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3년간 연봉의 90%를 저축해 8천만원을 모았다는 알뜰 직장인의 이야기가 화제가 됐다. 기사의 주인공은 감탄할 만한 정신력과 의지를 가진 사람이지만 ‘이렇게 하면 돈을 모을 수 있다’라는 사례로 말하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 ‘기사의 주인공이 조금만 더 생각을 넓혔더라면 더 큰 성과를 얻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통계청에 의하면 2010년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 월 소득은 3백90만원 정도. 아무리 구두쇠라도 최저생계비(2인 가족 기준 80만원)의 120%는 소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필자의 가정이 옳다면 구두쇠 가계가 한 달에 저축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은 3백만원 내외. 조금 더 양보해 월 2백10만원(월급 3백만원, 소비 90만원)을 모은다고 가정하자. 월 복리 기준으로 36개월 동안 2백10만원씩 저축, 8천만원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수익률은 세후 연 4.5%인데 이 정도 수익은 금리를 조금 높게 주는 금융기관에 저축하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고생해서 열심히 돈을 모으는데, 운용은 실질 금리가 거의 마이너스 수준인 초저금리로 굴리고 있다면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만일 이 돈을 확정금리형과 적립식 펀드에 투자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3년 전부터 36개월 동안 매월 세후 수익률 4%의 확정금리형에 1백5만원, 코스피 지수와 연계된 인덱스펀드에 1백5만원 적립했다면, 현재 원리금은 9천2백만원이 돼 있을 것이다. 투자기간이 36개월로 비교적 짧은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차이다.
위험 통제하면서 수익률 높은 상품 눈여겨봐야
1990년대 이전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가계부를 잘 쓰고 절약하는 것이 주부의 최고 미덕이었다. 그 시절이야, 두 자릿수 금리는 기본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었으니 어디에 투자한들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그러나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 수준까지 급락한 상황에서, 부부 은퇴 준비에 아이 대학등록금까지 마련해야 하는 주부에게 절약만이 능사는 아니다. 물론 ‘그러다 주가가 하락하면 누가 책임을 지나?’라고 되물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위험을 일정 수준에서 통제하면서도 은행 예금에 비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만기 시 최악의 경우에도 원금은 보장하면서,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높은 금리를 지급하는 원금 보장 ELS는 생각해볼 만한 투자 대안이다. 그 외에도 전 세계 공모주에 투자하는 공모주 펀드나, 우량 금융기관들이 발행하는 채권 등도 초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금융상품으로 꼽힌다.
세상이 바뀌었는데, 30년 전 자산관리법을 고집하고 있어서야 어디 가계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구두쇠보다는 현명한 투자자가 좀 더 ‘엣지’ 있는 주부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도현씨는 …
삼성증권 투자 컨설턴트. 금융자산 30억원 이상을 보유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자산관리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자산관리란 ‘고객이 원하는 재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이정표를 세우는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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