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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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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그 신는 여자

기획 신연실 기자 사진 현일수 기자 || ■ 제품협찬 바이언스(www.byeuuns.com 02-462-9279) H&K(hyunandkyung.com 02-468-6681)

2010. 09. 07

브로그 신는 여자

1 부드러운 양가죽과 리얼 파이톤 소재를 매치한 브로그. 23만8천원 바이언스. 2 다크 브라운 컬러 양가죽에 토부분만 아이보리 컬러 소가죽으로 포인트를 준 브로그. 14만8천원 H&K.



깔끔한 옥스퍼드 화이트 셔츠는 소매를 적당히 걷어 올리고, 내추럴 워싱된 하이웨이스트 치노 팬츠도 밑단을 살짝 접어 올려 입습니다. 허리엔 탄 베이지 컬러의 가죽 벨트를, 손목엔 클래식한 디자인의 가죽 밴드 시계를 차고, 프레임 끝이 살짝 둥글려진 너드 스타일 뿔테 안경도 쓰고요. 마지막으로 양말은 생략하고 부드러운 아이보리 컬러 양가죽 위로 약간의 펀칭이나 태슬이 장식된 브로그를 신습니다. 아아, 상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제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룩이 완성됐습니다.
슈즈는 하나의 룩을 완성하는 중요한 아이템입니다. 제가 실제로 애용하고 있고, 언제나 쇼핑 리스트 상위권에 올려두는 브로그는 그래서 더욱 사랑스러운 아이템입니다. 형편없이 구겨진 티셔츠도, 지저분하게 워싱된 데님 팬츠도 세련돼 보이게 하는 능수능란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흔히 옥스퍼드화라고 불리는 브로그(Brogue)는 본래 끈 구멍이 세 개 이상 있어 끈으로 여미게 돼 있는 남성용 가죽 구두를 통칭하는 말이었습니다. 1920~30년대를 주름잡던 댄디보이들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각광받으면서 널리 알려졌지요. 당시만 해도 육체파 여배우들이 풍만한 가슴과 히프를 과시하며 여성성을 어필하던 때였는데, 1930~40년대에 접어들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마를렌 디트리히와 캐서린 헵번 등 당대 최고의 패션 아이콘(중절모에 더블 패드가 들어간 슈트를 입고 클래식한 브로그를 신은 채 다리를 꼬고 앉아 담배를 피던!)들이 중성적인 이미지로 대중에게 섹시함을 어필하면서 브로그가 남성뿐 아니라 여성들의 ‘잇 슈즈’로도 등극하게 된 것이죠.
과거 트렌드세터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브로그는 현대에 이르러 일상적인 베이식 아이템이 됐습니다. 특히 이번 가을겨울 시즌은 기다렸다는 듯 컴백한 미니멀리즘과 함께 그 인기가 최고조에 다다르고 있죠. 일명 ‘발맹 효과’로 불렸던 파워 숄더의 전사들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벨트까지 착용한 채 발끝까지 오는 단정한 팬츠와 레더 소재의 직선적인 톱, 성역을 표현하지 않는 베이지ㆍ화이트ㆍ블랙 등의 컬러가 대두되다 보니, 남성적인 요소가 어우러진 브로그 슈즈의 활약이 두드러질 수밖에요.
아, 이 멋진 아이템을 어떻게 매치하면 좋을지 모르겠다고요? 에어리 스커트ㆍ스키니 진에 매치하는 시에나 밀러, 빈티지한 보이프렌드 팬츠에 컬러 삭스를 신고 클래식한 디자인의 브로그를 매치하는 아기네스 딘, 루스한 톱과 하이웨이스트 쇼츠를 입고 브로그를 신는 알렉사 청ㆍ클로에 셰비니 등 해외파 브로그 마니아들의 스트리트 룩을 살펴보세요. 매니시 혹은 레이디가 아닌 브로그를 활용한 중성적인 스타일링이 올 하반기, 스타일링에 대한 고민을 말끔히 잊게 해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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