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사쿠사를 걷다보면 기노모를 입은 여성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3 캐릭터의 천국 도교 디즈니랜드의 신데렐라 성.
올해 여름 휴가를 계획하던 중 저렴한 일본 도쿄 여행 상품이 눈에 들어왔어요. 일본 지진 이후 주춤했던 도쿄 도깨비 여행이 다시 활기를 찾는 듯 여행사마다 최저가를 외치며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더라고요. 6월 초 현충일을 낀 황금 연휴에 계획했던 일들을 모두 취소하고 도쿄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답니다. 사실 그동안 1년에 4~5번은 꼭 비행기를 타면서, 일본 도쿄는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답니다. 왠지 서울과 비슷할 것 같다는 막연한 편견 때문이었는데, 이번에는 절호의 기회란 생각에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항공권을 예약했죠.
숙소는 디즈니랜드 안에 위치한 쉐라톤 그랜드 리조트로 정하고 하루는 디즈니랜드에서, 하루는 도쿄의 서래마을로 불리는 지유가오카에서 보내기로 했답니다. 일정이 짧아 두세 동네만 집중적으로 둘러보기로 했죠. 첫째 날 도쿄 숙소에 도착하니 오후 3시쯤이었어요. 바로 디즈니랜드로 달려가 점심을 라멘으로 해결하고 디즈니랜드 곳곳을 돌아보았죠. 안타깝게도 일요일이라 일본 내국인들이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로 많아 놀이기구는 거의 타지 못했답니다. 인기 많은 놀이기구는 기본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탈 수 있을 정도였거든요. 대신 월트 디즈니 동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로 이뤄진 퍼레이드를 구경했어요. 일본에서 디즈니 동화 속 캐릭터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해요. 퍼레이드에 나오는 댄스 동작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동작도 틀리지 않고 따라 하는 젊은이들이 퍼레이드 내내 곳곳에서 눈에 띌 정도예요. 퍼레이드를 본 뒤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숍을 둘러보았어요. 숍마다 각기 다른 캐릭터를 판매하기 때문에 놀이동산 곳곳에 숨어 있는 숍이 보일 때마다 들어가 구경을 했답니다. 피터팬, 신데렐라, 톰과 제리, 미키마우스 등 친근한 캐릭터를 활용해 장난감뿐 아니라 문구, 그릇, 주방도구, 애견용품, 뷰티 제품까지 워낙 다양해서 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웠어요. 우리나라의 에버랜드나 오사카의 유니버설 스튜디오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디즈니 왕국의 캐릭터를 좋아하는 아이들과 함께하기에는 제격일 듯해요.
2 4 아사쿠사 센소지 사찰은 도쿄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로 이곳에서 향 연기를 몸에 쏘이면 장수한다고 한다. 향 연기를 열심히 쏘이고 있는 한여진 기자.
자유의 언덕 ‘지유가오카’를 가다
아사쿠사, 신주쿠, 하라주쿠, 긴자, 롯폰기, 시부야, 지유가오카 등 도쿄에는 유명 관광지가 많아요. 욕심 같아선 발바닥이 갈라지는 한이 있더라도 둘째 날 하루 종일 모두 둘러보고 싶지만 시간 여유가 없어 그중 아사쿠사와 지유가오카, 시부야를 가기로 했답니다.
지유가오카는 정오 이후에 문을 여는 숍이 많다는 정보를 듣고 에도 시대 일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아사쿠사를 먼저 구경하기로 했어요. 도쿄에서 가장 오래된 센소지 사찰이 있는 아사쿠사는 인사동처럼 일본 전통 소품과 먹을거리들을 판매하는 1백여 개 상점이 몰려 있어요. 화려한 패브릭으로 만든 기모노, 독특한 일본풍 그림이 그려진 부채, 정교함이 느껴지는 나무젓가락 등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죠.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아 ‘절약 또 절약’을 가슴에 새기고 여행하는 중이었음에도 그런 다짐이 무색하게 패브릭이며 엽서 등을 사고야 말았죠. 그중 어느 상점 쇼윈도에 걸려 있던 화사한 블루 컬러의 문에 거는 패브릭은 보는 순간 한눈에 반해 6천 엔(7만8천원 정도)이란 거금에도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사고 말았답니다. 집에 돌아와 제 방 창문에 달고 지유가오카에서 구입한 나무집게로 엽서를 꽂으니 정말 ‘스고이(짱)’더라고요.
1 2 3 홍대와 서래마을을 섞은 듯한 지유가오카에서는 다양한 리빙, 패션, 뷰티 숍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오쯤에 아쉽지만 발걸음을 아사쿠사에서 지유가오카로 옮겼어요. 지유가오카는 ‘자유의 언덕’이란 뜻으로 제2차 세계대전 전까지는 평범한 주택가였지만 20세기 초 예술가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예술과 낭만이 더해져 지금의 모습이 형성됐다고 해요. 홍대와 서래마을을 섞어놓은 듯한 지유가오카는 도쿄에서 떠오르는 트렌디한 지역으로 각광받고 있죠.
사실 지유가오카를 그토록 가고 싶었던 이유는 도쿄 여행을 갔다 온 지인의 말 한마디 때문이에요. “지유가오카에 가면 그림을 가로세로 cm로 재어 판다!” 운이 좋으면 유명 작가의 그림을 저렴하게 살 수도 있다는 말에 솔깃해 다른 곳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이곳을 찾은 거죠. 그런데 처음 들어간 헌책방에서 마음에 쏙 드는 그림을 발견했어요. 다양한 드로잉이 들어 있는 일러스트 북으로 가벼운 붓 터치가 인상적이었어요. 돌아와 자료를 찾아보니 브라질 소설가 조르제 아마두의 글에서 모티프를 얻어 그린 작품이더라고요. 유명 작가의 그림은 아니었지만 단돈 1천 엔(1만3천원 정도)에 구입한 이 작품을 들고 지유가오카 한복판에서 환호성을 질렀답니다.
역에 내리며 느낀 지유가오카의 첫인상은 ‘서래마을!’이었답니다. 아기자기한 인테리어·패션 숍과 유럽풍 주택이 들어서 있어 서울의 서래마을을 연상시키더라고요. 골목을 다니며 구경하다 점포 정리 상점에서 4백 엔(6천원 정도)에 일본식 나무 밥공기와 2백 엔(3천원 정도)에 스푼도 구입하고, 디자인문구 숍에서는 유머러스한 디자인의 메모지와 빈티지한 펜도 ‘득템’했답니다. 우리나라 인터넷 쇼핑몰에서 없어서 못 파는 빈티지 선풍기와 나무 손잡이 우산도 너무 사고 싶었지만 들고 다닐 수 없어서 패스!
4 자동차, 버스, 택시,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시부야의 모습.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덧 날이 저물고 있더라고요. 저녁 시간은 시부야에서 보내기로 하고 지하철을 탔어요. 시부야 전 역인 에비스 역에서 내려 일본의 청담동이라 불리는 다이칸야마로 향했죠. 럭셔리한 디자이너 숍이 주택 사이에 들어서 있어 지유가오카와는 다른 고즈넉한 분위기라 걷기 딱이더라고요. 숍을 구경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시부야에 도착. 북적거리는 거리를 보니 일본에 왔다는 게 실감 나더군요.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젊은이를 한참 보다가 저녁을 먹으며 일본 여행을 마무리했답니다. 참, 저는 가보지 못했는데 시부야에는 일본의 유명 건축가 단게 겐조가 디자인한 도쿄도청이 있어요. 해발 202m 지점에 자리한 무료 전망대에서 날씨가 좋으면 후지산까지 보인다고 하니 시부야에 간다면 꼭 한 번 들러보세요. 짧은 일정이었지만 알차게 보낸 도쿄에서의 2박 3일,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사요나라”를 외치고 다음 날 오전에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P.S. 대지진 이후 여진과 방사능 때문에 일본 여행 걱정 되시죠? 지진 이후 여행 경보 1단계 여행유의지역으로 지정됐던 도쿄 여행 경보가 5월17일 해제됐어요. 얼마 전까지 방사능 걱정으로 도쿄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는데, 5월 말부터 점점 외국인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고 현지인들도 비교적 안정된 모습이었답니다. 저도 내심 걱정을 했는데, 귀국할 때 공항에서 방사능 측정을 해보니 ‘제로’로 나오더군요. 물론 조심은 해야겠지만, 큰 걱정은 안 해도 될 듯합니다.
★ 도쿄에서 구입한 알뜰 쇼핑 리스트
1 지유가오카 리빙 숍에서 한눈에 반한 미니 사이즈 사이다와 레모네이드 각 1백25엔(1천6백원).
2 아사쿠사에서 6천 엔(7만8천원)에 구입한 패브릭. 핸드메이드 스티치가 고급스런 분위기를 자아낸다.
3 액자에 넣어 벽에 걸면 그림 같아 보이는 패브릭은 아사쿠사에서 1천 엔(1만3천원)에 구입.
4 지유가오카 디자인 문구 숍에서 구입한 일러스트 메모지 4백 엔(5천2백원)와 빈티지 볼펜 5백 엔(6천5백원).
5 지유가오카에서 득템한 밥 공기 각 4백 엔(5천2백원)과 스푼 각 2백 엔(2천6백원).
6 다이칸야마에서 건진 새 모양 클립 각 50엔(6백50원)과 나무집게 48개 3백50엔(4천5백원).
7 지유가오카 헌책방에서 1천 엔(1만3천원)에 구입한 일러스트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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