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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상 2회 수상, 칸이 사랑한 남자 박찬욱

글 김명희 기자 | 사진 홍중식 기자

2009. 07. 17

박찬욱 감독이 영화 ‘박쥐’로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그의 칸 수상은 ‘올드보이’에 이에 두 번째. 수상 소감 & 에피소드.

본상 2회 수상, 칸이 사랑한 남자 박찬욱

“갈라스크리닝(VIP와 심사위원 대상 시사회) 때 반응이 뜨거워서 기대를 좀 하기는 했어요. 아무래도 심사위원들 반응이 중요하니까요(웃음).”
영화 ‘박쥐’로 지난 5월 말 제6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46)에게선 여유가 넘쳤다. 2004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받을 때 감격하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관객들의 환호에서 이미 수상 가능성을 읽었던 것이다.
‘박쥐’는 우연히 뱀파이어가 된 신부가 어린 시절 친구의 아내와 치명적인 사랑에 빠진 후 남편을 죽여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를 실행하면서 파멸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 파격적인 설정과 충격적인 영상 때문에 국내뿐 아니라 칸에서도 논란이 됐다. 박 감독은 이런 화제를 몰고 다닌 것이 수상과 연결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쥐’가 칸 역사상 처음으로 경쟁부문에 진출한 뱀파이어 영화라고 하더군요. 우리나라에서는 독특한 예술영화 취급을 받았지만, 영화제에선 오락영화가 경쟁부문에 진출한 걸 신기해하는 분위기였어요. 시장에서는 예술영화, 영화제에서는 상업영화로 취급받는, 그야말로 박쥐 같은 운명이었죠. 그런 부분이 심사위원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것 같아요.”

승자만 있고, 패자는 없는 영화제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박 감독의 페르소나 송강호의 남우주연상 수상 불발. 두 사람은 ‘공동경비구역 JSA’ ‘살인의 추억’ ‘복수는 나의 것’ 등에서 함께 작업하며 각별한 인연을 쌓았고, ‘박쥐’ 출연도 ‘공동경비구역…’을 촬영하던 10년 전부터 이미 얘기가 됐던 것이라고. 박 감독이 수상 직후 “송강호에게 이 상을 바친다”고 말한 데는 이런 뒷얘기가 있다.
이에 송강호는 “나도 인간인지라 기대가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상이든, ‘박쥐’라는 영화에 대한 박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뿌듯하고 영광스럽다”며 박 감독의 마음의 짐을 덜어주었다.
인터뷰를 마치며 박 감독은 수상이 기쁜 일임은 분명하지만, 영화제 관전 포인트가 수상 여부에 집중되는 것은 아쉽다는 속내를 털어놓았다.
“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하는 건 미디어나 관객으로부터 관심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수상 여부가 전부는 아니에요. 자기 작품을 보여주고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평해주는 걸 즐기는 분위기죠. 예전에 어떤 심사위원이 그러더군요. 영화제에선 패자는 없고 승자만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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