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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이주헌의 그림읽기

실수를 인정하는 위대함 눈물을 흘리는 성 베드로

2009. 08. 01

실수를 인정하는 위대함 눈물을 흘리는 성 베드로

엘 그레코, 눈물을 흘리는 성 베드로, 1587-96년경, 캔버스에 유채, 97×79cm, 멕시코시티 소우마야 미술관



사람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실수를 합니다. 훌륭한 사람은 실수를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사람입니다. 잘못해 놓고도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장점이 아무리 많아도 타인에게 존경을 받기 어렵습니다. 보다 훌륭한 사람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뿐 아니라 그것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은 잘못을 통해 오히려 위대한 업적을 남기게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 베드로는 자신의 잘못을 진정으로 뉘우쳤고 다시는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노력했기에 훌륭한 신앙의 지도자가 된 사람입니다. 베드로는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려 죽었을 때 자신이 그의 제자라는 사실이 드러나 처벌을 받을까봐 세 번이나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심지어 스승을 저주하기까지 했지요. 그러나 닭이 우는 소리를 듣고 자신의 잘못을 깨닫습니다. 다 버릴지라도 예수를 버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자신의 약속이 생각났던 겁니다.
크게 회개한 그는 나중에 교회 지도자라는 사실 때문에 죽임을 당하지만 그 죽음을 달게 받는 신앙의 대장부가 되었습니다. 그는 그렇게 실수를 통해 많은 사람이 존경하는 위인이 되었습니다. 엘 그레코는 닭 울음을 듣고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베드로를 그렸습니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네요. 앞으로 주님을 배반하지 않겠다고 두 손을 꼭 모은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그 믿음의 팔뚝에 천국의 열쇠가 아름답게 매달려 있군요.


한 가지 더~ 신앙을 지키기 위해 죽는 것을 순교라고 합니다. 이렇게 죽은 사람을 순교자라 부르며, 각 종교에서는 일반적으로 순교자를 성인으로 여겨 크게 존경합니다. 베드로는 대표적인 기독교의 순교자입니다.


엘 그레코(1541~1614)
엘 그레코는 그리스 크레타 섬에서 태어났습니다. 본명은 도메니코스 테오토코폴로스였는데, 해외에 나가 살다 보니 그리스 사람이라는 뜻의 엘 그레코로 불렸습니다. 인물을 타오르는 불길처럼 길쭉하고 불안정하게 그린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주헌씨는…
일반인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서양미술을 알기 쉽게 풀어쓰는 칼럼니스트. 신문기자와 미술잡지 편집장을 지냈다. 어린이들이 명화 감상을 하며 배우고 느낀 것을 스스로 그림으로 풀어볼 수 있게 격려하는 책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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