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밤을 위한 최상의 서비스

때로는 비아그라보다 베이비오일이 더 효과적이라는 남자 A의 고백. 어깨 통증이 직업병인 화가 A의 성욕을 깨운 것은 비아그라가 아닌, 바로 베이비오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날도 어깨가 너무 아팠는데 와이프가 어쩐 일인지 어깨를 주물러주더라고. 그런데 주무르는 거 가지고는 어깨가 나아지질 않는 거야. 그래서 내가 계속 아프다고 했더니, 와이프가 베이비오일을 가지고 오더라. 그러더니 오일 마사지를 제대로 해주더군. 어깨 통증도 가시고, 베이비오일 때문에 기분도 좋아지고. 그래서 하룻밤 보냈지. 와이프에게도 베이비오일로 마사지해주고, 우리 둘 다 기름 범벅이 돼서 난리도 아니었어. 그랬더니 그날 둘째가 생겼지 뭐야. 베이비오일, 조심해야 돼.”
하하. 마사지가 그렇게 섹시한 행동이었나? 생각해보니 남자친구를 불러들일 때 “나 오늘 너무 뻐근해. 마사지 좀 해주면 안 돼?”라고 제안한다던 배우 B의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때 나는 ‘마사지를 원해’가 ‘우리 오늘 밤 할까’라는 뜻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다. 그런데 남자들의 생각은 좀 달랐다. “마사지=섹스 아냐? 살과 살이 맞닿다 보면 아무래도 성욕이 생기잖아”라고 말했던 것. 그 말을 들은 이후 나 역시 가끔 상대에게 ‘마사지 유혹’을 하곤 한다. “나 어깨 좀 주물러주면 안 돼?”라고 말하면 대부분의 남자는 “어? 어”라고 마지못해 마사지를 시작하다가, 이내 그 손으로 내 가슴을 움켜쥐곤 했다. 나 역시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주변에 물으니, 섹스 중 마사지에 대한 추억담은 상당히 많았다. 결혼 5년 차 선배 C는 “전립선 마사지라고 들어봤어? 그게 남자들의 로망이래”라고 말했다. “내 남편 친구가 마사지 테라피스트와 잠깐 사귄 적이 있는데 그녀가 전립선 마사지를 해주더란다. 일종의 오럴 섹스인데, 전립선을 따라서 마사지하는 거래. 근데 그게 보통의 오럴 섹스와는 차원이 다르다나? 그가 그녀와 헤어진 후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전립선 마사지를 못 받는 게 참 아쉽다’고 했대. 그가 말하길 ‘저 깊은 곳에 고여 있는 한 방울까지도 다 빠져나오는 기분’이라고 했다는 거야. 그러니 내 남편도 전립선 마사지가 궁금해 미치는 거지. 그런데 그 남자 왈, ‘나는 받기만 해서 어떻게 하는 건지는 몰라. 암튼 좋았어’. 이거 참, 방법을 가르쳐주든지, 말을 하지 말든지. 내 남편과 나는 그저 궁금해할 뿐이야.” 전립선 마사지는 말 그대로 전립선을 따라서 마사지해주는 것. 그렇기 때문에 전립선을 찾을 수 있는 전문가가 아니면, 전립선 마사지를 제대로 해주기 어렵다. 남자들의 로망을 채워주려면, 항문부터 페니스까지 천천히 성감대를 찾아가면서 애무를 해주는 방법이 가장 좋을 듯.
후배 D도 마사지 예찬론을 펼쳤다. “선배, 섹스 전에는 남자가 여자에게 마사지를 해주는 게 좋고, 섹스 후에는 여자가 남자를 해주는 게 좋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섹스 전에 마사지를 충분히 받으면 애무를 충분히 받은 느낌이랄까요? 남자는 흥분 속도가 빨라서 키스→애무→삽입→사정까지가 논스톱이잖아요. 그 속도를 못 따라갈 때가 많은데, 남자가 마사지를 해줘서 내 몸을 달구면 제 몸도 쉽게 반응하는 것 같아요. 섹스 후에도 마찬가지예요. 그냥 끝나면 좀 아쉬운 감이 있는데, 제가 그의 몸을 마사지하면서 어루만져주면 섹스의 여운이 남는 것 같아서 좋거든요. 특히 그는 허리를 마사지해주는 걸 좋아하더라고요”라고 덧붙였다.
사실 나는 섹스 후 남자친구에게 마사지를 해준다는 옛 친구의 얘기를 들으면서 ‘귀찮지 않나? 그렇게까지 해서 섹스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런데 후배 D의 얘기를 들으니, 마사지는 섹스를 위한 행동이 아니라 섹스의 과정 자체였다. 마사지는 섹스를 시작하는 페로몬이기도 하고, 섹스를 더욱 뜨겁게 해주는 비아그라이기도 했으며, 섹스 후 여운을 남겨주는 후희이기도 했던 것.

섹스보다 더 섹시한 마사지 스킨십

심지어 마사지는 자위의 한 방법이기도 했다. 후배 E는 “선배, 남자친구도 없는데 너무 하고 싶어서 마사지사를 부를 뻔했다니까요”라고 말했으니까. 퇴폐업소의 ‘질 마사지’를 말하는 게 아니었다. 누군가의 손길에 의해 마사지를 받으면 외로운 기운이 좀 가신다는 거였다. 아, 마사지가 이렇게 섹시한 거였나?
사실 마사지만이 성욕을 자극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남녀가 살과 살을 맞대는 행위가 잦아질수록 섹스가 자연스러워지고, 섹스 트러블은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나는 단지 얼굴 마사지로 그를 유혹한 적도 있다. 내 무릎에 그를 눕히고 각질 제거제로 얼굴 각질을 없애준 후 뜨거운 물수건으로 한번 닦아내고, 그 위에 시트 마스크를 붙여서 수분 마사지를 해주었다. 시트 마스크가 건조해질 때까지 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그런 날에는 그가 반드시 나를 품에 안았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얼굴 마사지였든지, 아니면 머리카락 애무였든지, 어쨌든 나의 스킨십이 그의 성욕을 자극한 것만은 분명했다.
친구 F는 남자를 자극하고 싶다면 함께 춤을 배우라고 권했다. “스포츠 댄스를 같이하다 보면 성욕이 생기기도 한대. 땀에 젖은 상대의 몸과 내 몸이 닿은 채로 계속 춤을 추잖아. 그러다 보면 하고 싶어진다더라. 춤바람이 괜히 나는 게 아닌가 봐”라고 말했던 것. 섹시한 의상까지 갖추고 라틴 댄스를 추다 보면 은근히 성욕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클럽에서 부비부비 댄스를 추다 보면 자연스럽게 하반신이 뜨거워지지 않나. 이처럼 남녀가 살과 살을 맞대다 보면 새삼스럽게 욕정이 생기기도 하는 법.
그런데 아무리 부부라도 섹스리스가 오래되고, 서로를 가까이하지 않는 날들이 반복되다 보면 뽀뽀하는 것도 새삼스러워진다. 그러니 평소 마사지든, 춤이든 두 사람이 스킨십을 자주 하는 것이 중요하다. TV를 볼 때도 서로 멀찌감치 떨어져서 보아서는 안 된다. 그의 다리에 내 다리를 얹어놓을 수도 있고, 그가 내 행동을 귀찮아한다면 슬며시 다가가 그의 다리를 주무르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하다못해 옆에 착 붙어 앉아 있기라도 해야 한다. 누가 아는가? 오랜만에 살이 닿는 것만으로도 그가 성욕을 느낄지. 단, 그의 살에 척 달라붙기 전에 보디 크림을 제대로 발랐는지 확인할 것. 촉촉하고 매끄러운 여자 피부야말로 그 어떤 페로몬보다 강력한 유혹의 수단이니까.



박훈희씨는…
‘유행통신’ ‘앙앙’ 등 패션 매거진에서 10년 넘게 일했고, 현재는 뷰티 ·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얼루어’ 피처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