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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오랜만입니다

국민 MC 원종배 오진 때문에 4년 동안 암 키우다 웃음 되찾은 사연

글·이혜민 기자 사진·문형일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11. 08. 17

원종배 아나운서가 웃음을 되찾았다. 그는 3년 전부터 방광암으로 투병 생활을 했는데 지금은 많이 호전돼 전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남편의 병이 완치되면 힘들었던 속내를 털어놓겠다는 원종배 아나운서의 아내를 만났다.

국민 MC 원종배 오진 때문에 4년 동안 암 키우다 웃음 되찾은 사연


늘 젊은이들과 함께 방송을 했기 때문일까. ‘비바청춘’ ‘중학생 퀴즈’ ‘EBS 장학퀴즈’ 등을 진행한 아나운서 원종배씨(57)는 언제나 청년처럼 해맑아 보인다. 부드러운 목소리와 선량한 미소가 그의 트레이드마크. 10년간 KBS ‘사랑방중계’를 성공적으로 이끌다 생활교육과 의료건강 방송 채널을 운영한 원종배 아나운서가 브라운관에서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자 많은 사람들이 그의 안부를 궁금해하고 있다.
그런 그가 7월 초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2008년 방광암에 걸려 투병생활을 했는데 지금은 거의 완치됐고, 현재는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는 안부를 전해왔다. 그는 2008년 1월부터 항암 치료를 받고 그해 7월에 수술을 했는데 2009년 말 완치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방광암 4기 발병 사실을 알려주던 주치의가 “앞으로 2년 정도 살 것 같으니 준비하라”고 했을 만큼 심각한 상태였지만 지금은 의사조차 놀랄 정도로 회복 속도가 빠른 편이다.
현재 그는 3개월에 한 번씩 검진을 받고 있는 상태. CT(컴퓨터 단층 촬영)와 PET(양전자 단층 촬영), 뼈 스캔, 방광 내시경 검진을 병행하는 것뿐이지만 방사선 노출량이 많아 검진받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그럼에도 원종배 아나운서는 “검사만 받고 병원을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기 때문에 힘들어도 기쁜 마음으로 검진을 받는다”고 밝혔다.
그가 병을 이겨낸 비결은 간단하다. 의사가 하자는 대로 따르고, 반드시 나을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치료에 전념한 것. 또 비뇨기에 좋다는 건강보조식품을 3년째 정해진 시간에 복용했다. 물론 가족의 힘도 컸다. 그의 아내는 아파서 힘들어하는 남편에게 “처음 치료를 시작할 때 얼마나 심각했는지 아느냐. 재발해도 치료하면 되니 걱정하지 마라”며 자신감을 줬고, 가톨릭 신부인 동생을 비롯한 가족들은 기도로 그의 쾌유를 빌었다. 그 덕분에 원종배 아나운서는 경희대, 가톨릭대, 성균관대에서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1주일에 한 번씩 라디오 방송 ‘한민족 하나로’를 녹음하며 지속적인 사회 활동을 해오고 있다.

“병이 악화되기 전에 발견했더라면…”

국민 MC 원종배 오진 때문에 4년 동안 암 키우다 웃음 되찾은 사연

원종배 아나운서는 아내와 외동딸의 응원으로 병을 이겨내고 있다.경복궁 옆 통의동에 자리한 시몬갤러리.



원종배 아나운서는 지면을 통해 새삼 놀라운 얘기도 들려줬다. 의사의 오진으로 4년 동안 암을 키워왔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 지면에서 그는 의사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어렵게 말을 꺼낸다고 했다. 그는 “이 일을 계기로 다른 의사의 소견을 듣고, 암 진단을 받았더라도 2, 3차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상황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암을 발견하기 3년 전에 소변 상태가 좋지 않아 어느 대학병원을 찾았더니 의사가 전립선 비대 때문이라며 그 치료만 해줬다. 이후 차도가 없어서 원씨가 수술을 하자고 제안하자 담당의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결국 전립선 수술을 하게 됐다. 그런데 마취에서 깨어나자 의사가 이번엔 “수술하던 중 암을 발견했는데 다행히 악성 종양이 임파선까지 번지지는 않았다”고 했다. 원씨는 말을 번복하는 의사를 보고 놀라 다른 대학병원에 재검진을 의뢰, 그곳에서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새로 만난 의사는 “큰종양이 임파선에서 발견됐는데 수술보다는 항암 치료가 먼저”라고 진단한 것이다.
그는 “그전 병원의 오진 때문에 4년 동안 암을 키워왔다”며 “임파선에 종양이 없는 줄 알고 바로 수술했더라면 어땠을까. 병이 악화되기 전 발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안타까웠다고 밝혔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면서 원 아나운서와 직접 만나 자세한 사연을 듣고자 했으나 그는 아내 김영빈씨가 운영하는 시몬갤러리를 통해 거절 의사를 전해왔다. 아직 때가 아니라는 것. 기자는 7월 초 김영빈씨를 만나러 시몬갤러리를 찾았다. 서울 통의동 경복궁 옆 청와대 가는 길목에 위치한 갤러리는 4층 규모의 단아한 외관이 인상적이었다. 올해 개관한 이 갤러리는 94년부터 강남에서 임대 건물로 갤러리를 운영해오던 김씨가 소수의 컬렉터가 아닌 다양한 관람객과 소통하고자 직접 지은 건물로, 건축 당시 유물이 많이 발견돼 지상에만 건물을 올렸다고 알려진 곳이다. 마침 김영빈 관장은 전시를 위해 내방한 미술계 관계자와 영상작품 그룹전 ‘디지털 트랜지션스 V’를 둘러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김 관장을 기다리는 사이 기자는 시몬갤러리의 큐레이터를 만났는데 그는 “원종배 선생님이 자주 오셔서 일을 도와주기는 하지만, 두 분 모두 언론 인터뷰를 꺼리는 데다 인터뷰를 한다고 해도 전시에 관한 것만 응한다”고 귀띔했다. 기자가 이야기를 끝낸 김 관장에게 명함을 건네자 느닷없는 방문에 당황한 그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암 발병 이후 5년이 넘어야 완치됐다는 말을 할 수 있는데, 지금은 3년 반 정도밖에 안 지났기 때문에 인터뷰할 상황이 아니에요. 일간지 인터뷰는 친한 분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했던 거랍니다. 남편도 이 상황에 대해 뭐라고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고요. 완치되면 꼭 인터뷰할게요. 여기까지 찾아와주셨는데 거절해서 미안해요.”
김 관장은 기자에게 전화해 재차 미안해하며 후일을 기약했다. 남편의 건강이 완전히 회복됐을 때 대중에게 좋은 소식을 알리고 싶다는 아내의 바람이 느껴졌다. 완쾌한 국민 MC가 대중 앞에서 그 선한 미소를 다시 보여줄 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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