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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도전과 성공

월드 스타 김윤진 꿈과 열정의 Harmony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언제나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글 신성미 사진 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10. 02. 17

김윤진은 욕심 많은 배우다. 하지만 욕심만 가지고서는 낯선 땅, 미국에서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꿈을 향해 성실하게 한발 한발 내딛는 자세가 오늘의 월드 스타 김윤진을 있게 했다. 영화 ‘하모니’ 개봉을 앞둔 김윤진이 영화와 미국 진출 뒷얘기를 들려줬다.

월드 스타 김윤진 꿈과 열정의 Harmony


배우 김윤진(37)의 이미지를 똑떨어지게 재단하긴 어렵다. ‘할리우드 배우’ 같은 수식어는 태평양 너머만큼이나 거리감이 느껴지고, 사생활도 그다지 알려진 바가 없다. 실제 성격을 물으니 “저도 모르겠어요. 누구나 여러 면을 지니고 있잖아요”라며 즉답을 피한다. 평생을 연기로 먹고살 사람이 취하는 영민한 마케팅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을 숨기려는 그의 노력은 관객이 극중 인물에 한층 몰입하게 만든다.

“민낯으로 영화 ‘하모니’출연, 시사회 때 후회했어요”
그가 1월28일 개봉하는 영화 ‘하모니’로 3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우발적으로 남편을 죽이고 교도소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는 홍정혜 역이다. 정혜를 주축으로 교도소 안에서 합창단이 꾸려지고, 저마다 아픔을 지닌 수감자들은 음악을 통해 상처를 치유해간다. 신예 감독 강대규는 교도소의 무거움과 우울함을 최대한 배제하고 감동과 재미를 앞세웠다.
“밝고 재밌는 배역이 좀처럼 안 들어왔는데 ‘하모니’는 좋은 기회였어요. ‘세븐 데이즈’가 흥행하고 나서 스릴러 영화 제의를 많이 받았는데 관객들이 지겨우실까봐 더는 안 했죠. 이번에 활발한 역할을 했으니 앞으로 이런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오지 않을까 기대돼요.”
영화 속 정혜는 수감자라는 처지에 어울리지 않게 밝다. 노래를 부르면 갓 돌이 지난 아들을 울리고 마는 음치이지만, 교도소에서 외부 합창단의 공연을 보고 난 뒤 합창단을 만들게 해달라고 교도관을 조르는 모습은 천진난만하기까지 하다.
“일부러 씩씩하고 까불까불하게 연기했어요. ‘너무 오버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걱정은 좀 했죠. 정혜가 칙칙하고 무거우면 영화 전체가 ‘다운’되잖아요. 특히 엄마로서 아이 앞에선 밝게 보이려고 노력한다면 관객도 정혜에게 애정이 생길 것 같았어요.”

월드 스타 김윤진 꿈과 열정의 Harmony


‘로스트’를 비롯해 ‘쉬리’ ‘세븐 데이즈’ 등 화려한 전작들에 비해 ‘하모니’의 스토리 라인은 소박해 보인다. ‘출연하길 망설이진 않았느냐’고 묻자 그는 “고민은 안 했다”고 잘라 말했다.
“아이 엄마면 어때요. 제가 ‘CF 스타’로 출발한 이미지 배우도 아닌데….”
그러면서도 출산 장면에서 ‘생얼(민낯)’로 열연한 데 대해선 “시사회 때 보니 얼굴에 힘줄이랑 잡티가 너무 다 보여서 후회했다”고 털어놓았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솔베이지의 노래’ 합창 장면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고 한다.
“제 노래 실력도 중간은 가는데, ‘솔베이지의 노래’는 조수미씨 정도는 돼야 완벽히 소화할 수 있는 어려운 곡이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영화에선 전문가들이 따로 부른 합창을 입혔죠. 시사회 때 속상했어요. 관객한테 거짓말하는 것 같아서요.”



한국과 미국에서 활동 병행하면 시너지 효과 얻을 수 있어

월드 스타 김윤진 꿈과 열정의 Harmony


“네게 꼭 맞는 영화”라는 설경구의 추천으로 이번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는 김윤진은 앞으로는 그동안 해보지 않던 코미디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대놓고 웃기는 건 노력해도 안 되겠지만, 연습해서 웃기는 연기라면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코미디 잘하시는 분들 보면 굉장히 부럽거든요.”
서울에서 태어난 김윤진은 열 살 때 미국으로 이주, 그곳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마쳤다. 90년대 중반 한국으로 돌아와 드라마·영화 등에 조연으로 출연하다가 99년 ‘쉬리’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밀애’ ‘예스터데이’ 등으로 국내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하고 배우로서의 입지도 다졌다. 그런 그가 어느날 갑자기 미국 진출을 선언하고 할리우드 에이전시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서른 즈음이었다. 많은 사람이 말렸다. 한국에선 맘에 드는 영화나 드라마를 골라 출연할 수 있었지만, 미국에선 무명에 가까웠기 때문에 오디션부터 봐야 하는 처지였다. 한동안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볼 수 없던 그는 ABC 인기 드라마 ‘로스트-시즌 3’의 선 역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로스트’에 캐스팅된 초기, 언제 하차할지 몰라서 언제든 이사를 갈 수 있게 가전제품 박스를 버리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다행히 시청자의 반응이 뜨거웠고 그는 시즌 6까지 살아남았다. 그는 미국에서 성공한 이후에도 ‘6월의 일기’ ‘세븐데이즈’ 등에 출연하는 등 한국 활동을 꾸준히 병행하고 있다.
“한국에서 활동한 경력 때문에 미국에서 제 위치가 높아질 수 있었어요. 그분들이 보기엔 어느 정도 입증된 배우였으니까요. 또 미국에 나가서 활동을 시작한 후부터 한국에서 조금 더 좋은 대본, 조금 더 많은 대본이 오더라고요. 그러니까 양쪽에서 동시에 활동하는 게 배우로서 큰 도움이 돼요. 어떻게 보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것 같아 욕심쟁이처럼 보일 수 있지만 길게 봐서는 저한테 너무나 소중한 부분이에요.”
많은 이가 그에게 궁금해하는 것은 할리우드 영화 출연. 최근 이병헌·비 등 한국 배우들이 꾸준히 할리우드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김윤진은 미국 영화계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한국 여배우 중 한 명이다.
“배우라는 직업은 계획해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캐스팅돼야만 연기를 할 수 있는데 사실 굉장히 두려워요. 열심히 오디션 준비도 하고 노력을 해야겠죠.”
그는 빡빡했던 ‘하모니’ 홍보 일정을 마치고 인터뷰를 마친 직후 ‘로스트-시즌 6’촬영을 위해 하와이로 떠났다. 서울과 미국 로스앤젤레스, 하와이의 세 집을 오가며 산 지 6년째다.
“집을 렌트하면 불편해서 ‘로스트-시즌 3’을 찍을 때 겁 없이 하와이에 집을 샀어요. 곧 ‘로스트’가 종영하니까 집을 팔아야 하는데, 부동산 가격이 너무 많이 떨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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