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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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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유치원에 거는 희망

자연을 교과서 삼아 통 큰 공부!

글·김명희 기자 사진·문형일 기자

2010. 12. 06

숲 유치원에 거는 희망


예전 한 방송 다큐멘터리에서 외국의 숲 유치원을 본 적이 있다. 거기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숲 속에서 타잔처럼 나무를 타는가 하면, 나뭇가지를 모아 불 피우는 법을 배우고, 집에서 가져간 소시지를 구워 먹으며 살아있는 공부를 했다. 우리나라의 유치원은 초등학교의 예비 과정이 된 지 이미 오래. ‘가나다라’나 ‘ABCD’가 아닌 인생을 사는데 필요한 진리를 가르치는 유치원은 그때만 해도 먼 나라 이야기였다. 그런데 숲을 학교 삼아, 자연을 교과서 삼아 수업을 진행하는 숲 유치원이 우리나라에도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서울 송파구청 구립 ‘파인8 어린이집’은 올 초부터 숲 유치원반(정원 18명)을 따로 모집해 인근 오금공원에서 수업을 진행하는데 정해진 커리큘럼이란 것이 아예 없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후드득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감상하고, 낙엽이 져 바닥이 폭신할 때는 땅에서 뒹굴고 낙엽 던지기 놀이를 하는 식이다. 처음엔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면서도 ‘교실 없이 수업하는 게 가능할까’ 반신반의 하는 학부모가 많았는데 지금은 입학 대기자가 90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라고 한다.
또 다른 숲 유치원인 부산대 부설 어린이집의 1년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3월 땅 고르기·보리관찰, 4월 텃밭 잡초 뽑기·깻잎 씨앗 뿌리기… 8·9월 옥수수 수확하기, 10월 추수하기, 11월 보리씨앗 뿌리기… 등으로 구성돼 있다. 매일 숲을 산책하고, 동물을 키우며 자연과 생명의 순환 과정을 관찰하는 것이 이곳 어린이들의 중요한 하루 일과다.
사단법인 ‘나를 만나는 숲’의 숲 유치원 담당자이자 ‘숲 유치원’(도서출판 호미) 저자인 장희정 박사에 따르면 숲 유치원에서는 공부보다는 경험을 통해 사회성을 키울 수 있으므로 결벽증이 있거나, 혼자 잘 놀지 못하고 남에게 의존하는 아이,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 몸이 허약하거나 신체 균형 및 조절 능력이 부족한 아이에게 숲 유치원이 효과가 있다고 한다. 경쟁이라는 정글에서 방황하는 부모와 아이들에게 나침반이 될 숲 유치원이 이 땅에 건강하게 뿌리 내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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