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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애잔한 그리움

故 앙드레 김 추모 패션쇼 연 외아들 중도씨 “아버지 떠나고 난 뒤…”

글·김유림 기자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10.12.17 09:43:00

떠난 이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지는 계절, 한 시대를 풍미했던 디자이너 ‘앙드레 김’을 추억하는 사람들의 가슴에도 찬 바람이 분다.
지난 11월 중순, 유니세프 기금 모금을 위해 열린 앙드레 김 ‘추모’ 패션쇼에서 앙드레 김의 아들 중도씨를 만났다. 그가 추억하는 ‘자랑스런 내 아버지’.
故 앙드레 김 추모 패션쇼 연 외아들 중도씨 “아버지 떠나고 난 뒤…”


지난 11월19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유니세프 기금 모금을 위한 앙드레 김 추모 패션아트컬렉션이 열렸다. 이날은 앙드레 김이 세상을 떠난 지 1백 일이 되는 날로 쇼 타이틀도 ‘앙드레 김, 영원한 이름이여’였다. 이번 행사는 생전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매년 유니세프 기금 모금을 위해 자선패션쇼를 연 앙드레 김의 헌신과 사랑에 감사하며, 앙드레 김의 봉사정신을 많은 이들이 함께 나누자는 취지로 진행됐다.
패션쇼장은 앙드레 김이 가장 좋아했던 순백색으로 꾸며졌으며, 그가 생전에 각별히 아꼈던 모델 이병헌과 김희선이 특별출연해 런웨이를 우아하게 수놓았다. 열정적인 모습으로 쇼를 진두지휘하던 앙드레 김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었지만 유럽의 전통문화와 서정적 로맨티시즘을 표현한 이브닝드레스, 한겹 한겹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감동을 선사하는 일곱 겹 드레스, 남녀 모델이 이마를 맞대고 마무리되는 순결한 웨딩판타지까지, 앙드레 김 살아생전에 진행했던 방식 그대로를 감상할 수 있었다. 피날레 후 무대인사는 영상물로 대체됐는데, 스크린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앙드레 김의 모습이 나타나자 패션쇼 관람객들은 뜨겁게 환호하며 그에 대한 그리움에 눈시울을 붉혔다.
앙드레 김의 빈자리를 누구보다 크게 느낄 아들 중도씨(29)는 아버지의 뜻을 받들기 위해 이번 패션쇼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한다. 쇼가 시작되기 전 처음으로 매체 인터뷰에 응한 중도씨는 “그동안은 아버지가 계셨기 때문에 아들인 내가 전면에 나설 이유가 없었다”며 첫 인터뷰에 대한 부담감을 먼저 밝혔다. 그렇지만 아들로서 아버지를 추억하는 모습은 진지하고 따뜻했다.
“아버지는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걸 매우 의미 있게 생각하셨어요.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많은 생각들이 오갔는데, 부디 행사가 잘 끝나서 아버지가 하늘에서도 기뻐하시면 좋겠어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다 그러하겠지만, 앙드레 김에게 아들 중도씨는 매우 특별한 존재다. 평생 미혼이었던 앙드레 김은 1982년 당시 생후 5개월 된 중도씨를 입양해 사랑으로 키웠다. 중도씨가 결혼하기 전까지 한 침실에 두 개의 침대를 놓고 아들과 잠들기 전까지 이런저런 얘기 나누기를 즐겨했던 앙드레 김. 그에게 중도씨는 자식인 동시에 친한 친구였다. 요즘도 중도씨는 아버지의 유품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나고 아버지와의 추억에 잠긴다고 한다.
“아버지가 사시던 집에 가면 현관에 들어서면서부터 아버지 손때 묻은 유품들이 다 눈에 들어와요. 사실 아버지가 많은 걸 남기신 건 아니에요. 아버지가 평생 사용하셨던 가구며 소품들, 특히 덩그러니 비어 있는 침대를 보면 아버지가 더 이상 우리 곁에 없으시다는 걸 실감하죠.”
앙드레 김은 중도씨가 결혼해 가정을 꾸리자 가족이 늘었다는 사실에 누구보다 기뻐했고, 손자와 손녀가 태어난 뒤에는 아이들에게 직접 옷을 만들어주는 걸 더없는 행복으로 여겼다. 고인이 무척 아끼던 쌍둥이 손자 현서·손녀 현유(6), 막내 지유(3)도 할아버지 얘기를 자주 하며 보고 싶다는 말을 한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존재감을 어린 손자들도 잘 알고 있다고.
“아버지는 제게도 그러셨지만, 손주들에게도 참 인자한 할아버지셨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주셨고, 가족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니는 걸 좋아하셨죠.”
언제나 정정하리라 믿었던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자 중도씨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아버지가 다시 일어날 거라 굳게 믿었다는 그는 여느 자식과 마찬가지로 아버지를 떠나보낸 뒤 많은 후회가 밀려온다고 했다.
“부모를 잃고 나서야 뒤늦은 후회를 한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아버지 살아생전에 더 잘해드리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워요. 물론 가까이 살면서 아침저녁 식사를 함께하고 많은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늘 고독해하시던 아버지에게 제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됐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행복하게 살라”는 유언 남기고 떠난 아버지,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 다할 것

故 앙드레 김 추모 패션쇼 연 외아들 중도씨 “아버지 떠나고 난 뒤…”


중도씨에게 아버지와의 추억을 한 가지 들려달라고 하자 ‘패션쇼’를 꼽았다. 전 세계에서 패션쇼를 열었던 고인은 그 때마다 중도씨를 데리고 다니며 각국 인사들에게 아들을 소개했다고 한다. 중도씨는 어려서부터 넓은 세상을 알게 해준 아버지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병상에 눕기 전까지 열정적으로 일에 몰두했던 고인을 매우 안타까워했다.
“평소 일을 너무 많이 하셨어요. 건강에 이상이 생겼을 때 바로 일을 그만뒀더라면, 아니 휴식이라도 좀 취하셨더라면 안 돌아가셨을지도 모르겠어요.”
이제 ‘앙드레김 아뜰리에’는 중도씨가 맡아 이끌어간다. 과거 의상실 업무에는 전혀 관여한 적이 없던 그로서 아버지의 명성을 이어가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적잖은 부담이 느껴진다고 한다. 앙드레김 의상실 디자이너 출신인 아내 유은숙씨가 사업에 관여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중도씨는 그럴 일은 없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도 아내의 역할 중 아이들 돌보는 걸 0순위로 여기셨기 때문에 향후 몇 년간은 육아에만 몰두할 겁니다. 아직은 이 일을 맡은 지 얼마 안 돼 배워가는 입장인데, 아버지가 생각하셨던 방향대로 회사를 꾸려가는 게 지금의 가장 큰 목표예요.”
고인은 평소 그에게 “정도를 걸어라. 열심히 일하고 정직하게 살아라”라는 충고를 자주 했으며, 마지막 유언 또한 “행복하게 살아라”였다고 한다. 중도씨는 이런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아버지 명예에 누가 되지 않는, 앙드레 김 브랜드의 영속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여성동아 2010년 12월 5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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