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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SEX TALK

섹스 트러블에 대처하는 현명한 자세

글 신동헌 사진 동아일보 출판사진팀, Rex 제공

2010. 10. 05

섹스는 부부간 몸의 대화다. 부부 모두 정상인 상태에서는 신체적 표현으로 성적 대화를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성적 문제가 발생하면 ‘신체적 언어’만으론 불충분하다. 이럴 땐 공감과 배려에 바탕한 진짜 대화가 필요하다.

섹스 트러블에 대처하는 현명한 자세


우리나라만큼 성문화가 발달하지 못한 곳도 드물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많은 성 지침서가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남녀칠세 부동석’으로 대표되는 유교 문화의 영향 탓에 이렇다 할 성 지침서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오랫동안 결혼생활을 해온 부부들도 서로를 어떻게 만족시켜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부부간에 서로에게 ‘만족’을 준다는 것은 단순한 성교의 테크닉이나 지속 시간, 횟수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성기가 크고 단단한, 게다가 하루에도 몇 번씩 발기하는 남편이라고 해도 돈벌이가 시원찮거나 다른 여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면 아내가 만족할 리가 없다. 또 아무리 군더더기 없는 몸매를 유지한 데다 20대 처녀들이 흉내도 낼 수 없는 테크닉을 갖춘 아내라고 해도 잔소리가 심해서 얼굴 마주치기도 싫다면 남편이 그녀와 섹스를 하고 싶을 리가 없다.
‘집에서만 안 서는’ 발기 부전의 원인이 아내에 대한 불만 때문, 혹은 가족에 대한 지나친 부담감 때문이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도 없다. 섹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애액이 분비되지 않아 첫 경험에 실패(?)하는 사례는 꽤 많은 20대 여성들이 경험하는 일종의 섹스 트러블인데, 그와 마찬가지로 이 세상 모든 섹스 트러블에는 심리적인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유럽 사람들은 섹스 트러블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색다른 방법을 제안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럽에 가보면 깜짝 놀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연령 차이가 많이 나는 부부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이다. 그것도 흔히 연상하는 나이 많은 남자와 젊은 여자 뿐 아니라 나이 많은 여자와 젊은 남자 커플까지 꽤나 많이 눈에 띈다. 워낙에 나이 차를 별로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문화 탓도 있지만, 유럽 사람들은 나이 차가 많은 커플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무척 스마트한 결혼방식이라고 여기기도 하는데, 이유인즉슨 이렇다. 남자는 20대 초반 성욕이 가장 왕성하고, 육체적인 능력도 최고조에 이른다. 그러나 여자는 아직 그 나이에 섹스에 익숙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심리적인 부담감도 많기 때문에 남자들의 성욕을 감당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험이 풍부하고 리드를 잘 해낼 수 있는 연상의 여자들이 20대 남자와 연애, 혹은 결혼을 하는 거다. 반면 경제적인 여유는 있으나 육체적인 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진 중년 남성들은 20대 여성들의 허영심뿐 아니라 지적 호기심까지 충족시켜주고, 어느 정도 풀이 죽은 성욕과 부드럽게 리드할 수 있는 경험이 20대 여자들에게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거다.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사랑 공식이지만, 이혼율이 나날이 높아지고 재혼도 흔한 유럽에서는 꽤 설득력 있는 설명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도 두 번 이상 결혼을 경험한 사람 중 한 번의 결혼은 나이 차이가 평균보다 많이 나는 경우가 꽤 늘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다.
곰곰 생각해 보면 이해가 가지만, 우리나라에서 그런 문화가 자리 잡는 데는 아마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거다. 아니 어쩌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질과는 어울리지 않는 해결책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과연 남자와 여자의 섹스에 관한 입장 차이를 과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섹스의 생명은 자존심, 배우자의 섬세한 배려가 바탕 돼야

섹스 트러블에 대처하는 현명한 자세


20대, 혹은 신혼 무렵에는 주로 남자들이 섹스를 더 원하고, 여자들은 익숙하지 않은 탓에 육체적 고통을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 게다가 트러블이 있어도 그게 섹스 트러블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 건지도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20대 남성에게 가장 많은 섹스 트러블은 조루이고, 여성에게 가장 많은 것은 불감증이다. 둘 다 경험이 거듭되면서 점점 사라지기 때문에 인식을 하지도 못하고, 당연히 고쳐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게 된다.
반면 결혼 후 찾아오는 섹스 트러블은 ‘예전엔 안 그랬는데…’하는 생각 때문에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조루와 발기 부전을 복합적으로 겪는 남성들은 ‘이제 끝났다’라는 남성성 상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심리적 원인이건 육체적 문제이건 간에 일단 섹스 트러블이 되고 나면 다시 심각한 정신적 문제가 되어서 점차 심해진다. 파트너의 섹스 트러블은 여성에게도 심각한 정신적 문제가 된다. 자신의 변해버린 몸매 때문인가 자책하게 되고,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게 된다. 그런 정신적인 충격은 다시 여성의 섹스 트러블로 발전하게 된다.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보겠다며 “왜 안 서?” 나 “벌써 끝났어?” 같은 섬세하지 못한 질문을 던지면 문제는 더욱 커진다. 핵미사일 단추를 누른 거나 진배없다. 자존심으로 먹고 사는 남자들은 그런 질문을 받으면 결코 그 질문을 받기 전 상태로 돌아오지 못한다. 스무 살 처녀보다 민감한 게 마흔 살 남자다.
조루 환자의 대부분이 병원을 찾는 이유는 ‘아내를 만족시키고 싶어서’다. 그건 상대방을 사랑해서이기도 하고, 상대방을 만족시키는 것이 남자의 자존심을 만족시키는 가장 큰 수단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조루’는 섹스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고, 사정을 하기 때문에 남자 입장에서 만족감이 적은 것도 아니다. 때문에 조루 환자가 스스로 병원을 찾는다는 것은 그만큼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의학의 발달은 암이나 심장질환만 고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발기 부전 환자들은 이미 몇 년 전에 일련의 치료제로 인해 사라졌다. 조루도 프릴리지라는 새로운 약 덕분에 더 이상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여성의 섹스 트러블은 정신과 상담, 혹은 러브 젤같은 보조기구로 인해 극복이 가능하다. 결국 섹스 트러블은 서로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병원 가서 고쳐와’라는 무신경한 말만 하지 않으면 된다. 상대방이 스스로 섹스 클리닉의 문을 두드리거나 부부가 함께 찾아갈 수 있는 상황만 된다면, 더 이상 섹스 트러블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섹스의 문제가 아니라, ‘부부 생활’의 문제다. ‘행복한 가정’이 그런 것 아닐까?
신동헌씨는… 라틴어로 ‘카르페 디엠’, 우리말로는 ‘현재에 충실하라’는 좌우명대로 하고 싶은 건 다 하면서 살고 있다. 결혼 4년째로, 죽을 때까지 아내를 지루하지 않게 할 자신에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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