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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스타일

홍라희 이부진 이서현… 삼성가 여인들 패션 코드

글 김명희 기자 사진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이데일리 제공 || ■ 도움말 우종완(크리에이티브 디렉터)

2010. 07. 16

삼성가 여인들의 패션은 연예인의 그것 못지않게 화제다. 그들이 선택한 브랜드는 다음날 인터넷 검색어 인기 순위에 오른다. 이들의 패션 센스 & 스타일링 노하우.

홍라희 이부진 이서현… 삼성가 여인들 패션 코드

(왼쪽) 심플한 블랙원피스에 여성스러운 볼레로, 진주 목걸이로 포인트를 준 홍라희 여사(호암상 시상식). (오른쪽) 심플한 보라빛 감도는 실크 원피스는 제일모직 브랜드 르베이지 제품(호암 탄생 100주년 기념식)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68)의 경영 복귀에 따라 부인 홍라희 여사(65)와 딸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40),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37)의 대외활동도 활기를 띠고 있다. 세 모녀가 공식석상에 선 것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전시회가 처음. 당시 이 회장이 ‘우리 딸들 광고 좀 해야겠다’고 한 뒤, 약속을 지키기라도 하는 듯 2월 고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 6월 호암상 시상식 등에 아내, 딸들과 동행했다. 이때마다 패션계는 이들의 스타일에 주목했다. 이들이 선택하는 의상은 일상적으로 접하기 힘든 최고급 브랜드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각자 개성이 드러난다는 평가.

홍라희 전 리움 관장-클래식한 유러피안 퍼스트레이디룩
지난 6월1일 호암상 시상식에서 홍라희 여사는 심플한 블랙 원피스에 독특한 패턴의 화이트 쇼트 재킷을 매치시킨 우아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액세서리 연출과 컬러 감각이 뛰어난 그답게 굵은 진주 귀걸이와 목걸이, 골드 · 화이트 톤 시계로 스타일을 마무리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우종완씨는 이런 홍 여사의 스타일을 ‘클래식한 유러피안 퍼스트레이디룩’이라고 정의했다. 블랙 원피스는 재클린 케네디, 오드리 헵번 등이 즐겨 입던 스타일. 이것만 입으면 자칫 단조로울 수 있으나 여기에 얇은 시스루가 가미된 화이트 볼레로 재킷을 매치해 세련미와 고급스러움을 동시에 표현했다는 평가다. 우종완씨는 구두와 클러치백에도 주목했다. 굽이 낮은 블랙 펌프스는 그레이스 켈리 등이 즐겨 신었던 스타일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의상과 딱 어울린다. 빈티지 느낌의 클러치백은 시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아, 딸에게 물려줘도 좋을 만큼 유행을 타지 않는 스타일. 우종완씨는 “꾸미지 않은 듯하면서도 의상과 소품 하나하나에 세련미가 묻어난다. 또 전체적으로도 굉장히 완성된 룩이다. 옷을 많이 입어본 사람만이 연출할 수 있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홍 여사는 명품보다 디자이너의 맞춤 의상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브랜드가 드러나거나 디자인이 화려한 제품보다 소재와 패턴을 중요시한다. 그런 그의 감각은 지난 2월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주 탄생 100주년 기념식 때 선택한 의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당시 그는 실크 소재에 보랏빛이 감도는 원피스와 롱재킷을 입었다. 이 의상은 둘째 딸인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가 지난해 론칭한 브랜드 르베이지에서 특별 제작한 것. 우종완씨는 “홍라희 여사가 평소 선호하는 스타일의 결정판이었다. 마치 엄마의 취향을 잘 아는 딸이 엄마를 위해 헌정한 옷 같았다”고 감탄했다.

홍라희 이부진 이서현… 삼성가 여인들 패션 코드

심플한 서로 다른 소재의 팬츠와 톱, 재킷을 매치해 세련된 팬츠룩을 완성한 이부진 전무(왼쪽)와 장인정신이 깃든 브랜드 아제딘 알라이아의 원피스, 발렉스트라 토트백을 들고 등장한 이서현 전무(호암 탄생 100주년 기념식)



이부진 전무-자유분방하면서 일 잘하는 사업가의 면모
이부진 전무는 호암상 시상식에서 적당한 피트감의 팬츠와 실크 톱, 새틴 쇼트 재킷을 매치했다. 우종완씨는 “스타일만 보면 평범한 듯하지만 소재와 질감이 다른 팬츠와 재킷 톱을 매치한 센스가 예사롭지 않다”고 말했다. 길이만 잘 조절하면 되는 스커트에 비해 팬츠룩 연출은 다소 어려운 편. 이부진 전무는 여러 차례 공식석상에서 팬츠룩을 선보이고 있는데 주로 킬힐과 매치해 경쾌한 느낌이 나도록 한다. 우종완씨는 “이부진 전무의 스타일은 단정한 듯하면서도 긴장감이 느껴진다. 트렌디와 클래식, 빈티지를 오가는데 선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도 많이 넘지 않는다. 모녀 중 가장 여성스럽지만 자유분방하면서도 일 잘하는 사업가의 면모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서현 전무-패션 피플들이 인정하는 패셔니스트
이서현 전무는 현재 패션 피플이 가장 주목하는 인물이다. 우종완씨는 “프랑스의 영부인 카를라 부르니, 이탈리아의 갤러리스트 카를라 소차니 등 한 나라를 대표하는 패션 아이콘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서현 전무가 그렇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패션 명문인 뉴욕 파슨스디자인스쿨 출신인 이 전무는 2008년 청담동에 트렌드를 선도하는 복합 편집매장 10꼬르소꼬모를 론칭했고, 최근에는 ‘헥사 바이 구호’라는 브랜드로 뉴욕 진출에도 성공했다. 또 미국 패션디자이너협회(CFDA) 이사로도 선임됐다. 하지만 그녀가 주목받는 것은 이런 화려한 직함 때문만은 아니라고 한다. 패션을 즐기면서 계속 진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딱 떨어지는 스타일의 정장을 선호했는데 최근에는 여러 스타일을 믹스 · 매치해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창조적인 패션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다. 우 디렉터는 “이 전무는 좋은 옷을 입기 위해 체형 관리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모습이 헌신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며 이 전무의 패션 사랑을 인정했다.
이 전무의 스타일엔 자신의 브랜드에 대한 애정도 엿보인다. 호암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선 상아백을 들어 화제가 됐는데, 이 가방을 제작한 임상아는 삼성그룹이 수여하는 2007년 삼성디자인펀드상 수상자로, 10꼬르소꼬모에서도 그의 가방이 판매되고 있다. 이 외에도 이 전무는 종종 자신이 론칭한 브랜드의 의상을 입고 등장한다.
이서현 전무의 스타일은 대중적으로 보면 약간 과감한 듯하지만 단정한 벨트라인, 옷깃 여밈 등에선 보수적인 성향도 드러난다고 한다. 이런 그의 스타일은 브랜드를 보는 안목에서도 알 수 있다. 그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명품보다 수십년 장인 정신이 깃든 브랜드를 선호한다. 그가 호암상 시상식 때 입은 벨트 원피스는 프랑스 디자이너 아제딘 알라이아의 작품으로, 이 브랜드는 바늘 한땀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선택한 가방 역시 ‘이탈리아의 에르메스’라 불리는 발렉스트라 토트백. 클래식한 스타일을 트렌디하게 풀어내는 브랜드로, 대중적이기보다는 소수 마니아를 위한 가방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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