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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메시’ 꿈꾸며 FC 바르셀로나 유소년 축구 팀 입단 이승우 선수와 가족 이야기

글·구희언 기자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11.08.17 14:23:00

세계적인 명문 축구단 FC 바르셀로나 유스 팀에 한국인 선수가 입단했다. 지난해 백승호 선수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 FC 바르셀로나의 간판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 역시 유스 팀 출신. 명문 구단에 입단한 이승우 선수와 그의 가족을 만났다.
한국의 ‘메시’ 꿈꾸며 FC 바르셀로나 유소년 축구 팀 입단 이승우 선수와 가족 이야기


“우리 아들이 해냈구나 생각했어요.”
이승우군(13·광성중)이 명문 구단 FC 바르셀로나 유스 팀에 입단했다는 소식에 아버지 이영재씨(45)와 어머니 최순영씨(44)는 세계적인 축구선수를 꿈꾸는 아들의 꿈에 한 발짝 다가선 거 같아 기뻤다고 했다. 최씨는 “무대가 넓으면 선택의 폭도 넓어지기 때문에 승우의 능력을 꽃피울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며 설레고 벅찬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승우군은 “FC 바르셀로나 입단 제의가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진짜라서 빨리 가고 싶다는 생각을 줄곧 했다”고 말한다.
“처음부터 FC 바르셀로나에 가고 싶었어요. 올해 3월에 스페인에 갔다 왔거든요. 20여 일간 FC 바르셀로나의 13세 이하 유소년 팀 소집에 참가해 적응 과정을 거쳤는데, 얼른 팀에서 본격적으로 뛰고 싶어요.”

축구 시켜달라며 울고불고 떼쓰던 아이
승우는 ‘공’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축구공뿐만 아니라 농구공, 배구공 등 공이라면 사족을 못 썼다. 어머니 최씨는 “승우가 축구를 시작한 건 우연한 계기였다”고 말했다.
“큰아들 승준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축구 클럽에 등록시켜달라고 조르더라고요. 축구 클럽에 다니는 아이들이 입고 다니는 유니폼이 멋있어 보였나 봐요. 그래서 아이들을 ‘안양 유소년 축구 클럽’에 데려갔어요. 저는 축구는 주말에만 하는 거고 그 나이 남자 아이들은 운동도 하고 하니까 한번 다녀보라고 했죠. 승우는 그때 아직 유치원생이라 축구를 시키려고 데려간 건 아니었죠. 처음에 승우한테는 하지 말라고 했어요. 제가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을 데리러 가야 하는데 큰 아이랑 작은 아이랑 수업 시간대가 너무 다르더라고요. 그랬더니 그 자리에서 자기도 축구 시켜달라고 울고불고 떼를 쓰는 거예요. 들어주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었죠.”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승우를 보냈는데, 막상 그곳에서 ‘너무 잘한다, 저런 아이 처음 봤다’고 하니까 아버지 이씨는 붕 뜬 기분이었다고 했다.
“승우는 공에 대한 집착이 강해요. 지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승리욕이 강했어요. ‘절대 지면 안 된다’라고 말한 적이 없어요. 집에서 저랑 승준이랑 셋이서 놀아도 항상 승우가 이겨야 그 게임이 끝나요. 씨름이든 페널티킥 넣기 시합이든 그날은 승우가 이겨야 게임 오버예요.”
옆에서 듣고 있던 승우가 “다는 아니고 축구 할 때만큼은 욕심이 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운동선수로 아이를 키운다는 건 어떻게 보면 부모에게 모험일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승부수를 던졌다. 최씨는 “하지만 이렇게 선수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집안이나 친지 중에 운동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거든요. 아이 아빠도 운동을 보는 건 좋아하지만 축구를 해본 적이 없죠. 남자아이기도 하고 그냥 취미로 시킨 축구였어요. 공부에 대한 미련도 있어서 일단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보자 생각했죠.”
그러나 아들이 축구에 재능을 보이기 시작하자 사정이 달라졌다. 좀 더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했다. 이씨 부부는 아이를 무작정 외국으로 보내기보다 돌발 상황이 생겨도 달려갈 수 있도록 포천에 자리한 ‘김희태 바르셀로나 축구 학교’로 아이를 보냈다.
“2004년 여름에 아이들이 독일에서 3개월간 축구를 배운 적이 있어요. 그런데 독일에서 축구선수로 계속 활동하려면 유년기 내내 부모가 붙어 다녀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그때만 해도 브라질로 축구 유학을 보내는 게 유행이었어요. 본격적인 축구 유학을 보내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 박지성 선수의 스승인 김희태 축구감독이 운영하는 축구 센터가 생겼다고 해서 찾아갔어요. 유소년 훈련 시스템이 잘돼 있어서 아이들을 그곳에 보내기로 했죠.”

한국의 ‘메시’ 꿈꾸며 FC 바르셀로나 유소년 축구 팀 입단 이승우 선수와 가족 이야기

이승우군(아래)과 네 살 터울의 형 승준군.



하지만 최씨는 한때 아이들에게 운동선수의 길을 걷게 한 것을 후회했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의 큰아들 이승준군(17·광명공고)도 축구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큰 아이가 적응을 못하더라고요. 공을 찰 때는 괜찮은데 운동장만 나오면 계속 엄마 찾고, 바깥 생활에 적응을 못하는 거예요. 몇 주 동안은 아이를 달래기도 하고 윽박지르기도 했죠. 운동선수가 정신력이 강하지 않으면 어떻게 성공하겠느냐면서 말이에요. 당시 센터가 포천에 있었는데 거기에서 집인 안양까지 차로 두 시간도 더 걸리거든요. 토요일마다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오는데 속이 너무 상하더라고요. 사람들이 비아냥거리는 것 같았어요.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초등학생한테 그렇게 축구를 시키느냐고.”



축구 교육 위한 ‘맹모삼천지교’
결국 최씨는 용단을 내렸다. 포천에 집을 얻어 1년 동안 두 아들과 살았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마음 놓고 축구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
“유학 아닌 유학이었죠. 즐거웠어요. 아이들과 같이 학교 다니면서 운동하고 그랬어요. 축구 경기가 없는 주말에는 아이들이 집에 돌아오는 시간도 힘들어 할까봐 저희 부부가 포천에 가서 생활했어요. 고등학교 1학년이 되니까 큰 아이도 적응했고요. 승우는 그때가 초등학교 1학년인데 꼬마가 축구공 가지고 운동장을 뛰어다니니 주변 사람들 눈에 얼마나 예뻤겠어요. 신동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죠.”
5학년 때 ‘수원 홍명보 어린이 축구교실’에서 1년여 축구를 배운 승우는 5학년 말 서울 대동초등학교로 전학을 갔다. 대동초등학교는 초등축구의 명문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매년 전국 규모의 초등학교 축구대회에서 선전하는 축구 강호로 지난해 FC 바르셀로나 유스 팀에 입단한 백승호 선수(14)가 승우의 1년 선배. 최씨는 “승우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대동초등학교 코치가 스카우트하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승우의 원래 이름이 정수예요. 개명하고 학교에 가니 처음에 코치들이 못 알아보더라고요. 승우라는 아이의 플레이는 분명히 그전에 봐둔 정수랑 비슷한데 이름이 다르니까요. 만약 승우가 계속 축구 센터에만 있었다면 ‘다논컵’에 나갈 기회도 없었을 거예요. 돌이켜보면 운도 많이 따랐죠. 타이밍도 중요했고요.”
승우는 이견 없는 최고의 스트라이커다. 초등부 주말 리그 서울 서부 리그에서 16경기에 출전해 28골을 사냥해 득점왕이 됐다. 2010 ‘동원컵 왕중왕전’에서도 6경기에 출전해 11골을 뽑아내 득점왕에 올랐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다논 네이션스컵’에서도 득점왕을 차지했다. 다논 네이션스컵은 2002년 국제축구연맹(FIFA)의 승인을 받은 공신력 있는 어린이 축구대회로 유소년 축구대회 중 가장 높은 위상을 자랑한다. 승우가 속한 대동초등학교는 비록 결선 리그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팀에서 나온 16골 중 12골을 그가 넣었다. 8경기에 경기당 15분인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집중력이다.
바르셀로나에서 온 스카우터가 그의 경기를 직접 관전했다. 그러고는 스태프와 감독에게 스카우트를 제의했다. 유명 구단의 첫 공식 제의였다. 이후에도 레알 마드리드, 독일 분데스리가 등 유수의 축구단에서 승우에게 관심을 보였다. 계약 조건도 좋았지만 같은 한국인 백승호 선수가 뛰고 있다는 점에서 FC 바르셀로나를 택했다. 전액 장학금을 받고 FC 바르셀로나 유스에 입단한 승우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축구공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게 된다. 이씨 부부는 “학교도 보내주고 생활비도 준다”며 “승우가 정말 효자”라며 입을 모았다.
그는 1년 먼저 입단한 백 선수와 스페인에서 한솥밥을 먹게 됐다. 승우는 “대동초로 전학한 시기가 5학년 말이어서 백승호 선수와 함께 경기할 기회는 없었다”고 했다.
“승호 형은 대동초 시절 아는 형 정도였다가 바르셀로나에서 다시 만났어요. 오랜만에 보니까 조금 어색하더라고요. 그래도 한국인이 둘뿐이라 의지가 될 것 같아요.”

FC 바르셀로나의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에 반해

한국의 ‘메시’ 꿈꾸며 FC 바르셀로나 유소년 축구 팀 입단 이승우 선수와 가족 이야기


아버지 이씨는 FC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의 장점으로 “기본부터 체계적으로 가르쳐주는 시스템”을 꼽았다.
“FC 바르셀로나 유스는 세계적인 팀이고 선망의 대상이잖아요. 유소년 팀 중에서도 아이들이 기본부터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고 들었어요. 물론 자기가 가서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요. 자기 연령대에 맞는 체계적인 교육과 기본기 위주로 가르쳐주니까, 빨리 습득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죠. 감독님도 유능하고, 관리가 잘되는 학교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대회에 나가도 먹는 것부터 잘 챙겨 주고요.”
이씨 부부는 아들을 따라다니다 보니 어느새 ‘축구 도사’가 됐다. 조기축구회도 나가지 않지만 축구 이론만큼은 전문가 수준. 이씨는 경기가 있는 날엔 일이 통 손에 잡히지 않아 경기장이 어디든 현장으로 가야 속이 편하단다.
“시간이 갈수록 무엇이든 함께하는 것이 우리 집의 자연스러운 생활습관이었어요. 4~5년 정도는 축구에 미쳐 산 것 같아요.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가족 모두가 소풍 가는 기분으로 그날을 기다렸죠. 경기를 보고 느낀 걸 끝나고 나서 아이에게 얘기해줘요. 아이 엄마가 상황 상황에 대해 느낌을 이야기하는 편이라면 저는 어느 부분을 꼬집어서 이런 게 어땠다고 구체적으로 말해주는 편이에요.”
최씨는 “경기를 보면 그날 못한 게 눈에 더 들어온다”며 말을 이었다.
“부모라고 마냥 잘하는 점만 보이는 건 아니에요. ‘저 상황에서 바로 골대로 향해 찼다면 골인인데 왜 패스를 했을까?’ ‘돌파하지 말고 이렇게 해보지’ 하고 상황별로 이야기를 하죠. 그렇게 말하면 승우가 안 듣는 척하거나 ‘엄마는 알지도 못하면서’라고 하면서도 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요.”
그에게 개명한 이름인 승우의 뜻을 묻자 “집에서는 ‘승리하고 우승하자~’로 통한다”며 “아이가 자기 색깔대로 경기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테베즈 선수를 좋아해서 테베즈 같은 선수가 되면 좋겠다고 했지만, 제2, 제3의 누구보다는 그냥 이승우로 불리면 제일 좋겠죠. 하고 싶던 축구를 한다는 자부심으로 아무리 힘든 훈련이라도 포기하지 않는 근성으로 늘 리더로 인정받는 아이가 되면 좋겠어요.”
최씨는 큰아들에 대한 미안함도 전했다.
“시행착오라는 게 있잖아요. 큰 아이를 키우며 했던 시행착오를 줄이려고 승우를 더 단련시켰던 것 같아요. 부모가 운동을 시킬지, 아니면 접고 공부를 시킬지 고민하는 단계가 오게 마련인데. 결정하려면 빨리 결정하고, 한번 어떤 길을 가기로 마음먹은 뒤에는 아이가 잘할 수 있도록 묵묵히 도와주는 게 부모의 노릇이라고 생각해요. 아이에게 유행에 맞는 옷이 아닌, 딱 맞는 옷을 입힐 수 있는 용기를 가진 현명한 엄마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승우도 “축구선수 박지성과 테베즈, 루니를 좋아한다”며 “그들의 투지 넘치고 적극적인 경기력, 팀에 기여하는 부분을 닮고 싶다”고 했다. 8월26일 스페인행 비행기에 오르는 그를 기다리는 건 장밋빛 미래 못지않게 혹독한 약육강식의 세계다. 이날 만난 소년은 굉장히 단단해 보였다. 어려움이 닥쳐도 쉽게 흔들리지 않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승우는 “앞으로 최대한 빨리 1군 무대에 서서 승호 형과 같이 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씩 웃었다.

여성동아 2011년 8월 5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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