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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스타의 내면 고백

데뷔 20년, 결혼 10년 차 남희석

“나를 둘러싼 몇 가지 오해, 두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 되고픈 소망”

글·김유림 기자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10.12.16 16:03:00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연예계에서 1인자의 자리는 영원할 수 없다.
화려했던 전성기를 지나 트렌드의 중심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는 개그맨 남희석은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고, 인생이 재미있다고 말한다.
듣기 좋은 변명 아닐까 싶지만, 그는 분명 ‘무리 지어 다니는 사자보다 고독을 즐기는 호랑이’가 되길 원한다. 두 딸의 아빠, 남희석의 의외의 모습들.
데뷔 20년, 결혼 10년 차 남희석


약속시간보다 일찍 카페에 도착해 있던 남희석(39)은 날씨가 제법 쌀쌀한데도 야외테라스에 앉아 있었다. “추운데 왜 밖에 있냐”고 묻자 “지방에서 KTX를 타고 왔더니 시원한 공기를 마시고 싶다”고 대답했다. 잠시 후 실내로 들어온 그는 의자에 앉자마자 단풍 얘기를 꺼냈다. 이틀 전 경주에서 간포로 넘어가는데 단풍이 기가 막히게 예쁘더라는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감탄사를 몇 번이나 연발했는지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더 놀라웠던 건 지금까지 살면서 단풍을 보고 예쁘다고 말한 게 이번이 처음이라는 거예요. 요즘은 인생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 없어요. 와~ 이상해. 화나는 것도 없고, 사는 게 다 재밌어요” 하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뀐 이유가 궁금했는데 대뜸 그는 고은 시인의 ‘그 꽃’ 시구를 읊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치열했던 젊은 날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여유가 생기자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의 표현대로 요즘 그의 위치가 과거만 못한 게 사실이지만 그를 행복하게 만드는 건 따로 있다.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 자신으로 인해 행복하고, 꼬물대는 두 딸과 사랑하는 아내가 있어 행복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것.
2003년 ‘꼭 한번 만나고 싶다’를 시작으로 ‘황금의 시간’ ‘사돈 처음 뵙겠습니다’ ‘미녀들의 수다’ 등을 연달아 진행하면서 ‘사람 사는 이야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남희석은 자신이 원하는 분야의 일을 찾다보니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 방송에서 주로 활동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그는 케이블 tvN에서 신동엽·지상렬·김성주와 함께하는 ‘네버랜드’, 퀴즈쇼 ‘트라이앵글’ MC를 맡고 있다.

자신에게 맞는 방송하고 싶어 선택한 외로운 길
12월 초 방영 예정인 퀴즈쇼 ‘트라이앵글’은 세 명의 도전자들이 서로 합의를 통해 문제를 푼 뒤 상금을 나누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심리 대결을 보여준다. 상금은 액수에 상관없이 무조건 3인의 합의 하에 불공평하게 나눠 가져야 하는데 15초 동안 주어지는 발언시간을 통해 각자 자신이 가져가야 할 상금의 비율과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마지막으로 제한 시간 100초 동안 서로의 배분 비율에 대해 만장일치를 보아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최종 상금은 차감되고 제한시간 동안 합의를 보지 못할 경우 금액은 0원이 된다.
“며칠 전에 첫 녹화를 했는데, 출연자 한명 한명이 다 재미있어요. 상금을 나누는 과정에서 이들은 비단 돈에 대한 욕심만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발언시간에 하는 얘기들을 들어보니까 결국은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세 명 중 가장 어린 친구가 주장이 세더라고요. 나이에 눌려서 자신의 입장을 잘 표현하지 못할 것 같은데, 자신의 입장을 어필하는 모습이 매우 신선했어요.”
최근 들어 지상파와 케이블의 경계가 많이 허물어졌지만, 지상파 프로그램을 접으면서까지 케이블로 옮겨온 이유가 궁금했다. 남희석은 SBS 걸그룹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청춘불패’ MC를 맡다 2개월 만에 하차했다. 당시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아 시청자들에게 안타까움을 주기도 했다.

데뷔 20년, 결혼 10년 차 남희석


데뷔 20년, 결혼 10년 차 남희석




“‘청춘불패’ PD와 작가는 제가 왜 그만뒀는지 잘 알아요. 한마디로 말하면 제 나이와 맞지 않는 프로그램이었어요. 당초 계획도 방송이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면 그만두자였죠. 잘나가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하나를 꿰차 다시 인기를 끌어올리면 좋겠다 싶겠지만 저는 그런 생각이 별로 없어요. 솔직히 4년 가까이 1등에 올라봤기 때문에 그게 얼마나 힘든 자리인지 알거든요. 오히려 사람 사는 이야기 쪽이 흥미에 맞아요. 제 삶도 제 또래 일반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요. 서른 살에 결혼해서 아홉 살과 세 살배기 아이가 있는 평범한 남자예요. 아이 엄마가 일을 하다보니까 제가 학부모 모임에 나갈 때가 많은데, 모임에서 만난 엄마들과 수다 떠는 재미도 쏠쏠해요. 그러면서 또 인생을 배우고요.”
이러한 독자적인 행보 때문에 남희석은 간혹 거만하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무리 지어 다니는 사자가 아닌, 고독을 즐기며 홀로 4,000km가 넘는 시베리아를 건너는 호랑이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어딘가에 얽매이지 않고 세상이란 무대에서 수많은 등장인물들을 만나고 싶다는 것. 그가 자유인을 동경하게 된 데는 선배 개그맨 전유성의 영향도 있다고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전화가 와요. ‘나, 여기 인도야. 머리를 깎으려고 나왔는데 버스가 두 시간을 기다려도 안 와. 겨우겨우 이발관에 갔더니 이발사가 오늘은 머리 깎기 싫으니까 그냥 가래. 그래서 그냥 가고 있어. XX.’ 그러고는 그냥 전화를 끊어요(웃음). 그래도 저희끼리는 전혀 이상하지 않아요. 자유롭게 사는 게 좋잖아요.”

갇혀 있는 것 싫어하는 남편에게 ‘땡처리 비행기 티켓’ 끊어주는 아내
사실 남희석의 ‘한량 기질’은 한창 잘나가던 전성기 때도 있었다고 한다. 살인적인 스케줄은 생각해본 적도 없고, 갑자기 배낭 하나 둘러메고 떠나 산골에 있는 여관방에서 며칠 동안 지내기도 했다고. 요즘도 일주일에 3~4일은 쉬는 날로 정해두는데, 어딘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면 부모님이 계신 대천에도 가고, 고구마소주를 마시러 일본 후쿠오카로도 떠난다. 아내 입장에서 불만이 있을 법도 하지만 남희석은 “집사람이 먼저 싼 ‘땡처리’ 티켓을 끊어준다”며 웃었다. 그의 아내 이경민씨는 서울대 치대 출신으로 현재 치과를 운영 중이다. 올해 결혼 10년 차인 남희석은 아내를 “현명하고 큰 사람”이라고 말했다.
“제가 갇혀 있는 걸 못 참아하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자유롭게 놔줘요. 그러다가 제가 몇 차례에 걸쳐 잘못을 하면 장문의 이메일을 보내죠. 사는 게 재미없다고(웃음). 그러면 저는 다시 깨갱하고 잘하려고 해요. 집에서 술을 자주 마시는데, 아내도 술을 좋아해요. 하루에 맥주 1병 정도는 마시는 것 같아요. 어느 날은 ‘여보 이것 좀 봐요. 이런 게 나왔네’ 하면서 맥주 1.8L 페트병을 보여주더라고요. 다소곳하고 얌전하게 생긴 사람이 그러니까 더 웃겨요. ‘이거 먹다가 배 나오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며칠 동안 다 마시더라고요(웃음). 아내와 술 한잔 기울이면서 이런저런 얘기 나누는 게 참 좋아요. 솔직히 아내 덕분에 먹고사는 거 크게 걱정 안 하니까 그 또한 감사하죠(웃음). 요즘 트위터 하는 재미에 빠져 있는데, 아내 이름을 ‘내 스폰서’라고 저장해뒀어요.”
아내 이씨는 자기관리가 철저하고 부지런한 성격이라고 한다. 출근 전 새벽반 일본어 학원에 다니고, 일주일에 두 번 큰딸 보령이와 함께 스케이트도 배우는 등 일분일초도 헛되이 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아이 교육에 있어서만큼은 아이가 원하는 걸 가르친다는 주의라 공부만 강요하지 않는다고 한다. 남희석은 “우리 집 내력이다.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하게 하되, 스무 살 이후에는 자기 인생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데뷔 20년, 결혼 10년 차 남희석


항간에 두 사람을 둘러싸고 ‘불화설’이 돌기도 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한다. 물론 권태기가 있었지만 두 사람이 결혼 후 언성을 높여가며 싸운 것은 단 두 번밖에 없다고. 첫 번째 부부싸움은 결혼하고 1년 정도 됐을 때, 남희석이 3천만원짜리 중고 오픈카를 산 게 화근이 됐다. 아내가 반대를 하자 남희석이 “에잇, 남희석이 이것도 하나 못 사고” 하면서 자동차 열쇠를 방바닥에 던지고 집을 나갔는데, 그때도 5분 만에 그가 아내에게 사과를 하면서 싸움이 마무리됐다. 물론 자동차는 그날 이후 아내가 팔아버렸다고 한다.
“지난 8월19일이 결혼 10주년이었는데, 신혼 때 정한 원칙이 싸우더라도 10분을 넘기지 말자예요. 오래 싸워봤자 감정의 골만 깊어지고 서로에게 득 될 게 없잖아요. 또 ‘이혼은 항상 코앞에 있다’는 말을 자주 해요. 주변에 친구들을 봐도 아주 사소한 일로 싸움이 시작돼 이혼까지 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아내나 저나 조심하며 살아왔는데, 그래도 살다보니 권태기란 게 오더라고요. 결혼하고 7년쯤 돼서였는데, 부부싸움은 안 하지만 서로에게 심드렁할 때였어요. 아내가 ‘김치찌개 먹을까?’ 하면 ‘아니 순두부’ 이런 식이었죠. 그러다 기적처럼 둘째가 생기면서 다시 신혼으로 돌아갔어요(웃음).”

둘째 태어나고 신혼으로 돌아간 요즘
남희석은 콩알만 한 태아 초음파 사진을 보는 순간 처음 연애할 때 기분으로 돌아가면서 아내가 다시 여자로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열 달 내내 아내가 먹고 싶다는 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구해왔을 정도로 임신한 아내를 극진히 떠받들었다. 둘째가 태어나자 집안 분위기도 더욱 밝아졌다고 한다. 휴대전화 사진 속 둘째 하령이는 동그란 눈망울이 엄마와 많이 닮았다. 남희석의 유머감각은 아내와 두 아이 앞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고 한다.
“저희 식구가 다 웃겨요. 아버지 어머니, 형제들은 물론이고 피도 안 섞인 이모부까지도요(웃음). 집안 내력인지 몰라도 큰딸 보령이는 장래희망이 ‘개그우먼’이래요. 또 엄마를 닮아서 벌써부터 음식솜씨가 남달라요. 집에 손님이 오면 된장찌개를 끓이고, 두부전도 부쳐요. 또 얼마 전에는 창작요리라면서 감자를 얇게 썰어서 고추장, 청양고추를 넣고 매콤하게 볶았는데 정말 맛있더라고요. 보령 엄마가 이탈리아 요리부터 포장마차 요리까지 못하는 게 없거든요.”
그럼에도 아내는 시집에서 요리 실력을 뽐낼 기회가 없다고 한다. 25년 주방장 경력을 자랑하는 시아버지가 주방 출입을 금하기 때문. 명절에도 “시아버지는 러닝셔츠 바람에 앞치마를 두르고, 아내는 아이들과 거실에서 노는” 풍경이 자연스럽게 연출된다고 한다. 또 얼마 전에는 3일에 걸쳐 잡은 자연산 붕어로 며느리에게 어죽을 끓여줬을 정도로 시아버지의 며느리 사랑이 대단하다고. “시어머니가 질투하지 않냐”고 묻자 “어머니도 평생 걸레질 한번 안 하고 사셨기 때문에 아버지가 집안일 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신다”며 웃었다.
남희석은 가정을 꾸리고 아이가 태어나면서 웃음에 대한 철학이 확고해졌다. ‘웃긴 사람은 될지언정 우스운 사람은 되지 말자’는 것. 특히 자신 때문에 아이들이 상처 받는 일은 없길 바란다고 했다. 방송일을 선택할 때도 그 점을 가장 우선으로 꼽는다고 한다.
내년이면 어느덧 불혹의 나이에 접어드는 그는 지금처럼 자연스럽게 나이 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그 과정에서 진화와 후퇴, 정지를 반복하겠지만 평범한 중년 남자로, 이웃과 편하게 어울릴 수 있는 방송인으로 남고 싶다고.
인터뷰 말미에 선보인 그의 ‘성대모사 퍼레이드’를 지면에 옮기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오랜만에 듣는 거라 더욱 재미있었는데 말이다.

여성동아 2010년 12월 5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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