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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Star's Cafe

한예조 위원장 김응석

故 장자연 사건으로 돌아본 연예인 인권실태

글 이설 기자 | 사진 문형일 기자

입력 2009.08.25 09:40:00

고 장자연 사건에 대한 경찰수사가 종결됐다. 시원치 못한 결과였다. 그러나 사건이 남긴 울림은 컸다. 그러려니 덮어뒀던 각종 연예계 악습을 진지하게 반성하는 계기가 된 것. 방송계 종사자들이 조합원으로 있는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한예조) 김응석 위원장이 말하는 연예인의 인권현장.
한예조 위원장 김응석

유명 디자이너의 드레스를 입고 풀 메이크업을 한 채 대한민국 최고 ‘훈남’과 호흡을 맞추는 여배우. 고급 외제차로 이동한 팬 사인회장에서 수천 명이 넘는 팬의 선물세례를 받는 남자 가수. 우리가 생각하는 ‘스타’의 일상이다. 이렇듯 대중의 눈에 비친 연예인의 생활은 핑크빛이다. 그러나 한예조 김응석 위원장은 이런 시각에 단호히 “NO”라고 고개를 저었다.
“대중은 톱스타를 기준으로 연예계를 이해해요. 하지만 이 땅에는 다양한 종류의 연예인이 있습니다. 회당 수천 만원의 출연료를 받는 톱스타가 있는 반면, 데뷔 10년이 넘어도 배역을 못 따서 배를 곯는 이도 많죠.”
한예조는 방송 관련자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노동조합이다. 산하에 탤런트 성우 희극인 연극인 무술연기자 등 13개 지부를 두고 있다. 조합은 올해 4월 고 장자연씨 사건을 계기로 연예인 인권 실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전체 연예인의 95%인 2천여 명에게 설문지를 보내 1백83명이 조사에 응했다. 설문 결과 많은 연예인이 인권침해 경험을 호소했다. 24.6%인 45명이 직접 피해를 경험했고, 68.2%인 125명이 동료의 피해사례를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피해 유형은 ‘금품요구(42.6%)’ ‘인격모독(39.3%)’ ‘접대(34.4%)’ ‘성상납(19.1%)’ 순이었다.
한예조는 이와 함께 심층설문으로 접대·성상납·폭행 등의 인권침해를 가한 가해자의 이름을 적게 했다. 중복되는 이름을 추린 결과 PD, 작가, 방송사 간부, 기획사 관계자, 정치인, 기업인 등 10여 명이 거론됐다. 동료들의 또 다른 ‘장자연 리스트’인 셈이다.
“오래된 일.” 연예인이 당하는 인권침해에 대해 김응석(42)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인권침해가 계속 발생하는 이유에 대한 설문 답변의 1위(35.5%)도 ‘관행’이었다. 가해자는 주로 제작자 또는 소속사 관계자. 문제가 오래 곪았음에도 손을 쓰지 못한 건 그들이 권력관계에서 약자이기 때문이다. 직업 특성상 이미지 관리도 신경이 쓰인다. 그는 “이런 관행이 완전히 뿌리 뽑힐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거리에서 폭언을 듣거나 접대 등 부당한 요구를 받아도 문제제기는커녕 쉬쉬해왔어요. 캐스팅 불이익이나 이미지를 생각하면 용기가 나지 않는 거죠. 그래서 배우 대부분이 ‘피해자라도 이민 가지 않는 한 밝힐 수 없다’는 반응이에요.”
‘오랜 관행’ 다음으로는 ‘미흡한 사법처리’(33.9%) ‘캐스팅을 노린 연기자 개인 이기주의’(31.1%) ‘연기자들의 집단해결 노력 부족’(30.1%) 등의 순이었다. 특히 법적대응을 할 경우 오히려 피해를 입을 것을 우려했다. 고 장자연 사건에 대한 수사도 성상납의 연결고리를 찾지 못한 채 소속사 전 대표를 폭행·협박·횡령·강요 등의 혐의로 구속하는 선에서 마무리지어 ‘김빠진 수사’라는 지적이 있었다.


“캐스팅 불이익과 이미지 관리 때문에 부당한 요구에도 침묵”

한 번이라도 TV에 얼굴을 비쳐야 하는 신인의 경우에는 유혹과 피해가 더 많다. ‘어쩔 수 없는 선택’과 ‘부당한 피해’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연예인은 고통받는다. 최근 수년간 연예인 자살 소식이 잇따랐다. 유명 연예인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인기 하락에 따른 박탈감’ ‘생활고 스트레스’ ‘악플로 인한 우울증’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김 위원장은 ‘생활고’와 ‘심리적 스트레스’를 연예인이 겪는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실제 우울증을 앓는 연예인은 일반인의 2배라고 해요. 우선 연예인을 옥죄는 건 이중잣대예요.‘딴따라’라는 인식 속에서도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죠. 인기 변화나 대중의 시선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크고요. 하지만 생활고 문제가 더 큽니다. 일부를 제외하곤 힘든 이들이 많아요. 빈익빈 부익부인 거죠.”
연예인은 경제적으로 불안정하다. 출연료는 주연배우나 본인이 원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등급별 기준표를 따른다. ‘KBS의 탤런트 및 코미디언 기준표’는 등급을 6~19급으로 구분하고 있다. 각 방송사가 경력, 시청률 기여도, 활동수준 등을 고려해 매년 말 등급을 매긴다. 김 위원장은 “공채 출신이 6급에서 출발해 15등급이 되려면 평균 15년 정도가 걸린다. 15등급의 주말연속극 50분 기준 출연료는 약 86만원이다”라고 설명했다.
“적지 않은 금액으로 보일지 몰라도 그렇지 않아요. 배우는 급증하고 프로그램 수는 줄어 일이 많이 부족한데다가 일이 골고루 돌아가지 않으니까요. 부업을 하려 해도 종자돈이 있어야 하는데 인지도 없는 배우들에겐 꿈같은 일이죠. 택배기사 일을 하는 선배님도 있지만, 그건 자존심이 생명인 배우로서는 힘든 선택이고요.”
설상가상 최근에는 출연료 미지급 문제가 더해졌다. 지난 1년간 지상파 방송3사에서 방영한 드라마의 미지급 출연료는 60여억원. ‘그들이 사는 세상’ 등 KBS 드라마 4편, ‘에덴의 동쪽’ 등 MBC 드라마 5편, ‘온에어’등 SBS 드라마 3편이 포함됐다. 12편 모두 외주제작사가 만든 드라마다. 김 위원장은 “하도급 개념으로 외주제작사가 드라마 제작을 맡으면서 미지급 문제가 불거졌다”고 말했다.
“외주제작사는 실제 필요한 제작비의 60~70% 선에서 방송사와 계약합니다. 저가발주를 해야 경쟁에서 유리하기 때문이죠. 방송사는 비싼 스타급 연예인을 직접 쓰지 않아도 되니 이익이고요. 부족한 자금을 메우는 건 간접광고입니다. 하지만 광고시장도 어려워 제작비를 마련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거죠.”
사실상 도산 상태인 외주제작사에 출연료를 요구해도 받을 확률은 거의 없다. 법적 절차를 밟아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외주제작사는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드라마를 진행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자유를 조금 포기한 대신 인기와 재력을 담보받은 행복한 직업, 연예인. 그러나 그들의 속내는 핑크빛보다 잿빛에 가까웠다. 끊임없는 패배에 무기력해진 그들은 외부의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여성동아 2009년 8월 5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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