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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촬영 뒷얘기 & 멤버들 숨은 매력

웃음 위해 고행 선택한 남자 이명한 PD 인터뷰

글 이설 기자 사진 이기욱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9.11.25 10:23:00

혹한과 멀미가 가장 두렵다는 ‘1박2일’ 멤버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공포가 있다. 야구 점퍼와 모자 차림으로 “토할 때까지 찍어보자”는 독종. “예능은 웃고 즐기는 게 아닌 치열한 생존본능”이라는 ‘해피 선데이’ 이명한 PD를 만났다.
“우리 복불복 게임 할까?”
‘해피 선데이-1박2일’ 따라 하기 열풍이 거세다. 가족, 친구가 모여 심심하다 싶으면 어김없이 복불복 게임 이야기가 나온다. 지면 가방 들고 걷기, 이기면 홀가분하게 택시 타기. 이긴 사람은 KTX, 진 사람은 무궁화호. 별것 아닌 게임에 이긴 사람도 진 사람도 희희낙락하는 신묘한 게임이다.
국민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한 ‘1박2일’은 ‘야생 리얼’을 표방한다. 강호동·김C·이수근·MC몽·은지원·이승기 등 여섯 멤버가 한국의 알려지지 않은 오지로 떠나 극한을 체험한다. 프로그램이 출발한 지 2년 반. 시청자들은 매주 일요일마다 “우리 승기, 우리 은초딩” 하며 그들과 고락을 같이하게 됐다.
수많은 ‘리얼리티 쇼’ 사이에서 돋보이는 ‘1박2일’의 차별 포인트는 제작진의 개입. 멤버들은 수시로 자신들을 괴롭히는 제작진을 향해 투덜거리고, 그들과의 대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애쓴다. 9월 말 방송분에서는 복불복 게임에서 진 제작진 전원이 야외취침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날 특히 눈길을 끈 인물은 이명한 PD(39). 체면몰수하고 개집에서 잠을 청하는 안쓰러운 모습을 보였다. 강호동과 식신 대결에서 승리하는 등 간간이 화면에 모습을 비친 그를 여의도에서 만났다. 그는 ‘1박2일’을 담당하다가 현재 ‘해피 선데이’를 총괄하고 있으며, 나영석 PD가 뒤를 이어 ‘1박2일’을 맡고 있다.
“1박2일은 편한 가족이에요. 70명 대가족이 놀러가는 느낌으로 촬영길에 나서죠. 초반 멤버 교체가 몇 번 있었으나 이제는 6인 체제가 자리 잡았고, 카메라·조명·음향·작가 등 스태프도 대부분 예전 프로그램에서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어요. 프로그램을 사랑해주는 분도 많아서 신나게 일하고 있습니다.”

‘1박2일’ 촬영 뒷얘기 & 멤버들 숨은 매력

‘1박2일’은 70명 대가족이 놀러가는 느낌으로 촬영
이따금 “하하하하” 내뱉는 웃음소리가 성우 뺨친다. TV에서 보던 점퍼 차림이지만 야구모자는 쓰지 않았다. 매운 오뎅과 레몬을 우적우적 씹어 먹어 강호동을 무안하게 할 만한 건장한 체격이다. 이 PD는 179cm에 90kg, 강호동은 182cm에 100kg. 비슷한 몸집, 탁월한 식성에 나이까지 같아 둘은 좋은 사회친구가 됐다.
“강호동씨와는 서로 신뢰가 있죠. 저는 호동씨의 능력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호동씨도 연출자로서 저에게 신뢰를 갖고 있을 테고. 사회에서 만난 사이다 보니 그런 면에서 교감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이번 프로그램에서 처음 만났는데, 말은 서로 존대합니다.”
똑똑해진 시청자들은 ‘리얼리티 쇼’에 무작정 웃음을 보내지 않는다. ‘1박2일’도 대본이 있다거나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의심을 받은 적이 있다. 이에 이 PD는 “우리 프로그램은 대략적인 틀만 던져줄 뿐 멤버들 모습 그대로를 담아낸다”고 단호히 말한다.
“대본이 있지만 일반적 개념의 대본은 아니에요. 당일 MC인 강호동씨에게만 프로그램의 대략적 진행과 지역 소개가 담긴 대본을 건네죠. ‘허당’ ‘은초딩’ 등 별명도 마케팅 포인트로 제시한 게 아니라 자연스레 붙은 거예요. 본인의 여러 성향 중 촬영을 하면서 드러난 오락적인 부분이 캐릭터화된 것이죠. 물론 캐릭터가 잡혀가면서 본인 스스로 그것을 보여주려 의식하는 면은 있을지 몰라요.”
‘1박2일’은 예능 프로그램 중에서도 노동 강도가 가장 센 축에 속한다. 스튜디오나 정해진 상황 속에서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야외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담아내야 한다. 투입되는 제작진도 많고 편집도 힘들다. 70명이 버스 10대를 타고 움직이며 매번 4백 개의 비디오테이프를 쏟아낸다.
“PD 일은 힘들고 지친 7을 3의 강한 즐거움이 커버하는 것 같아요. 1주일에 하루 이틀은 밤을 새우는 고된 작업이지만 즐거움이 더 큽니다. 일반 직장처럼 수직상하관계가 아닌 대학교 서클처럼 어울려 놀면서 일하니까요. 요즘은 시청률이 나오는 월요일 새벽이면 저도 모르게 눈이 떠져요. ‘1박2일’이 잘돼서 더 행복한 거죠.”
‘1박2일’에 이어 방송되는 ‘남자의 자격-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는 평균연령 39.4세의 ‘아저씨 리얼’. 이경규·김국진·김태원·이윤석·김성민·이정진·윤형빈 등 일곱 남자가 ‘진짜 남자’가 되기 위한 과제에 도전한다. ‘금연’ ‘새로운 취미 갖기’ ‘이성친구 사귀기’ 등 매주 새로운 과제에 도전하는 모습을 TV에 담는다.
“그간 TV프로그램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이 대부분이었는데, 남성 버라이어티를 해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특히 중년 남성들이라면 오락적인 측면과 함께 그들의 경험에서 나오는 감동을 함께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죠.”
‘1박2일’의 현장 분위기가 편안한 가족여행이라면 ‘남자의 자격’은 의욕 충만한 신생회사의 워크숍이다. 시작한 지 반년 남짓. 예상보다 괜찮은 시청률에 멤버와 제작진은 서로 사기를 북돋우며 촬영에 임한다. 멤버들도 애드리브가 편해지고 인간적으로 가까워지는 단계다.
“처음 ‘남자의 자격’을 기획할 때는 이기지 못할 전쟁에 나가는 분위기였어요. 경쟁사 프로그램의 인기가 워낙 견고했거든요. 제작진은 물론 섭외한 멤버들도 걱정이 컸을 거예요. 욕심내지 말고 길게 보자고 생각했죠. 시청률이 한 자릿수에 머물겠거니 했는데 10% 중반이 나오니 지금은 다들 신이 난 상태죠.”
예능 프로그램의 트렌드에 따라 예능인의 자질도 달라진다. ‘토크 박스’류의 토크 프로그램이 대세일 때는 개인기나 입담이 중요했다. ‘리얼리티 쇼’에서는 독특한 캐릭터가 블루칩이다. ‘남자의 자격’ 멤버들을 섭외할 때도 그런 면을 신중히 고려했다.
“대한민국 보편적 아저씨를 대표할 인물로 이경규씨가 적합할 것 같았어요. 그를 통해 중년 남성의 정서와 애환을 전달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죠. 김태원씨와 김성민씨는 ‘뉴 페이스’를 찾던 중 섭외했어요. 특히 김성민씨는 드라마의 느끼한 캐릭터가 꺾이면서 주는 재미가 컸죠. 승기씨가 댄디에서 허당으로 꺾이는 것처럼요.”
그는 14년 차 중견 PD다. 95년에 입사해 ‘스타 골든벨’ ‘윤도현의 러브레터’ ‘산장미팅-장미의 전쟁’등을 거쳤다. 전공은 경영학. 하지만 학교 밴드에서 활동하며 가요제에 출전하는 등 가수의 꿈을 키웠다. 피아노 학원을 하던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가수가 꿈이었지만 제 능력에 대한 한계를 느꼈어요. 그러던 중 한 선배가 ‘음악을 좋아하면 예능PD가 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직접 음악을 못해도 그들 옆에서 살 수 있다’고 하더군요. 실제 부활1집 레코드판을 끼고 살았는데 김태원씨와 함께 프로그램을 하게 됐으니 행복한 거죠.”

‘1박2일’ 촬영 뒷얘기 & 멤버들 숨은 매력

‘해피 선데이’의 ‘1박2일’(왼쪽)과 ‘남자의 자격’은 대본이 없는 100% 리얼을 추구한다.


“누가 안드로메다로의 비행을 허락했니?”
예능PD는 사람의 감정으로 장사하는 사람이다. 세대와 계층을 뛰어넘어 모든 사람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 50대가 돼서도 홍대 클럽에 가서 젊은이들의 문화를 살피는 PD들도 있다. 이 PD 역시 대학교에서 강의요청이 오면 빠지지 않는다. 20대와 대화하며 관심사와 트렌드를 살피기 위해서다. 웃음에 대한 감각도 중요하다. 자신이 재미있다고 남들도 반드시 그런 건 아니기에 균형감을 잃지 않아야 한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 PD들도 웃음 성향이 제각각이에요. ‘선수’들끼리는 프로그램을 보면 담당 PD를 알 정도죠. PD와 작가가 모여 브레인스토밍으로 진행하는 ‘해피 선데이’ 회의 때도 ‘안드로메다인 줄 알지?’라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해요(웃음).”
그는 3년 전 36세 다소 늦은 나이에 결혼해 1백일 된 아들을 뒀다. 30대 초반부터 몸이 고된 프로그램을 주로 맡다 보니 사람을 만날 기회도 적었다. 부인도 한 홈쇼핑의 PD로 일한다. 혹한에 종이박스를 바람막이 삼아 잠을 청하고 쫄쫄 굶는 일이 다반사인 ‘1박2일’ 멤버들은 “촬영 오면 개고생”이라는 말을 매주 체험한다. 그럼에도 이승기는 “40억을 줘도 ‘1박2일’은 포기 못한다”고 말하는 등 프로그램과 서로에 대한 애정이 끈끈하다.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이 PD도 마찬가지다. 갓 얻은 아들만큼 ‘해피 선데이’ 식구들도 소중하다.
“‘1박2일’은 초기에 멤버 교체와 구설수 등으로 위기를 거쳤어요. 멤버들도 다른 촬영과 스케줄이 겹치는 등 나름대로의 고민이 있었죠. 힘을 모아 힘들게 여기까지 온 만큼 최종 목표지인 남극에 갈 때까지 초심을 잃지 않을 겁니다.”

이명한 PD의 ‘1박2일’ 귀띔!
TV에서 드러나지 않은 멤버들의 면면
“‘은초딩’ 은지원은 굉장히 예의 바르고 남자로서 카리스마가 있다. ‘허당’ 이승기는 생활이 모범적이고, 긍정적 원동력이 강해 하나를 시작하면 거기서 최고가 되고자 노력한다. 김C와 MC몽은 거의 모든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강호동은 머리가 굉장히 좋아서 사회적 흐름을 살피는 눈이 날카롭다. 운동 대신 공부했으면 아마 서울대에 갔을 거다.”

‘예능 초심’을 향한 고행길. 이것만은 정말 참기 힘들다?!
“추위와 배고픔, 험한 잠자리, 그리고 여름. 하지만 최고봉은 배 멀미다. 특히 다 같이 멀미를 하면 힘든 상황을 카메라에 제대로 담지 못해 더 아쉽다.”



‘1박2일’ 마스코트 상근이는 어디에?
“상근이는 추위에 강한 그레이트 피레니즈 종이다. 여름 촬영 때문에 힘들어서 체력이 약해진 상태다. 하지만 겨울이 되면 다시 활발해질 것이다.”

여성동아 2009년 11월 5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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