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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Interview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 심명필

글 김명희 기자 | 사진 김형우 기자

입력 2009.09.22 16:53:00

물은 생명의 원천이지만, 가까이 있기에 그 소중함을 잊고 산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등으로 ‘치수(治水)’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수자원공학에 30년을 바친 심명필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은 “물을 다스리는 자가 21세기를 지배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물과의 소중한 인연과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마스터플랜을 들려줬다.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 심명필


요즘 최고 인기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실이 권력을 쥘 수 있었던 비결은 물을 다스리는 데 있다. 비밀리에 입수한 책력을 바탕으로 비가 오는 시점을 맞히면서 그는 민심과 권력,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물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1천5백 년이 지난 지금이라고 해서 변하지 않았다. 1천만 관객 돌파를 앞둔 영화 ‘해운대’는 물로 인한 재난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준다. 경기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만난 심명필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59)도 최근 지인의 권유로 ‘해운대’를 관람했다고 한다.
“영화의 소재가 된 지진해일처럼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로 자연재난의 우려가 점차 높아지고 있어요. 홍수 등 물로 인한 재난을 막는 것이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핵심 중 하나죠.”

4대강 사업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홍수·가뭄에 대비하고 수변 생태계 및 수질도 개선될 것
올 하반기 본격적으로 착공, 2011년까지 본 사업이 마무리될 계획인 4대강 살리기 사업은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유역을 정비해 홍수조절 능력을 높이고, 물 부족에 효율적으로 대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죽어가는 4대강을 생명력 넘치는 강으로 바꿔 지역 균형발전 및 녹색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등 수자원 강국으로 발돋움한다는 구상을 담고 있다. 하천 규모로만 보면 섬진강이 영산강보다 크지만 섬진강은 비교적 훼손이 덜 돼 있다는 점을 감안, 영산강을 선정했다고 한다.
“홍수와 가뭄 대책은 하천 바닥을 준설해 ‘물 그릇’을 키우면서 물을 저장하는 보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추진됩니다. 사업이 마무리되면 홍수조절 용량이 늘어나 2백 년 만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큰 홍수에도 대처할 수 있게 되죠.”
종이에 하천과 제방 그림을 그려가며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그의 이마에 어느새 땀이 맺혀 있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예산 22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대규모 공사. 때문에 ‘지금 당장 절박하게 필요한 일이 아닌데 꼭 해야 하나’라는 비판론도 있다. 이에 심 본부장은 2002년 태풍 루사, 2003년 태풍 매미 등을 예로 들며 자연재해에 더 이상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홍수 예방과 복구에 투자하는 비용의 비율이 1대 4라면 일본은 4대 1입니다. 치수 능력은 16배 차이가 나죠. 그렇다 보니 재난이 발생하지 않으면 다행이지만 한번 사고가 나면 피해가 클 수밖에 없어요. 최근 5년간 4대강 홍수 복구비용으로만 연평균 2조4천억원이 들어갔습니다.”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 심명필

수질개선 및 생태복원도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오염도가 높은 34개 유역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수질을 높일 계획이다. 오·폐수 유입원인 하천 주변의 농지와 비닐하우스 등을 정비하고 하수정화 처리시설도 늘릴 예정. 수변에는 랜드마크와 문화공간, 산책로 등 레저시설, 자전거 테마공원도 조성된다.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전반적인 삶의 질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심 본부장은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거쳐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국내에 돌아와 인하대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한편 국무총리실 물관리정책위원·한국수자원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인하대 대학원장으로 재직하다가 지난 4월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장관급 예우)에 발탁됐다.
사실 국문학을 전공한 아버지(심재완 전 영남대 대학원장)는 5형제 중 한 명은 자신의 뒤를 이어 국문학을 공부하기를 바랐다고 한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밖에서 뛰어놀기를 좋아하던 그는 답답한 국문학 대신 자연과 함께 숨 쉴 수 있는 토목공학을 택했다.
“도로·하천·도시계획 등을 연구하는 토목공학은 다른 분야보다 좀 더 공익에 가까운 측면이 있어요. 아울러 배운 것을 바로 현실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학문이기도 하죠. 그중에서도 수자원공학을 택한 건 물 문제가 중요해질 것이라는 걸 어느 정도 예견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시기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어요. 지구온난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금세기 중반 세계 수자원량이 10~3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세기가 ‘블랙골드’ 석유 중심이었다면 21세기에는 ‘블루골드’, 즉 수자원이 풍부한 국가가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잡을 겁니다.”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 심명필

대학 강단에 설 때부터 ‘워커홀릭’으로 소문났던 그는 4대강 살리기 본부장을 맡고 나서는 주말과 휴일이 따로 없다. 집보다는 과천 정부종합청사 집무실로 가 일을 하는 게 더 편하다고 한다.
“제가 공부한 학문을 현실에 적용해 사람들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힘든 줄 모르겠어요. 학교 다닐 때도 공부 안하고 시험 보면 불안하지만 공부를 하면 ‘무슨 문제가 나올까’ 궁금하기도 하고 점수가 기대되기도 하고, 재미있잖아요(웃음). 물론 저도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다른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하나하나 풀고 완성해가는 과정이 즐겁습니다. 일로 스트레스를 푸는 거죠.”
경제학을 전공한 큰아들은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둘째는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있다. 그 역시 자신의 아버지처럼 두 아들 중 하나는 수자원공학을 공부했으면 했지만 그저 바람에 그쳤다.
“둘 중 하나가 수자원공학을 공부했더라면 하다못해 책이라도 물려줄 수 있었을 텐데…(웃음). 아쉽기는 하지만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잘하고 있으니까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또 아이들과 이 분야에 관한 대화를 많이 합니다. 아버지가 ‘정말 국가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인하대 대학원장으로 후학 양성하다가 장관급 예우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에 발탁돼



그는 지난 6월 4대강 살리기 사업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 사업에 참여하는 모든 기술자, 공무원은 무제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국가적 프로젝트를 맡은 이로서의 열정과 책임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대규모 재정이 투자되는 일입니다. 또 우리 아이들을 비롯한 미래 세대의 앞날이 달린 일이기에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국민도 이 일을 애정을 갖고 지켜봐주시면 좋겠어요. 4대강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비판적 시각도 필요해요. 그리고 분명 대화와 설득도 계속돼야 하죠. 이런 과정들이 있을 때 4대강은 국민이 보다 가까이할 수 있는 친환경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는 여름휴가를 대신해 얼마 전 아내와 2박3일 일정으로 자동차를 타고 낙동강에서부터 한강까지 거슬러 올라오며 강 구석구석을 살펴봤다고 한다. 사람들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을 찾아 하천 상태를 점검하고 생태도 살폈다. 몇 년 후 아름답고 건강한 하천으로 거듭날 이곳을 손자손녀의 손잡고 다시 찾을 생각을 하자 가슴이 벅찼다고 한다.
심 본부장의 삶을 들여다보면 부족한 것 없이 자라 명문대에 입학하고 교수로, 공직자로 별다른 굴곡 없이 평탄하기만 하다. 거기에는 한 가지 비밀이 있다.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고, 그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 待天命), 그것이야말로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삶의 비결이었다.

여성동아 2009년 9월 5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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