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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촬영 위해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국회 담 뛰어넘은 예지원

“극중 배역이 윤락녀였는데 한 외국인은 저를 진짜 윤락녀로 알고 섹스를 하자며 돈을 내더군요”

■ 글·최호열 기자(honeypapa@donga.com) ■ 사진·최문갑 기자 ■ 메이크업·조성아 뷰티폼 ■ 의상·강희숙

입력 2003.02.28 18:33:00

국회의원이 복상사를 당하고 윤락녀가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등 정치권을 풍자해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숱한 화제를 남긴 영화의 주인공 예지원을 만나 요절복통 촬영 뒷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영화촬영 위해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국회 담 뛰어넘은  예지원

지난 2월4일, 영화배우 예지원(27)이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국회 정문을 타넘어 화제를 일으켰다. 야당의원이 정치적 음모에 의해 복상사를 당하고, 윤락녀가 국회의원에 당선된다는 발칙한(?) 내용으로 정치인들의 심기를 건드린 영화 의 마지막 촬영에서 그가 정치권에 화끈한 ‘똥침’을 날린 것이다.
그 소식을 듣고 ‘역시 예지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지원은 2001년 연극 이후 영화 , 시트콤 등에서 보여준 배역만큼이나 실제 성격도 화끈하고 직설적이기 때문이다. 풍성한 화제를 뿌리며 3월14일 개봉하는 영화 촬영 뒷이야기를 듣기 위해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볼살이 빠져서인지 그는 전보다 더 예뻐지고 젊어 보였다. 하지만 동네 카페에서 친구를 만나듯 편안한 트레이닝복 차림에 꾸밈없이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말투는 예전 그대로였다. 그래서 마치 며칠 만에 다시 만난 것처럼 편안하게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우선 국회 정문을 타넘었던 해프닝부터 화제에 올랐다. 원래 시나리오 마지막 장면은 윤락녀 출신으로 국회의원이 된 예지원이 당당하게 국회 정문을 통과, 국회의사당에 오르는 것. 하지만 국회에서 촬영허가를 내주지 않자 촬영을 강행했다고 한다. 그런데 국회 정문을 타넘는 건 예정에 없던 즉흥적인 일이었다고.
“국회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고 사진도 마음대로 찍을 수 있는 곳이잖아요. 그런데 왜 영화촬영 허가를 안 해주는지…, 화가 나더라고요. 윤락녀가 나오는 영화라고 안된다고 하는 건 말이 안되잖아요. 영화 마지막 촬영을 할 때까지 허가가 안 나와서 원래는 안 찍으려고 했어요. 워낙 시나리오가 재미있고 탄탄해서 그 장면을 안 넣어도 큰 문제는 없었거든요. 그런데 그날 갑자기 감독님이 촬영을 하겠다며 나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전 허가가 난 줄 알았어요. 현장에 가서 깜짝 놀랐죠.”
국회 철문을 뛰어넘는 건 당초 예정에 없던 일
감독은 예지원에게 “아무래도 첫 등원 모습은 찍어야겠다. 허가를 안 해주니까 너 혼자 국회에 걸어 들어가면 밖에서 원거리 촬영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촬영진이 국회 앞에 도착하자 국회사무국 직원들이 아예 철문을 닫아버린 것이다.
“화가 나서 철문에 매달려 항의를 했어요. 안에 있는 직원들이 꿈쩍도 않더라고요. 그 순간 철문을 타고 넘어서라도 국회의사당을 걸어올라가는 장면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 생각하면 즉각 실천하는 성격이거든요.”
미니스커트를 입은 예지원이 다리를 벌려 철문을 넘자 놀란 국회 직원들이 달려왔다. 그러면서 무단침입죄로 잡아가겠다는 등 협박을 하기 시작했다.
“한편의 코미디였어요. 저는 앞으로 나아가려고 발버둥치고, 직원들은 못 가게 하려고 막고…. 정말 웃겼던 건 직원들이 저를 손으로 잡으면 밖에서 촬영진들이 욕을 하고 기자들이 사진을 찍어대니까 차마 잡지 못하고 배로 막는 거예요. 제가 앞으로 나가려다 직원의 배에 튕겨나가는데, 그 살벌한 상황에서도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결국 국회 철문을 넘어 국회의사당으로 가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런데 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포기하고 다시 밖으로 나가려는데 이번에도 철문을 열어주지 않는 것이다.
“몸싸움을 하느라 하이힐이 부러진 상태였어요. 그런데 못 열어주겠다며 다른 문으로 돌아서 나가래요. 너무 멀어서 못하겠다고 했더니 그럼 철문을 넘어서 들어왔으니 다시 철문을 넘어서 나가라는 거예요. 그래서 오기로 다시 넘어 나왔죠. 그런데 이번엔 카메라 기자들이 철문 바로 아래에서 저를 찍는 거예요. 정말 비겁하더라. 하긴 적나라한 장면을 찍었더라도 신문에 내지는 못했을 거예요. 본인들 이름이 같이 나올 테니까(웃음).”

영화촬영 위해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국회 담 뛰어넘은  예지원

국회에서 영화촬영을 허락하지 않자 국회 정문을 뛰어 넘는 예지원.


국회 직원들이 결사적으로 국회의사당 촬영을 막았을 정도로 정치권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은 당당한 윤락여성을 통해 우리의 정치 현실을 꼬집은 코미디 영화. 여당 총재의 비리를 들춰낸 야당 국회의원이 그를 제거하기 위해 여당에서 보낸 여자 킬러(정세희 분)에 의해 복상사를 당해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그런데 작은 도시에서 윤락녀 한명이 세명의 남자로부터 윤간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그는 경찰에 신고하지만 무시당하고 주변 주민들로부터도 “창녀에게 무슨 강간이냐”는 조롱을 당한다. 이에 분노한 동료 윤락녀(예지원 분)가 보궐선거에 출마, 당선돼 당당하게 국회에 입성한다는 줄거리다. 이탈리아에서 포르노 배우인 치치올리나가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과 비슷하다.
“지난해 6월에 대본을 처음 받았어요. 처음엔 단순한 코미디 영화인 줄 알았는데 대본을 읽으면서 웃기도 많이 웃고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치열하게 살아가는 한 윤락녀의 인간적인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가슴 찡하기도 하고…. 더구나 제가 영화가 아니면 언제 국회의원이 되어보겠어요(웃음).”
영화촬영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윤락가에서 촬영을 할 때였을 것이다. 전주의 윤락가인 선미촌 상가연합회의 도움으로 우리나라 영화 사상 처음으로 윤락가 업소 7곳을 열흘 동안 대여해 촬영을 진행했다.
“처음엔 1주일을 빌렸는데 촬영분량이 너무 많아 열흘 가까이 걸렸어요. 아쉬운 것은 밤낮없이 촬영을 하느라 그곳에 있는 언니(윤락녀)들과 좀더 친해지지 못했다는 거죠. 하지만 그들에게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고, 좋은 추억을 남긴 행복했던 시간이었어요.”
우리네 생각에 영화촬영을 한답시고 연예인들이 들락거리고 카메라까지 와서 설치면 그곳 윤락여성들이 반발해 시비를 걸거나 해코지를 했을 것 같은데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오히려 식구처럼 잘 대해주었다는 것.
“그들이 먼저 우리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왔어요. 먼저 인사하고 사인해달라고 하고, 심지어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을 보고는 ‘에이, 그건 한물간 유행이에요’ 하면서 자기들이 입는 옷을 가져다주기도 했죠. 너무 식구처럼 편안해서인지 잠옷 바람으로 나와 구경해 남자 스태프들의 눈을 즐겁게 한 언니들도 있고(웃음).”
처음 직접 접해본 윤락녀들에 대한 인상을 묻자 그는 “촬영기간 내내 그들이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번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화장을 안한 채 인사를 하면 전부 스태프 중의 한명으로 알 정도로 평범했다는 것.
영화처럼 윤락녀가 국회의원 출마한다면 적극 돕고 싶어
“촬영기간 내내 같이 먹고 자고 했는데, 그냥 오래전부터 아는 언니들 같았어요. 저는 촬영이 많아 그들과 이야기는 많이 못했지만 같이 먹으면서 친해졌어요. 제가 좀 많이 먹는 편이잖아요. 밥 먹고 과자 먹고…(웃음). 어떤 스태프는 지금도 그곳 언니와 연락을 주고받는대요. 전화해서 시사회 때 꼭 불러달라고 했다더군요. (함께 온 영화사 직원을 쳐다보며) 그런데 그 스태프 남자지? 수상해(웃음).”
12월 강추위 속에서 속옷 바람으로 촬영을 하느라 고생도 많았다고 한다. 더구나 세트장이 아닌 길거리에서 촬영을 하느라 더욱 고생을 했다고. 하지만 누구 하나 춥다고 투덜대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전 출연진이 속옷 바람에 2시간 동안 리허설을 하고 2시간에 걸쳐 촬영을 하곤 했는데, 영화잡지 기자가 자기가 오랫동안 촬영현장엘 가보았지만 이렇게 전 배우들이 강추위 속에서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고 말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저에게 많은 도움을 준 언니가 있었어요. 춥지 않느냐며 몸 좀 녹이라고 제 손을 잡고 자기 방으로 데리고 가곤 했어요. 그밖에도 친언니처럼 이것저것 챙겨주었죠. 스케줄에 쫓겨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왔는데, 지면을 통해서라도 고마움을 꼭 표시하고 싶어요.”
촬영을 하면서 웃지 못할 일도 많았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외국인이 예지원을 실제 윤락녀로 알고 섹스를 하자며 달려들었던 사건이다.

영화촬영 위해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국회 담 뛰어넘은  예지원

윤락녀 역할은 처음 해보았다는 예지원.


“아침 8시쯤 되었을 거예요. 이른 시각이라 스태프들도 없고, 저랑 송옥숙씨랑 단둘이 앉아 있었죠. 전 추리닝 바람에 머리를 막 감고 나온 상태였는데, 우연찮게 업소 앞 호객행위를 하는 의자에 앉아 있었어요. 그런데 웬 외국인이 오더라고요. 전 그냥 스태프인 줄 알았죠. 직원 중에 외국인이 몇명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먼저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했죠.”
그런데 그 외국인이 갑자기 “섹스 오케이(Sex, OK)?” 하는 것이었다. 당황한 예지원이 “노! 노!”를 연발했지만 외국인은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 그를 쳐다보았다. 상황을 파악한 송옥숙이 외국인에게 영어로 “우리들은 배우이며 현재 영화를 촬영하는 중”이라고 설명을 해주었다. 그제서야 외국인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로 문제가 해결된 줄 알았어요. 그런데 고개를 끄덕이며 다 듣고 나더니 뭐라는 줄 알아요? ‘하우 머치(how much)?’ 그러는 거예요. 그 사람은 영어를 ‘섹스’와 ‘하우 머치’ 두 단어만 아는 것 같아요. 하긴 그 사람은 대단히 에너지가 넘치는 모양이에요. 아침 8시부터 그곳을 찾아올 정도니(웃음).”
다행히 촬영기사가 달려와 위기를 모면했지만 예지원은 황당한 경험에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문득 영화를 찍으며 정치에 대한 욕심이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국회 홈페이지를 비롯한 관련 사이트마다 “예지원을 국회로”라는 글이 수십개씩 올라 있다. 그는 기자의 말에 깔깔거리며 웃었다.
“국회의원의 명예는 영화 속에서 누렸으니까 만족해요. 그보다도 영화 속 은비처럼 실제 윤락녀가 정치에 출마한다면 도울 수 있는 한 열심히 돕고 싶어요. 사실 윤락녀는커녕 여성이 지역구 국회의원이 되기도 어려운 게 우리의 정치 현실이잖아요. 하지만 국민들은 분명 뭔가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 새로 정치를 세워주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있어요. 그걸 상징화한 게 영화 속 윤락녀 은비라고 할 수 있죠.”
예지원은 최근 연기자로서 한창 물이 오른 상태다. 대중적 인기뿐 아니라 생뚱한 표정, 어설픈 섹시함, 퇴폐적 섹시미로 지난해 춘사영화제 여우조연상, 영화전문가들이 뽑은 최고의 여배우 베스트 5에 뽑히는 등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다. 물론 그것은 연기에 온몸을 던지는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영화 에서 술 취한 모습을 실감있게 보여주기 위해 진짜 취하도록 술을 마셨는가 하면, 지난해 말 개봉한 영화 에서는 4시간 동안 얻어맞아 얼음찜질을 할 정도였지만 내색 한번 없이 촬영에 임했다. 현재 촬영중인 영화 에서는 자신의 배역을 소화하기 위해 직접 동부간선도로에서 모자를 눌러쓰고 뻥튀기를 파는 체험을 하기도 했다.
“불러주는 배우가 된 건 최근의 일이에요. 그전까지는 오디션 인생이었죠. 데뷔작 은 2천명, 아나키스트는 5백명의 경쟁을 뚫고 배역을 따냈어요. 드라마 , 시트콤 , 영화 도 마찬가지였고요. 어떻게 그렇게 다 붙을 수 있었냐고요? 뽑아주신 분들이 그래요. 제가 너무 절실해 보였다고. 정말 그랬어요. 여기서 떨어지면 안된다고 하는 강렬함이 있었거든요, 나이도 있고(웃음).”
남들은 섹시하다지만 먹는 걸 너무 좋아해 몸매관리 잘 못해
그는 참 가식이 없다. “요즘은 좋아하는 사우나도 못 갈 정도로 바빠서 피부관리실에 못 간다. 술을 덜 먹는 것으로 겨우 피부관리를 하고 있다”고 웃으며 농담을 할 정도. 몸매관리를 묻자 역시 그의 엽기적인(?) 발언이 이어졌다.
“영화촬영을 하면서 임성민 언니가 저랑 같이 먹다가 놀라서 도망갈 정도로 제가 먹는 것을 좋아해요. 당연히 살이 찔 수밖에 없죠. 회를 먹으러 가도 제 젓가락은 항상 칼로리가 높은 지방덩어리 쪽으로만 가요. 그래서 한번 살을 빼려면 최소 5kg 이상은 빼야 하기 때문에 피눈물나는 다이어트를 해야죠. 요즘은 촬영을 하느라 따로 살을 뺄 부담이 없어 너무 행복해요. 운동이래야 겨우 소파에 누워서 텔레비전 리모컨을 누르는 리모컨 운동이 고작이죠(웃음). 요즘은 민소매 티를 입고 사진을 찍어도 사진작가들이 살이 없는 각도로 찍어주고, 더구나 컴퓨터 그래픽이 발달해서…(웃음).”
소탈한 성격만큼이나 그의 연기관도 남다르다.
“제가 지금까지 맡은 배역은 일관성이 있어요. 편하고 착하게 살다 남자에게 선택되어 행복하게 되는 신데렐라가 아니라 여자 스스로 자기를 찾는 과정에 있는 배역이죠. 그게 요즘 시대의 여성상이고, 제 성격과도 맞아요.”
그의 말은 얼굴과 성격만큼이나 건강해 보였다.

여성동아 2011년 7월 5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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