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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이 남자의 변신

인생 터닝 포인트에 선 배우 소지섭의 선택

글 김유림 사진 홍중식 기자

2010. 07. 19

소지섭의 눈이 더욱 깊어졌다. 전쟁도 막지 못한 운명적 사랑, 전장에서 피어난 뜨거운 우정을 연기해서일까. 조금은 마른 듯한 얼굴에서 진한 배우의 향기가 느껴진다.

인생 터닝 포인트에 선 배우 소지섭의 선택


전쟁만큼 극한 고통과 아픔을 주는 것이 또 있을까. 하지만 그 안에서도 사랑은 꽃핀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두 남자와 한 여자의 60년 간의 사랑을 그린 드라마 ‘로드 넘버원’이 6월 말 첫 전파를 탔다. 전쟁터에서 한 여자의 얼굴만 그리며 사는 남자 장우(소지섭), 남자가 기적처럼 반드시 살아 돌아올 거라 믿는 여자 수연(김하늘), 그 여자를 사랑하지만 완전히 가질 수 없는 남자 태호(윤계상)가 주인공이다.
100% 사전 제작으로 이미 촬영을 마친 소지섭(33)은 “이번 작품이 연기 인생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을 연기하면서 배우로서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실제로 촬영장에서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들이 많았다고 한다. 폭파 장면에서는 다이너마이트를 사용했는데, 소지섭은 흙이 눈에 튀어 망막이 손상되는 부상도 입었다.
“육체적으로 이렇게 힘든 작품은 처음이에요. 50m 넘는 절벽을 기어 올라가는 장면이 있었는데 정말 무서웠어요(웃음). 원래 겁이 없는 편인데 절벽 꼭대기에 한참 매달려 있으려니 긴장되더라고요. 저뿐이 아니라 윤계상씨를 비롯해서 함께 출연했던 2중대 용사들이 고생 많이 했어요.”
이번 드라마는 정신적으로도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캐릭터에 대한 고민과 함께 멜로 연기에 대한 부담도 컸기 때문이다. 그는 “전쟁 신보다 애정 신이 더 힘들었다. 가슴 아픈 멜로 연기를 하고 나면 기분이 다운되는 것 같아 촬영 내내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멜로 장면도 ‘격하게’ 찍었다”고 농담을 했다. 두 사람의 애틋한 베드 신은 드라마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김하늘이 처음으로 노출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소지섭은 “몸에 멍이 들었을 정도로 둘 다 열심히 촬영했는데 화면으로 보면 아름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드라마에서 유난히 키스 신이 많았어요. 하늘씨와는 서로 신인일 때 의류 CF를 같이 찍고 그 이후로 자주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드라마를 함께하면서 많이 친해졌어요. 연기는 상대 배우가 얼마나 잘 받아주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데, 하늘씨는 제가 뭘 해도 잘 받아주는 배우예요. 그래서 연기하기 편했어요.”
‘로드 넘버원’은 남녀 간의 사랑뿐 아니라 전우 간의 뜨거운 우정도 그리고 있다. 수연을 사랑하는 두 남자, 장우와 태호의 관계가 그렇다. 서로 다른 이념으로 총부리를 겨누지만 결국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증오를 버리고 우정을 택한다. 소지섭과 윤계상은 촬영장 밖에서도 장우와 태호 못지않은 진한 우정을 쌓았다고 한다.
“지금껏 친한 후배가 없었는데,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동생이 생겼어요(웃음). 6개월 가까이 매일 얼굴을 보고, 촬영하느라 함께 고생해서 그런지 정이 많이 들더라고요. 남자한테 사랑한다는 표현은 좀 그렇지만, 그래도 정말 사랑스런 동생이에요. 앞으로 쭉 잘 지낼 것 같습니다.”
‘소간지(의상을 잘 소화한다는 의미)’로 불릴 만큼 매력적인 몸매를 소유하고 있는 소지섭. 하지만 그는 드라마를 촬영하는 동안 헬스장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시대에는 지금처럼 ‘몸짱’이 없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일부러 운동을 하지 않고 근육을 줄였죠. 연기 생활을 하면서 운동을 쉬어본 적이 없는데, 6개월이나 운동을 하지 않으니까 몸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촬영을 마치자마자 바로 다시 운동을 시작했어요(웃음).”

근육 없애려 6개월 간 운동 중지

인생 터닝 포인트에 선 배우 소지섭의 선택


이번 드라마는 ‘아름다운 날들’ ‘천국의 계단’ 등으로 한류열풍을 주도한 이장수 PD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한지훈 작가의 합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기대를 모은다. 소지섭 역시 PD와 작가에 대한 믿음으로 이번 드라마를 선택했다고 한다.
“3년 동안 준비하신 작품이라 그런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모든 게 완벽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만 잘하면 되겠구나 싶었죠(웃음). 촬영하면서도 한국전쟁의 아픔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 드라마를 통해 젊은 세대들도 전쟁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한류스타 소지섭의 출연으로 해외 팬들의 반응은 벌써부터 뜨겁다.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후 어디를 가든 해외 팬을 몰고 다닐 정도로 한류열풍을 이끌고 있는 소지섭. 하지만 정작 본인은 한류스타로 불리는 것이 반갑지만은 않다는 입장이다. 그는 “한류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배우는 그저 배우일 뿐이다. 또 한류는 왠지 한쪽으로 흐르는 기류 같아 별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도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면서 끝까지 배우로 살고 싶다”며 소박한 꿈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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