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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천생연분

승부수 띄운 이창호 러브스토리

11세 연하 후배와 결혼

글 서정보 사진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10.07.16 14:13:00

이창호 9단이 오는 10월 열한 살 연하의 전직 바둑 전문 기자와 결혼한다. 말수가 적어 돌부처라 불리는 그의 남다른 러브스토리 &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예비 신부 이도윤씨 소감을 들었다.
승부수 띄운 이창호 러브스토리


이창호 9단(35)이 30세가 넘으면서 공식 기자회견이나 인터뷰를 가질 때마다 꼭 나오는 질문이 있었다. “결혼 언제 할거냐” “여자친구는 있느냐” “이상형은 누구냐”다. 그때마다 이 9단의 대답은 어눌하지만 한결같았다. “아직….”
결혼 문답마저 식상해질 무렵인 2008년 11월, 그가 11세 연하의 인터넷 사이트 바둑 기자와 사귄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워낙 바둑계가 좁다 보니 금세 소문이 퍼졌고 곧 기사화됐다. 하지만 당시는 사귄 지 얼마 안 되고 나이 차이도 제법 나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추측이 우세했다. 당사자들도 “아직은 좋은 감정으로 사귀고 있을 뿐”이라는 얘기만 되풀이했다. 그런데 2009년 11월 농심배 때 이 9단은 연애 진도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뜻밖의 대답을 내놓았다.
“내년 안엔 결혼하겠다.”
기자들은 ‘잘 진행되고 있구나’라는 감을 가졌다. 하지만 이 9단은 지난 1월 바둑대상 시상식에선 엇박자의 대답을 했다.
“결혼식장에 들어설 때까진 아무도 모른다.”
이 9단의 애정전선에 이상이 생긴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돌았다. 이 9단이 그런 류의 강렬한 화법을 구사한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지난 6월 중순, 이 9단은 한국기원 기전사업팀에 전화를 걸어 10월28일 전후 대국 스케줄을 물었다. 한두 달도 아니고 넉 달 뒤의 대국 일정을 묻다니…. 기전사업팀은 예상 밖의 요청에 무슨 일인지 캐물었다. 둘러대는 데 능하지 못한 이 9단은 결혼 날짜를 잡기 위해서라고 실토하고 말았다.
한국기원은 결국 6월14일 이 사실을 언론에 알렸고 다음 날 공식 기자회견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프로기사가 결혼한다고 기자회견을 한 건 이 9단이 처음이었다. 이 9단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는 이도윤씨(24). 170cm의 훤칠한 키에 쾌활 명랑한 성격을 갖고 있다. 한국기원 여자연구생 1조 출신으로 명지대 바둑학과를 다니다가 바둑 사이트 ‘사이버오로’의 기자로 활약했다.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만나기 시작한 건 2008년 대전에서 열린 삼성화재배 본선 대국 이후. 이 9단은 연구생이던 소녀 때 얼굴에서 훌쩍 커버린 그녀의 모습에 마음이 끌렸다고 한다.
“대전에서 돌아와 도윤씨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했어요.”
이 9단이 먼저 사귀자고 했다는 것이다. 이씨의 증언도 같다.
“이 국수님(아직도 이렇게 부른다)이 차 안에서 자기가 남자로 어떻냐고 묻더라고요. 그땐 대답을 못했어요.”

예비 신부는 아마 7단급 실력이지만 내조에만 전념하고 싶다고 밝혀

승부수 띄운 이창호 러브스토리


다음 날부터 본격적인 데이트가 시작됐다. 첫 키스는 언제 했느냐는 질문에 이 9단은 당황하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는 “기억이 정확하다면 차 안”이라고 하면서 “사귄 지 얼마 안돼 해서…”라고 했다. 웃음을 참지 못하던 이씨는 “정정하겠다. 차 안이 아니라 우리 집 앞에 있는 벤치에서 했다”고 말했다.
종종 연극도 보고, 등산도 했다. 산에 올라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나눴는데 대화는 물론 이씨가 주도했다. 말수가 적은 이 9단은 주로 듣는 편이었다. 사실 결혼을 결정하고도 이 9단은 이씨에게 프러포즈도 하지 않았다.
“지난해까진 좋은 감정이었고 ‘아, 이 사람과 꼭 결혼해야겠다’고 느낀 건 올 3월이었어요. 만나면 마음이 편했어요. 자연스럽게 서로 결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어요.”(이 9단)
이씨는 사석에서도 늘 “이 국수님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철저한 자기관리, 한결같은 자세를 보면 저절로 존경할 수밖에 없다는 것. 얼마 전 양가 상견례도 진행했다. 어르신들은 ‘올해는 넘기지 말자’는 분위기였다. 서둘러 결혼을 추진했고 이 9단의 예비 장모가 길일을 택했다. 예식은 가족과 가까운 친지만 모여 간단하게 치르기로 했다. 기원에선 다른 기사와 팬들을 불러 성대한 결혼식을 하자고 했지만 이 9단의 뜻을 꺾지 못했다.
이씨는 올해 초 바둑 기자를 그만두고 ‘신부 및 매니저 수업’에 열중하고 있다. 운전에 서툰 이 9단의 기사 노릇을 하기 위해 운전을 배우고 일본에서의 대국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일본어도 배운다. 또 이 9단의 건강을 위해 요리도 배우고 있다. 이 9단은 거의 10여 년째 원인을 알지 못하는 상기증(열이 위로 올라오는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 이씨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우선이고 영양가 높은 음식으로 건강 관리에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씨는 이 9단에게 스파게티나 미역국 등 음식을 몇 차례 직접 만들어줬다. 이 9단의 평가는 “잘하지 못한다고 해서 기대를 안 했는데 생각보단 괜찮았다”는 것.
이씨는 하지만 여전히 배울 게 많다고 느낀다. 특히 이 9단이 지고 돌아왔을 때 어떻게 기분을 풀어줘야 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고 했다. 이 9단은 싫거나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속으로 삭이는 스타일이다.
“지금까진 막 애교를 부리면서 분위기를 띄웠는데 그게 맞는 건지…. 본인한테 직접 물어보면 되지 않느냐고요? 그러다 그게 아니라고 하면 어떡하죠?”
이씨의 바둑 실력은 아마 7단급으로 지금도 마음먹으면 입단이 가능하다고 평가받는다. 만약 이 씨가 입단해 부부 기사로 활약한다면 어떨까. 이씨는 “승부 세계의 중압감을 감당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라며 “이 9단을 보살피는 데만 힘을 쓰고 싶다”고 대답했다.
기자회견장에선 두 사람의 애칭도 공개됐다. 이씨는 쑥스러워하는 이 9단을 대신했다.
“저는 이 9단을 ‘포뇨’라고 불러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만화영화 주인공 있잖아요. 생긴 게 비슷한 것 같아요. 이 국수님은 저를 가끔 ‘강아지’라고 부르고요.”
기자회견 막바지에 이씨의 ‘매니저’ 솜씨가 여지없이 발휘됐다. 사회자가 연예인 결혼 발표 때처럼 ‘뽀뽀’하는 장면을 찍자고 하자 이씨가 나섰다.
“제발 그건 양해해주세요. 잘 아시지만 이 국수님이 그런 거 굉장히 부담스러워하시잖아요. 이 국수님은 마음속으로 안 되는 건 정말 못해요.”
결국 사진 촬영은 간단한 포옹으로 마무리됐다.

여성동아 2010년 7월 5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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