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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한식, 세계를 가다 ①일본 도쿄 편

素饍齋 소선재

일본 속 작은 한국, 진정한 맛과 멋의 여행

기획 동아일보 출판팀 | 취재 송기자 ‘출판팀 기자’ | 사진 박해윤 기자

입력 2009.08.21 10:06:00

해외여행 가서 ‘왜 굳이 늘 먹는 한국 음식을 먹나’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도쿄에 가면 마음이 바뀌는 음식점이 있다. 한국인이 먹어봐도 맛있는, 한국에서도 그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을 만큼 멋있는, 우리 이야기가 들리는 곳이다. 이미 일본인들은 그 매력에 빠져들었고 한국식 그대로 미식의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 가깝고도 먼 타국에서 조용히 불고 있는 한식의 새 바람. 그 근원지인 소선재·고시레·스태미나엔의 맛있는 이야기, 멋있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본다.
※ 한식이 한국인의 음식을 넘어 세계인의 음식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 달부터 도쿄, 홍콩, 뉴욕, 파리 등 세계 각국의 트렌디한 도시에서 인기 끌고 있는 한식 레스토랑을 직접 찾아 생생한 한식 세계화 현장을 소개할 예정이다.


소박한 한국 어머니의 아름다운 카리스마
이곳에서는 누구나 겸손해진다
| 素饍齋 소선재 |

素饍齋 소선재

Beautiful Sosonjae Personality
素, 소박할 소, 饍, 반찬 선, 齋, 집 재. 이름에 담긴 뜻만 들어도 맛이 그려지는 이곳은 사계절 산과 들에서 나는 자연 재료로 10년 묵은 집된장, 간장 넣어 엄마가 요리한 듯 푸근하고 소박한 음식을 만드는 서울 삼청동 소선재의 도쿄 지점이다.
서울에 살면서 좋은 맛 찾기를 즐기는 이라면 이미 한번쯤 가본 경험이 있겠지만, 그 맛이 일본인들에게도 호평 받고 있다고 한다. 소선재 도쿄는 매년 초 음식평론가들에 의해 발행되는 일본 대표 미식지 ‘도쿄 최고의 레스토랑’에서 2008년 주목할 만한 식당으로 선정됐다. 또 일본의 기업인과 유명 연예인들이 찾으면서 입소문이 퍼져 이제는 도쿄의 대표적인 맛집으로 자리 잡았다. 오픈한 지 불과 1년 만에 거둬들인 성과인데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음식 문화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미식의 중심지, 도쿄에서의 호평이라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현재는 긴자 미쓰코시백화점 내에 2호점 오픈을 진행 중이라고 하니, 소선재에 대한 일본인의 관심은 상상 그 이상이다.


문화가 있는 곳, 음식 앞에서 누구나 겸손해지는 곳
소선재 도쿄의 성공을 말하려면 먼저 한국 소선재 본점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 언제 걸어도 좋은 삼청동 길에 자리하고 있는 소선재 본점은 작고 오래된 한옥을 화려한 치장 없이 단정하게 꾸며, 깨끗하게 치운 옛 시골 부엌을 연상케 한다. 젊은 사람부터 나이 든 노부까지, 한국인부터 외국인까지 오가는 사람들도 다양하다. 그들은 차근차근 내놓은 음식 앞에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이기도 하고, 겸손한 자세로 맛을 보다가 좋다 싶으면 그 맛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점심·저녁 때가 되면 소박한 공간에는 진지하고 여유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음식은 채식인을 위한 정식, 게장정식, 민들레정식, 제비꽃정식, 소선재정식 같은 코스 요리 중심으로, 몇 가지 선택해서 먹을 수 있는 일품 요리도 있다. 어떤 것을 선택하든 정갈하고 매력적이다. 한국 음식 하면 생각나는 붉고 매운 음식이 아니다. 고춧가루나 고추장보다 조미료 없이 된장, 간장, 직접 만든 효소로만 맛을 내 보기에도 재료가 살아 있고 먹으면 몸에 좋은 음식들이다. 이는 이곳 대표인 김인숙씨가 추구하는 정갈한 반가 음식, 정성이 담긴 어머니 밥상이다.
섬세한 듯 편안해 보이는 그의 얼굴에서 그 향기가 느껴진다. 그는 특별히 요리를 배우기 위해 유학을 다녀오지도, 전문적으로 대학에서 식품을 전공하지도 않은, 그저 수십 년 자식 키우고 남편 챙기며 집에서 밥상 차리기를 해온 평범한 주부였다. 평소 음식에 관심이 많아 ‘어떻게 하면 좀더 맛이 있을까? 몸에 좋을까? 이왕이면 농약 치지 않은 것, 유기농 먹을거리로 깨끗하게, 정갈하게 잘 먹여야지’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대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산야에서 나는 자생 풀과 나무를 활용해 장아찌와 효소 등을 만들게 됐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오염되지 않은 먹을거리가 상품이 되겠다는 생각에 5년 전 조심스럽게 꺼내놓은 것이 소선재 역사의 시작이다.
처음에는 모르니까 시작했고, 시작해보니 참 용감했다 싶을 만큼 힘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돈 받고 음식을 만들어주는 건 식구들 밥해 먹이는 것하고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음식을 만들면서 ‘맛있게 먹어다오, 부디 건강해다오’하고 염원하는 마음은 가족이든 손님이든 늘 한결같았다. 그런 마음이 이곳을 찾은 모든 사람들에게 통해 다들 맛있게 먹어줬고, 그 모습이 너무 예쁘고 대견스러워 이심전심 작은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었다.
이런 그의 맑은 정신과 곧은 철학이 소선재만의 독창적인 향기를 만들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그 경험을 일본의 한 사람이 통째로 사 ‘도쿄 소선재’를 만들었다.

素饍齋 소선재

1 소선재 입구에는 한국 소선재와 일본 소선재, 두 곳의 명함이 함께 놓여 있다. 이곳을 찾은 고객에게 맛의 뿌리를 알려주면서 관심도 높일 수 있다.
2 소선재는 도쿄 아자부주반 상점가 거리에 위치해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정동길과 비슷한 곳이다. 각국 대사관과 고급 주택이 밀집해 있어 찾아오는 손님들의 수준도 높다.
素饍齋 소선재

1 도쿄 소선재의 셰프는 일본인 스즈키 요리오(鈴木順生)이다. 일식 전문가가 한식당을 이끄는 것이 의아하기도 하지만 음식을 먹는 일본인의 식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어 응대가 빠르고, 일본인 특유의 예리한 손끝으로 소박한 한식을 멋지게 담아낸다.
2 전채요리. 일본인의 식사에는 전채요리가 빠지지 않는다. 주로 샐러드를 먹는 우리와는 조금 다르다. 양념에 무친 튀긴 피라미와 창란젓, 소스를 끼얹은 찐 단호박이 보기 좋게 담겨있다.
3 해물구절판. 갑오징어, 문어, 새우, 소라, 전복, 오이, 후노리(해초), 목이버섯, 밀전병, 이렇게 9가지 재료를 정갈하게 담은 구절판에는 이곳만의 특색이 있다. 채소 위주의 구절판이 일본 내 한식당에서 흔한 점을 고려, 해산물로 재료를 바꿨다. 밀전병 반죽에는 김가루를 넣어 맛과 모양에 신선함을 줬다.
4 한국 소선재 레시피 그대로 만든 보쌈. 돼지고기 목살을 삶은 뒤 한국 소선재에서 공수해 온 산마늘잎장아찌를 곁들여 내놓는다. 맛과 모양 모두 한국식 그대로다.
5 입맛을 돋워 주는 물김치도 한국식과 같다. 알싸함으로 한식 특유의 맛을 전한다.
6 전채요리-구절판-보쌈 다음 내놓은 식사. 고슬고슬 막 해놓은 돌솥밥에 된장찌개, 달걀찜, 돼지고기장조림, 멸치볶음, 취나물, 시금치나물, 콩나물무침, 무말랭이무침, 콩조림, 김치 등 10가지 반찬이 나온다.



이것이 진짜 한국 식당, 이것이 진짜 한국 음식이다
도쿄 소선재의 주인은 일본 내 70개 백화점에서 김치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사업가 오타고지(太田浩次)씨다. 미식가인 그는 특히 한국 음식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한국 사람과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한국통’으로, 한국에 올 때마다 늘 감탄하며 먹던 한국 음식이 일본에는 존재하지 않음을 늘 아쉬워했다. 급기야 자신이 직접 제대로 된 한국 식당을 해보겠노라며 컨설팅 업체와 함께 구체적인 모델을 찾기 시작했다. 그들이 한국에 와 호텔 내 한식당에도 가보고, 강남과 인사동 곳곳의 유명 한정식집들을 다니면서 최종 선택한 곳이 소선재다.
김인숙 대표는 오타고지씨가 처음 삼청동 소선재에 온 날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가게를 둘러보고 음식을 먹어본 뒤, 음식 맛이며 가게 분위기며 모두 자기 마음속에 생각하던 바로 그 곳이라며 기뻐했다고 한다. 그 후로 그는 김 대표를 마마상으로 부르고 “마마가 해준 음식은 뭐든지 맛있다”며 열혈 팬이 됐다. 도쿄 소선재는 그렇게 해서 출발했다.
메뉴는 한국 소선재에 있는 그대로, 음식은 김 대표의 레시피대로 만든다. 직접 담근 10년 된 간장, 된장, 산마늘잎장아찌, 효소처럼 일본 현지에서 구할 수 없는 식재료는 한국에서 공수한다. 계약 조건은 로열티를 받는 것이다.
素饍齋 소선재


7 도쿄 소선재는 20평 정도의 공간 두 층으로 이뤄져 있다. 그 중 아래층으로, 이곳은 스태프들이 음식을 만드는 주방과 간단한 식사를 원하는 사람을 위한 바가 있다.
8 위층으로 연결되는 계단. 철을 소재로 해 고급스럽다.
9 계단을 다 오르면 식사 공간이 나온다. 한국 소품과 일본 소품이 공존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일본풍이다.


한국 어머니 마음을 일본 문화에 담아내다
모든 것이 한식 그대로인데 달라진 것이 있다. 바로 ‘문화’다. 일본인들의 열광적인 분위기로 봤을 때 한국에 있는 건물까지 통째로 일본으로 공수해 갈 것 같지만, 그들이 만든 공간은 지극히 일본적이다. 몇몇 한국의 고가구가 있긴 해도 모던한 인테리어는 한국식도, 일본식도 아닌 요즘 트렌드와 잘 맞게 현대적이라 할 수 있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한국인 요리사들이지만 전체를 진두지휘하는 셰프는 일본인이다.
김 대표는 이런 조합이야말로 성공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음식을 먹어야 할 주 고객층이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이니, 그 나라 정서와 문화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의 손끝에서 마무리돼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음식은 한국 소선재의 맛 그대로 하되, 인테리어와 경영은 일본인의 의견을 적극 받아들였다. 결과적으로 도쿄 소선재는 한식을 파는 일본 고급 식당이 됐다.
그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연일 각종 매체로부터 화제의 맛집으로 주목 받았고, 이곳을 찾은 고객의 90% 이상이 일본인이라는 점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더불어 음식을 그릇에 아름답게 담아내는 담음새, 잘 담은 음식을 손님상에 서빙하는 모양새와 전체적인 서비스는 아직까지 일본이 한수 위라는 깨달음도 얻었다. 최상의 재료로 정성을 다해 적당한 때에 내는 서비스 능력과 한국 어머니의 소박하고 건강한 밥상이 만나 ‘아름다운 카리스마’를 발휘하고 있다.
TEL | 소선재 한국본점 02-730-7002, 소선재 도쿄점 03-5545-6691
HOME PAGE | www.sosonjae.com(한국점), http://sosonjae.jp(도쿄점)

素饍齋 소선재

1 한식당에 자리한 바(Bar). 혼자 와서 먹기에 좋고 요리사와 함께 대화하면서 먹을 수 있다.
2 유일한 좌식 공간으로 오붓함을 누릴 수 있는 별실. 단정한 공간이 풍기는 이미지가 음식 맛을 더욱 살려준다.
3 신발장. 좁은 공간을 잘 활용하는 일본인들의 재치를 엿볼 수 있다.
4 1평도 채 안 되는 화장실. 좁다는 느낌보다 효율적이고 고급스럽다는 긍정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여성동아 2009년 8월 5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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