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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같은 모녀’ 이미영 전보람 그 특별한 사랑

“연예인2세 꼬리표에 울 때도 많지만 같은 길 걷는 엄마있어 더욱 힘나요”

글 문다영 사진 지호영 기자

입력 2010.01.19 11:44:00

걸그룹 티아라 멤버 전보람은 가수인 아버지 전영록과 배우인 어머니 이미영의 재능을 고스란히 물려받았지만 2세 연예인이기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이미영 역시 주위의 시선 때문에 딸을 위해 선뜻 나서지 못한다. 모녀가 그동안 남몰래 가슴앓이했던 사연을 속시원히 털어놓았다.
‘친구 같은 모녀’ 이미영 전보람 그 특별한 사랑


이미영(48)·전보람(23) 모녀를 만난 곳은 경기도 일산 SBS드라마제작센터. 현재 이미영이 SBS 드라마 ‘천사의 유혹’과 ‘천만번 사랑해’에 출연 중이라 딸 전보람이 엄마의 촬영현장을 찾았다. 가는 곳마다 방은희 조민수 등 중견 연기자들이 전보람을 알아보고 인사를 건넨다. “힘들겠지만 열심히 하라”는 격려다.
전보람은 고2 때부터 엄마와 함께 살고 있지만 가수활동을 시작한 뒤 합숙생활을 하는 터라 모녀가 만난 건 3주 만이다. 더욱이 딸은 엄마가 어떤 드라마에서 무슨 역을 맡았는지도 전혀 모르는 눈치다. “두 편 다 나쁜 역이야?”라고 묻는 딸에게 이미영이 “응. 하나는 사기꾼 역할”이라고 하자 전보람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두 편 다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 드라마인데 연말 시상식 일정에 치여 매일 자정이 넘어 숙소로 돌아오다 보니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한다.

미술 전공하던 딸, 뒤늦게 진짜 꿈 찾아
말이 나온 김에 그동안 이미영이 출연한 드라마 속 모습 중 어떤 게 가장 실제 모습과 닮았는지 묻자 재미있는 답변이 돌아온다.
“예전에 ‘당신은 누구시길래’에서 말 재밌게 하는 역할이 엄마랑 비슷해요. ‘사랑해, 울지마’에서의 도도하고 차가운 모습은 전혀 없고요. 아, ‘소문난 칠공주’에서처럼 우아한 부잣집 아줌마도 아니에요. 집에선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거든요. 사실 엄마 나이에 예쁜 트레이닝복이 잘 어울리는 분도 드물죠. 엄마랑 저랑 옷을 같이 입는데 엄마가 저도 안 입는 팔랑거리는 치마를 입으려고 하면 좀 그래요. 엄마는 다리가 예뻐서 치마가 잘 어울리는데 전 아니거든요. 제가 엄마를 닮았으면 좋았을 텐데.”
“충분히 예쁘니 그런 소리 하지 말고 제발 자신감을 가지라”는 핀잔이 돌아온다. 딸은 여전한 미모와 몸매를 지닌 엄마가 부럽고, 엄마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자식의 푸념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
전화 할 시간도 거의 없을 만큼 바쁜 모녀는 외모부터 참 많이 닮았다. 그런데 이미영이 열여덟에 MBC 공채 10기 탤런트로 데뷔한 것과 달리 점점 연예계 데뷔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는 요즘, 전보람이 스물두 살에 데뷔한 점은 조금 의외다. 혹시 부모의 반대라도 있었던 걸까. 이에 대해 전보람은 “엄마는 제게 맞는 일을 빨리 찾으라고 하셨는데 오히려 내가 연예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망설이다 늦었다. 많이 아쉽다”고 말한다. “어릴 때 전혀 끼를 눈치채지 못했다”는 엄마 역시 어느 날 갑자기 연극영화과에 진학하겠다는 딸의 선언에 적잖이 놀랐다고.
“미술을 전공 했었어요. 고1 때까지 아빠와 살다가 고2 때 나한테 왔는데 그때 진지하게 ‘미술은 못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저와 같이 살게 된 이후로 환경도 바뀌고, 갑자기 학교도 옮겨야 해서 고생이 많았어요. 뒤늦게 선생님을 구해서 공부해 학교에 갔는데, 원체 내성적인 아이라 걱정이 많았죠. 그런데 CF도 찍고 그러더라고요. 그때만 해도 별 기대 없었는데 어느 날 보아 춤을 춘 동영상이 나돈다고 해서 보고는 깜짝 놀랐죠. ‘아, 내 딸이 이렇게 춤을 잘 추는구나.’ 그때 처음 보람이의 끼를 알았어요. 그 와중에 티아라 제의가 와서 바로 합류했죠. 사실 둘째가 곧잘 춤도 추고 노래도 해서 오히려 둘째가 먼저 연예인 할 줄 알았는데….”(이미영)
“연예인을 향한 꿈이 절실했다면 어릴 때부터 연기 연습을 했겠죠. 잘해서라기보단 좋아하니까 하는 거예요. 뒤늦게 연예계에 뛰어든 건 예고에 다니다 보니 연극영화과 영향을 받은 것도 있고, 좋아하는 분야니까 해보자 한 거예요.”(전보람)

내성적인 성격 탓에 연예계 생활 힘든 엄마와 딸

‘친구 같은 모녀’ 이미영 전보람 그 특별한 사랑

전보람의 숙소생활로 인해 오랜만에 만난 모녀는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원래 전보람의 꿈은 사회복지사나 유치원 선생님이었다고 한다. 아이들을 워낙 좋아하고, 봉사하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 터라 당연히 그 길을 갈 줄 알았다는 것이 이미영의 설명이다. 하지만 감출 수 없는 끼로 인해 전보람은 결국 연예계로 들어섰다. 후회는 없지만 아직 자신의 능력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간혹 힘들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는 전보람은 얼마 전 뜻밖의 일로 맘고생을 했다.
“얼마 전 아빠가 방송에서 제가 너무 힘들어한다는 말을 했어요. 사실 어느 자식이나 아빠한테 힘들다고 투정할 수 있는 거고, 부모가 보기에 무대에서 춤추는 게 힘들어보여서 한마디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힘들다’를 넘어서, ‘그만두고 싶다’는 말까지 나가는 바람에 안티가 급증했어요. ‘복에 겨워서 그런 소리 하냐’고요. 그 일로 인해 ‘평범하면 안 들어도 되는 말인데…’라는 생각을 잠깐 했어요.”
이미영은 그런 전보람에게 늘 “어느 사회든 똑같다. 네가 스스로 뛰어넘어야 한다”는 말을 해준다. 이미영은 다소 내성적이고 부끄럼을 많이 타는 딸의 성격이 자신을 빼닮은 탓에 걱정이 크다.

‘친구 같은 모녀’ 이미영 전보람 그 특별한 사랑

이미영·전보람은 작은 얼굴, 아담한 키, 성격과 식성까지 똑 닮았다.



“저도 처음엔 선배들에게 인사도 못했어요. 눈을 못 마주치겠더라고요. 그러다가 지금은 고인이 된 선배에게 욕을 먹곤 발끈해서 ‘왜 그러냐’고 대든 뒤 화장실에서 엄청 울었어요. 그리고 ‘이 성격으론 못 살아남겠다’ 싶어서 바꿨어요. 오죽하면 제 큰언니가 ‘너 성격이 왜 그렇게 남성적으로 변했냐’고 걱정할 정도예요. 하지만 지금도 사실은 배우들과 대본 연습을 할 때 너무 떨릴 때가 많아요.”
둘 다 칭찬을 받으면 더욱 힘을 낸다는 점도 닮았다. 2009년 여름, 전보람은 드라마 ‘혼’에 이서진 동생 역으로 출연했는데 이때 전보람의 성격을 단번에 파악한 이서진이 연기에 첫발을 뗀 그에게 큰 도움이 됐다고.
“대본 받자마자 엄마에게 전화해서 ‘어떻게 연기하지?’ 하며 걱정했더니 ‘진짜로 엄마가 죽었다, 현실이다 생각하고 연기해’라고 지도해주시더라고요. 엄마 조언도 큰 힘이 됐지만 감독님하고 이서진 선배님의 도움이 정말 컸어요. 이서진 선배님이 저를 딱 보고는 감독님께 ‘얘는 뭐라고 하면 주눅 들 것 같으니까 격려해달라’고 말하셨다더라고요. 어째 감독님이 촬영장에서 저에게만 ‘어어~ 잘했어’이러셨어요. 나중에 술 마시는 자리에서 감독님이 이서진 선배님 말을 전해주며 ‘너 잘한 거 아니니 더 잘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사실 ‘혼’연출자가 ‘환상의 커플’을 같이 했던 김상호 감독님이라 전화를 할까 하다 조심스러워서 관뒀죠. 굳이 전화 안 해도 잘해주실 것 같았고. 그랬더니 이서진씨하고 감독님하고 많이 가르쳐줬다고 하더라고요. 참 고마웠어요.”

“꼭 가정적인 남자 만나길”…“엄만 꼭 건강해야 해”
인터뷰 때문이긴 하지만 간만에 만난 모녀는 즐겁게 수다를 떨었다. 하지만 그럴 때는 깔깔대며 서로에 대해 말하던 모녀는 떨어져 살며 힘든 점을 얘기하다 갑자기 눈물을 쏟았다.
“그룹이다 보니 제 분량이 적을 때도 있고, 화면에 덜 나올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엄마가 나 화면에 덜 나오는 거 보면 속상할 텐데’란 걱정이 있어요. ‘보람이가 못해서 그러나, 뭔 일 있나’하고 마음 아파할까봐 신경 쓰여요. 사실 같이 있을 땐 몰랐는데 떨어져 있으니 너무 보고 싶어요…(울음). 일 끝나고 숙소 갔을 때 멤버 엄마들이 와 계시면 엄마가 보고 싶어요. 같이 껴안고 자고, 먹을 거 해주고 그러면…. 전화를 하려 해도 엄마가 주무시는 시간일 때가 많아요. 하지만 엄마는 연예인이니까 안 오시는 거 이해하고, 엄마가 잘하시는 거라 생각해요.”
혹시라도 연예인 엄마라 참견도 많이 하고 치맛바람이 세다는 말이 돌아 딸에게 피해가 갈까봐 조심스러웠던 이미영은 늘 어른스럽던 딸의 눈물 앞에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동안 이미영은 딸의 투정에 안쓰러운 마음을 숨기고 “열심히 해, 네가 스스로 이겨내고 노력해야지”라는 말만 했다고 한다.
“저도 마음이 아프죠. 하루는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속상한 일이 있던 날인데 그날따라 멤버 엄마들이 왔대요. 그래서 혼자 이불 뒤집어쓰고 울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늦게라도 갈까?’했더니 ‘아니야, 엄마가 안 오는 게 맞아’라고 하고…. 제가 괜히 드나들어 좋을 게 없을 것 같아서 강하게 키우자 했는데 마음은 아프네요. 제가 이 나이 돼도 돌아가신 엄마가 참 보고 싶은데 보람이는 오죽하겠어요.”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너무 일찍 철이 든 것 같아 딸에게 늘 미안했고, 많이 울었다는 이미영은 딸이 그저 행복하기만을 바란다. 장래 사윗감에 대한 소망도 있다. 이미영은 “가정적이고 가장으로서 집안을 이끌어갈 수 있는 남자면 좋겠다”고 구체적인 바람을 밝힌다. 하지만 전보람은 아직 남자친구 욕심이 없다. 그저 막 시작한 연예계 생활에 전념하고 싶을 뿐이다. 부모의 직업을 모두 경험해본 전보람은 “연기도 너무 좋고, 죽을 때까지 노래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 욕심 많은 딸이자 후배를 이미영은 팍팍 지원해줄 생각.
서로가 있어 따뜻한 새해를 맞은 모녀는 딸에게, 그리고 엄마에게 바라는 점을 한가지씩 털어놓았다.
“전 그냥 보람이가 항상 노력하고, 열심히 해서 안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더 발랄해지면 좋겠어요. 방송 보면 다른 아이들은 카메라를 잘도 찾아 윙크도 하며 노래하는데 보람이는 무조건 앞만 봐요. 정면을 보더라도 여우짓도 좀 하고 그러면 좋을 텐데…”(이미영)
“전 엄마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예전엔 안 그랬는데 자꾸 약해지시는 것 같아요. 엄마는 ‘나이가 있으니까’하시는데 그 말을 들으면 더 슬퍼져요. 좋은 거 챙겨드시고, 아플 땐 제발 병원에 가셨으면 좋겠어요. 아프지 마요, 엄마.”(전보람)

여성동아 2010년 1월 5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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