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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남’ 비담 김남길 탐구생활

글 이지연 사진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10.02.17 14:19:00

2009년은 ‘김남길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수려한 외모, 짐승 같은 매력의 비담을 연기, 여심을 사로잡았다. 이제 막 비담의 옷을 벗은 김남길을 만나 대중의 사랑을 흠뻑 받으며 한해를 보낸 소감과 새로운 꿈에 대해 이야기했다.
‘짐승남’ 비담 김남길 탐구생활

서울 청담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김남길(29)은 연방 따뜻한 차를 들이켰다. 지난해 12월 종영한 MBC 드라마 ‘선덕여왕’의 마지막 촬영 후에도 밀린 광고와 화보 촬영을 소화하느라 하루도 못 쉰 데다 감기까지 걸렸다고 했다.
2003년 MBC 공채 탤런트 출신인 그는 데뷔 이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무술 솜씨에 코믹한 애드리브를 곁들이는 비담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짐승 비담’이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영화 ‘미인도’ ‘모던보이’ 등 그의 전작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하지만 정작 그는 “대중적 인기를 위해 연기를 하지는 않았다”라며 덤덤한 모습이다.

- ‘선덕여왕’을 마친 기분은 어떤가.
“너무 허무해서 무언가를 계속 하지 않으면 답답하고 미칠 것 같다. 오래된 연인과 헤어진 기분이다. 시간을 두고 이별에 대해 아파하고 싶지만, 직업상 작품에 대해서는 이별을 아파할 수가 없다. 다른 일에 몰입하면서 잊어보려고 한다. 보통 쉴 때는 강아지 세 마리(웰시코기 두 마리, 시베리안허스키 한 마리)와 놀면서 지내는데 촬영 일정 때문에 강원 춘천 외가에 보냈다가 아직 못 데리고 왔다.”

- 비담 역으로 이렇게 뜰 거라고 예상했나.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너무 엉뚱하고 내가 상상했던 모습이 아니라 당황했다. 게다가 드라마 중간에 등장했을 때 시청자들이 거부 반응을 일으키면 드라마의 몰입도가 떨어질 수 있어서 거부감 없게 연기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사람들이 좋아해준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에는 인물에 재미를 줘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다.”

- 비담은 엉뚱하면서도 진지하고, 현실에 없을 법한 다차원적 성격의 소유자다. 실제 김남길의 성격은 어떠한가.
“덕만이(이요원)는 나보고 비담과 성격이 똑같다고 이야기했다(웃음). 사람은 누구나 다중성을 갖고 있다. 어떤 사람이 다섯 가지 성향을 갖고 있는데 그중 한 가지를 두드러지게 드러내면 악한 사람이 되고 다른 면이 부각되면 순수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내가 지닌 다중적인 부분들을 두드러지게 표현한 것이 비담이다. 난 엉뚱할 때는 누구보다 더 엉뚱하고 까불까불한다. 하지만 진지할 때는 또 진지하다.”

‘짐승남’ 비담 김남길 탐구생활




솔직한 모습 보이려 예명 버리고 본명으로 활동

김남길은 고교 졸업 후 바로 연극판에 뛰어들었다. 고등학생 시절 ‘리어왕’ 공연을 보며 느낀 감동이 그를 배우의 길로 이끌었다. 그는 “공연을 보다 어느 순간 주위를 둘러보니 배우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며 함께 울고 웃는 관객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연장 바닥부터 쓸며 기초를 닦던 그에게 한 선배는 “좀 더 넓게 연기를 하고 싶으면 방송사 공채시험에 도전해보라”고 충고했다.
도전 결과 SBS와 KBS에는 떨어지고 MBC에 합격했다. 연기 전공으로 1999년과 2001년 두 번 대학에 입학했지만 “학교에서 온실 속 화초처럼 깨달음을 얻기보다 무조건 몸으로 부딪쳐보고 싶어서” 지금은 그만둔 상태다.

‘짐승남’ 비담 김남길 탐구생활


- ‘선덕여왕’ 이전에는 인기를 누리지 못했다. 답답하지 않았나.
“그렇지 않았다. 드라마에서 얼굴이 알려져도 방송의 특성상 또 연기를 안 하면 잊힐 수밖에 없다. 그런 일을 몇 번 경험하다 보니 매번 그러려니 했다. 대중성을 외면하지도 않았지만 상업성을 띠고 연기하는 건 배제했다. 인기가 많아지면 정말 좋은 것이지만 타협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추구하는 길을 묵묵히 갔는데 이번 드라마로 오히려 ‘변수’를 만났다고나 할까.”

- 김남길은 지난해 가장 사랑받은 배우다. 생활이 달라졌나.
“사실, 똑같다. 다만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선택의 폭이 좀 더 넓어졌다. 영화는 투자하는 사람이 있고 이익이 발생해야 한다. 재미를 겸비하지 않아도 좋은 작품들이 있는데, 대중적이지 않으면 투자가 안 되는 영화계 현실을 많이 걱정했다. 나로 인해서 사람들이 ‘저 영화 좋은 작품인데 보러 가자’고 말하고, 김남길이라는 배우가 나오는 것에 대한 신뢰가 좀 더 쌓이면 투자가 더 많이 들어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우리 나이로 이제 서른이다. 30대에 대한 두려움이 큰가, 기대감이 큰가.
“기대감이 더 크다. 나이 먹는 건 두렵지만(웃음). 어린 나이에는 서른 살 넘어 갖게 되는 눈빛을 흉내는 낼 수 있지만 표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서른이 넘는다는 건 내가 원하는 중후한 느낌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빨리 서른이 되고 싶었다.”

- 2008년부터 예명 ‘이한’을 버리고 본명 ‘김남길’을 쓰기 시작했다.
“나 자신에게 솔직한 연기를 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이한’이 아닌 ‘남길아’라고 불러줄 때 배우로서 더 솔직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는 ‘선덕여왕’직후 ‘미안하다, 사랑하다’를 연출한 이형민PD의 신작 ‘나쁜남자’에 캐스팅됐다. 여기서 그는 치명적인 매력과 놀라운 두뇌를 이용해 재벌그룹을 차지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힌 인물을 연기한다.
“20대를 돌이켜보면 좀 더 솔직하고 열정적으로 살지 못해서 내 자신에게 미안하다”는 그는 “스스로를 괴롭히면서 연기하는 스타일이라 희로애락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남들이 하지 않은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여성동아 2010년 2월 5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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