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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조연 열전 3

친근한 얼굴, 중견 탤런트 김보미

“30년 연기하며 깨달은 인생의 진리, 젊게 살기에 늘 즐거운 싱글라이프…”

글 김유림 기자 | 사진 조영철 기자 || ■ 헤어&메이크업 정미경, 이은희(SPAZIO) ■ 장소협찬 엘씨압구정쇼룸(02-518-2843)

입력 2009.08.24 16:52:00

통금(通禁)이 있던 시절, 연기 환경은 열악했지만 의리와 낭만이 있었다. 촬영장에 도시락을 싸와 나눠 먹기도 하고, 모든 배우가 소풍 가듯 함께 대형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도 했다. 그 시대를 지나온 사람이라면 요즘 연예계를 보며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올해 연기경력 30년째 접어든 중견 탤런트 김보미는 이렇게 말한다. “그래, 니들이 고생이 많다~.”
친근한 얼굴, 중견 탤런트 김보미



연예인들이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는 “TV보다 실물이 예뻐요, 젊어 보여요”다. 대중에게 익숙한 얼굴일수록 더욱 그렇다. 30년 동안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조연으로 활동한 김보미도 예외는 아니다. ‘명성황후’ ‘대왕 세종’ 등 사극에 출연한 모습이 기억에 남아서인지 실제로 본 그는 화면보다 젊고 생기 있어 보였다. 새침한 이미지와 달리 입담도 좋았는데, 날씬하다는 칭찬에는 “제가 ‘옷발’이 좀 좋아요” 하고 웃어넘긴다. 실제 나이를 묻는 질문에는 끝까지 ‘노코멘트’로 일관하는, 사춘기 소녀 같은 모습도 보였다.
사실 그의 이름은 녹색 인터넷 검색창에 뜨지 않는다(김보미란 이름은 그의 할아버지가 지어준 본명이다). 프로필은 물론 한 건의 기사도 뜨지 않는다. 그에게 이유를 묻자 “내가 뭐 얼마나 유명하다고 인터넷에 프로필을 올려요. 인터뷰도 어릴 때나 했지 요즘은 잘 안 해요” 하고 소탈하게 답한다. 혹시 ‘컴맹’인가 싶지만 그는 미니홈피를 직접 운영하는 ‘싸이질’ 마니아다.
“이래봬도 얼리어답터예요(웃음). 새로 나온 물건에 관심이 많고 기계에도 밝아 휴대전화 기능은 다 꿰고 있죠. 미니홈피 운영한 지도 꽤 오래 됐어요. 촬영장에서 찍은 사진이나 친구들과 놀러 다니면서 찍은 사진을 주로 올려요. 방명록 관리는 필수죠(웃음).”

“일하느라 혼기 놓쳤지만 여전히 사랑에 대한 기대 버리지 않았어요”
그는 6월 말 KBS 일일드라마 ‘다 함께 차차차’ 출연을 앞두고 보름 만에 몸무게를 3kg 감량했다. 에어로빅 장면 때문이었는데, 저녁을 굶는 등 무리하게 살을 빼서인지 촬영 당일에는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는 “이제 나이가 있어서 무리하면 안 되겠더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번 드라마에서 그는 이 교장(최주봉)의 막내 여동생으로 푼수 같지만 심성 착한 노처녀 정숙 역을 맡았다.
“며칠 전에는 술에 취해 오빠한테 ‘내 인생 책임지라’며 주정하는 장면을 촬영했어요. 평소 술을 입에도 못 대서 어떻게 취한 연기를 하나 고민했는데, 다행히 무사히 마쳤죠. 그런데 그날 대사 중 ‘여자로 태어나 자식도 못 낳아보고 오십이 넘도록 왜 이러고 사는지 모르겠다’는 내용이 있었어요. 진짜 제 얘기를 하는 것 같아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죠(웃음).”
실제로 미혼인 그는 촬영 전 대본을 보고 슬쩍 옆으로 밀어뒀다고 한다. 그동안 결혼을 안 한 걸 더러 후회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에는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하지만 막상 연기에 들어가자 그는 정숙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처음부터 결혼을 안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혼기를 놓쳤어요. 작품에 들어가면 보통 6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연기에 몰입해야 하니까 한눈팔 새가 없었죠. 그렇다고 결혼을 포기한 건 아니에요. 이제는 ‘누구든 걸리기만 해봐라’ 하는 심정으로 남편감을 기다리고 있어요(웃음).”
TBC 탤런트 출신인 그는 70년대 중반 데뷔했다. 영화배우 황정순 선생과의 친분으로 방송국 구경을 갔다가 드라마 국장 눈에 띄어 탤런트 시험을 봤다고 한다. 백준기·김영란 등과 동기인 그는 신인시절 부잣집 딸 역을 주로 맡으며 브라운관에서 활동하다 영화로 방향을 바꿨다. ‘말해버릴까’ ‘고교유단자 시리즈’ 등에 출연하며 임예진·김정훈·전영록 등 하이틴 스타와 어깨를 나란히 했고, CF 모델로도 이름을 날렸다. 광고 섭외 순위로 따지면 유지인·정윤희 다음으로 꼽혔다고.
“데뷔하고 얼마 안 돼서부터 광고를 찍기 시작했으니 운이 참 좋았죠. 쌍방울 3년 전속에 학생복·만년필 등 꽤 많은 CF를 찍었어요. 또 시장 카탈로그에도 자주 등장했고요.”
80년대에 접어들어 영화 트렌드가 청춘물에서 성인물로 바뀌면서 그는 스크린에서 브라운관으로 활동무대를 다시 옮겼다. 노출 신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다.
“요즘은 작품을 위해서라면 전라도 감수하는 시대지만 예전은 그렇지 않았어요. 어깨만 드러내도 큰일나는 줄 알았죠. 78년 백일섭·박근형씨와 출연한 ‘산골 나그네’를 끝으로 영화는 한동안 피했어요.”

친근한 얼굴, 중견 탤런트 김보미

자기주장 강한 젊은 연기자 부럽지만 선후배 관계 모호해지는 현실 안타까워
김보미는 80년대 후반, 직장인들의 애환을 그린 드라마 ‘TV손자병법’에서 푼수끼 다분한 카페 주인 역을 맡아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다. 이후 다수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감초 조연’으로 자리매김한 그는 촬영장을 오가는 재미에 젊은 날을 보냈다고 회상한다.
“그때는 다들 가족 같은 분위기였어요. 매니저, 코디도 없을 때라 한번 지방촬영을 가면 커다란 여행용 가방에 의상을 넣어 직접 들고 다녔죠. 연기자·스태프 모두 대형버스를 타고 함께 출발했다가 함께 돌아왔고요. 여관방 하나에 둘 셋이 같이 묵으면 수학여행 온 학생들처럼 밤새 수다도 떨었어요(웃음). 통금이 있던 시절에는 밤샘 촬영 후 통금이 풀리는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차 있는 남자 선배들이 집까지 데려다줬는데, 생각해보면 참 의리 있고 낭만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에게 “그 시절 로맨스가 이뤄진 적은 없냐”고 묻자 “나 좋다고 연락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다 거절했다”며 수줍은 듯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다시 태어난다면 연애도 많이 하고 인생을 즐기면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젊은 연기자들을 보면서도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한다. 자기주장이 확실하고 연기도 똑 부러지게 해내는 모습이 부러운 한편 선후배 관계가 모호해지는 현실은 안타깝다고.
“도가 지나치다 싶을 땐 후배들 불러서 야단도 쳐요. 이런 말 하면 노인네 같겠지만(웃음), 예전에는 선후배 관계가 정말 엄격했어요. 분장실에 선배가 화장품케이스를 놔두면 그 자리에는 아무도 앉지 못했죠. 일어나서 인사하는 건 기본이고요. 그런데 요즘은 선배가 들어와도 인사도 안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고개만 까딱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래서 선배연기자가 들어오면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이려고 제가 먼저 일어나서 정중하게 인사드려요.”
30년 경력의 베테랑이지만 요즘도 그는 쉬지 않고 연기공부를 한다. 끊임없이 변신해야 하는 것이 연기자의 운명이기에 매 작품에 들어가기 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캐릭터 분석에 집중한다고. 또한 그는 연기자로 롱런하기 위해서는 비중에 상관없이 무조건 열심히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도 한때는 겉멋이 들어 작은 역할을 우습게 생각한 적이 있어요. ‘마포나루’라는 제목의 드라마였는데 담당PD 앞에서 대본을 훑어보고는 이내 ‘못하겠습니다’ 했어요. 주인공이 아니었거든요. 철이 없었던 거죠(웃음). 그러고 나서 몇 년 뒤 다른 드라마로 그 PD와 다시 만났는데, 제가 먼저 가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분도 당시 제 행동이 괘씸했는지 기억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얼굴이 뜨거워요(웃음).”


“부지런히 자기관리해서 예쁘게 늙고 싶어요”
그는 90년대 중반 의류사업에 잠시 손을 댄 적이 있다. 지인의 권유로 백화점에 의류 매장을 열었는데, 초반에는 매출 1위를 달성할 정도로 승승장구 했으나 IMF 때 사업을 접었다.
“어쩔 수 없이 문을 닫게 되자 백화점 측에서도 안쓰러웠는지 재고정리 등 후처리에 신경을 많이 써줬어요. 저 역시 수선 맡긴 고객의 집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물건을 전달했죠. 끝까지 연락이 안 된 한두 명의 옷은 백화점 측에 맡겨 ‘꼭 전달해달라’고 신신당부했고요. 연예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더욱 확실하게 마무리 지으려 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TV에 나올 때마다 ‘돈 떼먹은 여자’라며 흉볼 거 아니에요(웃음).”
현재 노모와 함께 사는 그는 한평생 어머니와 친구처럼 지내왔다고 한다. 스케줄이 끝날 때마다 전화로 보고하고, 맛있는 음식점을 발견하면 반드시 어머니를 모시고 그 집을 다시 찾는다고. 어머니 또한 그가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기 전 먼저 잠드는 법이 없다고 한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내가 엄마 치마폭에 싸여 있어서 여태껏 시집을 못 갔다고 한다”며 웃었다. 10분 거리에 사는 조카들에게 쏟는 정성도 대단하다. 남동생의 딸인 두 조카는 일요일이면 고모인 그에게 조조영화 보러 가자며 조르기도 하고, 그가 나오는 드라마 모니터링도 하며 딸처럼 살갑게 대한다고 한다.
‘젊게 살자’가 인생 목표인 그는 주기적으로 피부관리를 받고 운동도 하며 바쁘게 움직인다. 드라마 ‘명성황후’ 출연 멤버인 최명길·김성령·김진아·김세아 등과 봉사모임 ‘예인’을 만들어 좋은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최근에는 김진아가 홍보대사로 있는 홀트아동복지회를 찾아 아이들을 돌봤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 좋은 일 더 많이 하면서 예쁘게 늙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여성동아 2009년 8월 5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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