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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도르핀이 팍팍! 4차원 그룹 노라조 정체를 밝히다

글 정혜연 기자 사진 지호영 기자

입력 2010.01.19 10:48:00

이름부터 확 튄다. 단순 무식하게 지은 듯한 그룹명만큼이나 독특한 음악으로 사랑받는 그룹 노라조. 까면 깔수록 숨은 매력이 드러나는 두 남자, 조빈과 이혁의 솔직한 이야기.
엔도르핀이 팍팍! 4차원 그룹 노라조 정체를 밝히다


“지구인의 친구 난 슈퍼맨~ 유사품에 주의해요~ 오각형에 S자야~ 위 아래로 스판 백프로~”
한 번 들으면 웬만해선 잊히지 않는 독특한 노래 ‘슈퍼맨’. 이 곡의 주인공인 노라조는 무대에서 코스프레 의상을 입고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능청스럽게 노래하기로 유명하다. 때문에 보는 사람들은 절로 웃음보가 터진다.
조빈(36)과 이혁(32) 두 사람으로 구성된 노라조는 지난 12월, 또 한번 화제가 됐다. ‘형’ ‘변비’라는 발라드 곡을 선보여 앨범 발매와 동시에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 순위 1위를 차지한 것.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지만 가사만큼은 유쾌한 노라조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했다.
앨범 발매 일주일 후 인터뷰를 하기로 한 이들은 약속장소에 검은색 정장을 빼입고 나타났다. 삼각김밥 머리, 슈퍼맨 망토, 캐러비안의 해적 의상 등으로 웃음을 주던 노라조는 온데간데 없었다. 그런데 의외로 정장이 잘 어울렸다. 두 사람 모두 키가 180cm를 넘고 보니 전문 모델 뺨치는 분위기를 풍겼다. 조빈은 “분위기 있는 노래를 부를 때는 이렇게 해줘야죠~”라며 웃음 지었다.
“처음 곡을 받았을 때 무거운 느낌이 들더라고요. 가사까지 심각하면 우리 노래가 아닐 것 같아서 가볍게 짓기로 했어요. 누구나 공감할 만한 ‘변비’를 주제로 똥을 의인화해서 그와 이별하듯 썼죠. ‘형’이라는 곡은 인생을 좀 더 오래 산 형이 힘들어하는 어린 동생들에게 용기를 내라며 만든 곡이에요. 이번에 발라드로 장난칠 수 있는 건 다 했어요(웃음).”
팬들은 인터넷상으로 “이게 바로 노라조다!” “발라드마저 코믹으로 소화하는 그룹!”이라는 평을 내리며 환호했다. 하지만 ‘변비’는 KBS와 SBS에서 방송 불가 판정을 받았다. 조빈은 “예상 못했지만 오히려 더 좋다”고 말했다.
“고쳐서 다시 심의를 받을 수도 있지만 그러면 노라조만의 색깔이 사라지잖아요. 순수하게 의도했던 대로 가기로 했죠. 불가 판정이 나서 좋은 점도 있어요. 관심 없던 사람들이 ‘뭔데 난리야?’ 하면서 노래를 찾아 듣는 경우도 있거든요(웃음).”

엽기발랄? 사실은 실력파 가수!
노라조는 트로트, 댄스음악과 록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든다. 때문에 “도대체 정체가 뭐야?”라는 소리도 종종 듣는다. 이들은 사실 젊은 시절부터 가수의 꿈을 키우며 차곡차곡 내공을 쌓아온 실력 있는 가수. 조빈은 노라조로 데뷔하기 전 한 보컬그룹의 멤버로 활동했다.
“T.G.S라고, 뜻은 ‘종합선물세트’였어요(웃음). 멤버 모두 노래를 잘했는데 잘 안돼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고, 혼자 음악을 하다가 우연히 군대 고참이었던 분의 소개로 지금 소속사 사장님을 만났어요. 당시 사장님은 트로트계에 획을 그을 만한 ‘남자 장윤정’을 만들고자 하셨죠. 처음 만났을 때 불쑥 ‘트로트 잘 부르냐?’는 질문을 하셨는데 일단 가수로 활동하고 싶은 마음에 무조건 잘한다고 대답했어요.”
발라드에서 트로트로 급선회한 조빈은 열심히 데뷔 준비를 했다. 하지만 사장 눈에는 조금 부족해 보였는지 회의 끝에 ‘2인조로 가자’는 결정이 났다. 조빈은 그때 문득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이혁이 생각나 그를 추천했다고 한다. 이혁은 당시 언더그라운드 록밴드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는 아무 것도 모른 채 회사에 들어와서 녹음을 하던 중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챘다고.
“곡이 웃겨서 좀 당황스러웠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편으로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록밴드는 오래 했으니까 잠깐 이런 노래를 불러도 좋겠다 싶었죠. 아무 소리 하지 않고 그냥 같이 하기로 결정했는데 눈떠보니 어느새 이렇게 됐네요(웃음).”
이혁은 종종 ‘노라조에서 노래하기 아까운 꽃미남’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실제로 이혁은 멀리서 보면 외국 모델로 착각할 정도로 눈에 띄었다. 사진 촬영 중에도 지나가던 사람들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볼 정도였다. 원래 꿈과 달리 노라조에서 활동하는 것이 아쉬울 법도 한데 그는 “오히려 좋다”고 말했다.
“요즘 2PM, 샤이니 같은 꽃미남 그룹이 많잖아요. 그 사이에 있었으면 제가 눈에 띄었을까요? 노라조에 있으니까 그나마 잘생겼다고 봐주시는 거죠(웃음). 분위기 잡고 발라드 가수로 데뷔했으면 아마 망했을 거예요. 그리고 사실 노라조를 하면서 댄스, 록, 발라드까지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에 만족해요.”
노라조라는 그룹명은 조빈의 아이디어. 심심할 때면 친구들과 놀듯, 즐겁고 편한 노래를 부르는 그룹이 되자는 의미라고. 그룹명을 짓기까지 여러 차례 논의가 오갔지만 ‘노라조’를 내놓았을 때 사람들이 가장 재미있어하고 쉽게 기억하기에 결정했다고 한다.
2005년 여름 1집 앨범을 내고 데뷔한 노라조는 이름이 알려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음악이 신선하기는 했으나 대중에게 크게 어필할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 그러다 2008년, 3집 앨범 수록곡 ‘슈퍼맨’이 히트하면서 큰 인기를 얻었다. 독특한 가사 때문에 아이부터 어른까지 쉽게 따라 불렀던 것. 그때부터 이들을 찾는 사람들도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엔도르핀이 팍팍! 4차원 그룹 노라조 정체를 밝히다

(좌) 최근 ‘천하무적 야구단’에서 활약하며 ‘3루타의 사나이’라는 별명을 얻은 조빈. (우) 잘생긴 외모로 주목받는 이혁은 데뷔 전 언더그라운드 록밴드에서 보컬을 맡았을 정도로 실력파 가수다.



전국의 대학축제와 지방행사 등 초청되는 모든 곳에서 이들은 항상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그곳에서 가슴 뿌듯한 경험도 했다. 노라조를 특이한 그룹이라고만 기억하고 노래에 대해선 전혀 모르던 사람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게 된 것. 조빈은 “더운 날씨에도 땀 뻘뻘 흘리며 박수치고 같이 노래해주시던 분들이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일본에서 한국 가수 몇 팀이 노래하는 아시아 음악축제에 참여했다가 일본 팬까지 생겼다.
“일본분들이 의외로 우리 같은 사람도 좋아해주시더라고요. 꾸준히 사랑해주시는 게 고마워서 얼마 전에는 모두 제주도로 초청해 팬미팅을 열기도 했어요. 일본에서도 노래할 기회가 생겨 정말 기분 좋죠. 한편으로는 한국에서 이름을 더 알려야 일본 활동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커요.”
TV 출연 횟수도 늘어났다. 이들의 존재를 눈여겨보던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들어온 것. ‘스타 골든벨’ ‘황금어장-라디오 스타’ 등에 출연한 이들은 코믹한 입담으로 얼굴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이혁은 ‘황금어장-라디오 스타’에서 조용히 앉아 있다가 엉뚱한 말을 해 4차원 매력남의 면모를 드러냈고, 조빈은 적극적이고 개성 넘치는 성격과 비교적 나은 야구실력 덕분에 KBS ‘천하무적 토요일-천하무적 야구단’의 고정 멤버로 투입됐다.
“맨 처음 야구단을 꾸릴 때 오디션을 본다기에 참여 했었어요. 그때는 웃기려고 옷과 장비를 다 챙겨 갔는데 보기 좋게 떨어졌어요. 그런데 다시 한 번 기회가 왔죠. 큰 게임을 앞두고 하늘이 형이 부상을 입는 바람에 대타로 들어갔는데 다행히도 3루타를 쳐냈어요. 감독님과 야구단 감독 김C 선배가 마음에 들어하시더라고요(웃음).”
덕분에 조빈은 요즘 ‘3루타의 사나이’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하지만 이 때문에 고민이 늘었다고. 사람들이 ‘조빈이 나오면 점수가 난다’는 기대를 하는 터라 요즘은 틈날 때마다 배팅 연습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이혁도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고 싶지 않을까? 그는 단번에 “생각 없다”고 말했다. 귀차니즘 때문에 쉴 때면 집에 있기를 좋아하는 터라 하루 12시간씩 진행되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자신에게 엄청난 일이라고. 대신 연기 쪽에는 관심을 내비쳤다.
“시트콤 ‘태희 혜교 지현’에서 섭외가 들어온 적이 있어요. 잠깐 카메오로 출연했는데 반응이 괜찮았죠. 집에서 영화 보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데 만약 마음에 드는 영화 출연 제의가 오면 해볼 생각이에요. 가령 살인마나 개성 강한 악역이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앨범마다 새로운 시도, 힘들지만 서로가 있어 든든
올해로 데뷔 6년째인 이들은 함께 활동하면서 한 번도 갈등을 겪지 않았다. 성격이 잘 맞아서 특별히 싸울 일이 없었다고.
“사실 스케줄 끝나고 헤어지면 통화도 별로 안 해요. 혁이와 친하긴 하지만 각자의 사생활을 확실히 지켜주니까 싸울 일이 없는 것 같아요. 한 여자를 동시에 좋아하지 않는 이상 크게 싸울 일은 없을 거예요(웃음).”
두 사람은 모두 30대로 미혼이다. 결혼 적령기이기에 계획이 있을 법도 한데 두 사람 모두 “아직 생각 없다”고 말했다.
“결혼 생각이 있기는 한데 점점 바빠져서 지금은 어려울 것 같아요. 확실히 자리잡고 이미지도 좀 더 좋게 만든 뒤 할 생각이에요. 지금은 ‘엽기 조빈’이라 아무도 딸을 주실 것 같지 않거든요(웃음).”(조빈)
“형과 달리 전 혼자 지내는 게 편해서 결혼 생각이 없어요. 장가는 뭐, 죽기 전에 갈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부모님도 딱히 기대가 없으신데, 제가 누군가를 책임지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는 걸 아시는 것 같아요.”(이혁)
이들은 여름쯤 정규앨범을 발표하고 본격적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이 외에 기회가 된다면 각자 솔로 싱글 앨범을 내고, 영화나 드라마 OST에도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끝으로 각자의 새해 소망을 물었는데 대답이 매우 ‘노라조’스러웠다.
“가까이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많이 하고 싶어요. 매번 신나게 노래하는 저희를 보면서 힘내시라고요.”(조빈)
“진심으로 올해는 신종플루가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그 병 때문에 공연도 많이 취소됐거든요. 사회가 전체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인 것 같아요. 아무리 즐겁게 노래해도 사람들 반응이 예전 같지 않거든요. 올해는 꼭 건강한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이혁)

여성동아 2010년 1월 5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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