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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사랑은 식지 않는다

세상 떠난 아들 대신 아이티 아이들 품은 이광기 아름다운 父性

글 오진영 사진 지호영 기자

입력 2010.06.16 17:00:00

이광기가 지진 참변으로 고통받는 아이티의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유명 작가와 배우가 기증한 작품으로 자선경매를 열어 아이티 재건복구사업에 힘을 보탠 것. 그는 “함께 나누며 감사하는 삶을 알게 된 것이 하늘나라에 간 아들 석규의 선물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세상 떠난 아들 대신 아이티 아이들 품은 이광기 아름다운 父性


평온한 얼굴로 이야기를 시작해 담담한 말투로 이어가던 그는 “아들 석규는 7년 동안 우리에게 큰 행복과 사랑을 준 아이”라는 대목에서 끝내 참지 못하고 왈칵 눈물을 쏟았다. 지난해 겨울, 전 세계를 불안에 휩싸이게 했던 신종 플루로 갑작스럽게 아들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이광기(41). 그러나 이날 만난 자리는 슬픔이 아니라 희망을, 아픔이 아니라 사랑을 말하기 위해 마련되었기에 곧 눈물을 닦고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을 이어갔다. 지난 5월7일부터 14일까지 서울 평창동 서울 옥션 스페이스에서 열린 ‘아이티 돕기 자선경매 - We Believe HAITI’의 기자간담회에서였다.
“어제 월드비전이 개최한 ‘사랑의 동전밭’ 행사에 참가해서 뜻 깊은 하루를 보내고 돌아와 오랜만에 미니홈피를 열어봤습니다. 많은 분이 찾아와 우리 석규에게 어린이날 선물의 메시지를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했죠. 7년 동안 저와 우리 가족에게 큰 행복과 사랑을 줬던 우리 석규는 하늘나라에 가 천사가 되어서도 이렇게 계속 저에게 선물을 주는 것 같습니다.”

“하늘나라에 간 석규가 나를 선한 길로 이끌어”
그는 지난 2월, KBS ‘사랑의 리퀘스트’ 팀과 함께 지진 피해를 입은 아이티로 구호활동을 다녀왔다. 석규의 사망보험금으로 나온 돈을 아이티 구호성금으로 기부한 직후였다. 분신이나 다름없는 아들을 잃은 엄청난 비통 속에서 그는 어떻게 그런 결단을 내렸을까.
“석규를 보내고 나서 많은 분이 전화와 문자 메시지로 위로의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그중에는 저와 직접 아는 사이가 아니던 분도 많았고요. 평소에 안면이 없던 선배님 한 분도 그때, 성경구절과 함께 위로의 말씀을 보내주셨습니다.”
그 선배는 바로 탤런트 정애리였다. 답례로 전화를 걸자 정씨는 ‘TV를 통해 소식을 알았다’면서 같이 기도해주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그는 그렇게 정씨의 소개로 월드비전을 통해 지난해 11월부터 아프리카와 인도네시아의 7세 아이들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우리 집 주방에 가면 한쪽 벽에 석규와 딸 연지의 키를 잰 흔적이 있어요. 작년 10월28일이 석규가 마지막으로 키를 잰 날이었습니다. 그 키재기를 계속할 수는 없게 됐지만 우리 석규와 같은 2003년생 아이들을 돌보고 그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살기로 했습니다.”
아이티에서 그가 만난 아이들은 하루에 한 끼도 먹기 힘든 가난과 아프고 굶주려도 의지할 곳 없는 비참한 현실 속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멀고 먼 지구 반대편에서 만난 그들은 피부색만 다를 뿐 어린아이의 해맑은 눈망울과 무구한 표정은 우리의 아들 딸과 다를 바 없었다.
“석규가 살아 있을 때 저는 봉사를 한 적이 없습니다. 석규 이름의 보험금을 저는 전달만 했을 뿐입니다. 하늘나라에 간 석규가 제 마음을 움직이시는 주님과의 통로를 열어주고 그분이 인도해주시는 선한 길로 가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세상 떠난 아들 대신 아이티 아이들 품은 이광기 아름다운 父性

지난 2월 아이티로 구호활동을 다녀온 이광기. 그는 아들 석규가 입던 옷을 아이들에게 나눠주어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그는 아이티에 다녀온 후에도 그곳에서 고아원을 운영하는 한국인 선교사로부터 현지 소식을 계속 듣고 있다고 했다. 지진 직후에는 전 세계에서 구호 물자와 인력이 왔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지금은 관심이 줄어 아이티 국민의 생활은 오히려 더 힘들어졌다고 한다. 아이티에 다녀온 후 그는 처음으로 대한민국에 태어나 가정을 이룬 것에 감사했다고 말했다.
“그곳에서는 수천, 수만 명의 아이들이 이름 한 번 불리지 못하고 한꺼번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우리 아들은 그래도 많은 이가 이름도 불러주고 슬퍼해주고 기도해줬으니 감사한 일이 아닌가, 생각하게 됐어요.”
아이티의 폐허 속, 감당하기 힘든 고통 속에 남아 있는 아들 또래 아이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이번 자선경매와 전시회를 기획하게 됐다.
“이 일을 준비하는 동안 저 혼자 하는 것 같지 않았어요. 작은 규모로 시작한 일이 순수한 마음으로 도와주시는 분들이 생기면서 조금씩 커졌습니다. 이승오·이태경·이세현·최울가 등 작가 분들이 기꺼이 동참해주시고 하정우·구혜선·나얼·박상원씨 등 동료들도 도와주셨습니다.”
지금은 은퇴해 두 아이의 엄마로 살고 있는 심은하도 작품을 보내줬는데 남편 지상욱씨의 서울시장 출마 때문에 부득이 마음만 받기로 했다고 한다. 전시회에는 어린이 3백50명이 아이티를 생각하며 그린 그림으로 모자이크 현수막을 제작해 걸었고 석규가 그린 아빠 얼굴 그림으로 디자인한 티셔츠를 판매해 기금을 마련했다.
“작고 소박한 행사지만 또 다른 사랑과 나눔의 열매를 맺는 씨앗이 되기 바라는 마음입니다. 또 저처럼 식구를 잃은 아픔을 겪은 분들은 우리 가족이 열심히 건강하게 사는 모습을 보며 힘과 용기를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며칠 전 그는 경기도 파주에서 아내가 운영하는 그림 동화책 교실에 갔다가 학원 앞 화단에 핀 노란 야생화를 보고 또 한참 눈물을 흘렸다. 화단 자리만 만들어놓고 미처 꽃나무를 심지 못한 그곳에 바람 타고 씨앗이 날아와 피어난 꽃은 네 식구가 등산을 갔던 어느 봄날, 석규가 ‘예쁜 꽃 엄마한테 선물하라’며 아빠 손에 쥐어주던 바로 그 꽃이었다.
“석규는 늘 제 마음에 있으면서 저를 기도하게 합니다.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사랑을 나눠주는 기쁨을 알게 한 것, 바로 하늘나라에 있는 아들이 제게 보내준 선물입니다.”

여성동아 2010년 6월 5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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