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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새로운 다짐

자숙 끝에 방송 복귀한 ‘개콘 맏형’ 김준호 첫 인터뷰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 더 큰 웃음으로 속죄하고 싶어요”

글 오진영 사진 조영철 기자

입력 2010.07.16 10:34:00

웃기는 것이 직업인데 웃음을 주기는커녕 손가락질 받고 있는 자신이 한심하고 부끄러웠다. 지난해 해외원정 도박 파문으로 방송 활동을 중단했던 개그맨 김준호가 지난 3월 방송에 복귀한 후 처음으로 그간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늦은 시간 방송 녹화를 마치고 만난 김준호(35)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예정 시간을 넘겨 끝난 녹화 일정이 피곤해서일 수도 있고, 아직 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원정 도박’ 파문 이후 첫 인터뷰라는 부담 때문일 수도 있고, 어쩌면 그 둘 다일 수도 있다.
이날은 그가 처음으로 단독 MC를 맡은 케이블 채널 Y-STAR ‘디시인사이드 쇼’ 녹화 날이었다. 지난해 8월부터 방송을 떠나 있다 올 3월 그가 10년 터줏대감으로 있는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를 통해 활동을 재개했고 처음으로 단독 진행을 맡았으니 좋은 일로 만난 자리이건만 아직은 활짝 웃을 수 없는 심정인 듯했다.
“개그맨은 웃기고 싶은데 못 웃길 때 제일 괴롭지요. 사람들을 웃게 만들어야 하는 개그맨이 웃기기는커녕 손가락질을 받고 있었으니 그동안 참 많이 힘들었습니다.”

지인이 살고 있는 마카오에 놀러갔다가 도박장 들른 것이 화근

자숙 끝에 방송 복귀한 ‘개콘 맏형’ 김준호 첫 인터뷰


지난해 8월 해외원정 도박 파문으로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기 전 그는 경력 15년 중 가장 활발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개콘’ 간판 코너인 ‘씁쓸한 인생’에 출연하고 있었고 ‘코미디쇼 희희낙락’의 중심코너로 자리 잡은 ‘김준호쇼’는 ‘박중훈쇼’를 패러디한 황당무계 합성토크쇼로 화제를 모으고 있었다. 연극영화과(단국대) 출신으로 ‘달콤한 인생’ ‘뉴 하트’ 등 인기 드라마에서 정극 연기자로서도 가능성을 보였다. 그의 앞날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김준호쇼’가 인기를 얻고 있었을 때 인터뷰를 30번 정도 했던 것 같아요. 그때 뉴스 검색에 이름을 쳐보면 코미디 영화를 만들고 싶고 일본의 기타노 다케시(영화 ‘하나비’ ‘소나티네’를 만든 코미디언 출신 영화감독) 같은 엔터테이너가 되고 싶다고 말하곤 했죠. 그런데 한 달여 만에 상황이 확 바뀌어버렸죠.”
한때 그의 매니저였던 지인이 살고 있는 마카오에 놀러 갔다가 도박장에 들른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사건이 불거진 후 그는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해 칩거에 들어갔고 얼마 후에는 ‘…희희낙락’도 막을 내렸다. ‘씁쓸한 인생’은 동료 김대희가 김준호의 역을 이어받아 코너를 유지했다. 연말에는 한국방송대상 코미디언 부문 수상자 명단에 올랐지만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창피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부모님의 마음을 아프게 해드린 게 가장 죄송했고요. 어머니한테 야단 많이 맞았어요.”
방송을 쉬는 동안 대전 부모님 집에 한동안 머물렀고 그런 후에도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냈다고 한다. 방송 리포터, 홈쇼핑 쇼호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여동생 김미진(27)이 그와 같이 살고 있다. 나이 차이가 8년이나 나서 김준호가 우스갯소리로 “네 인디언식 이름이 ‘아버지의 실수’”라고 놀린다는 여동생이다. 연극배우 출신인 아내 김은영씨(37)는 현재 필리핀에 머물고 있다. 뮤지컬 ‘난타’ 등에 출연했던 아내와는 2000년 만나 6년 열애 끝에 결혼했다.
“아내가 아이 낳기 전에 외국에서 살면서 영어도 배우고 일도 해보는 게 소원이라고 해서 보내줬습니다. 원래 지난해 돌아올 예정이었는데 그 일 때문에 귀국을 미뤘어요. 올해는 들어올 겁니다.”

자숙 끝에 방송 복귀한 ‘개콘 맏형’ 김준호 첫 인터뷰

‘디시인사이드 쇼’ 녹화 현장의 김준호. 그는 좋은 개그 프로그램이 많아져 후배들 설 자리가 늘어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숙 끝에 방송 복귀한 ‘개콘 맏형’ 김준호 첫 인터뷰


처음에는 다시 시청자들 앞에 설 수 있을지, 그냥 이렇게 그만둬야 하는 건지 고민이 많았지만 아직은 무대에서 보여줄 것이 더 있다는 욕심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동료들의 격려가 많은 의지가 됐지요. 김대희 형이 특히 많은 힘이 되어줬고 ‘씁쓸한 인생’을 같이 했던 이상민·이상호 쌍둥이 형제를 비롯한 후배들이 다시 돌아와서 열심히 하면 용서받을 것이라면서 파이팅을 외쳐줬습니다.”
그렇게 해서 김준호는 올해 3월, ‘씁쓸한 인생’에서 김대희로부터 따귀를 얻어맞으며 “잘 아는 사람이 왜 그랬어?” 라고 구박을 받는 것으로 ‘개콘’에 복귀했다.

아내는 필리핀에, 도박파문으로 귀국 늦어져
김준호는 96년 SBS 개그맨 공채로 방송에 데뷔했다. 지상렬·강성범·심현섭 등이 그와 동기다. 당시 SBS는 일주일에 개그 프로그램만 8∼9개가 방송되는 ‘코미디 왕국’이었다. 신인이던 그는 한 코너당 출연료로 9만7천8백원을 받았는데 한 달이면 수입이 3백만원에 육박할 정도였다. 재능을 인정받은 그는 무명시절을 거치지 않고 바로 주요 배역을 받았다. ‘웃으며 삽시다’에서 김미화의 상대역을 맡았고 ‘이주일의 투나잇쇼’에서 외환위기를 풍자한 개그를 선보였다. 너무 순조롭다 싶었던 초창기 활동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렇게 개그 프로그램이 잘나갈 때 들어갔는데 바로 얼마 안 돼서 하락세가 시작됐어요. 프로그램이 하나 둘 폐지되고 동기들이 다 뿔뿔이 흩어졌지요. 지상렬·강성범·심현섭 모두 나중에 다른 방송국에 가서 스타가 됐어요.”
그는 활동을 중단하고 군에 입대했다. 제대 후 집에서 놀고 있던 99년 심현섭이 전화를 걸어왔다. ‘개그콘서트’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하니 오디션을 보러 오라고 했다. 지금까지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개콘’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KBS에 왔을 때 김한국 선배님이 99년 입사한 친구들과 동기를 하라고 정해주셔서 김대희·김영철씨와 동기가 됐어요. KBS 공채로 들어온 친구들도 많았는데도 다른 방송국에서 온 저에게 바로 메인 역할을 맡겨줘서 별 고생 않고 운 좋게 잘 달려왔는데 그만….”
2003년 1년 정도 쉰 것을 제외하고는 개콘이 10주년을 맞는 작년까지 무대를 떠난 적이 거의 없다. 프로그램이 처음 만들어질 때 막내이던 그는 이제 박성호·김대희 등과 더불어 개콘의 최고참이 됐다. 윗사람보다 아랫사람이 더 많아진 중견 고참답게 그는 한국 코미디의 나아갈 길, 희극인이 일할 공간에 대해 관심이 많고 할 말도 많았다.
“지금 개콘은 개그맨 40~50명에게 직장이 돼주고 있죠. 보통 직장인의 평균 월급에 훨씬 못 미치는 수입이지만요. 그런데 프로그램이 자꾸 주니 걱정입니다. 이번에 쉬는 동안 개그맨들이 먹고살 일감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어요. JH픽처스라고 동영상 콘텐츠 사업을 시작한 것도 그래서죠. 임혁필·김대희씨가 이사를 맡고 ‘개콘’ 개그맨 20명 이상이 참여합니다.”

“망치로 크게 얻어맞은 충격… 평생 조심하며 살겠습니다”

그가 ‘개콘’에 복귀하며 새로 만든 코너 ‘조아족’은 화제의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을 보고 패러디한 것인데 처음 만들 때 의도보다 훨씬 ‘순해졌다’고 한다.

자숙 끝에 방송 복귀한 ‘개콘 맏형’ 김준호 첫 인터뷰


“일요일 밤 9시는 가족들이 시청하는 시간대이니 너무 센 것을 내보낼 수 없다고 해서 당초 구상한 것과는 많이 달라지고 약해졌어요. 사실 저는 코미디가 더 독해져야 한다고 봐요. 지난 10년 동안 공개 코미디에서 할 수 있는 코드란 코드, 활용할 소재란 소재는 다 써먹었다고 할 수 있어요. 세상이 독해져서 그런지 웬만한 개그에는 시청자들이 잘 안 웃고 재미없어하죠.”
코미디는 특정 상황이나 인물을 비틀어 희화화하는 작업이라서 수위 조절의 문제가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어느 선까지가 풍자이고 패러디인지, 어느 선을 넘어가면 비하이고 모독인지 웃음을 연구하는 사람들로서는 평생을 매달려서 풀어야 하는 숙제다. 판이 허용된다면 욕먹어도 좋으니 맘껏 웃겨보고 싶은 것이 그들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아예 일본처럼 시간대별로 성인과 가족 대상을 나누고 밤늦은 시간에는 수위 높은 독한 유머를 허용하면 안 되는 걸까요? 지금처럼 제약이 계속된다면 점점 희극인들이 설 자리가 없어질 것 같아요.”
이번에 진행을 맡은 ‘디시인사이드 쇼’는 심의의 제약이 없는 인터넷 공간에 일반인이 만들어 올려놓은 콘텐츠들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인 만큼 공중파보다 비교적 자유로운 환경에서 그동안 별러왔던 독한 유머를 시도해볼 생각이라고 한다. 그가 만든 동영상 유머 사이트 개코리(gakori.com)에도 ‘쓰레기통’이라는 코너를 만들고 수위가 높아 방송에 나갈 수 없었던 하드 코어 유머를 선보일 계획이다.
오는 9월에는 김대희와 ‘투메디언’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본격적인 코미디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그동안 ‘개콘’에서 인기를 모았던 코너를 비롯해서 그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코미디를 통해 무조건 웃겨주는 무대를 보여줄 작정이다.
“스탠딩 개그와 달리 저희가 하는 콩트는 혼자서는 할 수 없어요. 가장 호흡이 잘 맞는 파트너가 대희 형이에요. 우리는 서로를 ‘10년 악연’이라고 불러요(웃음).”
두 사람은 처음부터 죽이 잘 맞는 친구는 절대로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처음 만났을 때는 뭐, 저런 사람이 있나, 가까이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니까요(웃음). 그런데 하도 긴 시간을 어울리며 산전수전 같이 겪다 보니 이제 오래된 부부처럼 편해졌어요.”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을 때는 “그저 문제 안 만들고 웃기면서 사는 것뿐”이라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던 그는 시간이 흐르자 오랫동안 구상해온 일들을 조금씩 끄집어내 보여줬다.
“지난해 있었던 일은 망치로 한 대 크게 얻어맞은 느낌이에요. 앞으로 까불지 말고 살라는 뜻으로요. 평생 조심하며 웃기는 일에만 전념하겠습니다.”
그의 코미디를 아끼는 많은 팬들이 “아무렴, 꼭 그래야지”라고 맞장구칠 것 같다.

여성동아 2010년 7월 5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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