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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이 남자가 궁금하다

지성, 바른생활 사나이의 은근한 매력

글 김유림 기자 사진 문형일 기자

입력 2010.09.15 17:39:00

중저음의 차분한 목소리, 어린 시절 말썽 한번 안 피웠을 것 같은 모범생 외모.
배우 지성 하면 떠오르는 단편적인 이미지들이다.
하지만 그의 진짜 매력은 화면 안이 아닌 밖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MBC 사극 ‘김수로’ 촬영장에서 만난 그는 한 가지 질문에 열 가지를 답변하는 ‘달변가’에다 유쾌하게 자신을 드러낼 줄 아는 ‘솔직남’이었다.
지성, 바른생활 사나이의 은근한 매력


숨이 턱 막히는 불볕더위가 계속되는 요즘, 드라마 촬영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땡볕 아래에서 카메라를 돌리고, 벌서듯 조명을 들고 있는 스태프의 모습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땀이 난다. 그에 비해 연기자는 ‘신선놀음’이라 생각하는 이들도 많겠으나 장르가 사극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특히 남자 연기자는 갑옷에 무거운 칼과 방패를 들어야 하고 과격한 액션 연기도 소화해야 한다. 지난 8월 중순 MBC ‘김수로’ 촬영장에서 만난 갑옷 차림의 지성(33)은 “더워요. 그래도 왕이라서 좋아요” 하며 해맑게 웃는다. 앗! 진중하기만 한 줄 알았던 지성에게 이런 면이.

▼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아요. 촬영이 힘든가봐요.
“볼살이 많이 빠져서 더 그렇게 보이는 것 같아요. 극 초반에 열여덟 살로 보여야 했는데, 저희 엄마(배종옥)와 동갑 정도로 보이지 않았나요?(웃음) 아무래도 이번 드라마는 에너지 소모가 많은 작품이에요. 작가가 저를 왕으로 만들려고 온갖 시련과 고난을 주시더라고요. 특히 최근에 길러주신 어머니가 자살했을 때는 현실에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라 연기로 표현하기가 어려웠어요. 정신적으로 이렇게 힘든 건 이번 드라마가 처음인 것 같아요.”
▼ 덥고 변덕스런 여름 날씨도 한몫하죠.
“얼마 전 태풍 뎬무가 김해 근처를 지나갈 때였는데 폭우 속에서 촬영한 건 데뷔 후 처음이에요(웃음). 더위로 힘든 건 이루 다 말할 수 없죠. 옷 위에 갑옷까지 입으니 체감온도는 40℃를 넘나들어요. 체력유지를 위해 잘 먹으려고 해요. 특별히 보양식을 찾아먹는 건 아니고 세 끼 맛있게 먹자는 주의예요. 얼마 전에는 팬클럽 회원들이 촬영장으로 밥차에 보쌈을 준비해오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오랜만에 기름진 음식 먹는다고 다들 좋아하더라고요(웃음).”
▼ 김수로가 노예로 팔려간 장면에서는 웃통 벗은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죠. 근육이 보통이 아니던데요.
“제 몸이… 원래 보통이 아니에요(웃음). 그 장면을 위해 특별히 몸을 다듬은 건 아니고, 평소 운동을 좋아해요. 촬영에 들어가기 전 감독님께 하루 2시간씩 몸 만들 시간 좀 달라고 했으나 반영되지 않더라고요. 사실 연기자가 ‘몸짱’으로 부각되는 건 좋은 것 같지 않아요. 몸이 아닌 연기로 승부를 거는 게 맞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번에도 처음에는 ‘안 벗겠다’고 했는데 감독님께서 시청률 얘기도 하고…(웃음), 또 내용상 벗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 시대에 노예가 무슨 옷이 있었겠어요. 사실 웃통을 벗는다는 사실보다는 얼굴과 몸의 색깔 차이가 너무 커서 그게 더 고민이었어요. 얼굴과 팔은 좀 탔는데 속살은 하얘서 매력도 떨어지고 리얼리티도 떨어지더라고요(웃음). 결국 몸에 분장을 해서 얼굴색과 맞췄어요.”
▼ 사극이지만 러브신이 많아요. 두 여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인상적인데요.
“두 여자를 마음에 둔다는 것이 처음에는 이상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가볍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옛날에는 그랬을 수도 있겠다’하고요. 키스신도 꽤 많은데 그것도 처음엔 부담스럽더라고요. ‘왕이 될 놈이 정신 안 차리고 연애만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서요. 며칠 전에는 허황옥(서지혜)과 키스신을 찍는데 자꾸 NG를 내서 제가 ‘왜 집중 안 하고 웃냐’고 했더니, ‘오빠가 아효(강별)랑 키스한 게 생각나서 그런다’고 농담을 하더라고요. 근데 두 사람과의 키스가 느낌이 달랐어요. 허황옥은 앞으로 결혼할 사람이라 생각해서인지 좀 더 진지했고, 아효와는 연애하는 느낌이랄까?(웃음)”

▼ 고생하는 거에 비해 시청률이 저조한 편이라 속상하진 않나요.
“드라마 ‘뉴하트’ 때 기복을 다스리는 법을 조금 배웠어요. 저를 캐스팅해주신 분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잘해야 한다는 의무감은 있지만, 모든 게 뜻대로 되진 않더라고요. 최대한 시청률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려고 애써요. 제가 봐서 재미없으면 다른 사람도 재미없는 거잖아요. 그런 말에 상처 안 받아요. 저희 어머니도 재미없으면 재미없다고 말씀하세요(웃음). ‘아들~ 고생하는 건 알지만 이번엔 별로야’ 하고요. 그러면서 하나씩 배워가는 것 같아요.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고, 무한반복학습이 필요한 분야예요.”

데뷔 전 드라마 제작사 찾아가 첫 배역 직접 따내
올해로 데뷔 13년째인 지성은 꿈을 현실로 이뤄내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그의 데뷔 과정이 이를 증명해준다. 99년 청춘드라마 ‘카이스트’로 데뷔한 그는 드라마 첫 회를 보고 자신이 맡고 싶은 배역을 만들어 제작사로 직접 찾아갔다고 한다. 다들 황당해하는 분위기 속에서 운이 좋게도 PD와 작가가 그의 당돌한 행동에 관심을 보였고, 대본을 한번 읽어보게 한 뒤 그를 캐스팅했다. 그야말로 ‘자기추천전형’에서 합격한 것이다.

▼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나요.
“‘꿈은 이루어진다’는 문구가 있잖아요. 저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해요. 데뷔 전 제 모습을 떠올려보면, 결과가 어찌될지 모르는 가운데 오로지 꿈을 찾아 열심히 뛰었던 것 같아요. 더욱이 부모님이 연기자가 되는 걸 반대하셨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 했어요. 대학 원서를 넣을 때도 부모님께는 경영학과를 지원했다고 거짓말하고 연극영화과에 원서를 넣었어요, 불행히 다 떨어졌지만요. 제대로 연기를 배울 기회가 없다 보니 저 자신을 믿는 수밖에 없었어요. ‘하다가 말면 그만이지’가 아니라 ‘무조건 해야지’하는 자신감으로 덤볐던 것 같아요.”
▼ 캐스팅되고 나서 연기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박근형·고두심 선생님 등 많은 분이 도와주셨어요. 나중에 학교(수원대 연극영화과 졸업 후 올 초 한양대 연극영화과 편입)에 들어가면서 좀 더 전문적인 내용을 접할 수 있었고요. 신인일 때 선배님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저도 열심히 하는 후배들 보면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상대 배우가 NG를 내서 쩔쩔매면 ‘빨리 안 끝나도 좋으니까 천천히 하라’고 다독여주죠. 인상 팍 쓰고 ‘대본 좀 보라 그래’ 이러면 얼마나 속상하겠어요(웃음). 제가 처음 세트장에서 촬영할 때 카메라 원투쓰리도 몰랐는데, 한 카메라 감독님이 갑자기 카메라를 접으면서 ‘뭐 저런 놈을 데리고 왔어? 야! 쉬었다 해’ 하시는 거예요. 세트장 조명이 암전되는 순간 왈칵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 연기자가 되는 걸 반대하시던 부모님은 지금은 어떠세요.
“많이 좋아하세요. 특히 아버지는 요즘 왕 역할을 맡았다고 매우 흡족해하세요(웃음). 두 분 다 교육자이셔서 어릴 적에 꽤나 엄하게 자랐어요. 수학선생님이던 아버지가 방에서 사포로 당구 큐대를 문지르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그걸로 저도 많이 맞았거든요(웃음). 특히 밥상머리 예절을 중요하게 여기셔서 어른이 수저를 들기 전에 먼저 음식에 손을 댄다거나, 아버지가 올려주신 반찬을 거부할 때 많이 혼났어요. 어머니는 여장부 스타일이신데,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며 저를 강하게 키우려고 하셨고요. 그런데 아이로니컬하게도 저는 다섯 살 때까지 머리에 핀을 꽂고 다녔답니다(웃음).”



아버지 교육감 선거 때 많이 도와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

지성, 바른생활 사나이의 은근한 매력


엄한 부모 밑에서 자라서인지 그의 이미지는 ‘모범생’에 가깝다. 연예인 하면 떠오르는 자유분방함을 그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저변에 깔려 있는 모범생 기질은 간혹 연기에 장애물로 다가오기도 한다. 자신의 가치관과 어긋나는 캐릭터를 만날 경우 실감나는 연기를 뽑아내기 위해 몇 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 그렇지만 그는 애써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려 애쓰지 않는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더욱 절제하는 생활을 하려 노력한다. 그는 “똑같은 잘못을 하더라도 내가 하면 더 큰 잘못으로 비칠것 같다”고 말했다.

▼ 같은 남자로서 아버지의 어떤 점을 존경하나요.
“검소하신 점. 사실 어려서는 불만도 많았어요. 다른 친구들은 생일날 선물도 사주고 좋은 식당에서 외식도 하는데 저의 아버지는 거의 그러지 않으셨거든요.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아버지의 생활습관이 옳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 같은 연예인은 한 번씩 목돈이 들어오긴 하지만 확실한 직장이 있는 게 아니라서 노후를 잘 준비해야 하거든요. 아버지를 배우려고 애쓰는데, 그게 잘 안돼요. 우선 회식자리에서 카드를 꺼내는 습관부터 줄여야겠어요(웃음).”
▼ 여수정보과학고 교장 출신인 아버지가 지난 6월 전남도교육감 선거에 출마하셨는데요, 당시 지성씨와 함께 찍은 사진을 대형현수막으로 제작해 순천 선거사무소에 내걸어 화제가 됐죠. 낙선 후 아버지와 어떤 대화를 나눴나요.
“사실 제가 적극적으로 도와드리지 못해서 아버지가 살짝 삐치신것 같아요. 현수막은 그냥 두더라도 벽에 포스터는 붙이지 말라고 했거든요(웃음). 하지만 처음부터 아버지께 솔직하게 제 의사를 말씀드렸어요. 저는 교육에 대해 잘 모르고, 그런 저를 내세우는 게 큰 도움이 안 될 것 같다고요. 물론 교육자로서 아버지의 포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아버지께서 최선을 다하셨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또 한편으로는 ‘얘가 내 아들이다’ 자랑하며 행복하셨던 것 같아요.”
▼ 올해로 데뷔 13년째인데, 그동안 슬럼프를 겪은 적은 없나요.
“제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라 후회한 적은 없어요. 하지만 간혹 남자연예인이든 여자연예인이든 섹시함만 강조되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있어요.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배우는 앵글 안에서 배우다워야 하고 더불어 여자답고, 남자다워야겠지만, 표현방법에 있어 제 가치관과 부딪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런 면에서 혼자 좌절한 적도 많아요. 솔직히 저는 ‘책 읽는 여자’가 섹시하거든요.”
▼ 정말 책 읽는 여자가 섹시하게 느껴지나요.
“네. 그랬더니 누가 ‘비키니 입고 책 보는 여자?’하고 놀리더라고요(웃음). 사람들마다 이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를 테지만 저는 그래요. 첫인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눈이에요. 눈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대략 감이 오거든요. 저는 스스로 사람 보는 눈이 있다고 믿고 있어요(웃음).”

러브스토리는 ‘나만의 찬장’에 꽁꽁 숨겨둔 뒤 결혼할 때 공개할 생각
지성은 2004년 드라마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를 함께 촬영하며 인연을 맺은 이보영과 열애 중이다. 하지만 지금껏 이에 대해 당사자들이 직접 언급한 적은 없다. 지성은 ‘김수로’ 기자간담회에서도 이보영에 대한 질문에는 “노코멘트”라고 짧게 답했다.

▼ 연애사실에 대해 말을 아끼는 이유는 뭔가요.
“연예인이라서 모든 게 오픈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더욱이 연애는 극히 개인적인 부분이고요. 누구나 ‘나만의 찬장’에 꽁꽁 숨겨두고 싶은 비밀이 있잖아요. 아껴두었다가 결혼할 때 짠~ 하고 공개할게요(웃음).”
▼ 그렇다면 결혼 계획은 있나요.
“2세를 위해서는 너무 늦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어릴 때 입학식이면 부모님 대신 항상 이모나 할아버지가 오셨는데, 어린 맘에 나이 든 할아버지가 창피하더라고요. 만약 늦게 결혼을 하면 제 아이들도 아빠가 늙었다고 싫어할 것 같아요. 지금은 연기에 집중할 때이지만 결혼도 생각해야죠. 마흔은 넘기지 않으려고요.”
▼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있다면 뭘까요.
“군대를 통해 시야가 많이 넓어진 것 같아요. 오랫동안 카메라 앞에 서지 못하면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깨달았어요. 처음에는 GOP(일반전초)로 배정받았다가 국방홍보 지원단으로 옮겨갔는데, 연예사병일 때보다 일반 사병일 때 더 좋았던 것 같아요. 남자들만의 의리, 진정한 땀 냄새가 뭔지를 알 수 있었거든요.”
▼ 촬영이 없을 때는 주로 뭐 하면서 지내나요.
“운동은 꾸준히 하고, 혼자 여행하는 걸 좋아해요. 모험을 즐기는 편이라 위험한 곳도 가고요. 몸치라 요즘에는 춤을 배우고 있어요. 나이가 들수록 에너지 넘치게, 활기차게 사는 게 좋은 것 같아요. 클럽도 몇 번 가봤는데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 젊음을 대신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거예요. 더욱이 연기자에게 젊음은 삶의 에너지와 같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젊음을 유지하고 싶어요.”

정해진 선을 넘지 않되, 그 안에서 다양한 변주를 시도하는 연기자 지성. 창호지에 물이 스미듯 은은하게 다가오는 그의 매력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성, 바른생활 사나이의 은근한 매력

모범생의 얼굴을 한 지성은 연기자가 외모로만 어필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여성동아 2010년 9월 5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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