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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Interview

이창훈 김미정부부 첫딸 ‘백일파티’ 하던 날

글 김유림 기자 | 사진 지호영 기자 스튜디오 아침 제공 || ■ 이벤트&의상협찬 Love is shine 드팜

입력 2009.09.23 11:58:00

세상에 완벽한 행복이란 없다. 하나가 충족되면 다른 어떤 하나는 부족한 게 인생의 진리. 마흔이 넘으면서 이젠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이창훈은 지난 5월 첫딸을 얻고 “분에 넘치는 행복이 무엇인지를 실감하고 있다”고 한다. 가장으로서 어깨는 무겁지만 가족은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이창훈 김미정부부 첫딸  ‘백일파티’ 하던 날

따가운 여름 햇살에 파릇한 잔디가 은빛으로 반사되는 야외정원. 분홍색 리본과 장미꽃으로 꾸며진 단상 위에는 분홍색 케이크와 촛대가 우아하게 놓여 있었다. 이날 파티의 주인공은 지난 5월 세상에 나온 이창훈(43)·김미정(27) 부부의 첫딸 효주. 통통하게 젖살이 오른 얼굴은 아빠 엄마를 반반씩 닮은 듯 보였다. “아직 머리카락이 덜 나 부끄럽다”며 아이 머리에 리본을 둘러주는 초보 엄마의 손길이 사랑스럽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아이를 안고 손님들에게 자랑하는 이창훈의 얼굴에는 연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결혼한 이창훈·김미정 부부는 첫 만남부터 아이를 얻기까지 채 2년이 걸리지 않았다. 연애기간이 짧았던데다 허니문 베이비를 가졌던 것.
“결혼할 때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행복했어요. 아내를 만나기 전까지는 평생 결혼을 못 할 거라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혼자 살아온 시간이 길어서인지 결혼하고 얼마 안 돼서는 유부남이 됐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더라고요. 게다가 아내가 임신까지 하니까 ‘곧 아빠가 되는구나’ 싶어 두렵기까지 했어요. 사랑하는 가족이 생겼다는 게 행복하면서도 어깨가 무겁더라고요.”

벌써부터 딸 시집보내지 않고 평생 데리고 살겠다며 큰소리치는 아빠
막연한 불안감에 떨던 그를 다시 행복 속으로 밀어넣어준 사람은 딸 효주. 아이가 태어나자 아이 외에는 세상 어떤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하루 종일 아이의 옹알이를 받아주느라 바쁜 그는 벌써부터 아이에게 “시집보내지 않고 평생 데리고 살겠다”고 큰소리 친다고. 아내 미정씨는 그런 남편이 마냥 귀엽다고 한다.
“통금시간도 정해놨어요. 저녁 9시로요(웃음). 남자들은 다 늑대라면서 치마도 못 입게 할 거래요. 원래 남편이 좀 보수적이거든요. 아이 태어나고 얼마 안 됐을 때는 남편이 ‘아무래도 산후우울증에 걸린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아이 낳은 나도 멀쩡한데 너무 엄살 부리는 건 아닌가 싶어 서운한 마음이 들었죠. 하지만 남편의 솔직한 심정을 알고 나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다행히 지금은 아이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 있어요(웃음).”
효주는 예정일보다 일주일 늦게 세상에 나왔다. 아이의 우렁찬 울음소리를 듣는 순간 이창훈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많이 놀랐어요. 아내가 진통할 때부터 옆에 있었는데, 한 생명이 탄생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통과 인내가 따르는지 실감할 수 있었거든요. 세상에서 아내가 제일 아름답게 느껴진 순간이었죠. 탯줄을 자를 때도 수많은 감정이 오갔어요. ‘이 아이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바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아빠가 됐다는 뿌듯함에 눈물이 계속 흐르더라고요.”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아내의 모습은 이창훈에게 또 한 번의 감동을 안겨줬다. 자신보다 열여섯 살이나 어린 아내가 참으로 대견하고 어른스러워 보였다고 한다. 그는 “역시 엄마는 위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16시간 진통 끝에 아이를 낳은 김씨는 탈진한 나머지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계속 우는 남편과 달리 어리둥절할 뿐 눈물도 안 나더라”며 웃었다.
“막달에 병원에 갔더니 아이가 커서 제왕절개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어요. 그때부터 남편은 낮잠도 못 자게 하고 산책 등 열심히 운동을 시켰어요(웃음). 진통할 때도 옆에서 호흡을 돕고, 마음을 편하게 갖도록 해줬죠. 남편이 없었다면 그 시간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싶어요.”

이창훈 김미정부부 첫딸  ‘백일파티’ 하던 날

편지로 감동 주는 아내, 아침식사로 보답하는 남편
새 생명의 탄생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던 초보 부모는 이내 ‘육아전쟁’에 돌입했다. 갓난아이를 어떻게 돌봐야 할지 몰라 허둥대는 동안 두 사람의 다툼도 늘어갔다. 서로 체력적으로 힘들다 보니 대수롭지 않은 말에도 서운함을 느낄 때가 많았던 것.
“하루가 다르게 크니까 요즘은 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버거울 때가 있어요. 게다가 남편은 최근 팔이 좀 안 좋아서 아이를 많이 못 안아줘요. 그것 때문에 제가 투정을 좀 부렸죠. 남편이 술까지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날이면 화내는 강도가 더 세져요(웃음).”
그래도 두 사람의 다툼은 하루를 넘기지 않는다고 한다. 편지로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덕분이다. 연애시절부터 편지쓰기를 좋아한 김씨는 “서운한 감정을 말로 표현하면 눈물이 먼저 나기 때문에 편지 쓰는 게 효과적”이라며 해맑게 웃었다.
“요즘은 이틀에 한 번꼴로 편지를 쓰는 것 같아요(웃음). 그 만큼 화해할 일이 많았던 거죠. 물론 다투지 않더라도 러브레터를 자주 쓰려고 해요. 아이가 잠든 시간을 이용해 남편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거죠. 편지를 보며 감동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는 것도 큰 행복이에요(웃음).”
“실제로 아내의 편지를 보고 운 적도 많아요(웃음). 아내와 욕실을 따로 쓰는데, 주로 아침에 제가 사용하는 화장실 유리에 편지를 붙여놔요. 어떨 때는 지갑 속에서, 차 안에서 편지가 나오죠. 보물찾기하는 기분도 들고, ‘아내가 나를 이렇게 많이 생각하는구나’ 싶어서 고마워요.”
아이가 태어난 지 백일이 지난 요즘, 이제는 어느 정도 역할 분담이 이뤄지고 있다. 밤에는 아내가, 낮에는 남편이 아이를 돌보는 것. 아침식사 준비도 남편의 몫이라고 한다. 이창훈은 새벽에 모유수유하느라 깊이 잠들지 못하는 아내를 위해 날마다 정성스레 아침을 준비한다고.
“임신했을 때부터 남편이 아침을 차려줬어요. 오랫동안 자취생활을 해서인지 요리 솜씨가 좋아요. 처음에는 미역국을 주로 먹었는데, 책을 보니까 미역국을 너무 오랫동안 먹으면 갑상선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고 해서 요즘은 된장찌개 등 다양한 메뉴를 준비해요(웃음). 사실 남편이 애교가 많거나 다정다감한 스타일은 아니에요. 임신했을 때 한번은 투정을 심하게 부렸더니 ‘다른 여자들도 다 임신하는데, 뭘 그렇게 유난을 떠냐’면서 면박을 준 적도 있다니까요. 그런데도 점수를 많이 딴 건 다 아침식사 덕분이에요(웃음).”

“신혼 즐기지 못해 아쉽지만 덕분에 요즘도 연애하는 기분으로 살아요”
아이의 탄생은 양가 부모에게도 큰 기쁨이다. 외아들의 결혼을 그토록 바라던 시어머니는 손녀까지 태어나자 “더 이상 여한이 없다”며 행복해했다고 한다. 김씨의 친정아버지도 하루가 멀다 하고 외손녀를 보러 온다고.
“며칠 전에는 친정아버지가 ‘효주를 데려다 키우면 안 되겠냐’고 하셔서 남편과 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어요(웃음). 손녀 예뻐하시는 걸 보면 제가 큰 효도라도 한 것 같아 기분 좋아요. 한편으로는 저희 세 자매 키우시느라 얼마나 힘드셨을지, 부모님의 마음도 이해되고요. 앞으로 양가 부모님께 더 잘해야죠.”
부부는 걸어서 10분도 안 걸리는 시집에 매일 아이를 데리고 간다. 어머니와 함께 식사를 하고 산책도 하면서 말벗이 돼주는 것. 결혼하고 시집 근처로 이사 온 이유도 가까운 곳에서 어머니를 챙겨드리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창훈은 “연로한 어머니에게 살갑게 대하는 아내를 볼 때마다 ‘결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며느리가 딸들을 제쳤다’고 하실 정도로 아내를 예뻐하세요. 결혼 후 아내 덕분에 집안 분위기가 확 바뀌었어요. 총각 때는 집안 식구들과 왕래가 적었는데, 이제는 아내가 싹싹하게 잘 챙기니까 특별한 일이 없더라도 자주 모이게 되더라고요. 남편보다 아내가 현명하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웃음).”
그는 아내의 검소한 생활습관도 장점으로 꼽았다. 결혼 전에는 아내에게 재정 상태를 알리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알뜰한 아내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모든 걸 공개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씀씀이도 많이 줄었다고.
이창훈 김미정부부 첫딸  ‘백일파티’ 하던 날

지난해 9월 웨딩마치를 울린 두 사람은 조만간 결혼 1주년을 맞는다. 신혼을 즐기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는 이창훈은 “그래도 한 가지 좋은 점은 있다”며 “요즘도 아내 손을 잡을 때 가슴 떨리고, 아내 역시 작은 스킨십에도 얼굴을 붉힌다”며 웃었다.
똑같이 아이 욕심이 많은 부부는 2년 뒤쯤 둘째도 낳을 계획이다. 아이 낳느라 고생이 심했던 아내는 처음에는 “죽어도 다시는 아이를 안 낳겠다”고 했지만 요즘은 금세 고통을 잊었는지 “둘째는 아들이면 좋겠다”는 얘기를 먼저 꺼낸다고 한다.
“임신했을 때는 오히려 남편이 둘째를 서두를 기세를 보이더니 요즘은 둘째는 필요 없다고 해요. 사랑을 다른 아이에게 나눠주기 싫다면서요(웃음). 효주에게 사랑을 듬뿍 준 뒤 둘째도 낳으려고요.”
올해로 연기경력 19년인 이창훈은 결혼하면서 난생처음 ‘장기휴가’를 즐기고 있다. 지난 7년 동안 20여 편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낸 그에게 지금의 휴식은 감사하기까지 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너무 오래 쉬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들었지만 아이가 태어나자 ‘이 또한 신의 선물’이라는 마음이 든다고.
“어릴 때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부정(父情)이 어떤 건지 잘 모르고 자랐어요. 내 아이한테는 정말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하느님이 기회를 주셨죠. ‘그동안 열심히 살았으니 당분간은 가족과 함께 편안한 행복을 누려라’ 하고요(웃음). 또 부양할 가족이 생겼다는 게 부담스러운 한편, 저를 더욱 강한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신은 누구에게나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짐을 준다고 하잖아요.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할 수 있다는 것도 큰 복이죠.”
이창훈은 아이가 얼른 자라 함께 여행하며 세상이 얼마나 재미있는 곳인지를 알려주고 싶다고 한다. 아내 김씨도 “딸의 모든 고민을 상담해줄 수 있는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여성동아 2009년 9월 5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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