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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진정한 행복

차동엽 신부에게 행복으로 가는 길을 묻다

글 오진영 사진 조영철 기자

입력 2010.02.17 15:07:00

구직난, 불확실한 경제상황, 치열한 경쟁. 개개인의 행복지수가 그리 높지 않은 요즘이다. 가톨릭 교단의 스타 작가이자 인기 강사인 차동엽 신부는 행복과 희망에 대한 믿음은 모든 일을 잘되게 하는 긍정적인 기운이 있다고 말한다. 그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을 들려주었다.
차동엽 신부에게 행복으로 가는 길을 묻다


천주교 인천교구 미래사목연구소장 차동엽 신부(52)가 2006년 펴낸 ‘무지개 원리’는 입소문만으로 1백만 부가 넘게 팔렸다. 책과 더불어 유명해진 차 신부는 전국의 대학·교회·관공서·기업체는 물론 군대·교도소에서도 모셔가고 싶어하는 인기 강사다. 1월 초 경기도 김포 풍곡리 미래사목연구소에서 만난 차 신부는 “행복에 대한 나의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설득력이 있다면 그것은 내가 행복 지능의 천재이기 때문”이라며 유쾌하게 웃었다.

달동네에서 쌀·연탄 배달하며 자란 소년
“남들이 보면 불행하다고 여길 수 있는 상황에서도 항상 행복을 찾았기에 제 행복 지능이 천재적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가족과 알콩달콩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여기는 것이 보통인데 저처럼 혼자 사는 신부가 행복에 대해 말하는 것이 이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결혼을 했든 안 했든 어디서 어떤 처지에 있든 저는 행복을 건져낼 수 있는 사람입니다.”
실제로 그는 다복하다고는 할 수 없는 유년 시절을 보냈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5남매 중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시골 공무원이던 아버지는 아이들을 서울에서 공부시키기 위해 고향을 떠나 난곡 달동네 주민이 됐다. 당시 서울시가 도시철도공사를 하면서 용산의 철거민을 난곡으로 보냈고 차 신부네집은 철거민촌의 ‘딱지’를 샀던 거였다. 그의 아버지는 달동네에서 쌀과 연탄을 파는 가게를 열었고 차 신부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배달을 다녔다. 위로 두 형이 있었지만 큰형은 군대를 갔고 둘째 형은 권투를 배운다고 아침에 나가서 밤늦게야 들어오곤 했기 때문에 막내아들인 그가 집안일을 도왔다고 한다.
“5년 동안 동네 이웃들 부엌 사정에 훤해질 정도로 배달을 했는데 중학교 3학년 때 아버지 가게가 망했어요. 산동네 철거민촌에서 망했으니 더 이상 갈 곳이 없었지요.”
도저히 고등학교에 진학할 형편이 안 됐지만 꿈을 놓을 수 없던 그는 학비가 안 드는 학교를 찾아 유한공고로 진학했다.
“공고에서 기술을 배우고 있었지만 장래 더 큰일을 하고 싶었고 대학에도 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커리큘럼 자체가 달랐기 때문에 공고에서 대학 가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지요. 친구들과 진학반을 만들어 따로 입시공부를 했어요.”
그렇게 77학번으로 서울대 공대에 진학했다. 소위 말하는 ‘모래시계 세대’, 대학생들이 나라와 역사와 민주주의에 대해 깊이 생각 할 때였다. 그는 졸업할 때쯤 돈 잘 버는 직장을 잡는 것보다 뭔가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직업으로 변호사·의사·성직자 세 가지를 놓고 고민하다 해군장교로 간 군대에서 중위로 진급할 무렵 성직자의 길을 걷기로 결단을 내렸다.
“제가 서울대 공대 출신이라 눈길을 끌었던 것 같습니다만 그 당시에는 시대 상황 때문에 명문대 졸업하고 신학교 간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군 복무를 마친 후 서울가톨릭대에 진학했고 졸업 후 오스트리아에 유학해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와 91년에 사제로 서품됐다. 당시 신학교에서 외국 유학을 가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지만 역시 꿈을 갖고 살았기에 이루어진 일이었다고 한다.
“신학교에 들어갔을 때는 유학생 장학금이라는 게 아예 없었지만 제 마음에는 항상 유학을 가고 싶다는 꿈과 기도가 있었어요. 졸업할 때쯤 학교에 장학기금이 생겼고 졸업반 학생 4명이 선발됐어요. 제 꿈이 이루어지도록 주변 상황이 변화한 경험이 있었기에 ‘하는 일마다 잘되리라’는 메시지를 담아 ‘무지개 원리’를 쓸 수 있었던 겁니다.”
유럽에서 공부하던 당시에는 미국에 1년간 교환학생으로 다녀오고 싶다는 꿈을 가졌는데 이 또한 이루어졌다. 불가능한 것 같은 일이지만 꿈을 잃지 않으면 이루어진다는 것, 그는 꿈의 위력을 직접 체험했다.

“소유하려 하지 말고 그냥 누리세요”

차동엽 신부에게 행복으로 가는 길을 묻다




꿈과 희망을 붙들고 인내하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고 성공할 수 있으니 누구든 어려움을 극복하는 내면의 가능성을 믿고 따르라는 그의 메시지는 재작년 하반기부터 덮친 글로벌 금융 위기로 고통받고 불안해하는 많은 사람에게서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차 신부는 전국을 누비며 각계각층의 청중과 만나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동안 “사람들이 성공을 추구하는 건 행복해지고 싶어서인데 성공한 사람들조차도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는 현상을 보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성경 속 산상수훈(마태복음 5~7장에 나오는 예수의 설교)에 등장하는 여덟 가지 복을 현대적으로 풀어 행복에 이르는 길을 안내한 ‘행복 선언’을 펴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라는 구절로 시작되는 예수의 가르침을 해석하고 있지만 천주교와 기독교인만을 위한 처방은 아니다.
“종교에 상관없이 예수님의 행복 선언 여덟 가지를 일상에 적용하여 깨달음을 얻으면 사람을 불행하게 옥죄는 족쇄를 풀고 통쾌한 해방감을 맛볼 수 있습니다.”
그는 ‘성공하면 행복할 것이다’라는 공식을 붙들고 사는 사람들에게 ‘행복하면 성공한다’라고 발상을 바꿔 성공과 행복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것을 권한다. 영어단어 ‘행복(happiness)’의 어원이 ‘발생하다(happen)’에 있듯이 “행복은 발생되고 창조되는 것이지 쟁취하거나 획득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반드시 긍정적인 측면을 그 안에 지니고 있습니다. 이성적인 판단으로 긍정적인 측면을 발견한다면 행복에 도달할 수 있어요.”
감정은 이성을 따라오는 종과 같아서 화나고 불행해지는 감정은 불행하다는 판단 뒤에 일어나고, 행복하다는 감정도 행복하다는 판단 뒤에 따라온다. 지혜롭게 생각하면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고 긍정적인 생각을 견지하면 항상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행복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 중 첫 번째인 마음의 가난에 대해서 차 신부는 “가난한 마음은 무언가를 소유하려 하지 않고 그냥 누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꽃은 꺾어서 화분에 담을 수 있지만 봄은 담을 수 없다”는 것이다. 소유와 자유와 행복에 대해서 그는 크고 화려한 집을 원하던 달팽이를 예로 들었다.
“세상에서 제일 큰 집을 갖기로 작정한 달팽이는 아름답고 큰 집을 꾸며놓고 행복해했어요. 얼마 지나 살던 곳에서 더 이상 먹을 것이 없어서 이사를 해야 하는데 집이 너무 크고 무거워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한 어린 달팽이가 “나는 작은 집을 가져야지. 어디든 가고 싶은 데로 갈 수 있게 말이야.”라고 말했습니다. 어린 달팽이처럼 작더라도 가진 것을 그냥 누리려 할 때는 자유를 얻게 되고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어요. 소유적 삶은 샹들리에가 걸린 천장만 보지만 존재적 삶은 별이 빛나는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짧은 세월 동안 급속한 경제성장을 겪어온 한국 사람들은 경쟁과 비교에 익숙해 있지만 이제는 남과의 비교가 아니라 자신의 판단과 기준으로 행복을 누리는 단계의 삶을 살 때가 아닌가 하고 차 신부는 우리에게 되묻는다.
차 신부는 “슬플 때 눈물을 아끼지 말고 실컷 울어야 한다”고 권했다.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지 않고 안에 뭉쳐놓는 사람은 행복할 수 없다는 뜻이다.

차동엽 신부에게 행복으로 가는 길을 묻다


“미국 여성은 월평균 5.3회 우는데 월 1.4회만 우는 남성보다 오래 살죠.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사망한 후 추모 과정에서 영국의 우울증 환자가 대폭 줄었다는 통계도 있어요.”
심지어 미국 뉴욕에는 남자들이 와서 실컷 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가게도 있다고 한다. 눈물은 유해 호르몬을 몸 밖으로 배출하여 건강을 이롭게 하고 평상심을 회복하게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슬퍼 운다는 것은 위로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다는 것입니다. 모든 슬픔은 한계를 인식하는 데서 옵니다.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슬퍼하는 인간은 자기보다 더 큰 힘으로부터 오는 위로가 있고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는 희망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차 신부는 예수님의 여덟 가지 행복 선언 중에서 ‘온유한 사람은 행복하다’는 말씀을 제일 좋아한다고 말했다. 온유한 성품이란 저항 없이 전기를 흐르게 하는 전도체와 같다고 이해하면 쉽다.
“금속은 전도율이 높을수록 비싸집니다. 가장 저항이 없고 전도율이 높아 전기를 잘 흐르게 하는 금속이 바로 금입니다. 금과 같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뜻을 저항 없이 받아들이고 존중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자유와 위로를 주는 행복의 지혜
요즘 사람들은 강해져야 성공하고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자신을 통해 힘이 부드럽게 흘러가도록 하는 사람이 진정 강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자기만을 주장하는 사람 곁에는 사람이 모이지 않는 반면 타인의 뜻을 존중하는 사람 주위에는 사람이 모이는 이치와 같다.
차 신부는 이러한 행복의 이치를 알게 되었다면 이전의 삶의 방식과 잘못된 사고는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한 영성가는 서커스 구경을 가서 그네타기 곡예사의 멋진 묘기를 보게 됐습니다. 곡예사 다섯 명 중 세 명은 ‘나는’ 역이었고 두 명은 ‘잡는’ 역이었어요. ‘나는’ 사람들이 공중으로 높이 치솟아 ‘잡는’ 이의 손을 붙잡는 아슬아슬한 장면에서 깨달음을 얻습니다. 상대방이 내민 손을 잡으려면 잡고 있던 그네 줄을 놓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움켜쥐었던 손을 펴야 비로소 새로운 차원의 삶에 들어설 수 있습니다.”
차 신부는 꽉 움켜쥐고 있던 ‘종래의 삶의 방식’을 놓고 이미 자기 곁에 있는 행복을 발견하고 누리는 지름길이라는 새로운 차원을 선택해 자유와 위로를 얻고 만족을 누리라고 권한다. 복잡하게 헤맬 것 없이, 두 번 되물을 것도 없이 인생의 목표는 행복이기 때문이다.

여성동아 2010년 2월 5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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