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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SEX TALK

허세와 사정이 전부인 남자, 그에게 섹스 실패의 의미는…

글 신동헌 사진 문형일 기자, 동아일보 사진 DB파트

입력 2010.02.05 16:25:00

어느 날 남편이 갑자기 ‘서지’ 않는다면 아내는 큰 충격에 빠진다. 하지만 남편이 받는 충격은 더욱 크다. 닦달하면 할수록 부부의 섹스는 미로를 헤매게 된다. 섹스에 실패한 남편 기살리는 현명한 대처법은?
허세와 사정이 전부인 남자, 그에게 섹스 실패의 의미는…


먼저 남자 입장에서 말하자면, 섹스에 실패한다는 건 이 세상이 끝나는 것과도 같은 충격을 준다. 알다시피 남자는 허세와 사정 빼면 남는 게 없는 동물인데, ‘섹스 실패’란 그 둘 다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자들은 실패한 섹스 이야기를 거의 나누지 않는다. 따라서 ‘섹스에 실패한다’는 걸 상상도 못하거나 자기만 그런 건 줄 안다.
헛물만 켠 섹스가 그렇게 많은데, 그게 뭔 소리냐고? 남자도 여자들처럼 모일 때마다 섹스 이야기를 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허세를 떨기 위한 대화이지 진솔하게 서로의 고민을 이야기하거나 나날이 떨어져가는 성 기능에 대한 정보를 나누기 위한 건 아니란 말이다.
남자들이 모였을 때 주로 하는 이야기 중 “이상하게 집에만 가면 안 선다”는 것과 “잘하다가 XX 때문에 기분 잡쳐서 그만뒀다”는 것이 있다. 이건 사실 ‘섹스에 실패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다. ‘이상하게 집에만 가면 안서는’ 남자는 아예 시작도 안되는 발기 부전을 경험해본 거고, ‘모종의 이유 때문에 섹스를 그만둔’ 남자도 발기가 지속되지 않는 문제를 겪고 있는 거다. 두 가지 모두 간단히 말하면 나이가 먹었다는 거고, 육체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병을 앓고 있다는 이야기다.
발기부전이란 남자 입장에서는 죽고 싶을 만큼 치명적인 문제이지만, 여성에게도 충격이 만만치 않다. 예전에는 손길만 닿아도 몸이 달아오르던 남자가 온갖 정성을 다해 도왔는데도 발기가 되지 않는 걸 목격하고 나면 비참한 기분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제발 부탁인데, 그렇다고 남자에게 왜 그러냐고 묻지 마라. “내가 안 섹시하냐”고 묻지도 말고. 발기가 안되는 상황에서 남자는 여자 기분 생각할 겨를 따위 없다. 알다시피 그 부분은 남자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 않은가. 남편의 발기에 문제가 생긴 걸 발견했다면, 왜 안되느냐, 왜 이러느냐, 그것도 하나 제대로 못 하느냐는 대사는 넣어두고 그냥 “그럴 수도 있다더라”면서 쓰다듬어주면 된다. 거기서 고장난 물건 붙잡고 원인을 규명해봤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섹스 실패, 터놓고 말하지 못해 더 큰 상실감
자, 그럼 이제 남편의 ‘섹스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지에 대해 생각을 해보자. ‘이상하게 집에만 가면 안 선다’의 가장 큰 원인은 ‘질려서’다. 아무리 좋아하는 음식도 계속 먹다 보면 질리게 마련 아니던가. 그럼 외도를 용인하라는 말이냐고? 절대 아니다. 그러나 문제가 당신에게 있는 것은 사실이다. 먹던 거 질리니까 새로운 음식을 먹자는 말을 ‘다른 여자’ ‘외도’로 연결하는 당신의 딱딱한 머리가 당신 파트너의 물건을 물렁물렁하게 만들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바로 당신이 ‘다른 음식’이 되어야 한다.
만날 하던 자세만 고집하고, 상대가 원하는 건 이래서 싫다 저래서 싫다 핑계를 대는 것, 섹스 도중 집안일 이야기,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는 무미건조한 감정 표시…. 모두 오랫동안 섹스를 해온 부부 사이에 고질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다. 처음엔 왜 좋은지 모르다가 서서히 눈을 뜨는 여자와 달리, 섹스를 대하는 남자의 심정은 청소년이나 어른이나 똑같다. 보편적인 한국 남자의 정서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어쩔 줄 모르는 여자의 얼굴을 연상한다.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서, 딴 생각과 섹스를 병행하는 모습을 보면 페니스로 몰렸던 피가 싹 달아나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연기를 하라는 말은 아니다. 그렇게까지 노력을 하고 나면 언제나 같은 체위로 하려고 하는, 그냥 덮쳐서는 전희도 없이 피스톤 운동만 진탕 하다가 털썩 쓰러져 자는 남자가 미워 죽이고 싶어질 테니까.

허세와 사정이 전부인 남자, 그에게 섹스 실패의 의미는…


섹스의 실패는 페니스로 쏠리는 피가 부족하다거나, 흡연과 음주 때문에 동맥이 얇아졌다거나, 가슴이 처지거나 애액이 부족해서 생겨나는 게 아니다. 폴 뉴먼의 영화 ‘쿨 핸드 루크’의 유명한 대사를 빌리자면, “우리가 지금 여기 갖고 있는 문제는 의사소통의 붕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남성의 발기부전-여성 깜짝 놀람 · 화남-내가 안 섹시해서 그래?-당황한 남성은 여성의 질문에 의해 두 번 죽임을 당함-페니스는 더 흐물거림-여성은 그거 붙잡고 계속 닦달-어색한 채로 취침-다음 날 계속 생각남-두 사람 모두 스트레스 증가로 인한 신진대사 불량-남성의 발기부전 및 여성의 불감증…’이라는 식으로 반복된다. 연애할 때의 두근거림이 더 이상 없다면, 오랜 파트너로서의 능숙함이라도 있어야 한다. 매너리즘보다는 상대방이 좋아하는 걸 더 능숙하게 해줄 수 있는 배려가 필요하다는 거다. “그 인간 뭐 예쁘다고 그걸 해주느냐”고 말하는 건 좋은 사고방식이 아니다. 좋아하는 걸 알면서도 안 해주면 상대방은 계속 엇나가게 마련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시속 300km로 달려서 한 시간 반 만에 가봤다, 소주를 일곱 병이나 마시고 열일곱 명을 상대로 붙어서 거의 비길 뻔했다, 일급비밀 임무를 수행하다가 죽은 동료가 생각나서 군 생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이런 허풍을 빼면 남자가 아니다. 운전과 군대에 관련된 남자의 무용담은 죄다 거짓말이라고 보면 되는데, 그런 남자들이 가장 허세를 부리고 싶어하는 게 바로 섹스다. 어느 누구도 허세를 부리고 싶어도 못 부리는 ‘발기부전’의 딱지를 붙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어릴 때는 누가 싼 오줌이 멀리까지 가나를 경쟁하고, 사춘기 때는 누가 먼저 여자 경험을 하는지에 대해 경쟁한다. 그러나 몇 살까지 서나를 경쟁하는 남자들은 없다. 그냥 다들 ‘여전히 잘 선다’고 허세를 부릴 뿐이다. 발기부전 환자들이 찾는 성 클리닉 대기실에 가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성 클리닉 대기실에 앉아 있는 남자 중에 걱정이 되는 표정을 짓고 있거나, 의기소침해 있는 사람은 없다. 모두들 어깨를 죽 펴고 ‘난 여기 안 서서 온 게 절대로 아니에요’ 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여자들이 외모의 노화에서 느끼는 똑같은 상실감을, 남자들은 강직도에서 느낀다. 여자들이야 피부 노화에 대해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누구나 당연한 거라고 받아들이고 있으니 창피하지도 않다. 그러나 남자들의 경우는 훨씬 더 마음의 상처가 큰데도 불구하고 털어놓을 상대도, 조언을 얻을 상대도 없다. 솔직히 말해 ‘집에서만 안 선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고, ‘요즘 잘 안 서’라고 해석하는 게 옳다. 그런데 그놈의 허세가 뭔지, 친한 친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고민이 되는 거다.
물론 비아그라로 대표되는 먹는 발기부전 치료제가 나왔으니 이젠 아무 고민 없이 세울 수 있다. 그러나 약에 의존한 섹스는 말 그대로 ‘의무방어전’이 돼버릴 가능성이 크다. 진짜 비아그라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건 어쩌면 배려와 자비가 아닐까. 발기부전이나 불감증을 호소하기 이전에 우리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나 한 번 나눠보는 건 어떨까? 첫 경험을 나눴던 그날처럼.
신동헌씨는 … 라틴어로 ‘카르페디엠’ 우리말로는 ‘현재에 충실하라’는 좌우명대로 하고 싶은 건 다 하면서 살고 있다. 결혼 4년째로 죽을 때까지 아내를 지루하지 않게 할 자신에 넘친다.

여성동아 2010년 2월 5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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