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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FASHION ESSAY

배거홀릭 명품 가방과 절교하다

기획 한여진 기자 글 정소나 사진 이준호

입력 2010.02.08 17:17:00

배거홀릭 명품 가방과 절교하다


나는 어릴 적부터 배거홀릭(bagaholic) 기질이 다분했다.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산타할아버지에게 ‘예쁜 가방 주세요’라고 지겨울 만큼 빌었고, 여덟 살 무렵에는 언니의 리본 달린 크로스백이 탐나서 가위로 내 가방끈을 싹둑 자른 뒤 ‘가방끈이 떨어졌으니 언니 같은 리본 가방을 사달라’는 발칙한 요구를 했었다. 대학교 때는 높은 토익 점수를 자랑하는 선배보다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샤넬 2.55백 체인백을 메고 사라지는 선배가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 당시 다이어리에 20대에는 루이비통, 30대에는 샤넬, 40대에는 에르메스 백을 드는 여자가 되겠노라고 써놓았을 정도로 가방 사랑이 남달랐다.
그.런.데 명품 가방만 쫓아다니며 살 줄 알았던 내게 기적 같은 변화가 일어났다. 런던에 살면서부터는 명품 가방을 봐도 흥분되거나 설레지 않게 된 것이다. 아니, 예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마트에서 공짜로 주는 천 가방이나 손때 묻은 빈티지 가방이 더욱 멋져 보이기 시작했다. 요즘 최고의 패션 아이콘으로 뜨고 있는 영국 출신 모델 알렉사 청의 복고 믹스매치 스타일에 빠져 십 년 전에 구입한 낡은 가방만 주구장창 메고 다니면서 명품 가방과는 점점 멀어졌다.
그렇다. 문제는 가방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던 거다. 실용성과 개성을 중시하는 문화의 영향인지 브랜드보다 소재나 디자인을 먼저 따지며(우리에겐 국민 가방이라 불리는 루이비통 스피디마저도 가뭄에 콩 나듯 볼 수 있으니 말이다), 클래식한 코트 위에 손 때 묻은 빈티지 가방을 무심히 어깨에 걸친 런더너의 모습을 볼 때마다 부끄럽게도 내면의 성숙이 우선 순위임을 되새기게 됐다. 이전의 나는 나이가 들수록 가방이 나의 가치를 대변한다고 믿으며 겉모습만이라도 있어 보이고 싶었나 보다. 나의 로망이라 부르짖던 에르메스 버킨 백이나 켈리 백도 그 자체의 기품보다는 그 백들이 상징하는 경제력이나 사회적 위치를 탐했음을, 남들 못 갖는 백이라도 메어 시선을 끌고 싶었음을 창피하지만 고해성사하는 마음으로 털어놓는다. 아, 그동안 가방 사들이느라 들인 돈과 시간이 아깝긴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배거홀릭 탈퇴를 당당히 선포한다. 대신 런더너들처럼 비닐 봉투도 잇백으로 만드는 감각 있는 사람이 되길 간절히 소망해본다.

런더너에게 배우는 백 스타일링
스타일의 완성이라 불리는 백은 많은 여성들의 지갑을 열고 또 열게 만드는 열망의 아이템. 브랜드나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개성 있는 단 하나뿐인 빈티지 백에 열광하는 런더너들에게 유난히 매서운 올 겨울엔 토트백보다는 어깨에 멜 수 있는 호보백과 메신저백이 인기다. 가방 하나만으로도 남다른 멋을 내는 런더너들에게 백 스타일링 노하우를 배워본다.

배거홀릭 명품 가방과 절교하다

1 가죽 블루종과 스키니 팬츠로 연출한 캐주얼 룩에 코튼 소재 화이트 숄더백을 매치한 모던 스타일. 2 언밸런스 디자인의 니트, A라인 코트로 연출한 아방가르드 룩에 골드 컬러 백을 매치했다. 3 클래식한 체크 더플코트에 유니언 잭 프린트가 돋보이는 메신저백으로 발랄함을 더했다.



배거홀릭 명품 가방과 절교하다

4 페도라와 레더 재킷, 부츠 등으로 연출한 매니시 룩에 강렬한 레드 컬러 백을 코디해 산뜻하다. 5 블랙&화이트 컬러로 연출한 모던한 옷차림에 PVC 소재 빅 숄더백을 매치해 개성을 더했다. 6 스키니 팬츠와 퍼 재킷에 레드 컬러 머플러와 레드 톤 빈티지 백으로 포인트를~.





배거홀릭 명품 가방과 절교하다

7 블랙 컬러로 통일한 시크한 옷차림에 글리터링한 느낌의 페이턴트 소재 호보백으로 포인트를 줬다. 8 발목까지 내려오는 코트와 프린트 스카프에 브라운 컬러 빈티지 백으로 레트로 스타일을 완성했다. 9 몸에 피트되는 스커트 정장에 캐멀 컬러 빈티지 백을 매치해 심플하면서도 세련되게!



런더너 정소나는… 패션을 공부하기 위해 2008년 여름 남편과 함께 런던으로 떠난 용기 있는 2년차 주부. 영국 출신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와 폴 스미스, 비비안 웨스트우드처럼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열공 중이다.

여성동아 2010년 2월 5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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