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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C 연극무대 도전기

어디로 튈지 모른다

글 정혜연 기자 사진 지호영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엠뮤지컬 컴퍼니 제공

입력 2010.05.18 16:40:00

언제부터인가 주말 저녁마다 이 남자를 보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다.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김C. 이 남자의 본업은 가수지만 가끔은 마음 가는 대로 외도를 하기도 한다.
김C 연극무대 도전기


얼굴만 보면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 가끔 웃을 때도 정말 웃겨서 웃는 건지 판단이 안된다. 처음 김C(39)가 방송에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그의 독특한 말투와 표정, 행동에 호기심을 가졌다. 한 꺼풀씩 껍질을 벗겨내며 자신을 보여 온 그는 이제 분야를 막론하고 기대감을 갖게 하는 사람으로 자리 잡았다.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에서는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듯하지만 의외로 끝까지 살아남고, 음악계에서는 인디밴드 ‘뜨거운 감자’ 멤버로 음악성을 인정받고 있다. 거기다 학창시절 야구선수로 활약했던 경력으로 예능 프로그램 ‘천하무적 야구단’에서 감독으로 활약하기도 했고, 4년 전 월드컵 때는 연예인 최초로 축구해설도 했다. 2006년에는 평소 틈틈이 써온 글을 모아 에세이집을 냈으며 라디오 진행자로 나선 적도 있다.
그런 그가 최근 연극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영화 ‘라이터를 켜라’의 장항준 감독이 연출하는 작품 ‘사나이 와타나베, 완전히 삐지다’에 출연하는 것. 4월부터 두 달간 공연하는 이 작품에서 그는 집사·게이샤·자객 등 1인4역을 맡았다. 연극 개막 이후 만난 김C는 연기 초짜임에도 불구하고 예상 밖으로 선전을 펼치고 있었다.
“연습할 때는 많이 떨렸는데 막상 관객 앞에 서니까 오히려 떨리지 않았어요. 연극은 처음 해보는데 상당히 매혹적이에요. 빠르게 전환되는 무대 위에서 네 가지 역할을 다 하려니 정신없기도 하지만 능수능란하게 하고 있어요. 무대 체질인가봐요(웃음).”
갑자기 연기에 도전하는 연유를 묻자 이미 수없이 질문 받은 듯 막힘없이 설명한다. 원래 그는 영화나 연극 연출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가끔 곡 작업 도중 떠오른 스토리로 시나리오를 써보기도 한다고. 다방면으로 깨어 있으려고 노력하던 그에게 우연히 캐스팅 요청이 들어왔고 대본에 반해 출연하게 됐다고 한다.
“근래 글을 읽으면서 그렇게 낄낄대며 웃어본 적은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제 코드와 잘 맞아 흔쾌히 수락했죠. 기주봉·정은표 등 좋은 선배가 많아서 돈도 안 내고 값비싼 수업을 받는 느낌이에요. 제일 자신 있는 역할은 맨 마지막에 등장하는 자객인데 일본어로 딱 한마디 대사를 던져요. 짧지만 강인한 인상을 주는 부분이라 마음에 들더라고요.”
극 중반에 김C는 여장을 하고 등장한다. 기모노를 입고 천연덕스럽게 교태를 부려야 하는 장면인데 이 부분이 가장 어렵다고. 그는 “솔직히 여장은 정말 쑥스럽다”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는 연출자가 특별한 주문을 하지 않을 정도로 작품을 연구하고 연기 연습을 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 김C는 주변의 기대가 큰 만큼 그에 부응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예능 이미지 부담? 여러 색깔 중 하나일 뿐이에요”
김C를 말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것은 바로 ‘1박2일’이다. 무명 인디밴드의 멤버에 불과하던 그는 이 프로그램 출연 후 위치가 달라졌다. 그 역시 이를 인정하고 “어쩌다보니 8세 어린이부터 80세 어르신까지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는 사람이 됐다”고 말한다. 음악성이 강한 인디밴드를 이끄는 사람으로서 예능에서 보여준 강한 이미지가 부담이 될 것 같지만 김C는 괘념치 않는 눈치다.

김C 연극무대 도전기


“제가 하는 여러 가지 일 중에 ‘1박2일’은 굉장히 진한 색이 돼버렸어요. 예전에는 음악이 가장 선명한 색이었고 나머지 작업은 흐린 색에 가까웠거든요. 지금은 반대가 됐죠. 하지만 전 기본적으로 음악에 뿌리내린 사람이기 때문에 예능 이미지를 그리 신경 쓰지 않아요. 저의 여러 모습 중 일부일 뿐인데요 뭐.”
김C는 과거 몇 차례 인터뷰에서 “예능은 음악을 계속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이 없다고. 윤도현과의 인연으로 그와 함께 토크 프로그램 ‘야심만만’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후 자신의 음악이 관심을 받는 과정을 겪으며 ‘예능은 필요악’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저는 하나의 대문이에요. 김C라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음악을 사랑하는 김C와 예능에서 망가지는 김C가 나와요. 모두가 제 모습이죠. 그런데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예능에서의 김C였어요. 예능에 첫발을 디딘 저를 본 사람들은 ‘김C가 누구지?’라는 호기심으로 검색을 했고, 그러다 3집 수록곡 ‘청춘’이 알려졌죠. ‘음악 괜찮네’라고 생각한 사람들 덕분에 1,2집까지 관심을 얻었고, 최근에 발표한 앨범까지 사랑받고 있어요. 예능 덕을 봤죠. 그러니 이만큼 ‘뜨거운 감자’를 소개하기에 좋은 방법이 또 어디 있겠어요?”
그는 스스로를 인디밴드가 아닌 ‘대중가수’라고 칭했다. 모두가 즐겁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가수라는 것. 그런 의미에서 “방송을 통해 여러 가지 이미지로 소모되는 것도 고맙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한다. 그 때문에 ‘1박2일’ 촬영이 늘 기대되고 설렌다고.
“제법 시간이 흘렀는데도 아직 신기한 부분이 많아요. 다들 순발력 있게 멘트를 치고 웃음을 주는데 볼 때마다 대단하게 느껴져요. 본능인 것 같더라고요. 냉정하게 말해서 전 ‘1박2일’ 안에서 ‘예능 7등’이에요. 하지만 기회가 왔을 때는 누구보다 열심히 뛰고, 먹으라면 먹고, 자라면 자요. 그게 제 역할이기 때문에 시키면 정말 열심히 해요.”
예능에서는 주변인의 위치에 있지만 음악을 할 때만큼은 김C도 확실히 중심에 선다. 뜨거운감자의 곡 작업을 할 때면 그가 많은 아이디어를 내는데 3월 말에 발표한 앨범 ‘시소’도 독창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영화는 없지만 영화음악 형식으로 테마곡과 노래를 만든 것. 직접 쓴 스토리 라인대로 배두나·김태우를 주연으로 한 짧은 예고편 겸 뮤직비디오도 만들었다. 그는 “음악 작업 때마다 든든한 지원군이 돼주는 지인들이 참 고맙다”고 말했다.
“뜨거운감자 멤버도 그렇고 (윤)도현이·(김)제동이도 제가 뭔가 창작했을 때 한 번도 ‘이거 재미없어 별로야’라는 말을 하지 않았어요. 그보다는 주로 어떤 부분이 정말 좋더라는 이야기를 해줬죠. 칭찬과 힘이 되는 말 한마디가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나의 역량과 능력을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음악을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김C 연극무대 도전기

1. 지난 3월 5번째 앨범을 내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C. 왼쪽은 베이스를 맡은 멤버 고범준. 2. 3년여 동안 동고동락한 1박2일 멤버들은 이제 김C에게 가족과 같은 존재다.



지금의 김C를 있게 한 원동력, 가족과 동료

김C 연극무대 도전기


김C는 서른의 나이에 첫 음반을 내고, 정식 가수로 데뷔했다. 때문에 지금 그가 이룬 성과는 놀라울 정도다. 어린 시절 그는 이런 모습을 상상하긴 했을까.
“특별한 꿈이 없었어요. 그렇다고 그게 창피하지는 않았어요. 그때그때 상황에 만족해하면서 살았고 하루 벌어서 먹고사는 것에도 행복을 느꼈으니까요. 그러다가 우연히 음악을 만났고 기타를 배우고 곡을 쓰기 시작했죠. 그때도 ‘멋진 가수가 되겠어!’ 같은 꿈은 없었어요. 그러고 보면 지금 이렇게 된 것도 참 신기한 일이에요.”
그의 주변 사람들도 지금의 그를 보면 놀라워한다고. 몇 차례 기회를 얻을 때마다 운명은 그의 편에 서줬다. 계획한 것도 없고, 그래서 계획대로 된 것도 없지만 성실하게, 욕심 없이 살았기에 잘 풀린 것 같다고 한다.
김C가 이렇게 된 데는 ‘색시’의 공이 크다. 인디밴드로 활동하던 시절, 그는 공연장에 온 아내를 본 순간 푹 빠져 연애를 시작했다. 그를 탐탁지 않게 여기던 장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7년의 연애 끝에 결혼에 성공했지만 별다른 수입이 없던 김C 대신 아내가 경제문제를 책임졌다. 다행히 지금은 당당한 아빠가 됐지만 이러한 이유로 그는 늘 아내에게 감사하며 살고 있다.
결혼 후 줄곧 그는 아내를 ‘색시’라 불러왔다. ‘마누라’가 사전적으로 나쁜 뜻은 아니지만 어감이 마음에 들지 않아 마땅한 단어를 찾던 중 색시를 발견했다고. 처음에는 어색했으나 지금은 그가 아내를 부르는 고유명사로 자리 잡았다. 예능에서 보여준 바른 생활 이미지처럼 집에서도 그는 바른 생활 남편이자 아빠일까.
“별로 그렇지 못해요. 가정적일 거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일이 많다 보니 잘해주지 못하는 편이에요. 아내에게 고마운 건 그런 저를 전혀 터치하지 않는다는 거죠. 생활하는 시간대가 달라서 주중에는 제대로 못 보고 대신 주말에는 잘해요(웃음).”
두 아이의 아빠인 김C에게 아이들은 아내만큼 특별한 존재다. 아들을 얻었을 때 그는 아내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아내의 성을 붙여 이름을 김유우주라고 지어줬다. 이번에 연극무대에서 연기하는 아빠의 모습을 아이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그는 “쑥스러워 아직 보여주지 못했다. 아마도 처음 하는 거라 생소하지 않을까 싶다”며 멋쩍게 웃음지었다.
그의 인생을 말할 때 가족만큼이나 중요한 사람들이 있다. 데뷔 전부터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로 알고 지내는 강산에와 윤도현이 그 주인공. 데뷔 전 김C는 무전여행을 하던 중 우연히 막걸리 집 ‘화사랑’에 들러 기타를 연주했다가 주인으로부터 일하라는 제의를 받고 눌러앉았다. 당시 화사랑 앞 비닐하우스에 강산에가 살고 있어 자연스레 친분을 다졌고 그에게서 음악적 영감을 받았다. 김C의 애완견 ‘감자’의 이름 앞에 ‘뜨거운’을 붙여 그룹명을 지어준 사람도 강산에였다.
윤도현은 김C를 세상 밖으로 알린 사람이다. 화사랑에 술을 마시러 갔다가 김C를 본 윤도현은 이후 밴드 세션을 소개해주며 뜨거운감자가 결성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김C라는 예명도 윤도현이 자기보다 어릴 것이라 생각한 김C가 막상 형인 걸 알고 형이라 부르기 싫어 ‘김씨’라 부르다가 탄생한 것이라고 한다.
“1박2일 출연자들과도 가깝게 지내죠. 함께한 시간이 벌써 2년이 넘으니까요. 이번에 연극한다는 말을 아직 못했는데 다들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해요. 시간될 때 보러 와줬으면 좋겠네요(웃음).”
다재다능한 김C의 최종 목표는 언제까지나 음악을 하는 것. 3월 말 음반을 발매한 후 지금껏 홍대 소극장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5월에는 홍대에서 벗어나 더 큰 공연장에서 연주할 수 있게 됐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전 참 운이 좋았어요. 좋은 사람들을 만나 음악을 할 수 있었고 다방면으로도 활동하게 됐죠. 항상 나를 믿어주시는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이에요. 앞으로 계속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여성동아 2010년 5월 5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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