 안 돼”라고 말해서 여자의 자존심을 짓밟는 남자도 있다.

새로운 섹스 제안과 함께 발기부전 치료제를…

내 남자에게 비아그라를 건네자


사실 남자가 극단적인 말을 하지 않고 그저 “미안해”라고 얼버무리기만 해도 여자는 상처를 받기 마련이다. 여자는 ‘어느 날부터 그의 페니스가 잘 서지 않아. 오럴 섹스를 해주고 일으켜 세우면서도 어찌나 자존심이 상하는지! 이제 내가 섹시하지 않은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도 많다. 한 친구는 “내가 살쪄서 그런가? 그가 나와 섹스를 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어. 미안하니까 전희는 열심히 하는데 막상 피스톤 운동을 시작하면 금방 끝나버리더라고. 그는 나를 보면서 성욕이 생기지 않는 걸까?”라며 고민을 토로하기도 한다. 심지어 “서로가 피곤하니까 섹스가 재미없어졌어. 의무감에 섹스를 하는 거지 즐기는 기분이 아니랄까? 전희도 대충 하고, 피스톤 운동도 체력이 닿는 만큼만 짧게 하고, 사정하면 각자 옷 입고 끝내지. 그러니 나는 섹스를 하는 게 아니라, 그를 위해 그냥 몸을 대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치 ‘섹스돌’처럼 말이지”라고 자조 섞인 고백을 털어놓기도 한다. 남자가 성기능 장애를 겪으며 혼자 힘들어하는 동안 여자도 상처를 받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내 남자의 성기능이 약해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들은 왜 스스로 성기능 보조제를 먹지 않는 걸까? 아니, 그들은 왜 비뇨기과에 가지 않는 걸까? 그러고는 왜 여자를 나무라는 걸까? 사실 남자의 조루는 여자의 만족도에 의해 결정된다. 단 5분의 피스톤 운동으로도 여자가 오르가슴을 느끼면 남자는 조루가 아닌 것이고, 30분 동안 피스톤 운동을 계속해도 여자가 오르가슴을 못 느끼고 “조금만 더”를 외치면 남자는 조루가 된다. 그러니 남자의 성기능 장애는 여자의 밝힘증으로 돌변하게 되고, 둘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다.
내 남자가 성기능이 약하다면 그와 함께 발기부전 치료제를 먹고 즐거움을 찾아도 좋다. 비아그라 한 알이면 섹스가 즐거워질 수 있는데 왜 그것을 포기하는가? 그가 자존심 상해할까 봐? 오, 노! 비아그라를 내놓는 여자의 손길이 도리어 유혹적이다. 중요한 것은 남자의 성기능 장애를 여자가 어떤 태도로 받아들이는가다. 여자가 ‘짜증 날 일’이라고 생각하면 남자도 상처 받고 오히려 여자에게 공격적으로 돌변하지만, 여자가 “오늘 밤 비아그라 어때?”라고 유혹하면 남자도 여자와 함께 노력하게 된다. “비아그라를 먹으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라고 꼬드기는 여자에게 넘어오지 않을 남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만약 남자가 여자의 섹시한 유혹조차 거절한다면, 그 남자는 성기능 장애가 아닌 다른 문제가 있을지 모른다. 비뇨기과 원장인 친구는 “요즘은 약으로 해결 안 되는 게 거의 없어. 병원에 와서 처방만 받으면 성기능 장애는 거의 해결된다고!”라며 병원에 오지 않는 남자들을 안타까워한다.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생각했다. 여자가 대신 처방 받으면 안 되나요?



박훈희씨는… ‘유행통신’ ‘앙앙’ ‘얼루어’ 등 패션 매거진에서 10년 넘게 일했고, 현재는 ‘CJ E·M’에서 콘텐츠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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