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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Interview

예능인보다 웃기는 아나운서 전현무

“예능 MC 되기 위해 앵커 포기, 기분좋은 웃음 주고 싶은 꿈”

글 임윤정 기자 | 사진 이기욱 기자

입력 2009.10.23 12:08:00

전현무를 보고 있으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진행할 때는 아나운서가 틀림없다가도 재치 있는 입담으로 배꼽을 쥐게 할 때는 개그맨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는 아나운서와 예능인, 그 정중앙에 저울추를 맞추고 예능 MC로서의 밝은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
예능인보다 웃기는 아나운서 전현무

전현무 KBS 아나운서(32)는 TV 화면과 실제 모습이 달랐다. 방송국 내 커피숍으로 걸어 들어오는 그를 죽 지켜봤음에도 10m 가까이로 다가올 때까지 알아보지 못했으니까. 그는 생각보다 갸름한 얼굴에, 호리호리한 체격이었다. 실물이 더 괜찮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그는 그래서 그를 처음 본 사람이 순간 놀라며 ‘실’자만 꺼내도 자동으로 ‘실물이 더 낫죠?’라고 선수 치곤 한다. “도대체 화면에선 어떻다는 건지….” 억울한 듯 그러나 싫지만은 않은 듯 묘한 뉘앙스로 말하는 전현무. 그는 아나운서 특유의 정제된 언어로 인터뷰를 이어가다가도 틈만 나면 개그본능을 발동시켜 대화 중간 중간 웃음을 섞어냈다.

아나운서와 연예인 그 중간 지점을 찾는 것이 경쟁력
‘비타민’과 ‘스타 골든벨’ 등에서 연예인 못잖은 재치 있는 입담과 아나운서 특유의 매끄러운 진행으로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는 전현무. 그는 KBS에 입사하기 전 수백 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YTN에 합격한 이력을 갖고 있다. YTN에서 앵커로 활동하던 시절, 그의 영혼은 늘 딴 곳을 향해 있었다. 머리로는 뉴스를 보도하고 있었지만, 마음으로는 예능 프로를 진행하고 있었다. 개그맨이나 아나운서가 예능 MC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 자리에 내가 서 있어야 하는데, 저 상황에서는 이런 멘트를 치면 재미있을 텐데…’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생각에서 소신 있게 사표를 던졌다. 그 후 지상파 아나운서 시험에 도전했고, 결국 2006년 공채 아나운서로 KBS에 입사했다. 20여 년간 간구해온 꿈이 결국 이뤄졌다.
아나운서로서는 4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예능인으로서는 아직 신인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항상 배우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 ‘스타 골든벨’과 ‘비타민’을 함께 진행하는 김제동과 정은아는 그에게 영감을 주는 멘토이자 깨달음을 주는 스승이다. 김제동의 타고난 순발력과 풍부한 경험, 그리고 정은아의 깔끔하고 편안한 진행은 매번 감탄을 넘어 감동을 안겨준다. 그리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사실도 깨우쳐준다. 그들에게서 많은 걸 배우고 있지만, 사실 직접적인 가르침을 받지는 않는다. 진행이란 스스로 터득해야만 그 어떤 상황에 맞닥뜨리더라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제동씨는 일절 관여하지 않으세요. 거의 방목 수준이에요. 처음엔 섭섭하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정)형돈이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그 친구가 ‘상상 플러스’ 진행할 때 탁재훈·신정환·이휘재씨 틈바구니에서 거의 멘트를 못했잖아요. 당시 너무 힘들어 하는 그에게 세 사람 역시 큰 도움을 안 줬다더라고요. 하지만 이래라 저래라 관여를 했다면 오히려 자기가 크지 못했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김제동씨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그래도 제가 만약 여자 아나운서였다면 이렇게까지 방목을 했을 거냐는 반문을 하고 싶네요(웃음).”
처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땐 욕심만 너무 앞서서 할 얘기, 안 할 얘기 가리지 못하고 죄다 쏟아냈다. 웃겨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상대 출연자가 기분 나쁠 정도로 오버했다. MC란 게스트가 웃길 수 있게끔 장을 마련해주는 역할인데 MC 본인이 웃기려고 했고, 심지어 게스트가 웃기면 질투하곤 했다. 하지만 게스트가 웃기는 것이 결국 MC와 프로그램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겠다. 예능 MC로 커가기 위한 일종의 성장통이었는지도 모른다.
요즘 ‘아나테이너’란 신조어까지 생기며 아나운서의 ‘연예인화’ 바람이 불고 있지만, 사실 이러한 경우는 이전부터 있어왔던 일이다.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에서 당시 이계진 아나운서가 동물 소리를 흉내 내며 익살스럽게 내레이션을 했던 것 역시 당시 아나운서계에선 혁명적인 일이었다. 바통을 이어 받은 수많은 선배 아나운서가 지금껏 그 영역을 넓혀왔다. 그렇게 탄탄하게 닦아놓은 토대 위에 자신이 편안하게 올랐을 뿐이다.
그는 요즘 ‘아나-’보다는 ‘-테이너’ 쪽으로 너무 가 있는 게 아닌가 자문하고 반성해본다. 양쪽을 조율하는 게 가장 큰 숙제다. ‘연예인 냄새가 나는 아나운서’이기 때문에 오히려 아나운서라는 타이틀이 없어지면 연예인과의 차별성도 사라진다. 아나운서와 연예인, 그 중간 지점을 찾고자 항상 노력 중이다.
그가 MC를 맡고 있는 ‘영화가 좋다’에 ‘마구 인터뷰’란 코너가 있는데, 얼마 전 거기서 영화 ‘호우시절’에서 정우성과 호흡을 맞춘 중국배우 고원원을 중국어로 직접 인터뷰했다. 방송 나가고 인터넷 검색어에 ‘전현무 중국어’가 실시간으로 떴다. 배우고 있는 단계라 아직 완벽하게 중국어를 구사하지는 못하지만 무리하게나마 진행했던 것도 아나운서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개그맨 같은 모습에 익숙해 있던 시청자에게 ‘아, 전현무 웃기기만 한 줄 알았는데, 아나운서 맞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끔 하고 싶었다. 아나운서다운 이런 모습을 보여줘야 경쟁력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예능을 좀 더 부각시킨 퀴즈 프로그램을 진행해보고 싶어요. 버라이어티도 욕심이 나요. 얼마 전 DJ를 맡고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 ‘프리웨이’에 ‘1박2일’의 이명한 PD를 초대했어요. 노골적으로 ‘1박2일’ 하고 싶다고 하니까, ‘우리 멤버가 여럿 있죠. 김종민씨도 있고, 전현무씨도 있고요’라며 출연 가능성을 흘리셨어요. 저는 그 말을 기억하고 있고, 그날 방송 파일을 영구 보존하고 있다는 것을 이명한 PD는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하하하하.”

예능인보다 웃기는 아나운서 전현무

손범수 보며 아나운서 꿈 키워
그의 가슴에 예능 MC의 꿈이 타오르기 시작한 건 중학생 시절부터다. 당시 즐겨 보던 ‘열전 달리는 일요일’이 그 불씨가 됐다. 프로그램 진행자였던 손범수는 인생의 롤모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를 따라 연세대학교에 입학했고, 학교 방송국에 들어가 같은 길을 밟으며 한 발짝 한 발짝 꿈을 향해 내디뎠다. 손범수는 그가 아나운서가 되는 데 결정적 조언을 해준 사람이기도 하다.
“‘아나운서가 되려면 아나운서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금 너는 완전 공채 개그맨 같다’는 조언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면접 볼 때 저널리스트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썼어요. 그것이 합격의 비결이 아니었나 싶어요. 손범수 선배는 지금도 잘 챙겨주세요. 틈틈이 술자리에도 불러주시는데, 안부를 묻기도 전에 일단 술부터 석 잔 먹이고 시작하니까 그게 괴로워서 요즘 좀 피하고 있어요(웃음).”
그는 언론사 시험 준비생들 사이에서 실력자로 소문이 나 있었다. 문제는 외모였다. 남자 아나운서는 매년 한두 명밖에 뽑지 않기 때문에 제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외모가 따라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외모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 지금도 여느 여자 못지않게 외모 관리에 힘쓰는데, 화장에 가장 많이 공들인다. 메이크업을 수정하기 위해 자주 화장실을 찾는 그를 동료 아나운서들은 놀림거리로 삼곤 한다. 또 수염이 빨리 자라는 체질이라 녹화 끝내고 나오면 어느새 수염이 거뭇거뭇 돋아 있다. 그래서 제모 수술을 네 번이나 받았다. 피부 관리는 일주일에 한 번씩 꼭 하려고 한다. 이런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단순히 멋지게 보이고 싶어서만은 아니다. 재미있는 아나운서로서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이 봤을 때 기분 좋아지는 아나운서이고 싶어서다.
그는 KBS ‘상상 플러스’에 출연해 자신의 외모로 빚어진 웃지 못할 해프닝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한 신문에서 2008년 가장 재미있는 방송 에피소드 톱10으로 뽑은 일명 ‘대구 괴물 뉴스’ 사건이다. 대구에서 근무하던 시절 늦잠을 자는 바람에 임꺽정 수염에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내려앉고, 산발한 머리를 한 채 뉴스를 진행했다. 괴물을 연상케 하는 그의 외모에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이 외에도 숱한 방송 에피소드가 있다. 아침 6시 라디오 뉴스를 진행하기 전 깜박 졸아 ‘뚜뚜뚜뚜~ KBS입니다’는 시그널이 나가고 6초 동안 정적이 흘렀던 일부터 라디오 생방송에 늦어서 도착하자마자 앞구르기로 들어가 간발의 차로 방송했던 일, 콜라를 급하게 한 모금 마시고 방송에 들어갔는데, 순간 사레에 걸려 캑캑거린 일까지…, KBS 창사 이래 그처럼 방송 사고를 많이 낸 아나운서도 없을 거란다.
겉으로는 넉살 좋아 보이지만 사실 처음부터 살갑게 다가가는 성격은 못 된다. 하지만 한번 친해지면 오래도록 친분을 유지하는데, 절친 정형돈이 그런 경우다. 그는 얼마 전 친구의 결혼식에서 유재석에 이어 2부 사회를 보기도 했다.
“유재석씨가 1시간 반 하고, 저는 15분 정도 했나요? 굳이 2부 사회자까지 필요 없었는데, 배려해 준 거죠. 친구니까요. 2년 전 ‘TV탐험 멋진 친구들’이란 프로에서 처음 만났는데, 어지간히 어색해야죠. 캐릭터가 아니라 실제로도 그래요. 눈도 못 마주치더라고요. 제가 여자도 아니고. 그러다 방송이 조기 종영되면서 회식자리를 가졌는데, 둘 다 만취가 된 상태로 ‘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저렴한 아나운서야’ ‘너는 가장 안 웃긴 개그맨이야’ 상호비방을 하면서 친해졌죠.”
사실 예능 MC가 되기 위해서는 연예인과 친분을 쌓는 일도 중요하다.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초대된 연예인으로부터 다양한 얘깃거리를 끌어내는 것이 MC의 중요한 자질 중 하나다. 그들의 성격이나 성향, 소소한 일상 등을 미리 파악하고 있으면 프로그램을 더욱 유쾌하고 유연하게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최고의 예능 MC가 되기 위해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스펀지처럼 흡수해 자신의 자양분으로 삼고 있다.
화장 안 한 얼굴이 예쁜 여자 만나 결혼하고 싶어
개그맨만큼 웃기는 아나운서로 통하는 전현무. 방송에서 비치는 모습만 보면 그가 외동아들로 자랐다는 사실이 의외다. 사람들 역시 누나나 여동생이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들에게 응석받이로 곱게 자라지 않은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그러한 반응을 반긴다.
부모 역시 하나뿐인 아들이라 해서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진 않는다.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날카로운 모니터링을 해주곤 한다. 주로 어머니는 ‘되도록 쓸데없는 얘기는 하지 말고 신중하게 방송하라’고 귀띔한다. 아나운서로서 아들의 이미지가 흐트러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반면 아버지는 방송에 나와 춤을 춰도 ‘이왕이면 더 재밌게 추지 그랬냐’며 묵묵히 지지해주는 편이다. 방식이 다를 뿐 자식 사랑하는 마음은 동일하다.
“또또라는 이름의 네 살짜리 암캐를 키우고 있는데, 요즘 그 녀석이 제가 없으면 울고 그런데요. 집에서 주로 또또 밥 주고, 털 골라주면서 살고 있어요. 부모님이 집에서 강아지 털이나 골라주지 말고, 밖에 나가서 여자 좀 만나라고 성화세요. 요즘 들어 결혼 재촉을 많이 하세요. 전에는 여자친구 신중하게 만나라고 하셨는데, 이제는 누구라도 만나래요.”
그의 이상형은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이 예쁜 여자다. 이를테면 탤런트 한효주 같은 스타일이다. 그는 극구 부인하지만 눈이 높다. 자신이 화장을 많이 하기 때문에 화장을 많이 하지 않는 맑고 수수한 느낌의 여자가 좋다. 서로 화장독 오른 채 살 수는 없다는 게 나름대로의 이유다. 앞으로 그런 여자와 결혼하면 가정적인 남편이 되고 싶다. 일단 체질적으로 가정적이 될 수밖에 없다. 밤에 밖으로 나도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술을 잘 못하고 담배도 안 피운다. 여자처럼 카페에 앉아 토마토주스 시켜놓고 수다 떠는 게 좋지 밤새도록 술 마시며 노는 건 별로다. 술자리에 가서도 밤 11시만 넘으면 하품이 나오기 때문에 일찍일찍 귀가해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가정적인 남편이 될 자신이 있다. 또 결혼하면 아내와 손잡고 이곳저곳으로 여행도 많이 다니고 싶다. “저와 함께할 분 있으면 연락바랍니다.” 말끝에 농담 반 진담 반 공개구혼을 청한다.
“결혼에 회의적이었는데, 형돈이 결혼이 자극이 됐어요. 그 친구를 만나온 이래로 그렇게 행복한 얼굴을 본 적이 없어요.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는 표정을 보면서 저게 바로 결혼이고, 행복이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여자친구를 사귀었으면 하고, 공적으로는 방송에서 주목받는 것에서 더 나아가 한 단계 도약하는 가을 개편, 봄 개편이 됐으면 좋겠어요. 지금 현재로선 두 가지밖에 관심이 없어요.”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서라면 마흔이 넘어서도 인형 탈을 뒤집어쓰고 뛰어다닐 수 있다. 그래서 나잇값 못하는 아나운서라는 소리를 들어도 상관없다. 시청자 가운데선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 그리고 아예 관심조차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모든 이에게 자신을 좋아해달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즐거움을 주려고 노력하는 아나운서라는 사실만은 알아줬으면 한다. 그러한 노력 끝에 훗날 시청자가 자신의 이름 하나만 믿고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방송인이 되고 싶다. 아나운서로서의 차가운 이성과 예능인으로서의 뜨거운 감성이 공존하는 전현무. 이미 예능 MC라는 목적지는 정해져 있으니, 그곳을 향해 꾸준히 걸어갈 일만 남았다.

여성동아 2009년 10월 5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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