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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주의 작가 임성한 인터뷰

글 김명희 기자 | 사진 MBC, SBS 제공

입력 2009.10.22 11:51:00

파격적인 소재와 전개로 발표하는 작품마다 인기와 비난을 동시에 얻었던 임성한 작가가 새 드라마 ‘보석비빔밥’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이전과는 다른 변화가 감지된다. 코믹하면서도 훈훈한 이야기로 잔잔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것. 열두 살 연하 남편과의 행복한 결혼생활이 작품에 녹아난 듯하다.
신비주의 작가 임성한 인터뷰

임성한 작가가 새로 집필 중인 ‘보석비빔밥’.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임성한 작가. 그는 이번 인터뷰에도 사진 노출을 거부했다.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
임성한 작가(48) 드라마에 붙는 수식어다. 얼핏 비난조로 들리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겹사돈, 출생의 비밀 등을 소재로 ‘보고 또 보고’ ‘인어아가씨’ ‘하늘이시여’ 등 매 작품 히트를 기록해온 그가 최근 MBC 드라마 ‘보석비빔밥’으로 돌아왔다. 이번 드라마 역시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다섯 글자 제목 작법에 충실하다.
‘보석비빔밥’은 비취 루비 산호 호박 등 궁씨 집안 4남매를 주인공으로 한 명랑 드라마. 소박한 궁씨네와 부자 사돈 서씨 가족의 좌충우돌 에피소드가 극의 중심축이다.
지난 2007년 ‘하늘이시여’의 조연출을 맡은 12세 연하 손문권 PD와 웨딩마치를 울린 그는 현재 남편과 스위스에 체류 중이라고 한다. 대본도 스위스에서 보내오고 있는 상황. 수많은 히트작을 내면서도 언론에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신비주의 작가’로 불리는 그가 MBC를 통해 드라마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여기서 그는 앞선 드라마의 막장 논란부터 결혼 후 집필활동의 변화 등을 속속들이 털어놓았지만 사진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 대부분의 작가가 그렇지만 특히 모습을 드러내는 걸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신비주의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절대 신비주의 아니다. 신비주의란 말 자체에 거부감이 든다. 기력이 달릴 만큼 많은 사람을 만나는데 보통의 정서와 사는 이야기를 보고 들으려고 노력한다. 일에만 에너지를 쏟고 싶고 조용히 내 일, 내 삶을 살고 싶을 뿐 다른 이유는 없다.”
▼ 결혼생활은 어떤가.
“솔직히 결혼하면 드라마 못 쓸까봐 고민 많이 했다. 그런데 결혼해보니까 잘했단 생각이 든다. 남편이 이번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 ‘보고 또 보고’ ‘인어아가씨’ ‘왕꽃선녀님’ ‘하늘이시여’ ‘아현동 마님’에 이어 이번 ‘보석비빔밥’까지 작품 제목이 5글자다. 특별한 이유나 의미가 있는가.
“다섯 글자는 입에 똑떨어진다. 다섯 글자 제목이 안 나온다면야 굳이 맞추려고 하진 않겠지만 딱 나왔다. 내용에 맞는 제목을 썼다. 일부러 다섯 글자에 제목을 맞추지는 않는다. 지금 기획하고 있는 것 중에는 여덟 글자 제목도 있다. ‘보석비빔밥’은 4남매의 이름이 보석인데다 다 함께 어우러지는 삶을 그렸기에 이 제목을 달았다.”
▼ 보석을 소재로 한 4남매의 이름도 독특하다. 작명의 원칙이 있나.
“특별한 원칙은 없다. 보통 드라마에서 남자 하면 떠오르는 이름, 예를 들면 ‘준호’ ‘준수’ 등은 기억에 안 남는다. 한 번 들으면 인물의 캐릭터와 매치되는 이름을 선호한다.”
▼ 등장인물 중 특별히 애정을 갖고 있는 캐릭터가 있나.
“모든 인물에게 애정을 갖고 있다. 등장인물이 다 역할이 있는 건 작가가 애정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다.”

‘막장’표현은 서운, 훈훈한 가족 이야기 그리고 싶어
▼ 이번 드라마의 기획 의도는.
“뉴스, 신문에 등장하는 사건이나 주위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자식들 힘들게 하고, 속 썩이는 부모가 의외로 많다. 나이가 들어도 나아지지 않는 부모들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 4남매의 멜로도 등장하지만 그들의 철없는 부모와 관련된 가족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이다. 일반적으로 어른들이 ‘요즘 젊은 것들은…’ 하면서 걱정하는데 내가 볼 때 걱정해야 할 친구들은 극히 일부분이다. 오히려 젊은 사람들이 더 똑똑하고 야무지다고 생각한다.”
▼ 드라마 소재나 영감은 어디서 얻나?
“영감은 없다. 남들이 다 하는 소재는 식상하고 지겨워서 싫다. ‘보고 또 보고’에서의 겹사돈은 그때 당시에 파격이라고 질타가 많았지만 지금은 드라마에 흔히 나온다. 독특하고 새롭고, 말이 되도록 풀어내기 어려운 소재일수록 의욕과 욕심이 생긴다.”
▼ 왕희지(아현동 마님) 등 주목받지 못한 중견이나 신인을 주인공으로 발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신선하다. 기존에 많이 뜬 배우들은 갖고 있는 이미지가 강해서 새로운 캐릭터에 도움이 안 된다. 신인들은 기회를 줬을 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그게 좋고, 누구도 적당히 하는 건 싫다. 제작진이 최선을 다하니까 배우들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배우를 캐스팅할 때 딱 두 가지, 성실성과 캐릭터에 맞는지를 보는데, 감독과 의견을 나눠서 결정한다.”
▼ 지금까지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한 번 하고 나면 그걸로 끝이다. 미련이 없다. 내 성격이 정이 많긴 하지만 연연해하지는 않는다. 앞으로 할 얘기들에 오히려 많은 애착이 있다.”
▼ 자신의 실제 경험을 드라마에 넣는가. 작품 속 그런 예가 있다면.
“가끔 딸기를 씻다 보면 오톨도톨한 사이마다 허연 게 끼어 있는데 손으로 문지르면 소용이 없고, 손톱으로 파내니까 딸기가 상해서 흐르는 물에 미세모 칫솔로 살살 문질렀더니 상하지도 않고, 깨끗하게 씻어졌다. 그런 의미로 ‘인어아가씨’에서 칫솔로 딸기를 씻는 장면을 넣었다.
▼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라는 평에 대해 섭섭하지는 않나.
“‘하늘이시여’ 경우처럼(법적으로도 아무 문제가 없는 피가 안 섞인 결혼이었는데) 소재만 갖고 작품 시작하기도 전에 ‘패륜’ ‘막장’이라고 단정 짓는 것에 대해서 무슨 말을 하겠나. 할 말이 없다. 그러려니 한다.”
▼ 이번 드라마에서도 파격적인 임 작가만의 코드가 있는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것인가.
“드라마는 말 그대로 드라마틱하면 좋다는 생각이다. ‘드라마틱’을 언론에서 파격으로 많이 표현하더라. 이번엔 그냥 전형적인 홈드라마를 한 편 쓰고 싶을 뿐이다. 복잡하지 않고 그악스럽지 않고 편안한.”
▼ 혹시 다른 작가의 작품을 잘 보나.
“미국 드라마와 우리나라 드라마는 다 보는 편이다. 적어도 한두 회라도 체크하고, 파악한다. 영화도 봐야 되고 예능 프로그램도 봐야 하고 그러면서 책 많이 읽어야 하고, 그렇다 보니 인터뷰할 시간이 더 없나보다(웃음).”
▼ 요즘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는 ‘선덕여왕’이다. 혹시 사극에 도전할 생각은 없는가.
“‘선덕여왕’은 이번 주에도 봤다. 첫 회 보면서 ‘금방 20% 넘기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3회 만에 넘더라. 드라마를 보면 될 드라마는 바로 감이 온다. ‘보석비빔밥’은 몇 퍼센트가 될 것이다’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일부러 안 한다. 다만 최선을 다할 뿐이다. 사극 집필은 쉬운 작업이 아니다. 사극은 전문분야기 때문에 또 집중적으로 따로 공부해야 한다. 내게는 아직 창작할 다른 많은 소재가 있다. ‘언제 다 풀어내나?’ 하는 걱정이 될 만큼. 지금 활동하고 있는 (내공 있는) 사극 작가들의 영역을 인정해주고 싶다. 요즘 참 장점 많은 작가가 많다.”




왕꽃선녀님
아현동마님
하늘이시여

여성동아 2009년 10월 5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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