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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영웅 탄생

지리산고등학교 2학년 임동규군 퀴즈로 희망을 쏘아 올리다!

글·정혜연 기자 사진·이기욱 기자

입력 2010.11.05 14:47:00

중졸 트럭 운전사, 이발사, 열쇠 기능인…
수많은 퀴즈영웅이 탄생했던 KBS 교양프로그램 ‘퀴즈 대한민국’에서 이번에는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고등학교의 한 학생이 퀴즈영웅에 등극했다. 지난 10월 중순 지리산고등학교 2학년 임동규군이 영웅에 등극, 상금 6천만원을 거머쥔 것.
사교육의 혜택이라고는 꿈꿀 수조차 없는 곳에서 공부하면서도 퀴즈영웅이 된 비결은 뭘까.
지리산고등학교 2학년  임동규군 퀴즈로 희망을 쏘아 올리다!


“…왕조의 다리우스(3세) 대왕은 알렉산더 대왕의 침략을 받고 패배했다.
정답은?” “정답은 페르시아입니다.”
폭죽이 터지자 도전자는 그제야 빙그레 웃음 짓는다. 지난 10월 중순 ‘지리산고등학교 홍보맨’이라는 명찰을 달고 KBS 교양프로그램 ‘퀴즈 대한민국’에 출연한 임동규군(18)이 퀴즈영웅에 등극했다. 전반전에서 실력을 뽐내며 각 단계를 모두 1등으로 통과한 그는 마지막 영웅결정전에서 네 개 힌트를 얻는데 성공, 힌트를 모두 들은 뒤 떨리는 목소리로 정답을 외쳤다. 당시 기분은 어땠을까.
“‘퀴즈 대한민국’을 빠짐없이 보는 열혈 시청자인데 항상 영웅결정전 문제는 어려워서 못 맞힌 적이 많았어요. 그래서 이번에 출전했을 때도 영웅이 되리라고는 꿈도 꾸지 않았죠. 최후 3인이 경쟁을 할 때 떨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옆에 두 분보다는 스피드가 빨라서 운 좋게 올라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첫 번째 힌트를 들을 때까지만 해도 몰랐는데 ‘다리우스 대왕’이라는 힌트를 듣고 정답을 확신했죠. 정말 운이 좋았어요.”
그가 퀴즈영웅에 등극하자 많은 이들이 진심으로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그중 가장 기뻐한 이는 고향인 포항에서 일을 하느라 동행하지 못한 그의 부모. 가정 형편상 서울까지 올라가 응원하지 못한 것을 미안해하며 진심으로 축하해줬다고 한다. 임동규군은 6천만원 중 장학금으로 기부되는 3천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 모두를 부모에게 건넸고, 논의 끝에 그의 대학 등록금에 사용하기로 했다.

어려움 많이 겪었지만 사회 이슈 공부하며 아픔 이겨내
임동규군이 ‘퀴즈 대한민국’에 출전을 결심한 것은 3년 전이었다. 평소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던 그는 일요일 오전이면 어김없이 퀴즈를 쏟아내는 프로그램을 보는 것이 재미있었다고. 처음에는 모르는 문제가 더 많았지만 매번 몰랐던 문제를 다시금 찾아보며 빠져들다 보니 차츰 절반 이상은 맞힐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런데 출전 경비가 문제였다. 형편이 여의치 않았던 터라 막연하게 꿈만 꿔야 했던 것. 그런 그의 상황을 알아차린 지리산고등학교의 한 선생이 그를 자비로 서울까지 데려가 예심을 보게 했다.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한 그는 예심통과는 물론 영웅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함께한 선생은 “서울 온 보람이 있었다”며 그를 칭찬했다고 한다.
“학교 선생님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뉴스 보는 걸 좋아하고 사회문제에도 관심이 많으니까 신문도 학교에서 받아볼 수 있도록 해주셨죠. 준비요? 따로 한 건 없고 그냥 일반상식 관련 책 한 권을 본 게 다예요. 그보다는 평소 뉴스를 꼼꼼하게 챙겨 본 것이 퀴즈를 푸는 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임동규군이 뉴스에 빠져들게 된 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2년 전 고향인 포항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던 그는 친구들과의 사이가 썩 좋지 않아 집단 따돌림을 겪어야 했고 그해 가을 자퇴를 결심하고 학교를 나왔다고 한다. 이후 혼자 있는 시간이 늘면서 평소 관심이 많던 뉴스를 보는 일에 점차 빠져들게 됐다.

지리산고등학교 2학년  임동규군 퀴즈로 희망을 쏘아 올리다!


“그래도 고등학교 1학년 때 그런 일을 겪어서 참 다행이에요. 지금 친구들은 고3인데 공부하느라 다들 심란해하더라고요. 계속 학교를 다니고 있었더라면 여러 감정이 겹쳐서 아마도 정말 힘들었겠죠. 다른 학생들보다 1년 늦기는 했지만 원하는 학교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으며 다시 공부할 수 있어 만족해요.”
학교를 나와 대안학교를 찾던 그는 인터넷에서 우연히 지리산고등학교에 관한 기사를 발견했다. 수업료 전액 무료에 기숙사 생활도 무료로 할 수 있다는 점에 끌린 그는 곧바로 지원을 결심했다. 중학교 내신이 전교 상위 10% 안에 들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지만 공부만큼은 자신 있었던 그에게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동규군의 부모도 아들의 뜻에 찬성했고 차로 3시간 남짓 떨어진 지리산으로 시험을 보러 찾아갔다. 봉사정신을 강조하는 학교의 이념에 따라 면접 때는 봉사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동규군은 자신의 아픈 경험을 토대로 남을 돕는 사람이 되겠다는 뜻을 밝히고 무난히 합격할 수 있었다.



지리산고등학교 2학년  임동규군 퀴즈로 희망을 쏘아 올리다!


지리산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얻은 가장 큰 성과는 제대로 공부하는 법을 알게 된 것이라고 한다.
“일반 학교와 수업 시간이 다르거든요. 주요 과목의 경우 수업 시간이 2시간이에요. 처음 20분 동안 그날 배울 교과를 각자 예습한 뒤 수업을 시작해요. 1 시간 정도 선생님이 설명하시는 걸 들으며 제대로 공부를 하죠. 그런 다음 20분 동안 각자 복습하는 시간을 가져요. 저녁에 자습하는 시간이 있기는 하지만 복습을 안 할 수도 있으니까 바로 그 자리에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거죠. 2시간 동안 선생님이 곁에 계시니까 바로바로 질문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한 학년이 스무 명 남짓인 터라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전국 모의고사를 보면 알 수 있다. 대부분 과목이 상위권이라는 동규군은 특히 좋아하는 사회영역에서 전국 상위 0.5% 안에 든다. 실력 검증 차원에서 본 한국사능력검정시험도 무난히 통과해 자격증을 땄다고 한다.

뉴스 잘 전하는 아나운서 되는 것이 꿈

아직 대학입학까지는 1년여 시간이 남았지만 동규군은 일찌감치 진학하고 싶은 학과를 결정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역사와 사회를 좋아하니까 그쪽 과목의 교육학과로 진학하고 싶어요. 아직 확실한 꿈이 있는 건 아닌데 막연하게 두 가지 정도 꿈꾸고 있어요. 하나는 교육학과 전공을 살려서 선생님이 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시사 이슈를 좋아하니까 그런 걸 잘 전달하는 아나운서가 되는 것이에요. 어릴 때부터 뉴스를 좋아해서 아나운서들이 하는 걸 줄곧 따라 하며 놀았거든요.”
그는 이번에 생애 첫 방송출연을 하면서 아나운서의 꿈을 더 키우게 됐다. 진행을 맡은 조우종 아나운서가 대본에 적힌 대로가 아니라 순발력 있게 진행을 하며 분위기를 이끄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숫기가 없는 성격인 터라 동규군은 스스로 ‘아직 많이 멀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또 한 가지 꿈은 봉사를 하며 사는 것. 동규군은 학교의 교육이념에 따라 학교 친구들과 함께 일주일에 한 번씩 근처 양로원에 가서 봉사를 하고 있다. 그는 태어나기 전부터 친조모가 없던 터라 처음에는 어떻게 도움을 드려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고.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가까워져 지금은 친할아버지 친할머니처럼 지내게 됐다고 한다. 덕분에 동규군은 자신이 가진 작은 것이라도 나누려는 습관이 생겼다.
“학교에서 봉사를 강조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남을 돕는 일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알게 됐어요. 처음에는 봉사하러 가서도 멀뚱하게 있었는데 지금은 ‘봉사를 하지 않았다면 내 삶은 어떻게 됐을까’ 생각할 정도로 잘하고 있죠. 지난 여름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외 봉사도 갔어요. 캄보디아에서 못 먹고 못 입는 아이들을 보고 굉장히 가슴 아팠죠. 저보다 더 어려운 아이들도 열심히 행복하게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많은 걸 느꼈어요.”
지리산고등학교에서는 서울대 정치학과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학생들의 멘토가 돼 강의를 해주고 있다. 정기적으로 찾아와 자신의 생각과 공부경험을 말하며 진로에도 도움을 준다고. 동규군은 학교로 찾아와 강의를 해주는 많은 인생 선배처럼 자신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덧붙여 그는 아프리카에서 지리산고등학교로 유학 와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언급하며 자신의 각오를 밝혔다.
“지금도 코트디부아르, 키르기스스탄에서 온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잠비아에서 온 선배 두 분이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에 진학했어요. 낯선 타지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공부하는 선배를 보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죠. 그분들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배웠고, 덕분에 공부도 더 열심히 하게 됐어요. 모자란 부분이 아직 많아서 지금부터 더 노력할 생각입니다.”

여성동아 2010년 11월 5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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