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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종·하희라, 두 아이와 함께한 선행 하모니

글 정혜연 기자 사진 이기욱 기자

입력 2009.12.22 11:32:00

최수종·하희라 부부가 화상환자를 돕기 위해 나섰다. 복음성가 음반을 발매해 수익금 전액을 기증하기로 한 것. 초등학생인 두 자녀도 선행에 동참해 주변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최수종·하희라,  두 아이와 함께한 선행 하모니

지천명을 코앞에 둔 남자가 청바지에 조끼를 입고 자식 또래 아이들과 춤추며 노래를 부른다. 스프링처럼 통통 튀는 아이들과 달리 뻣뻣한 몸으로 뒤늦게 박자를 맞춰가는 모습이 조금 안쓰럽다. 본인도 마음만 앞선 몸짓이 민망한 듯 웃음을 짓는다.
지난 11월 중순 서울 강남 압구정동 한 소극장에서 최수종(47)·하희라(40) 부부의 복음성가 음반 발매 기념 쇼케이스가 열렸다. 최수종은 이날 첫 주자로 무대에 올랐다. 사회를 맡은 김제동은 공연이 끝나자 “좋은 일 하려고 춘 춤이니 참겠다”고 말해 관객의 웃음을 유발했다. 이에 최수종은 “3일 동안 연습한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왠지 이런 자리가 무겁고 점잖아서는 안 될 것 같았어요. 고민하다가 교회 아이들에게 함께 공연을 하자고 했죠. 같이 율동을 배웠는데 아이들은 하루 만에 쉽게 따라 하는 반면 저는 3일 동안 해도 안무가 외워지지 않더라고요. 오늘도 중간 중간 계속 틀려서 진땀 뺐어요(웃음).”
이윽고 등장한 하희라는 가수 뺨칠 정도로 훌륭한 노래솜씨를 선보였다. 그는 혼자 두 곡을 잇달아 부르면서도 전혀 긴장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노래를 마치고 김제동과 남편의 칭찬이 이어지자 “어린 시절 합창단에서 활동한 것이 도움이 됐다”며 밝게 웃었다.
한 해도 빠짐없이 결혼기념일마다 봉사활동을 해온 두 사람은 올해 화상환자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하희라는 “직접 화상의 고통을 겪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 공업용 파라핀을 만지다 2도 화상을 입었어요. 의사가 피부이식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죠. 아픔을 잘 참는 편인데도 화상치료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워서 저도 모르게 엉엉 울었어요. 바로 옆에서 전신화상을 입은 어린아이가 치료를 받으며 ‘엄마, 오늘은 울지 않을게’라고 말하는데 정말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의젓하게 말하지만 그 고통이 얼마나 심할지 알고 있으니까요.”
최수종은 “모두 내 잘못”이라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사연인즉, 하희라가 지인들에게 선물 하기 위해 양초 공예품을 사놓은 걸 본 최수종이 직접 만들어주고 싶어 재료를 하나둘 사들였는데 이를 정리를 하던 하희라가 공업용 파라핀에 잘못 손을 대는 바람에 오른손 약지와 새끼손가락에 화상을 입었던 것. 하희라는 미안해하는 남편에게 “배우인데 얼굴을 다치지 않은 게 다행”이라며 오히려 위로했다.

이날 쇼케이스에는 최수종·하희라 부부의 두 아이도 함께했다. 아들 민서(10)는 최수종을, 딸 윤서(9)는 하희라를 똑 닮아 눈길을 끌었다. 깔끔한 정장을 입은 아이들이 각각 바이올린과 플루트를 연주하는 가운데 최수종이 기타를 치고 하희라가 노래를 불렀다. 공연이 끝나자 하희라는 “생각보다 아이들이 긴장하지 않고 연주를 잘해 놀랐다”며 대견해했다.
이 부부가 공식석상에서 아이들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 두 사람은 이런 결정을 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그동안 아이들이 자라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줄까봐 공개적으로 나서길 꺼렸어요. 하지만 아이들은 저희가 봉사하는 모습을 보며 자기들도 돕고 싶다는 이야기를 늘 했죠. 남편도 ‘재주를 기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고 하더라고요. 아이들 인생에서 ‘첫 봉사’인 만큼 의미가 클 거라 생각해요.”

최수종·하희라,  두 아이와 함께한 선행 하모니

1 노래하는 아이들 ‘노아’와 함께 율동을 선보이는 최수종. 2 두 사람을 쏙 빼닮은 민서·윤서가 엄마 아빠의 선행에 동참했다.


엄마는 노래하고 아빠는 기타, 아들과 딸은 바이올린과 플루트 연주
공연에 앞서 부부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나눔을 실천하고 싶은지 물었다. 아이들은 “우리보다 어린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쳐주고 싶다”는 대답을 했다고. 두 사람은 “마음은 기특하지만 너희는 아직 그럴 실력은 안된다”며 웃었다고 한다. 대신 악기를 다룰 줄 아니 연주해 볼 것을 권했다. 아이들은 기쁘게 응했고 중간고사가 끝나자마자 2주 동안 연주연습을 했다.
생애 처음으로 대중 앞에 선 윤서에게 소감을 묻자 “연습을 많이 했는데 긴장해서 잘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민서에게는 평소 아빠 엄마의 생활에 대해 묻자 의젓하게 “한번도 싸우시는 걸 본 적 없다”고 답했다.
이날 공연에는 김희애 유호정 션 등 두 사람의 지인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덕화가 대표로 무대에 올라 덕담을 건넸다.
“최수종씨와 함께한 ‘대조영’을 끝낸 지 2년이 지났어요. 다른 연기자 같으면 다음 작품을 찾는 데 혈안이 돼 있을 텐데 최수종씨는 봉사에 빠져 정신이 없네요. 후배지만 가끔 존경스러울 때가 있어요. 늘 어려운 사람 도우면서 거짓 없이 모범적으로 사는 걸 보면 그렇죠. 나이 오십 다 돼서 아이들이랑 무슨 율동인지 모르겠지만요(웃음).”
최수종·하희라 부부는 쇼케이스에 참석한 지인들에게 일일이 인사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끝으로 나눔의 의미를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내 것이 적어도 두 개는 있어야 하나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하지만 봉사를 하면서 하나든 둘이든 내 것을 나눌수록 더 큰 행복을 얻게 된다는 걸 알게 됐죠.”(하희라)
“나눌수록 마음은 부자가 되죠. 앞으로도 계속 저희의 사랑을 나누면서 살 생각입니다. 물론 새해에는 좋은 드라마로도 찾아뵙고 싶어요.”(최수종)

여성동아 2009년 12월 5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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