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

Cooking&Travel

메밀의 고장 평창에 가을 바람이 분다

기획 한여진 기자 | 사진 현일수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09. 09. 21

9월, 강원도 평창은 소금을 뿌린 듯 새하얀 메밀꽃망울 터지는 소리를 시작으로 한층 분주해진다. 메밀꽃밭에서 얼굴을 내밀어 사진 찍고, 메밀 요리를 맛보며 향에 취해 노래를 흥얼거리는 이들로 가득한 이곳에서는 시간이 멈춘 듯 삶의 여유가 느껴진다.

메밀의 고장 평창에 가을 바람이 분다

가을이 기다려지는 데는 무더위에서 벗어나 청명한 하늘과 붉은 단풍을 보며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산과 들에 넘쳐나는 풍성한 먹거리 또한 한몫한다. 강원도 평창은 이러한 가을의 맛과 경치를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여행지로 꼽힌다.
평창 하면 떠오는 것은 스키장, 그리고 하얀 메밀꽃이 가득 핀 봉평이다. 봉평은 작가 이효석의 ‘메밀 꽃 필 무렵’의 배경이자 고향으로, 9월이 되면 온 동네가 메밀꽃으로 ‘소금을 뿌린 듯’ 하얗다. 메밀은 8월 초에 씨를 뿌리면 한 달 후 꽃이 만발한다. 촬영 차 봉평을 찾았을 때는 8월 중순이었는데, 키 작은 메밀싹이 지평선 너머까지 푸르게 피어 있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 이효석의 ‘메밀 꽃 필 무렵’ 중에서

가을을 한발 앞서 느끼고 싶다면 평창군 봉평면으로 가보자. 이효석의 ‘메밀 꽃 필 무렵’에 나오는 물레방아와 초가집을 둘러보고 메밀 요리로 입맛을 달래면 잔잔한 가을 낭만을 느낄 수 있다.


메밀전병&메밀싹육회
평창군 봉평면은 어디를 가나 메밀 맛집이 즐비하다. 메밀은 빈곤하던 시절 굶주린 배를 채워주던 서민 음식이었지만, 최근 건강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이곳에는 메밀 요리를 맛보러 오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메밀은 단백질과 비타민·철분·칼슘이 풍부한데, 칼슘은 우유보다 50% 정도 더 많이 들어있다. 가루를 반죽해 메밀전병, 메밀전, 메밀국수, 메밀만둣국 등으로 먹으면 맛이 쫀득하고, 독특한 향이 입 안에 가득 전해진다. 그중 메밀 반죽을 얇게 부친 뒤 김치소를 넣고 돌돌 말아 만든 메밀전병은 이 지역의 대표 음식. 상큼하게 익은 김치와 메밀이 어우러져 여름내 잃은 입맛을 살려준다.
메밀과 함께 평창 한우도 맛있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평창 한우는 대관령 맑은 공기와 깨끗한 풀을 먹고 자라 육질이 부드럽고 씹을수록 감칠맛이 난다. 평창 한우는 구워 먹어도 맛있지만, 참기름에 버무려 배와 메밀싹을 곁들인 육회 맛이 일품이다. 봉평 장터 골목 미가연(033-335-8806)에서 메밀전병 5천원, 메밀싹육회 2만5천원에 맛볼 수 있다.

메밀의 고장 평창에 가을 바람이 분다

메밀묵밥
메밀 요리는 한여름에 즐겨 먹지만, 사실 이때는 제철이 아니다. 메밀은 7월 말~8월 말에 여름메밀을, 10월 초에 가을 메밀을 수확한다. 햇메밀은 묵으로 만들면 특유의 쌉싸름한 맛이 입맛을 살려, 묵밥으로 먹으면 맛있다. 묵사발 또는 묵채라 불리는데 출출할 때 참으로 먹거나, 밥을 말아 식사로 먹어도 든든하다. 채썬 메밀묵을 멸치다시마물에 말아 고추, 다진 마늘, 김, 깨소금, 묵은지 등을 곁들이면 된다. 여름에는 얼음을 띄워 시원하게, 겨울에는 육수를 데워 따뜻하게 말아 먹는다. 봉평면 장터나 메밀거리에 가면 한 그릇에 5천원인 맛있는 묵밥집이 많다. 대표적인 곳으로 풀내음(033-335-0034), 봉평 메밀 꽃 필 무렵(033-335-4594)이 있다.
메밀의 고장 평창에 가을 바람이 분다

1 소설 ‘메밀 꽃 필무렵’에서 남녀 주인공이 사랑을 나누던 물레방아를 모티브로 봉평 메밀 거리 초입에 꾸며진 방앗간.
2 9월 초가 되면 봉평은 하얀 메밀꽃이 온 동네에 피어 마치 소금을 뿌린 듯하다.

메밀의 고장 평창에 가을 바람이 분다

곤드레나물밥
곤드레는 부드러우면서도 잘 물러지지 않아 밥으로 지어 양념장을 넣고 쓱쓱 비벼 먹으면 별미다. 밥을 지을 때 들기름을 두르면 특유의 은은한 향과 고소한 맛이 나고 나물의 푸르스름한 물이 밥에 배어들어 먹음직스럽다.

“한치 뒷산에 곤드레딱죽이 임의 맛만 같다면올 같은 흉년에도 봄 살아나네.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주소.” - ‘정선 아리랑’ 중에서



‘정선아리랑’ 가사에도 등장하는 곤드레나물은 깊은 산속에서 자라는 산나물로, 단백질·칼슘·비타민 A 등의 영양소가 듬뿍 들어 있다. 제철인 4~5월에 채취해 햇볕에 말리면 사계절 내내 먹을 수 있다. 평창에서 곤드레나물밥으로 유명한 음식점인 가벼슬(033-336-0609)은 봄에 말려둔 곤드레나물로 밥을 짓는다. 1인분에 5천원으로, 나물과 김치, 장아찌 등이 함께 나온다.

메밀의 고장 평창에 가을 바람이 분다

감자떡&구운감자
감자는 유럽에서는 ‘땅속의 사과’ ‘땅속의 영양덩어리’로 불린다. 알칼리 식품으로 성인병·당뇨병 예방에 좋으며, 피부 노화도 방지한다. 비타민이 풍부해 감자 두 개만 먹어도 하루 필요한 비타민 C를 섭취할 수 있다. 특히 강원도 감자는 영양분이 풍부하고 전분이 많아 맛도 좋다. 포슬한 햇감자는 찌거나 구워 먹어도 맛있지만, 가루를 내 떡을 빚어 먹으면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감자가루와 밀가루를 섞어 반죽한 뒤 콩고물을 안에 넣고 먹기 좋은 크기로 빚으면 감자떡이 된다. 평창 감자떡은 손으로 직접 빚어 만드는 게 특징으로, 찜통에 찐 뒤 식혀 먹어야 더욱 쫀득하다. 인터넷 사이트 감자배기(033-731-9951 www.gamja baegi.kr)에서 구입가능하다.
메밀의 고장 평창에 가을 바람이 분다

평창에서 배워온 감자요리
감자맛탕 감자 껍질을 벗겨 한입 크기로 자른 뒤 5분 정도 물에 담가 전분을 제거한다. 기름을 160℃로 달궈 감자를 5~10분 튀긴다. 설탕과 물을 1:1로 녹인 물을 팬에 넣고 끓여 시럽을 만든 다음 튀긴 감자를 버무리면 바삭한 감자맛탕이 완성된다.
감자옹심이 감자를 곱게 갈아 찹쌀가루·밀가루와 섞은 뒤 옹심이(새알)를 만들어 멸치다시마물에 감자와 함께 끓인다. 감자옹심이는 탄수화물이 풍부해 한끼 식사로 든든하다. 고추장을 풀어 넣고 끓여 찌개로 먹어도 맛있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