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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엄마의 열정

슈퍼맘 4인 다개국어 홈스쿨링 도전記

영어만으로는 부족하다!

글·정혜연 기자 사진·박해윤 기자

2011. 04. 05

요즘 자녀의 외국어 교육에서 영어는 기본이다. 전 세계적으로 사용 인구가 많은 중국어와 스페인어를 가르치는 집도 늘고 있다. 그러나 이것저것 다 하자면 늘어나는 사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대신 홈스쿨링으로 자녀에게 외국어를 가르치는 슈퍼맘들이 있다.

학교에서 10년 동안 영어를 배우고도 외국인 앞에 서면 말 한마디 못하는 뼈저린 경험을 한 부모 세대는 ‘영어는 문법이 아닌 말하기부터’를 목표로 자녀의 조기 영어 교육에 매달렸다. 2011년 엄마들은 이제 ‘영어는 기본, 중국어는 필수, 스페인어는 선택’이라고 말한다. 어린 시절 다양한 외국어를 익힌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더 많은 기회를 얻는 걸 목격했기 때문. 하지만 이것저것 사교육을 늘리다 보면 경제적 부담이 커져 집에서 직접 외국어를 가르치는 엄마들이 늘고 있다. 평범한 주부에서 다개국어 가르치는 슈퍼맘이 된 그들만의 교육 비법을 공개한다.

▼ 궁금해요!
1 다개국어를 가르쳐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2 외국어를 직접 가르치는 엄마의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3 교재 선정은 어떻게 하고 어떤 방식으로 가르치나요?
4 아이가 외국어에 거부 반응을 보일 땐 어떻게 하나요?
5 홈스쿨링 후 아이 실력은 어느 정도 발전했나요?

>>> 영어·중국어·일어 황자인-전소현(29개월)
“코트 꺼내 입고 춤추며 단어 배우는 놀이식 교육이 효과 만점”

슈퍼맘 4인 다개국어 홈스쿨링 도전記


1 한국어도 못하는 아이에게 외국어를 일찍부터 가르치면 안 좋다고 생각했어요. 주변 엄마들 이야기도 듣고,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던 중 영어강사 박현영의 딸 현진양이 영어·중국어·일어로 자유롭게 대화하는 동영상을 보게 됐죠. 현진양은 외국에서 생활한 적이 없는 토박이인데 집에서 가르친 것만으로 그런 실력을 갖췄다고 하니 우리 소현이도 가능하겠다 싶었어요. 일어는 제가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해 소현이와 같이 익히고 싶어 선택했어요(웃음).
2 학교에서 정규 교육 과정을 거친 게 제 영어 실력의 전부예요. 보통 엄마들 수준이라고 할 수 있죠. 중국어·일어는 글자조차 몰랐어요. 아이와 함께 외국어 실력을 쌓으려고 시작해 정식으로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아요.
3우선순위를 정해 가르쳐요.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동요 듣기’를 먼저 하는데, ‘키즈 싱글리시’라는 교재를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들려주며 같이 노래 부르고 중국어·일어 동요도 반복적으로 들려줘요. 다음으로 플래시카드로 단어를 익히는데 일주일에 한두 단어를 새롭게 알려주고 복습하는 형태로 가르치죠. 한번은 플래시카드로 ‘코트’를 가르치다가 옷장에서 직접 꺼내와 ‘이게 코트야, 코트!’하며 옷을 입고 춤을 췄더니 아이가 까르르 웃더라고요. 다음부터 계속 그 카드를 집어 들며 또 해달라고 조르더군요(웃음). 아이가 실물을 보여주는 걸 좋아해서 한동안 단어 하나를 가르칠 때마다 직접 보여주는 방식을 고수했어요.
4일본어는 처음부터 쉽게 받아들이고 좋아했지만 중국어는 싫다며 고개를 내젓더라고요. 따라 부르진 않아도 꾸준히 들려줄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중국어 동요를 틀어놓기만 했죠. 한 달 정도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어느 날 갑자기 중국어 동요 한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부르더라고요. 굉장히 놀랐죠. 그때 ‘역시 인풋(input)에 대한 배신은 없구나’하는 걸 깨달았어요.
5 영어는 7개월째, 중국어는 4개월째, 일어는 6개월째 가르치는데 이제 카드에 그려진 그림을 보고 영어·일어·중국어로 단어를 말하는 수준이고, 각 나라 동요를 서너 곡 정도 부를 수 있어요. 일어는 빨리 익혀서 10개 카드를 보여주며 답하는 속도가 20초도 걸리지 않는 데 비해 중국어는 기분에 따라 달라요(웃음). 그래도 사과가 그려진 카드를 한참 보고 있다가 ‘핑구어’라고 말할 때는 정말 뿌듯해요.



>>> 영어·중국어·스페인어 박정애-신예은(5세)
“유튜브 동영상 찾아 보여주며 외국어 흥미 높여요”

슈퍼맘 4인 다개국어 홈스쿨링 도전記


1 제가 영어 카페에서 일하는데 외국인 손님들을 보면 두 가지 언어는 기본이고 4개 국어를 하는 분도 있더라고요. “어쩜 그렇게 잘하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어릴 때부터 집에서 부모님이 가르쳐주셨다는 거예요. 또 남편이 중국 여행을 갔다가 호텔에서 영어로 말했더니 종업원이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인데 왜 영어로 말하느냐”라고 했다는 거예요. 중국 여행 중 의사소통에 애를 먹은 남편은 ‘아이에게 중국어는 꼭 시켜야겠다’고 마음먹었고 저도 그 뜻에 동의했죠. 외국어 하나쯤 더 가르치는 게 좋겠다 싶었는데 스페인어가 눈에 들어왔어요. 중남미 시장이 크고, 미국에서는 스페인어를 하는 사람이 인정을 받는다는 얘기를 들었던 터라 가르치면 좋겠다 싶었죠.
2 영어 전공자는 아니지만 영어 카페에서 일을 하다 보니 간단한 회화 정도는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중국어·스페인어는 전혀 몰라서 따로 공부를 해야 했어요. 중국어는 기본적으로 한자여서 수월한 데 반해 스페인어는 귀에 잘 안 들어와서 거의 매일 공부하고 있죠.
3 일단 외국어로 의사소통이 되면 쓰기, 문법 같은 다른 문제들은 해결된다고 생각해서 통문장으로 받아들이게 해요. 영어는 펜을 책에 대면 문장이 나오는 ‘터치펜’ 교재를 주로 사용하는데 예은이가 굉장히 재미있어 해 하루 종일 그걸 가지고 놀 정도예요. 중국어는 동화책을 사줘도 좋아하지 않기에 ‘뽀로로’ DVD 같은 걸 찾아줬어요. 그것도 일주일 정도 보다가 말더라고요. 인터넷 사이트에서 중국어 게임을 찾아 줬더니 아주 좋아해서 같이 단어를 익히는 중이에요. 스페인어는 사실 지금도 막막해요. 아르헨티나의 지인에게 부탁해서 받은 동화책과 동요 CD를 한 시간씩 아이와 공부하고 있어요. 그렇게 해도 스페인어는 도움이 필요하죠. 저는 남편이 운영하는 모델 에이전시에 스페인어권 출신 모델이 많아 가끔 그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도록 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있어요.
4 아직 어리니까 집중력이 약해요. 흥미를 보이다가도 금세 싫증을 내죠. 그럴 땐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서 보여주는데 굉장히 재미있어 하더라고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영상이나 중국어 만화 같은 걸 보고 짧은 문장을 소리 내 따라 하게 하고 있어요. 스페인어는 생소하니까 거부 반응을 보일 때가 많아서 동요 각 마디의 끝 부분, 그러니까 ‘라임’이 비슷하게 떨어지는 걸 반복적으로 부르며 친숙하게 하려고 하죠.
5 영어는 2009년 말부터 시작했는데 최근에 아이가 무의식적으로 영어로 말하는 걸 보고 놀란 적이 있어요. 친구와 전화통화를 하다가 끊기 전에 ‘I’m sleeping, and I’m going’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문장을 알려준 적이 없는데 기존에 익힌 문장을 토대로 새 문장을 만드는 걸 보고 뿌듯했죠. 문법적으로는 모자랄지 몰라도 거리낌 없이 영어로 말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만족해요. 지난해 말부터 시작한 중국어와 스페인어는 아직 시작 단계라 동요 몇 곡을 외워 부르는 정도예요.

>>> 영어·중국어 최선아-조상현(6세)
“한국어·영어 동시에 가르쳐 초등학생 수준”
1 원래 아이 교육에 관심이 많았어요.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던 중 “외국어를 모국어처럼 하려면 가능한 한 어릴 때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는 전문가의 견해를 보고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영어 동요와 영어 동화책 등을 가까이하게 했어요. 중국어는 상현이가 영어 하는 걸 본 학습지 선생님이 이 정도 실력이면 “중국어도 금방 배우겠다”고 하셔서 시작하게 됐죠.
2 저는 영어 울렁증이 있을 정도로 영어와 친하지 않아요(웃음). 그래도 상현이만큼은 저와 다르게 키워야겠다 싶어서 같이 책을 집어 들었죠. 제 발음이 워낙 안 좋아서 ‘가르칠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아이는 다행히 제 발음을 듣고도 원어민 발음을 그대로 소리 냈어요. 중국어는 전혀 몰라서 아이 교재를 보고 듣는데 앞이 캄캄할 정도였어요. 그래서 저도 그냥 매일 같이 오디오를 틀어놓고 들었죠. 10일째가 되니까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고요. 이제 중국어 공부는 따로 하고 있어요.

슈퍼맘 4인 다개국어 홈스쿨링 도전記


3 영어는 돌 무렵부터 영어 낱말을 알려주는 DVD를 보여주고 ‘터치펜’ 교재로 익히게 했어요. 그런 다음 영어 동화책 전집을 사서 오디오를 들으며 따라 하게 한 뒤 소리 내서 읽혔어요. 48개월쯤 됐을 때 기존에 읽던 책이 아닌 새 책을 줘도 막힘 없이 읽더라고요. 따로 받아쓰기나 단어 외우기 같은 건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말이죠. 중국어는 지난해 10월 시작했는데 그림으로 된 초급 교재 문답을 활용해서 익히고 있어요. 제가 먼저 저녁인사를 “완 샹 하오” 라고 하면 아이가 “완 샹 하오” 하고 대답하는 등 간단한 문답을 주고받아요. 이외에 중국어 동요 CD와 애니메이션 DVD를 보고 들으면서 꾸준히 익혀요.
4 영어는 한 번도 거부 반응을 보인 적이 없어요. 워낙 어릴 때부터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가르쳤기 때문에 영어를 모국어처럼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지금은 급할 때 영어가 먼저 나올 정도로 자연스레 받아들인 상태예요. 문제는 한국어 책을 안 보려 한다는 거예요. 다섯 달 동안 한국어 책을 잡지 않아 속이 탔죠. 그래도 꾸준히 “엄마랑 10분만 보자” 하는 식으로 책을 읽었더니 나중에는 조금씩 보이더라고요. 중국어는 시작한 지 넉 달쯤 됐는데 아직까지는 재미있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5 영어는 학습 속도가 빨라서 지금은 저보다 훨씬 자유자재로 대화할 정도로 실력이 늘었어요. 오늘도 약속 장소로 오는 길에 택시를 잡으려고 했더니 상현이가 뛰어가면서 “Taxi! Stop there! Where are you going?”이라고 외치더라고요. 가끔 한국어보다 영어가 먼저 튀어나오는 걸 보면 가르친 보람을 느껴요. 중국어는 얼마 배우지 않았지만 기본 회화는 해요. “시엔차이 지디엔(지금 몇 시입니까)?” 하고 물으면 시계는 못 봐도 대략의 숫자를 말하고, “친티엔 티엔치 전머양(오늘 날씨는 어때요)?” 하고 물으면 그날그날의 날씨를 말하죠.

>>> 영어·중국어 오은주-이로빈(36개월)
“명절에 친척들 앞에서 영어로 말하는 딸, 뿌듯해요”

슈퍼맘 4인 다개국어 홈스쿨링 도전記


1 요즘 학생들을 보면 외국어 공부에 시간을 뺏겨 정작 해야 할 다른 공부를 못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로빈이가 커서 10년, 20년 후가 됐을 때 시간을 허비하지 않게 하려고 외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했어요. 또 하나는 엄마와 함께 놀거리가 더 생겼다는 거예요. 인생에서 아이가 이렇게 엄마와 달라붙어 지내는 시기도 그리 길지 않잖아요. 저는 하루하루가 너무 아까워서 항상 놀거리를 찾는 편인데 외국어 교재들은 충분히 그런 장난감이 돼요.
2 어학원에서 토익 강사를 했어요. 사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어 조기교육에 부정적이었어요. 학원에 온 아이들을 보면 조기교육을 받았음에도 말 한마디 못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런데 방법이 잘못됐기 때문이란 걸 깨달았어요. 외국어를 ‘학습’으로 인식할 게 아니라 ‘놀이’로 본다면 거부감도, 부작용도 없을 것 같아서 아이가 재미있게 익히도록 하고 있어요.
3 돌이 되기 전까지는 영어 동요를 들려주거나 직접 불러줬어요. 말을 시작하면서부터 영어 동요를 자연스레 따라 부르더라고요. 그 이후로는 솔직히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몰라 인터넷 정보를 찾다가 ‘책·동요를 가지고 임팩트 있게 가르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이후부터는 영어 동요 CD를 틀어놓고 춤을 추면서 가르치고, 영어 동화책도 감정이입을 해서 구연동화 하듯 읽어줘요. 중국어는 시작한 지 3개월 정도 됐는데 영어와 똑같은 방식으로 동요·동화책을 ‘가능한 한 즐겁고 재미있는 엄마표 중국어’로 가르치고 있어요.
4 항상 영어·중국어는 ‘공부’라고 생각하지 않게끔 놀며 가르쳐서인지 아직까지 아이가 거부 반응은 보이지 않아요. 중국어는 처음 시작할 때 오디오를 들려줬더니 “우리말 아니야, 꺼줘요” 하며 듣기 싫어하더라고요. 그래서 동요를 들려줬더니 이내 흥미를 갖고 잘 따라왔어요.
5 올해 설 명절 때 시댁에 가서 일을 하는데 할머니 곁으로 다가와 “I wanna mommy~” 하더라고요. 가족들이 다 웃었죠. 집에 있을 때도 “Open the door” “Let me in” 같은 짧은 회화로 말하고, 영어로 좀 길게 물어보면 어떤 의미인지 다 알아듣고 “예스” “노”로 의사표현을 하죠. 중국어는 아직 시작한 지 3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아 동요 여섯 곡 정도 따라 부르는 수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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