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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달이 아빠’ 박영규 5년간 연예계 떠났던 속사정

글 김명희 기자 사진 이기욱 기자

입력 2010.01.18 16:00:00

웃음을 위해 망가지는 걸 마다하지 않던 박영규가 5년 전 돌연 브라운관에서 사라졌다. 외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은 후였다. 죽기보다 사는 게 힘들어 자살까지 생각했던 그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간의 아픈 사연과 상처 치유기.
‘미달이 아빠’ 박영규 5년간 연예계 떠났던 속사정


“역시 미달이 아빠 최고! 너~무 멋있어요.”
“한 10년 됐나. 진짜 반가워. 못 본 사이 더 예뻐진 것 같아. 요즘 좋은가봐.”
“잘 왔어요. 많이 기다렸어요.”
“정말? 나도 감개무량하네.”
두 사람이 넉살 좋게 주고 받는 이야기에 애정이 묻어났다. 10년 전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서 미달이 아빠, 엄마로 호흡을 맞춘 박영규(57)·박미선(43)의 대화다. 이 자리는 박영규의 5년 만의 컴백작인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2’ 제작보고회. 박미선은 오랜만에 컴백한 콤비를 맞기 위해 사회자로서 이 무대에 섰다.
미달이 아빠, 카멜레온… 박영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능청스러운 오버 연기에 소시민의 애환을 담았던 그는 지난 2005년 ‘해신’을 끝으로 브라운관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에 앞서 그는 외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었다. 미국에서 유학하던 그의 아들은 친구가 운전하는 오토바이 뒤에 탔다가 사고를 당했다. 간간이 유명 기업인의 전처와 재혼해서 캐나다에서 산다, 캐나다와 필리핀을 오가며 골프장 사업을 한다는 등의 소식이 들려왔지만 그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난 박영규는 얼굴에 주름이 깊게 파이고 머리 숱도 줄었다. 그간의 근황을 묻는 질문에 그는 “연기니 뭐니 하는 것들은 다 잊고 자연인으로 평범하게 살았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자살까지 생각할 만큼 힘든 시간이었다.
“얼마 전 신종플루로 아들을 잃은 이광기씨를 TV 화면에서 보면서 많이 울었어요. 그 친구의 심경이 어떨지 이해가 됩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 슬픔을 몰라요. 나도 너무 충격을 받아 모든 걸 체념하고 세상을 등지고 살았습니다. 나중엔 나쁜 마음까지 먹었지만 내가 폐인이 되는 건 먼저 간 자식한테 속죄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부모의 허물을 가지고 간 자식을 위해 나머지 인생을 더 잘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모진 마음까지 먹었던 힘든 시간, 아들 또래 후배들과 연기하며 웃음 되찾아

‘미달이 아빠’ 박영규 5년간 연예계 떠났던 속사정


고통의 시간을 보내던 그에게 ‘주유소 습격사건’(99년)으로 인연을 맺은 김상진 감독이 손을 내밀었다. 김 감독은 1편에서 박 사장 역할을 맡았던 박영규를 염두에 두고 속편을 준비했다. 속물적인 기성세대를 박영규보다 더 잘 표현할 연기자가 떠오르지 않았다는 것이 김 김독의 설명.
‘주유소 습격사건2’는 4명의 청년이 주유소를 턴다는 설정에서 1편과 유사하다. 여전히 주유소를 운영하며 돈을 버는 박 사장과 그의 돈을 갈취하려는 폭주족, 폭주족을 막기 위해 고용된 최강 주유원 등이 한 판 전쟁을 벌인다는 내용의 코믹 영화. 박영규는 처음에는 김 감독의 출연 제안을 고사했다고 한다.
“그때는 은퇴했다 생각하고 조용히 살고 싶었기 때문에 고사했어요. 그래서 박 사장 역할에 맞을 만한 동료 배우들을 추천하면서 ‘이러 저러하게 하면 실패 안 하고 잘될 것’이라고 설명해줬어요. 그런데 한참 설명하다 보니 내가 안 하면 안 될 것 같더라고요(웃음).”
함께 출연하는 조한선 지현우 등은 먼저 세상을 뜬 아들과 비슷한 또래. 그는 아들 같은 후배들과 연기를 하면서 웃음과 에너지를 되찾았다.
“촬영을 시작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출연을 권유한 김상진 감독에게 너무 고마워요. 처음엔 코미디 연기를 다시 할 수 있을지, 후배들과 어울릴 수 있을지 무척 걱정했는데 첫 촬영날 김 감독이 한 큐에 ‘오케이’ 사인을 내며 용기를 줬어요. 즐겁게 일을 하다 보니 나를 짓누르던 어두운 마음도 풀리는 것 같고…. 제 인생 자체가 이렇게 다시 연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운명인 것 같아요.”
영화 개봉을 앞두고 홍보 활동에 나선 그는 사람들에게서 “보고 싶었다”라는 인사를 많이 듣는다. 그때마다 눈물이 폭 쏟아지는 걸 막을 수 없다고.
“그간 이런저런 사연이 있었지만, 그런 이야기들을 다 뒤로하고 돌아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능력 되는 한 최선을 다해 저를 기다려주신 분들께 보답하고 싶습니다.”

여성동아 2010년 1월 5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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