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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아름다운 목소리

노래로 세상 울린 못난이 아줌마 수잔 보일 감동 스토리

글 정혜연 기자 사진제공 소니뮤직

입력 2010.01.19 15:55:00

지난 한 해를 가장 드라마틱하게 보낸 이는 누구일까. 많은 사람이 있겠지만 영국의 평범한 아줌마 수잔 보일을 빼놓을 수 없다. 작은 키, 뚱뚱한 몸매, 못생긴 얼굴로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에 등장해 온 국민의 비웃음을 샀지만 그가 입을 연 순간 모두 탄성을 내질렀다. 최근 앨범을 발표하고 가수의 꿈을 이룬 그는 아직도 이 모든 일이 꿈만 같다고 말한다.
노래로 세상 울린 못난이 아줌마 수잔 보일 감동 스토리

수잔보일은 지난해 4월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 오래도록 소망해온 가수의 꿈을 이뤘다.



지난해 4월, 영국의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 무대 위로 한 중년 여성이 올라섰다. 독설가로 유명한 심사위원 사이먼 코웰은 허름한 원피스를 입은 못생긴 아줌마를 깔보는 듯 “올해 몇 살이냐”고 물었다. 그가 “마흔일곱”이라고 대답하자 관중은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꿈이 뭐냐고 묻자 그는 “가수가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 순간 카메라에 잡힌 한 아가씨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한순간도 주눅들지 않던 그는 “이곳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겠다”며 ‘레미제라블’의 삽입곡 ‘I dreamed a dream’을 불렀다. 전주가 흐르는 동안 지루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관중은 그의 청아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탄성을 내질렀다. 곡이 끝날 무렵, 한 심사위원은 눈물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섰고 사이먼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의 노래가 끝나자 사이먼은 “당신이 나올 때부터 놀라운 목소리를 갖고 있음을 느꼈는데 내 예상이 맞았다”며 몇 분 전 자신의 발언을 번복했다.
영국의 작은 마을 페블리스에서 고양이와 함께 살던 무직의 아줌마 수잔 보일(48). 영국 전역으로 생중계된 프로그램 덕분에 하룻밤 새 스타가 된 그는 최근 소원대로 첫 앨범을 발매해 정식으로 가수 데뷔를 했다. 그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그는 대회가 열린 날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늦지 않으려고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섰지만 오랜만에 먼 길을 가는 터라 계속 버스를 잘못 갈아탔다고. 가는 내내 무대에 오르지 못할까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극적으로 제 시간에 도착했지만 긴장감이 밀려와 제대로 서 있지 못할 정도로 다리가 떨렸다.
“사람들에게 ‘나 긴장했어요’라는 걸 그대로 보여주든지, 시치미를 뚝 떼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무슨 용기가 났는지 ‘그래! 철판을 깔자’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대에 올라 사이먼이 내게 어디서 왔냐고 물을 때부터 기죽지 않으려고 애썼죠. 그래도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었는데 오히려 노래를 부를 때는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노래가 끝나고 기립박수가 쏟아지던 순간, 그는 “믿지 못할 정도로 황홀한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그날 집으로 돌아와서 소파에 앉을 때까지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고.

어머니 잃고 실의에 빠졌을 때 힘이 된 친구,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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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보일이 이 대회에 참여한 건 ‘어머니’ 때문이었다. 오랜 세월 함께 살던 어머니가 2007년 세상을 뜬 후 그는 한동안 그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다가 뒤늦게야 세상에 남겨진 건 자신과 고양이밖에 없음을 깨달았다고.
“어린 시절 외모 때문에 아무도 친구가 돼주질 않았어요. 늘 혼자였던 내게 어머니는 유일한 친구였죠. 그런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전 한동안 신체의 일부가 떨어져나간 듯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혼자 살아갈 힘도 잃었고, 자신감도 많이 떨어진 상태였죠. 어느 날 그걸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는데 ‘어머니의 몸은 곁에 없지만 영혼은 늘 곁에 있다’고 생각하는 거였어요. 그 믿음이 지금의 저를 있게 했죠.”
그를 일으켜 세운 또 하나의 힘은 음악이었다. 어린 시절 남보다 이해력이 떨어졌던 그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다른 분야를 찾길 원했다. 그러던 중 억눌려 있던 감정을 표현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노래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그때부터 음악을 가까이하기 시작했고, 그의 어머니도 꾸준히 LP판을 사다줬다. 그는 방 안에서 혼자 음악을 들으며 가수가 되는 상상을 했다고 한다.
음악을 들으며 위로를 얻던 그는 문득 어머니와의 약속을 떠올렸다. 집에서 TV로 ‘브리튼즈 갓 탤런트’를 보던 그는 “죽기 전에 저기에 나가 인생에 획을 그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지원서를 작성하고, 예선을 통과한 뒤 결국 무대에 올랐고 기적처럼 그는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켰다.
대회 당시 ‘I dreamed a dream’을 선곡한 이유에 대해서는 “평소 정말 좋아하는 뮤지컬 곡이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에든버러의 플레이하우스에서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본 적이 있어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을 때여서인지 유독 어머니 역할에 마음이 갔죠. 노래뿐 아니라 전달하는 메시지가 정말 좋았어요.”
스타가 된 후 그를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의 눈도 많이 달라졌다. 대회에 나간 후 한 달 동안 매일 대문 앞에는 각 방송사 차량이 진을 치고 있었다. 한 번도 말을 걸어주지 않던 사람들은 대신 장을 봐주겠다고 말할 정도로 그에게 친절을 베풀었다. 그는 “모두에게 좋은 이웃이 된 것 같아 기분 좋다”고 말했다.
음반 발매까지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된 듯 하지만 사실 한차례 위기가 있었다. 레코드 회사와 계약을 한 뒤 부담감과 긴장감으로 포기하고픈 생각이 들었던 것. 문제를 해결해준 이는 바로 방송에서 그를 비웃었던 사이먼 코웰이었다. 그는 ‘당신이라면 잘 해낼 것’이라며 용기를 북돋워줬다고 한다. 그의 첫 앨범에는 평소 그가 즐겨 듣던 롤링스톤스의 ‘Wild Horse’, 마돈나의 ‘You’ll see’와 함께 신곡 ‘Who I was born to be’가 수록됐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의 팬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고 했다.
“지금 꿈을 꾸고 있다면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저를 보세요. 제가 할 수 있다면 모두가 해낼 수 있어요.”

여성동아 2010년 1월 5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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