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아 탐구생활1 그녀는 까다롭다?
이상아(38)를 만나기 전 여기저기서 그가 까다롭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인터뷰 장소로 향하던 중 전화가 왔다. 그가 예정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는 것이다. 잘못한 것도 아닌데 마음이 급해졌다. 하지만 도착했을 때 기자를 반긴 건 짜증이나 깐깐함이 아닌, 사람 좋은 웃음이었다. 인터뷰 때문에 딸 서진이(10)를 발레학원에 하루 보내지 못하게 됐다고 하니 미안한 마음이 커졌지만 그는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한 번의 만남으로 사람을 규정하기는 힘들지만 그는 예전에 비해 여유로워 보였다. 지난해 말 한 방송을 통해 다이어트를 한 덕분에 자신감도 생긴 듯 했다. 그는 소녀시대 트레이너인 김지훈씨의 도움으로 8주 동안 서킷트레이닝·웨이트·복싱 등을 해 몸무게 2.2kg, 허리둘레 6cm를 줄였다. 체중 감소는 크지 않지만 체지방이 5.6kg 줄고 근력량이 3.4kg 늘어나 전체적인 보디라인이 예뻐졌다.
“명색이 배우면 스스로 자기 관리를 해야지, 다른 사람 도움 받아서 뺀다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죠. 그래도 방송 덕분에 좋은 트레이너를 만나 살을 뺐으니 고마운 마음이에요. 옷을 입어도 맵시가 나고 사진 찍을 때도 자신감이 생기고 건강도 좋아지고, 그에 따라 마음가짐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흰색 티셔츠와 미니스커트에 노란색 카디건을 입은 이상아의 모습은 마치 하이틴 스타 시절로 되돌아간 듯 윤기가 흘렀다. 그가 살을 빼기로 결심한 데는 초등학교 4학년인 딸 서진이의 영향이 컸다. 딸은 종종 그에게 묻는다. 엄마 ‘진짜 연예인’ 맞냐고.
“친구들한테 엄마를 자랑하고 싶은데 제가 방송에 많이 안 나가니까 속상했던 모양이에요. 살 뺐으니 방송도 많이 해서 우리 딸 친구들이 알아볼 정도의 유명세를 타야 하는데…(웃음).”
엄마의 시간은 아이가 자라는 것으로 가늠된다. 두 번째 결혼에서 얻은 그의 ‘보물 1호’ 서진이는 어느덧 엄마와 옷을 함께 입을 정도로 훌쩍 자랐다. 모든 엄마가 그렇듯 이상아도 “나보다 딸이 예쁘다는 말을 들을 때 기분이 더 좋다”고 한다.
“그런데 객관적으로 봤을 때 우리 딸이 별로 안 예뻐요(웃음). 서진이는 사람들이 엄마 닮아 예쁘다고 하면 좋아하는데 저는 아빠 닮았다는 말이 더 듣기 좋아요. 제 과거나 현재 상황을 모르고 하시는 말씀인데, 어쩐지 안심이 되더라고요.”
이상아에 대한 관심은 대부분 세 번의 결혼에 대한 호기심이다. 그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굳이 숨기거나 좋은 말로 포장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딸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한다. 서진이는 요즘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말을 종종 한다. 하지만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훗날 아이가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하면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면서 말릴 것”이라고 말한 바 있고, 서진이도 엄마가 반대한다는 걸 잘 안다.
“서진이는 어려서부터 연예인이 되고 싶어 하는데 저는 아이가 발레를 하면 좋겠어요. 배운지 7개월 됐는데 선생님 말씀으론 재능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연예인이 되려면 모든 걸 잘해야 한다. 발레를 잘하면 연예인이 된 후에도 도움이 많이 될 거다’라고 설득을 하고 있어요. 그랬더니 아이가 ‘엄마는 잘하는 거 하나도 없잖아’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엄마 땐 ‘얼굴만 예쁘면 쉽게 연예인이 됐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잖니!’라고 얼버무렸는데 진땀이 나더라고요.”
보통 사람은 받기 힘든 스포트라이트와 수입. 요즘 자녀를 스타로 키우고 싶어 하는 부모가 많다. 연예인 2세가 넘쳐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손을 뻗으면 남들보다 쉽게 그런 기회를 잡을 수 있을 텐데, 그는 왜 극구 반대할까.
“어떤 직업이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건 마찬가지지만 연예계는 유독 그게 심하잖아요. 저는 멋모르던 어린 시절부터 일을 시작한 탓에 이 일이 좋은 줄 몰랐어요. 그저 엄마가 시키니까 머리 감다가도 CF 찍으러 가고, 드라마 촬영하고…. 인기가 좋은 건지도 몰랐고요. 이제야 인기가 어떤 건지, 또 이 세계가 얼마나 냉정하고 치열한지 알겠어요. 저희 때는 연예인 2세 하면 최민수·강석현씨 정도였는데 지금은 너무 많은 것도 마음에 걸려요. 우리 서진이가 클 때쯤에는 이 아이들을 보는 시선이 어떻게 바뀔지 감을 잡지 못하겠어요. 엄마가 연예인이라는 게 후광이 될지, 독이 될지. 제가 잘 컨트롤 해줄 수 있을지도 자신이 없고요. 무엇보다 서진이가 여린 성격이라 이 세계에 들어섰다가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걱정돼요.”
#이상아 탐구생활2 서류 정리보다 더 힘들었던 건?
서진이는 진로 문제로 엄마와 티격태격하는 일이 잦지만 아빠와는 찰떡궁합이다. 그는 2년 전 아이에게 친아빠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소문이나 인터넷, 어떤 경로로든 아이가 곧 알게 될 텐데, 그럴 바에야 자신이 먼저 말해주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충격을 받은 아이가 아빠와 살짝 거리를 뒀지만 워낙 살가웠던 사이라 금방 관계가 회복됐다.
“서진이가 말썽을 부린 일이 있었는데 그 일로 혼내다가 엉겁결에 사실을 알리게 됐어요. 좀 더 준비된 상태에서 말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후회도 됐지만, 아이 입장에선 동시다발로 쇼크를 받으니까 충격이 좀 덜했던 것 같아요. 친아빠와 연락은 안 하지만, 한번은 지나가는 말로 ‘친아빠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고 하더군요.”
이상아는 남들보다 결혼과 재혼의 간격이 짧았다. 97년 첫 번째 결혼에서 1년 만에 이혼했고, 2001년 재혼했으나 이듬해 헤어졌다. 열한 살 연상인 현재 남편 윤씨와는 2002년 결혼했다. 재혼 간격이 짧았기 때문에 그를 보는 시선이 더 곱지 않았다.
“두 번째 결혼을 했을 때 견미리 선배가 ‘상아야, 너 왜 그렇게 서둘러 재혼했니?’ 묻기에 ‘남자가 착해서요’라고 답했더니, 언니가 ‘첫 결혼 때도 그랬잖니? 너는 착하면 다 결혼하니?’그러더라고요(웃음). 그때는 웃어넘겼는데 지금은 언니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 것 같아요.”
그는 법적으로 남남이 됐다고 결혼생활이 완전히 청산되는 건 아니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사람 관계가 칼로 무 베듯 단칼에 끊어지는 게 아닌 만큼 마음의 정리를 할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혼으로 인한 후유증이 완전히 치유되려면 3~5년은 지나야 하는 것 같아요. 이전 시댁과의 관계도 그렇고…. 두 번의 이혼 모두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 출발을 했기 때문에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앞서의 결혼으로 맺었던 모든 관계가 좋지 않게 끝났기 때문에 윤씨와 결혼할 때는 남편을 제외한 다른 가족들에게는 마음의 문을 닫았다. 며느리로서의 의무가 요구되는 일에 대해서는 남편에게 “나는 당신과 결혼했지, 시댁과 결혼한 게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결혼이 어떻게 두 사람만의 만남이겠어요. 제가 봐도 철이 없는 생각이고, 남편 입장에선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거죠. 어쨌든 시댁 식구들한테 마음의 문을 안 열고 냉정하게 굴었는데 어르신들께서 너무 좋은 분들이라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라고 반성하고 있어요. 그렇게 조금씩 다가가는 중이지만 아직도 약간의 갭이 있어요.”
남편과 친정의 관계도 처음엔 매끄럽지 않았다. 이상아의 친정엄마 역시 사위와 친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했던 것.
“엄마가 저에 대한 집착이 커요, 당신께서 매니저를 하던 시절에는 제가 잘나갔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니까 그에 대한 미련도 크고요. 엄마는 제가 방송을 떠난 게 남편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건 엄마 생각일 뿐이고, 그전의 일들에 대한 여운이 남아 있기 때문이죠. 제가 시댁에 하는 거나, 우리 엄마가 남편에게 하는 걸 보면 남편이 피해자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해요. 미안하다는 말로 다 해결될 수는 없겠지만.”
남편의 아이들에게 살갑게 잘 대해주지 못한 건 특히나 마음의 큰 짐이 되고 있다. 그는 재혼 후 두 아들과 6개월 동안 함께 살다가 호주로 유학 보냈다. 마침 그곳에 남편의 동생 부부가 살고 있어 아이들을 돌봐주고 있다.
“함께 사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그래도 아이들이 너무 착하게 잘 자라줘 고맙고 기특해요. 큰아이는 의대에 진학했고 둘째는 고등학생이에요.”
두 아들은 가끔 한국에 오면 서진이와도 잘 놀아준다. 딸은 친구들에게 ‘나도 오빠가 있다’며 자랑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서진이가 2학년 때 학부모 상담을 갔는데 선생님이 서진이한테 형제가 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아이들이 형제들과 부대끼며 자연스럽게 익히는 것, 예를 들어 사과하고 양보하는 등 남을 배려하는 것들이 서진이에게 부족하다는 거예요. 늦은 나이에 서진이 동생을 낳을 수도 없어서 고민 좀 했죠. 그런데 오빠들하고 어울리면서 그런 걸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아 안심이 돼요.”
#이상아 탐구생활3 그녀는 또 이혼할 것이다?
이 정도면 누가 봐도 안정적인 결혼생활이다. 하지만 이상아는 늘 불안하다고 한다. 실패의 경험이 그를 움츠러들게 한 것이다.
“저희 부부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 항상 이혼 생각을 해요. 남편과 사소한 일로 부부싸움을 하고 나면 ‘이러다가 나 또 이혼하는 거 아니야’라는 불안한 마음이 들어요. 둘 사이에 낳은 아이가 없으니 냉정하게 말하면 쉽게 갈라질 수도 있고요. 제가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처럼 사람들도 끊임없이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 그게 좋은 점도 있어요. 제가 아무 일도 안 해도 가끔 인터넷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고 사람들 입에도 오르내리고…(웃음). 물론 관심을 가져주시는 건 좋지만 말이 씨가 된다고 하잖아요. 그런 말씀은 안 해주셨으면 해요.”
열세 살이던 85년 영화 ‘길소뜸’으로 데뷔한 이상아는 한때 하희라 채시라 김혜수 등과 함께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그의 사진이 코팅된 책받침은 80년대 청소년의 필수품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인 사연 때문에 방송가와 멀어졌다. 그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선후배들은 여전히 톱스타로, 드라마 주인공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속상한 마음이 없지 않을 터.
“요즘 드라마를 보면 제가 할 만한 역이 별로 없어요. 아예 품위 있게 나이 들어 박정수 선생님 같은 배역을 하고 싶기도 하고, 개성 있고 시원시원한 박원숙 선배님도 좋아 보여 그런 쪽으로 나가볼까도 생각 중이에요. 요즘 가끔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선생님들을 뵈면 연기자로서의 철학이나 가치관 면에서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품을 함께하는 동안은 그렇게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을 만한 시간적인 여유가 없거든요. 얼마 전에는 윤여정 선배님이 ‘황금어장-무릎팍 도사’에 나와서 말씀하시는 걸 봤는데 마음에 많이 와 닿았어요. 다른 한편으론 윤여정 선생님이 부럽기도 하더라고요. 선생님은 이혼할 때 김수현 작가가 곁에 계셔서 지푸라기라도 잡을 수 있었지만 당시 제 곁에는 아무도 없었거든요.”
이상아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때로는 까다로움으로 표출되기도 하지만 본래 품성은 솔직하고 화통하다. 자신을 화려하게 포장하는 영민한 스타들 속에서 어쩌면 그는 외로운 섬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나도 예쁘게 잘 사는 모습으로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저는 지금껏 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어요. 남들 앞에서 저를 낮추면서 살았는데 앞으로는 예쁘게 포장도 하고, 잘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서진이가 편하게 맘을 터놓을 수 있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고, 서진이 친구들이 알아볼 정도로 유명해지고 싶고…. 나이 들수록 점점 더 욕심이 많아지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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