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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행복을 요리하는 남자

결혼 14년차, 권오중 행복생활백서

“아이 위해 요리 배운 다정한 아빠, 아내 배려해 키스신 거부해온 순정남”

글 김유림 기자 사진제공 씨드페이퍼

입력 2010.09.15 16:39:00

권오중은 유부남이다. 사생활을 좀처럼 공개하지 않아 그를 총각으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는 아이를 위해 유기농 식재료만 고집하는 ‘보통 아닌’ 아빠, 여섯 살 연상 아내와 여전히 신혼처럼 사는 로맨티시스트다.
결혼 14년차, 권오중 행복생활백서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살맛납니다’에서 철부지 남편을 연기한 권오중(39)은 실제로는 자신의 인생에서 아이와 아내를 일순위로 꼽는 가정적인 남자다. 육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데 특히 아이에게 먹일 음식은 직접 만들어주는 열성 아빠다. 한식과 양식 조리사 자격증을 갖고 있고, 최근에는 한국호텔관광전문학교 외식조리학과 겸임교수로도 위촉됐다.
그가 요리를 시작한 건 2008년 드라마 ‘식객’에 출연하면서부터다. 극중 요리사로 분했던 권오중은 촬영을 위해 전문가에게 요리를 배우면서 요리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에 앞서 권오중이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아들 혁준이(13) 때문이다.
“아이가 어려서부터 밥 먹는 걸 너무 싫어했어요. 어떨 때는 두유로 세 끼를 때운 적도 있을 정도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뭐라도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아이가 먹고 싶다는 게 있으면 뭐든 다 사줬어요. 인스턴트음식은 물론 과자, 음료수, 아이스크림 등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을 거리낌 없이 먹였죠. 그러던 중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혁준이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가장 큰 원인은 잘못된 식생활이란 것도요. 그날 이후 아이에게 먹일 음식의 식재료를 유기농으로 바꿨고, 병원에서 처방해준 식단으로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와 아내는 그동안 아이에게 먹인 음식들이 독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큰 죄책감에 시달렸다. 아이뿐 아니라 가족 전체의 문제란 생각이 든 부부는 어릴 적 늘상 먹던 ‘어머니 밥상’을 재현하기로 마음먹었다. 가장 먼저 밀가루와 화학첨가제가 들어간 식재료를 모두 버렸고, 아이에게 과자나 음료수 등에 일절 손을 대지 못하게 했다. 그때부터 부부는 신선한 유기농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팔방으로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유기농 채소는 시중에 많이 나와 있어서 쉽게 구할 수 있었는데, 고춧가루는 안전한 걸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어요. 고추는 농약을 뿌리지 않으면 농사를 짓기조차 힘들기 때문이래요. 무공해라고 해서 다시 한번 확인해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었죠. 어쩔 수 없이 거의 1년 동안 아이에게 고춧가루가 들어간 음식을 주지 못했어요. 김치도 백김치만 먹였고요. 고추모종을 사다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워보기도 했는데 뜻대로 잘 안되더라고요. 결국 보다 못한 양가 부모님이 각자 집 근처에 있는 텃밭에 고추 농사를 짓기 시작했어요. 그해 수확한 고추로 가장 먼저 김치를 담그고 그걸로 아이에게 김치찌개를 끓여줬는데, 게 눈 감추듯이 정말 맛있게 먹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고 얼마나 뿌듯했는지 몰라요.”
고추 농사는 벌써 3년째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워낙 적은 양을 수확하다 보니 유기농 고춧가루는 온전히 아이 몫이라고 한다. 권오중은 밀가루를 대신하는 식재료로 쌀가루를 추천했다. 블렌더에 갈아낸 쌀가루를 튀김옷 대용으로 사용하면 바삭한 식감의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고. 또 그는 안전한 식재료로 쌀면을 꼽았다. 밀가루 국수보다 더 쫄깃하고 식감이 부드러우며 라면처럼 기름에 튀기지 않아 좋다고 한다.

아빠가 차린 정성스런 밥상 덕에 건강해진 아들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우게 된 것은 스타요리사 에드워드 권의 권유 덕분이다. ‘식객’ 방영 후 ‘한식세계화포럼’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성도 같고 나이도 같아 금세 친구가 됐고, 에드워드 권이 두바이에 머물 때도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친하게 지냈다고 한다. 그러면서 에드워드 권은 그에게 ‘앞으로 요리가 트렌드가 될 것이다. 연기하는 데도 도움이 될 테니 전문적으로 배워보라’는 얘기를 자주 했다고 한다. 학원수강권도 직접 끊어줬다고.
“친구가 그렇게까지 해줬는데 열심히 안 할 수가 없었어요(웃음). 또 해보니까 적성에 잘 맞더라고요. 앞으로 일식·중식 도전만 남았어요.”

결혼 14년차, 권오중 행복생활백서


아이도 엄마보다 아빠가 해주는 요리를 더 좋아한다. ‘식객’ 방영 중이었을 때는 그가 드라마에서 입고 나온 하얀색 요리사복을 입고 요리를 해달라고 조르는 바람에 촬영장에서 옷을 가져오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았기에 요리하는 아내 옆에 서서 흉내만 내는데도 그것만으로도 아이가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하물며 이제는 실력 면에서도 그가 아내보다 한 수 위라 아이의 요청은 끊이지 않는다.
“방학 때는 하루에 한두 번은 요리를 해요. 아이들은 먹고 싶은 게 왜 그렇게 많은지, ‘그 음식은 엄마가 더 잘해’하고 둘러대도 꼭 저보고 만들어달래요(웃음).”
최근 권오중은 요리책 ‘굿잇츠’를 펴내 아이와 아내에게 인정받은 요리솜씨를 많은 이에게 공개했다. 책에는 간단한 에세이와 함께 그가 아이에게 자주 만들어주는 요리가 소개돼 있다.
초등학교 6학년인 혁준이는 그가 신경 써서 음식을 만들어 먹이면서부터 눈에 띄게 건강해졌다. 예전처럼 땀도 많이 안 흘리고 감기도 잘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또래에 비해 체구도 작았지만 지금은 키도 많이 크고, 살도 꽤 올랐다.



술자리도 아이와 아내가 함께 갈 수 있는 곳으로 정해

결혼 14년차, 권오중 행복생활백서


권오중은 아들에게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하다. 집 근처에 아이 또래가 많지 않아 그가 친구 역할까지 맡고 있다.
“한창 친구들과 뛰어놀 나이인데, 학원에 다니지 않으니 함께 놀 친구가 없어요. 그게 너무 안타까워요. 제가 없으면 아이가 심심해하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웬만하면 밖에서 따로 약속을 잡지 않으려고 해요. 사실 아내도 아이와 마찬가지예요. 잠깐 나가 있어도 ‘아빠 언제 와, 여보 언제 와’ 하고 계속 전화가 오니까 마음이 불안해서 빨리 집에 들어가는 게 나아요(웃음).또 웬만하면 세 식구가 함께 나갈 수 있는 곳으로 약속장소를 정해요. 그렇다 보니 혁준이는 어릴 때부터 엄마 아빠 따라 술집을 자주 다녔어요. 가끔 일기장에 ‘오늘은 ○○술집에 갔다’ 하고 쓸 때는 좀 난감하더라고요(웃음).”
그에게 “혹시 아내가 무서워서 그러는 거 아니냐”고 농담을 하자 그는 “무섭진 않고…, 사랑이 많은 여자예요” 하고 진지하게 답한다. 올해로 결혼한 지 1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내에게 있어 1순위는 자신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한다. 권오중은 “보통은 여자들이 아이를 낳으면 관심 대상이 남편에게서 아이한테로 옮아간다는데, 내 아내는 아닌 것 같다”며 “아이와의 교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부부간의 사랑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할 때도 키스신과 베드신을 찍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결혼 승낙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얼마 전 그 약속을 처음 깨뜨렸다. ‘식객’에서 김소연과 진한 키스신을 선보인 것. 이후 한동안 부부사이에 냉기가 흘렀다고 한다.
“왜 미리 얘기를 안 했냐면서 아내가 많이 서운해했어요. 인터넷 기사를 본 지인들이 갑자기 전화를 해서 알려주니까 당황했나 보더라고요. 사실 얘기를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거였어요. 촬영장에서도 키스신을 다르게 돌려보려고 무척 애썼는데, 감독님이 뜻을 굽히지 않으셨죠. 저는 뒤에서 껴안는 걸로 하자고 했는데…. 어쨌든 촬영을 끝나고 나서라도 바로 아내한테 얘기를 했어야 했는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 못했어요.”
여섯 살 연상의 아내 엄윤경씨는 한동안 연예인 못지않은 외모로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 열 살짜리 아이를 둔 학부모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앳되고 날씬한 모습이 공개됐다. 요즘도 그는 여전히 자기관리에 철저하다고 한다. 권오중은 “언제나 흐트러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이 아내의 매력 중 하나”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지난 96년, 3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결혼 14년차, 권오중 행복생활백서


“우연히 길에서 아는 형을 만났는데, 그 형과 같이 있던 사람이 아내예요. 첫눈에 반해 제가 먼저 만나자고 연락을 했어요. 사실 아내는 제 나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남자로 느껴지기보다 어린 동생처럼 귀여웠대요. 나중에 아내 나이를 듣고 깜짝 놀라긴 했지만, 이미 제 마음은 완전히 아내에게 가 있었기 때문에 나이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결혼을 앞두고 장인어른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당시 그는 나이가 어린데다 수입도 변변치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아내의 생일날 반강제로 아내의 손목을 잡고 구청에 가서 혼인신고를 해버렸다. 그러고는 장인어른에게 전화를 걸어 “이제 정식으로 부부가 됐으니 더 이상 반대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한다. 이후 두 사람은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아내가 저 만나고 고생이 많았어요. 사귀는 중간에 연기자가 됐는데 신인 때라 도와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아내가 매니저부터 코디네이터 역할까지 다 해줬거든요. 지방에 촬영이 있으면 운전도 해주고, 의상협찬처를 직접 찾아가 옷을 빌려오기도 했고요. 그러는 바람에 항간에는 아내가 코디네이터 출신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어요. 지금도 아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바로 그거예요. 마치 자기가 함께 일하던 어린 배우를 꼬인 것처럼 보인다고요(웃음). 아내 입장에선 억울할 만도 하죠.”

가까운 가족 희귀난치병 오진받고 시작한 봉사활동
권오중은 98년부터 3년 동안 인기리에 방영된 시트콤 ‘순풍산부인과’를 통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또한 이로 인해 코믹한 이미지로 강하게 각인됐다. 그는 “처음부터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드라마에, 그것도 매일 방송에 나오다 보니 코믹한 이미지로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만은 없다고 한다.
“연기자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애써 이미지 변신을 하려 하진 않아요. 누구나 각자에게 맞는 역할이 있는 거니까요. 모든 남자배우가 멋있고 섹시하게 보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또 점점 나이가 들면서 대중에게 즐거움을 주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저 역시 밝고 재밌는 역할을 할 때 기분이 좋거든요.”
그는 아이를 생각해 선정적이거나 잔인한 작품은 피하려 한다. 아이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자신이 그어놓은 선을 넘어야 하는 작품만 계속 들어온다면 그때는 과감히 연기를 그만둘 생각도 있다. 그가 이처럼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 이유는 소박하면서 긍정적인 생활방식에 있다. 먼 곳의 행복을 좇지 않고 가족 안에서 행복을 찾으려 애쓰는 것. 그는 “사람들은 네 잎 클로버를 찾으려고 세 잎 클로버는 무참히 짓밟아버린다. 네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지만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란 걸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07년 서울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권오중은 봉사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에 앞서 2002년에는 ‘천사를 돕는 사람들의 모임(www.1004mo.or.kr)’을 만들어 난치병 환우를 돕고 있다. 해마다 열고 있는 난치병환우돕기 일일호프에서 그는 자신이 만든 요리를 손님상에 내고 경매도 부쳐 모금을 한다. 그가 나눔을 실천하기 시작한 건 가까운 가족이 희귀난치병으로 오진을 받으면서라고 한다.
“2주 후에 오진이라는 걸 알긴 했지만 많은 깨달음을 얻었어요. 그때부터 봉사를 알게 됐고 봉사활동을 체계적으로 하려면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필요해 학교를 다니게 됐어요. 봉사의 첫 단계는 뿌듯함이에요. 남을 돕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그 다음에는 고마움을 느껴요. 누군가를 돕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내가 봉사받고 있다는 걸 알게 되죠.”
가족을 위해 이웃을 위해 기꺼이 앞치마를 두르는 남자, 권오중. 그는 진정 행복을 요리할 줄 아는 사람이다.

여성동아 2010년 9월 5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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