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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한식, 세계를 가다 ④ 프랑스 파리 편

파리지앵이 반한 코리안 시크, 한식

Gwon′s Dining 권스 다이닝 | Woo Jung 우정 | Bong 봉

글 박현진 사진 윤화영

입력 2009.12.22 15:29:00

세계적인 요리 강국 프랑스 파리에서도 한식이 인기다. 까다로운 파리지앵의 미각을 사로잡은 한식당을 찾았다.
파리지앵이 반한 코리안 시크, 한식


모던 한식
| Gwon‘s Dining 권스 다이닝 |
파리 시내의 작은 박물관
권스 다이닝은 절제된 모던함 속에서 한국의 아름다움이 조용히 말을 걸어오는 곳이다.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공간 안에 한국의 목인(木人)·민화·도자기 등 전통의 숨결이 녹아 있는데, 이곳에 놓인 물건 대부분은 한국의 소중한 문화재다. 놋수저는 무형문화재 77호 이봉주의 작품이고, 찻잔은 혁산(赫山) 방철주의 작품이며, 테이블 곳곳에서 오브제 역할을 하는 나뭇잎은 도예가 김정옥의 손길로 탄생한 것이다.
권스 다이닝의 권유철 사장은 프랑스에서 음식이 문화의 일부분으로 여겨지는 것을 보고 세계 식문화 중심지인 파리에서 한국의 문화를 보여주고자 식당을 열게 됐다. 2006년 오픈 당시에는 6개월간 한국의 보자기를 테마로 한 기획 전시를 열어 음식과 문화를 함께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당시 일본 교토에서 고려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정영희씨가 보자기 전시를 위한 소품과 민화를 프랑스로 직접 보내는 등 많은 컬렉션을 지원해 큰 도움이 됐다.
권스 다이닝은 모던하고 깔끔한 실내 분위기와 정갈한 맛 덕분에 한식을 처음 접하는 외국인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음식은 고유한 한식을 선보이지만 담음새와 서비스에 차별을 둬 파리지앵의 미각을 사로잡았다.

파리지앵이 반한 코리안 시크, 한식


1 깔끔하고 모던하게 꾸민 권스 다이닝 실내. 한옥 느낌의 문이 전통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2 고풍스러운 도자기에 길게 늘어뜨린 잎사귀를 세팅해 단아하면서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3 권스 다이닝에는 한국의 문화재가 장식돼 있어 ‘작은 박물관’이라고 불린다.

한식을 모던하게 즐기다
프랑스에서는 고급 식당일수록 음식뿐 아니라 서비스의 질도 높다. 직원이 손수레를 끌고 와 손님이 보는 앞에서 생선이나 고기의 뼈를 바르고 소스를 끼얹어주는 게리동 서비스(Service au Gueridon)가 대표적이다. 권스 다이닝에서는 이에 착안해 세트 메뉴를 시키거나 요리를 가운데 두고 먹어야 하는 경우 직원이 직접 접시에 나눠준다. 이에 대한 프랑스인의 반응은 무척 흥미로워 개인접시에 서비스된 잡채나 전을 받으면 프랑스 음식을 먹을 때처럼 코를 대고 향을 음미하거나 색상을 살펴보며 큰 관심을 보인다.
음식은 이탈리아 브랜드인 알레시(Alessi) 식기에 여백이 돋보이도록 담아 모던하고 감각적으로 보인다. 권 사장은 한식의 핵심인 맛은 그대로 간직하되, 음식 세팅에 모던함을 더해 외국인들이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와인잔을 물잔으로 사용한 것도 특징. 테이블 역시 프랑스 식당에서 사용하는 것을 그대로 도입했다.
권 사장은 한식 세계화와 관련해 한식을 파는 이들이 스스로 문화대사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한국 문화를 알리는 전도사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면 한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문화까지 전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리지앵이 반한 코리안 시크, 한식


1 정갈하게 담긴 보쌈은 파리지앵도 즐겨 먹는 메뉴.
2 인기 메뉴 중 하나인 모듬전. 프랑스인들은 개인접시에 서비스된 모듬전을 받으면 프랑스 음식을 먹을 때처럼 코를 대고 향을 음미한다.
3 생선구이, 보쌈, 모듬전 등으로 구성된 한상차림.
4 모던한 느낌의 화이트 식기를 사용해 음식이 깔끔하고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TEL 01 47 34 53 17

파리지앵이 반한 코리안 시크, 한식


파리에서 꽃핀 코리안 가스트로노미
| Woo Jung 우정 |
삼청각 출신 요리사, 파리를 평정하다
1974년 프랑스에 건너온 조만기 사장은 삼청각 출신 요리사로, 파리에 한식의 가스트로노미(Gastronomie, 미식)를 전하고 있다. 70년대부터 우정은 파리의 대표 한식당으로 자리 잡았다. 고급 주택과 패션숍이 밀집한 파시(Passy)에 위치해 이곳의 정재계 인사들은 물론 프랑스 최고 소믈리에상을 수상한 앙뚜완 뻬트뤼스(Antoine Petrus)도 단골손님이다. 조 사장이 직접 주방을 지키며 까다롭게 재료를 구매하고, 한국에서 공수해온 주요 재료로 매달 두 번씩 김치를 담그는 등 고집스럽게 맛을 관리해왔기 때문이다.
이곳의 음식은 한국 전통의 맛에 먹는 사람에 대한 애정을 담아 만들어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췄다. 젓가락 사용이 서툰 프랑스인을 위한 ‘싸먹지 않아도 되는 구절판’, 프랑스 레스토랑처럼 뼈를 발라 포를 뜬 뒤 한국식 조림장을 얹어먹는 ‘도미구이’ 등을 선보이며 프랑스인들에게 다가간 것.

아버지의 요리에 날개를 달다
우정이 파리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합리적인 가격의 ‘와인 리스트’덕분이다. 풍부하고 우수한 와인 리스트를 갖추게 된 데는 조 사장의 장남인 조성환 사장의 힘이 컸다. 어릴 적부터 식당일을 돕던 그는 프랑스인의 입맛을 사로잡으려면 와인이 필수라고 생각해 10년 전부터 소믈리에에게 개인 지도를 받는 등 본격적으로 와인을 공부했다. 우정의 와인 리스트는 프랑스의 여느 고급 레스토랑과 견주어도 뛰어나다고 할 만큼 좋은 평을 받고 있다. 유명한 와인 생산자들도 자신의 와인을 확인하기 위해 식당을 찾는데, 이제는 그들과 모두 좋은 친구가 됐다고 한다.

파리지앵이 반한 코리안 시크, 한식


1 우정의 조만기 사장은 삼청각 출신 요리사로 먹는 사람에 대한 애정을 담아 한국 전통 맛이 느껴지도록 요리한다.
2 싸먹지 않아도 되는 구절판과 돌솥비빔밥은 프랑스인에게도 인기 메뉴다.
3 우정의 단골손님은 대부분 정재계 인사 등 사회저명인사들이다.

한식의 세계화, 와인에서 해답을 찾다
우정에서는 두 달에 한 번 그랑 베푸흐(Le Grand Vefour), 라세르(Lassere), 브리스톨(Le Bristol) 등 파리 유명 레스토랑 소믈리에와 요리사를 초청해 조만기 사장이 직접 만든 한식과 와인의 궁합을 연구하는 테이스팅 시간을 갖는다. 이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와인과 궁합이 맞도록 음식 맛에 변화를 주고, 한식 특유의 맛과 어울리는 와인을 찾는다. 맵고 짭조름한 한식과는 단맛이 있는 소비뇽 품종의 화이트 와인이나 시라 품종의 레드 와인이 잘 어울린다고 한다. 이런 다양한 시도와 풍부한 경험에서 나온 와인 리스트는 한식이 파리에서 마음껏 날아오를 수 있는 밑바탕이 되고 있다.
조성환 사장은 한식이 외국에서 고급화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음식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발전시키고, 다른 문화와 섞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래 프랑스 음식은 버터가 많이 들어가 맛이 묵직했으나 일본 식문화가 인기를 끌면서 버터 사용량을 줄이고 신선하고 가벼운 느낌으로 조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식도 다양한 섞임을 통해 다른 문화의 영향을 받기도 하고, 영향을 주기도 하면서 발전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파리지앵이 반한 코리안 시크, 한식


4 우정을 이끌고 있는 조만기·조성환 사장.
5 6 우정은 합리적인 가격의 와인 리스트를 자랑한다. 생산지를 직접 방문하는 등 선별해 구입한 와인은 식당 내 대형셀러와 파리 근교에 자리한 와인 저장고에 보관한다.
TEL 01 45 20 72 82

파리지앵이 반한 고기구이집
| Bong 봉 |
까다롭기로 소문난 프랑스인들이 고기 구워 먹는 집
봉식당은 파리에서 유일하게 직화 고기구이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 주인인 김준식 사장은 25년간 경북 상주에서 고기구이집을 했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해근(부위별로 고기를 발라내는 것)하는 것을 도울 만큼 고기 다루는 일에 익숙했다고 한다.
‘고기는 불에 직접 구워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한국에서 로스타를 들여와 직화구이를 선보이고 있다. 쇠고기는 팔리는 물량과 품질을 관리하기 위해 6개 정육점에서 공급받고, 돼지고기는 방목해 키운 것을 사용한다. 구이로 선보이는 장어와 꽁치도 새벽 도매시장에서 사온다. 된장과 김치는 물론 디저트로 나오는 수정과 역시 직접 담그고 있다. 특히 김치는 한국에서 공수해온 고춧가루를 넣어 본래의 매운 맛을 낸다.
봉식당은 저녁식사일 경우 일주일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를 구하기 힘들 만큼 인기다. 프랑스인들이 워낙 고기 요리를 좋아하고, 불고기양념이 쉬크레 살레(sucre sale, 달콤하면서 짭짜름한 맛을 의미하는 단어로, 아시아 음식의 영향을 받아 유행하게 된 프랑스 음식의 한 특징을 대변하는 단어)라는 이곳의 식문화 트렌드와 잘 맞기 때문이다. 인기에 힘입어 프랑스의 요식업 체인회사로부터 코리안바비큐 체인회사를 만들자는 제의를 받기도 했다. 작년부터는 ‘시티복스(cityvox)’라는 레스토랑 가이드에 방문했던 사람들의 좋은 평이 실리면서 프랑스인 손님이 더욱 늘었는데, 상추에 고기를 싸서 맛있게 먹는 현지인들의 모습이 진풍경을 연출한다.

파리지앵이 반한 코리안 시크, 한식


1 블루와 화이트 컬러가 어우러져 세련된 느낌을 주는 외관.
2 은은한 브라운 컬러가 식욕을 자극하는 실내.
3 4 쇠고기는 6개 정육점에서 공급받고 돼지고기는 방목해 키운 것을 사용하는 등 식재료에 많은 신경을 쓴다.

TEL 01 47 34 73 62

여성동아 2009년 12월 5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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